황우석 교수 연구의혹 관련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 최종결과보고 -기자회견문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조사하기 위하여 구성된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뿐 아니라 2004년 논문의 진위문제도 조사하게 되었고, 복제개 스너피의 진위, 난자수급, 황교수팀 연구실의 기술현황 등에 관한 분석과 조사를 수행하였습니다.

조사위원회가 2005년 12월 15일부터 2006년 1월 9일까지 밝혀낸 사실들에 대한 최종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방대한 데이터와 보충자료들을 제외한 결과보고서는 별도로 공개하겠습니다.

조사결과를 요약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1. 2005년 사이언스 논문

2005년 논문은 환자맞춤형 인간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 11종을 만들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2개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11개 줄기세포의 데이터를 만들어 냈고, 그 2개의 줄기세포도 체세포복제가 아닌 수정란 줄기세포였다는 것은 두 차례의 중간발표를 통해 이미 보고한 바와 같다.

황교수팀이 논문 제출 후에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줄기세포들도 전부 체세포복제가 아닌 수정란 줄기세포들임이 확인되었다. 2005년 논문의 데이터들은 DNA지문분석, 테라토마 및 배아체 사진, 조직적합성, 핵형분석 등이 모두 조작되었고, 이 데이터들이 어떤 방식을 통해 조작되었는지는 보고서에 적시하였다. 결론적으로 황교수팀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그것을 만들었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

2.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체세포복제를 통한 인간배아줄기세포주의 확립을 보고한 2004년 사이언스 논문속의 세포사진 및 DNA지문분석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어 조사를 시작하였다.

조사위는 확보된 1번 줄기세포(NT-1)와 테라토마조직, 난자 및 체세포 공여자(동일인)의 DNA지문을 분석하였다. 1번 줄기세포주는 황교수팀이 동결 또는 배양상태로 보관중인 세포주 20개, 특허출원을 위해 한국세포주은행에 기탁된 1개, 서울대학교 문신용교수 연구실과 미즈메디병원에 보관중인 것 각각 1개 등, 총 23개의 샘플을 각각 3개의 연구기관에 보내 분석을 의뢰하였다. 세 연구기관은 모두 같은 분석결과를 보내왔다.

분석결과 테라토마조직과 1번 줄기세포중 세포주은행과 문신용교수 연구실, 미즈메디병원이 보관중인 1번 세포주는 모두 동일한 지문을 보였다. 황교수팀이 보관중인 20개 세포주중 9개는 이들과 동일한 지문이었으나, 11개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줄기세포 5번으로 확인되었다. 1번 줄기세포의 DNA지문은 논문에 보고된 지문과 전혀 달랐고, 황교수팀이 공여자라고 알려준 A씨의 혈액에서 얻은 DNA의 지문은 논문과는 일치하나, 1번 줄기세포와는 달랐다. 따라서 1번 줄기세포는 논문에 제시된 공여자의 체세포핵치환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주가 아니었다.

1번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이 가지고 있는 수정란 줄기세포들과도 달랐으므로, 그 출처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조사위원회는 논문에 제시된 공여자와 비슷한 시기에 난자를 제공한 두 사람의 혈액을 추가로 확보하여 조사하였다. 그 중 한사람(공여자 B)이 1번 줄기세포와 관련이 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B씨의 미토콘드리아와 1번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동일한 DNA 염기서열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B씨가 난자제공자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B씨의 체세포핵의 DNA지문은 사용한 48가지의 표시자중 40개가 줄기세포와 일치하고, 나머지 8개는 동일하지 않았다. 만약 1번 세포가 체세포복제에 의한 줄기세포라면 48개가 모두 정확히 일치하여야 하나, 8개가 다르다는 사실은 1번 세포가 체세포복제에 의한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8개 표시자 모두 공여자 B의 체세포에서는 다른 대립인자이지만, 1번 세포주에서는 같은 대립인자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1번 줄기세포는 공여자 B의 난자가 탈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세포(극체)와 융합하여 처녀생식(단성생식)이 되면서 만들어진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논문에는 1번 줄기세포주의 DNA지문이 공여자 A와 일치한다고 보고하였고, 현재 보관중인 1번 세포주 어느 것도 공여자 A와 일치하는 것은 찾을 수 없으므로, 조사위는 2004년 사이언스에 보고되고 특허가 출원된 1번 세포주는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외에도 2004년 논문의 세포사진들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들이라는 지적들이 있었는데 조사결과 그러한 지적들이 사실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2004년 사이언스논문도 줄기세포주의 DNA지문분석결과가 조작되고 세포사진들도 조작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3. 복제개 스너피의 진위

