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미 기자 = 대전과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 연쇄 성폭행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 동부경찰서가 110여차례의 연쇄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45)씨를 검거한데 이어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12명의 여성이 한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31일에는 용인과 수원, 성남 일대에서 초등학생 11명과 중학생 1명을 연쇄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이모(38)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 상습성 강한 성폭행 범죄 = 연쇄 성폭행이 일어나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성관념에 사로 잡힌 범인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연쇄 성폭행은 정상적인 성관계로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 저지르기 보다 병리적 문제가 없는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는 "도둑질을 하려다 여주인에게 들켜 입막음을 하려고 성폭행하는 것처럼 한 번 계기가 생기면 범인은 자신감과 함께 요령을 습득해 성폭행을 반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성폭행범은 `강간'이 아니라 `성관계'를 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성폭행을 반복할수록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
이 교수는 "`강간신화'와 같은 잘못된 성적 환상을 가지거나 여성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등 `마초(남성우월주의자) 성향'을 가진 남성이 연쇄 성폭행 사건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회 이상현(동국대 교수) 회장은 "사회가 불안정해 욕구불만인 정신병질환자가 생겨나는 게 큰 문제"라며 "정상적인 성관념이 부재한 상태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자극적이고 왜곡된 성문화를 접하면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성범죄의 처벌이 엄격하지 않고 성폭행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분위기도 범인이 죄의식을 못 느끼고 연쇄적으로 범행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성적 콤플렉스를 가진 범인이 성폭행할 때 일시적으로 그 장애가 해소되는 것을 한 번 느끼면 만성적이고 상습적인 성범죄자가 될 수 있어 연쇄 범행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쉽지않은 범인 검거도 한 몫 = 연쇄 성폭행 사건의 특징은 범행 대상자가 불특정 다수라는 점이다.
범인은 술에 취해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거나 현관문, 창문이 열려있는 집에 침입하는 수법으로 주변 상황에 따라 임의로 범행 대상을 정하기 때문에 원한이나 면식 관계 등 피해자와 연결점을 찾기 어려워 범인이 쉽게 검거되지 않는다.
범인 검거가 지연되면서 성범죄의 특징인 상습성으로 인해 범행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범행지역도 어디든 확대될 수 있어 수사가 장기화되기 일쑤다.
또 범인이 장갑과 모자, 마스크를 착용하면 사건 현장에서 지문을 찾을 수 없고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찍혀도 알아보기 힘든 데다 체모와 정액이 남아도 용의자를 검거할 때까지 유전자를 대조할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피해 여성이 신고를 꺼리는 점도 연쇄 성폭행범이 출몰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실제 성폭행을 당한 피해여성이 신고된 건수의 몇배에 달한다는 게 통념으로 굳어지고 있을 정도다.
최근 성폭행 피해 여성의 수사에는 여성경찰관을 배치하고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참여하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여성의 `정절'을 강요하는 유교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수치심에 괴로워하는 피해 여성이 자발적으로 신고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피해자가 어린이라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조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심각성이 더 하다.
또 범인이 동종전과 없이 일상 생활을 유지해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으면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된다.
◇성범죄 `희화화'도 문제 = 천인공노할 연쇄 성폭행범이 이른바 `대전 발바리', `서울 발바리', `경기 발바리'로 희화화되면서 범죄의 본질과 심각성이 가려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발바리'라는 속칭은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대전동부서가 검거한 연쇄 성폭행범의 치밀하고 날렵한 수법 때문에 붙여진 별명인데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연쇄 성폭행범을 일컫는 일반명사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연쇄 성폭행범을 애완견의 일종으로 이름 붙이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하고 성폭행 피해자에게도 인격적인 굴욕감까지 줘 `제2의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폭행범을 미화, 희화화해 부를 경우 잠재적인 모방범죄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명칭을 사용하고 범인 검거 및 예방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쇄 성폭행을 보도하는 언론도 선정적인 보도를 그만두고 피해여성의 관점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noanoa@yna.co.kr
실제로 중고등학교 때
무용담처럼 떠벌리던 놈도 있긴 했다...
듣거나, 보거나, 직접 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