2005년 네이처에 발표한 복제개 스너피에 대해서도 DNA 지문 분석을 수행하였다. 스너피와 스너피의 체세포 제공견인 타이, 그리고 대리모 개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난자제공견의 체세포조직을 얻어 각각 3개 기관에 분석을 의뢰하였다. 근친교배와 복제개 사이의 차이를 구분해 주는 27종의 표지자에 대한 분석과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분석 결과, 스너피는 타이의 체세포에서 복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에 적시하였다.

4. 난자사용에 관한 문제

황교수팀의 컴퓨터 파일과 노트, 미즈메디병원외 3개 병원의 난자제공관련 기록, 관련자들의 면담 등을 통해 확인된 바, 2002년 11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3년간 4개 병원에서 129명으로부터 2,061개의 난자가 채취되어 황교수팀에 제공되었다. 2005년과 2004년 논문을 위한 연구의 개시일이 불명확하고 기록이 불충분하여 각 논문을 위해 각각 몇 개의 난자가 제공되었는지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

그러나 2005년 논문이 185개의 난자를 사용하였다고 보고한데 반해, 실험노트에 따르면, 적어도 273개가 사용되었다 (2004년 9월 17일 - 2005년 2월 7일 사이 집계).

2004년 논문과 관련하여, 황교수는 연구원의 난자제공사실을 몰랐었다고 한데 반해, 난자공여 연구원의 진술에 의하면 난자공여는 본인이 원했고 황교수가 승인하였으며, 황교수가 동행한 상태에서 2003년 3월 10일 미즈메디병원에서 노성일 원장의 시술로 이루어졌다는 진술을 들었다. 2003년 5월에도 황교수팀은 당시의 여성연구원들에게 난자기증 의향을 묻는 서식을 나누어 주고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8명의 전현직 연구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하였다.

5. 황교수팀의 기술에 대한 평가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는 크게 나누어 핵이식, 배반포형성, 줄기세포주 확립의 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줄기세포주를 확립한 후 환자의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조직세포로의 분화와 아울러 환자 체내에서의 기능발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암발생 등의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5-1. 핵이식: 돼지와 소 등 동물난자를 이용한 핵이식은 국내외적으로 황교수팀이 가장 활발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황교수팀을 비롯한 국내 축산관련 대학과 연구소에는 약 100여명의 숙달된 핵이식 전문인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핵이식된 난자를 이용해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은 최근 개의 복제에 성공한 것 등을 감안하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사람의 난자에 핵이식을 하는 기술 중 쥐어짜기에 의한 탈핵방법은 효율성은 높으나 이미 동물난자에는 오랫동안 사용된 기술로서 독창적 신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5-2. 배반포 형성: 황교수팀의 기록에 의하면 핵이식에 의한 배반포형성의 성공률을 약 10%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노트의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배반포들이었다. 기록 중에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배반포가 만들어진 경우가 일부 확인되고 있어, 황교수팀이 핵이식조건을 개선하여 사람난자의 배반포형성에 성공하였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이 기술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연구실들이 있어, 더 이상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5-3. 줄기세포주 확립: 배반포로부터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단계에 대한 황교수팀의 연구기록들을 보면, 줄기세포가 확립되었다는 것을 판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줄기세포주가 확립되었다고 판정하기 위하여는 테라토마 형성, 배아체에서의 분화능력 등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황교수팀에서는 세포의 콜로니가 처음 육안으로 관찰된 시점에서 이를 줄기세포주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이후 이를 줄기세포라고 입증하는 실험을 수행한 기록이 전혀 없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하면, 황교수팀은 2005년 논문에서 주장한 환자맞춤형줄기세포뿐 아니라, 2005년 논문의 기반이 되는 2004년 논문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가 만들어졌다는 어떤 입증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DNA지문분석결과 공여자 A씨의 유전자와 1번 줄기세포가 일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치하는 것으로 데이터를 조작하여 2004년 논문을 쓴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과학계와 일반대중을 모두 기만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바꿔치기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처녀생식 1번 줄기세포주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고, 그 유전자분석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논문조작과 그 은폐에 관여한 연구자들에 대한 학계의 처분은 이미 드러난 조작사실 만으로도 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이미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여러 연구자들이 있고, 그들의 줄기세포연구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줄기세포연구의 성공을 담보할 생명과학분야의 연구력도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하여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이번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우리나라 과학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일이, 잘못을 수정하고 더 견고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우리나라 생명과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류를 지적하여 본 조사를 촉발시킨 젊은 과학자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그동안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격려해 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경청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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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1-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4년 것도 가짜군요. 으음... 그렇게 오래 속고 살았다니..

2006-01-10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니아 연대기>가 '어려운 영화'인 까닭
형이상학적인 기독교 사상을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내

희생과 사랑의 정신이 모든 악을 무력화시키고 불멸의 능력을 준다는 놀라운 진리를 이 영화 <나디아 연대기>는 백색마녀, 아슬란, 에드먼드와 그의 남매 3명을 주인공으로 해서 적절한 긴장감과 극적 효과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기독교의 사상을 얼마만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고민했느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다를 것이고 받는 영감의 크기도 현저히 달라질 것이다. 비기독교인이 기독교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 및 고민 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 요란한 홍보와 유명세와 비교할 때 정말 실망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대단하다고 많이 홍보하지만 요사이 상상을 초월한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주는 영화가 어디 한둘인가. 스케일도 마찬가지다. 주연배우들은 봐줄 만 한가? 전혀 아니다. 연약하고 어쭙잖은 어린이 4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을 채운다.

일반 영화를 볼 때 쏠쏠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해주는 남자배우 혹은 여자배우의 섹시한 몸매나 멋진 액션은 꿈도 꾸지 마라. 어린이가 주연이니 격투장면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면을 기대하면서 봐선 절대로 감동받을 수도 재미를 느낄 수도 없는 영화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열쇠는 전혀 다른 곳에 있고 일반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른 열쇠로 접근해야지만 제대로 이해되고 감동 먹을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한 편의 거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C. S. 루이스의 귀중하고 주옥같은 사상과 메시지들을 갖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반드시 기독교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무엇인지, 그러한 주제들이 얼마나 난해하고 복잡 미묘한 주제들인지,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나름대로 고민해보고 C. S. 루이스라는 원작가가 그런 주제들에 대해 어떤 이해와 견해를 가지고서 어떤 식으로 표현을 했는지, 그 주제들에 대한 기독교의 해답은 무엇인지, 그 해답들은 정말 맞는지, 진리라고 할 수 있는지,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갖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C. S. 루이스의 기독교 사상에 대한 이해를 발견하면서 공감내지는 감동 혹은 의문을 느끼면서 보아야 하는 영화다.

물론 영화를 본 뒤에 그런 주제에 대해서 고민해도 상관은 없다. 단지 영화를 이해하는 접근 방법이나 태도가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C. S. 루이스의 견해를 찾아내기 위해서 배우들의 대사들에만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물론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듣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백색마녀가 '반인반수' 톰누스에게 '네가 여기 있는 건 바로 저 꼬맹이가 너를 밀고했기 때문이지' 하는 대사에는 악이라는 존재가 어떤 식으로 자기 세력을 확장하는지에 대한 루이스의 견해가 그대로 드러난다. 악은 항상 서로 간에 반목과 증오를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악의 행동 방식에 대한 루이스의 견해를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으면 된다).

▲ 왕이 되고 싶어 백색마녀에게 갔으나 완전히 속고 만 에드먼드. 악은 늘 화려하지만 거짓말을 그 본성으로 한다.
ⓒ 월트디즈니
그리고 피터가 늑대와 싸울 때 오리우스가 도와주려 하자 아슬란이 했던 대사 '무기는 거두어라. 이건 피터의 싸움이다'는 고난과 위기를 통해 인간을 훈련시키는 신의 지혜에 대한 루이스의 이해가 묻어나는 대사다.

하지만 대사 이외에도 기본 설정 자체 그리고 형상화된 추상적 개념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 루이스의 주장과 이해를 들을 수 있다.

아슬란 편의 군대 대장 오리우스(피터와 함께 아슬란의 군대를 이끌었던 반인반수의 장군)을 보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사에 대한 루이스의 이해를 발견할 수 있다. 강함과 용맹함과 충성 그리고 순종의 뜻이 무엇인가를 이미지로 보여주기 위해 탄생된 것처럼 오리우스의 특성은 명확했다.

루이스는 신이 죄에 유혹당하고 어려운 환난 속에서 고통 당하고 있는 인간들을 도와주기 위해 보내시는 천사가 바로 이런 강인하면서도 철저히 정의로운 존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천사의 개념을 형상화한 캐릭터 오리우스. 정말 믿음직스럽다.
ⓒ 월트디즈니
그리고 톰누스가 처음으로 인간을 만났을 때 놀라서 말을 더듬으며 '네가 바로 그 이브의 딸이란 말이니?'라고 묻던 장면, 비버들이 아이 네 명을 만나면서 그 아이들이 바로 아슬란과 함께 얼음의 나라를 해방시킬 위대한 왕이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기독교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며, 현실 속에선 아무 능력도 지혜도 없어 보이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그 연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이 우주 속에서 하나님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경이적인 존재들로 간주되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슬란과 함께 나니아를 해방시키는 주인공으로 <글래디에이터>나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같은 근육질 강한 이미지의 영웅적 남성을 택하지 않고 연약하고 용기 없는, 유치해 보이는 어린이들을 선택한 것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깊은 실존적 회의를 가졌던 루이스의 이해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인간이라도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과 비교해보면 모두 쉽게 유혹 받고 쉽게 겁먹으며 쉽게 악해지는 불안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인간이 그러한 존재인가라는 것은 또 하나의 끝없는 토론의 주제일 수 있겠지만 우린 지금 루이스의 사상을 엿보고 있으므로 그러한 논쟁보다는, 루이스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상가이며 그런 문제에 대해 기독교적 해답이 정답이라고 믿고 왜 기독교가 정답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던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 이 연약한 어린이들이 인간의 실존이라는 견해에 대해 과연 당신은 동의할 수 있는가?
ⓒ 월트디즈니
<나니아 연대기>는 어려운 영화이고 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많은 사전 공부와 고민. 사색을 통해 이 우주와 인생, 그리고 인간과 신, 선과 악, 그리고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그리스도의 행적 및 그의 사상이라는 그 거대한 물음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일수록 느껴지는 것이 많은 영화다.

그런 사전준비 없이- 책은 못 읽더라도 최소한의 태도나 마음가짐의 준비도 없이 - 쉽고 편하게 잠깐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많은 오락 영화로 이 영화를 선택하고 나서 재미없다고 투덜댄다면 그야말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마치 위대한 문호의 심오한 사상서를 읽으면서 브래드 피트나 안젤리나 졸리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와서 엄청난 액션을 보여주는 장면이 없다고 투덜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 영화는 훨씬 더 고차원적인 형이상학적 액션으로 가득 찬 영화다.

▲ 왜곡된 욕망을 가진 인간의 전형 에드먼드. 그러나 신은 이런 인간을 위해 대신 죽음을 당한다.
ⓒ 월트디즈니

한 가지 더 이 영화 속에 담겨있는 소중한 C. S. 루이스의 사상 중 하나는 바로 '신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터키과자를 먹기 위해 형제를 파는 추악한 탐욕을 가진 인간이지만 (그 탐욕에 대해선 톨킨이 절대반지를 통해 잘 표현했다) 그러한 인간을 아슬란은 너무도 사랑했다.

그렇게 인간 하나 하나를 사랑했기에 단 한 명의 인간이라도 백색마녀에게 속아서 평생토록 고통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대신 모욕당하고 대신 치욕스런 죽음을 당하기를 선택했다. 그만큼 한 명 한 명의 인간은 신에게 소중하고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이 C.S. 루이스의 신념이자 기독교의 사상이다.

나니아의 세계는 옷장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세계로 들어갈 때 현실 속의 시계는 멈춰버린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러한 나니아의 세계는 존재할까?

우리가 누군가를 증오하기 시작할 때, 우리가 나만의 욕심과 편안함을 위해 어떤 도덕적인 교훈들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가 자신만큼 잘 난 사람은 없고 나는 당연히 최고이며 다른 모든 사람은 나보다 못하다는 교만과 자만에 빠지는 순간, 일이 잘못된 책임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에게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순간, 나니아의 세계에 사는 백색마녀는 이미 당신을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작업에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과연 이런 나니아의 세계 같은 영적 세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할까라는 고민을 갖고 사색을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나니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고 곧 백색마녀와 아슬란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손호준(heardac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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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1-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
상당히 보편적인 가치, 주제 또는 오락적 요소를 놓고
이것은 '기독교 세계를 이해 못하는 자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건 좀 오바라고 생각되는디..

차라리 '예수믿고 구원받으세요'라고 하는게 글을 간결하고 호소력있게 할 것 같구먼..

마냐 2006-01-1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댓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ㅋㅋㅋ
똑같이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전제로...해리 포터보단 친절하고 재미난 헐리웃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라주미힌 2006-01-1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멋쟁이...
(비숍님 멘트 표절 ㅎㅎㅎ)
 








첫번째 사진은 하모님 어렸을 때 사진의 이미지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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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논문을 자기가 모른다면 그게 자신의 논문일까.

자신의 논문이 조작됐다면 자신이 조작한거지 누구의 짓일까.

줄기세포 있다고 했다가, 원천기술은 있다고 했다가, 모든 것이 조작돘다고 하면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설사 모든 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저런 인간이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양심선언'을 할 수는 있었을까.

자신에게 떨어졌던 이익과 명예만큼의 책임은 져야 하는게 아닐까.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 사람 저 사람 물고 늘어지며 언론 플레이로 시간만 질질 끌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그의 주둥이에 먹히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정말로 흉폭한 입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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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1-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쪼록 죄송할 따름입니다...

라주미힌 2006-01-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마태우스님 왜 그러세욤... 뭔 잘못을 했다고..
 

취기가 묻어나는 표정이 인상적인 여성이 앞에 앉아 있다.

난 책을 펼친다...
책장을 넘기고, 넘기고...

내릴 때가 됐는지 앞에 여성이 후다닥 일어서는 소리가 들린다.

'으허'

고개를 살짝 드니,
소화액과 음식물이 적절히 혼합된 거시기들의 파편이
다소곳하게 누워 있다.
입에서는 뭔가가 길게 늘어지고,
당황해 하는 그녀 후다닥 내린다.

차마 고개를 계속 들 수 없어 책에 열중한다.

전철의 가속도가 증가하고, 줄어들 때마다 내부의 공기는 순환한다...
그래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그 때마다 내 코를 스치고 지나가는 김치찌개류의 향...
나도 울렁인다.
나도 소주찌개 먹었거던... 소주랑...

왼쪽의 아저씨 90도 고개를 획 돌린채 15분을 더 간다...
그래.. 살면서 대면하기 힘든 거시기들을 맞이하는 때가 있지...
마냥 피하고 싶을 때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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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10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면하기 힘든 거시기를 맞아
피하지 않고 앉아계셨다니 존경을....^^

라주미힌 2006-01-10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m 정도 떨어진 안전지대라서... ㅎㅎ
양이 좀 많더라구요.. 책을 읽는데, 뭘 읽고 있는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ㅡ..ㅡ;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