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복잡하고 난해한 20세기 철학사를 한 권에 요약해 내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 준다. 서구 철학 사조를 한눈에 꿰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프랑스 파리1대학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현상학, 논리실증주의, 실존주의, 비판이론, 해석학, 구조주의, 탈구조주의 등 20세기에 등장한 다양한 사조를 각각의 시대 흐름 속에서 포착해 낸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논리철학논고’를 쓴 비트겐슈타인과 나치당의 일원이었던 하이데거,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철학을 나란히 제창했지만 고대 공화주의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던 한나 아렌트와 레오 스트라우스 등 철학자들의 구체적 삶을 통해 그들의 사유를 육화해 낸다.

자유주의를 수호했던 카를 포퍼와 레몽 아몽, 자유를 자유주의보다 중시했던 사르트르, ‘제3의 길’을 모색했던 마르쿠제,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에 희망을 걸었던 알튀세르, 이 4인의 삶을 대비하면서 냉전시대의 철학과 현실의 관계를 명쾌하게 그려 낸 것도 돋보인다.

하이데거를 보수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사르트르의 진보적 시각을 옹호하는 저자의 주관적 시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각각의 철학사조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대조와 비교를 통해 명징하게 끌어내는 솜씨는 일품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정말?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인권 현실과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10명의 전문가들이 설명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안보 논리, 자본주의 논리, 유교 논리가 지배해 온 우리 사회의 반인권적인 성격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 옹호를 위해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또 해외의 사례를 통해 살핀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차별을 낳는 것은 권력이나 제도임에 주목하면서 인권의 보편성은 사회적 약자에 적용될 때만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성적 소수자 인권의 주요 현안, 장애인 문제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접근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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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손민호]

따지고 보면 비평만큼 고약한 독서도 없다. 읽는 맛이라곤 애당초 접은 학술논문 뺨치는 비평이 있는가 하면 '아는 놈만 읽어라'는 식으로 꼬고 또 꼰 암호와 같은 비평도 있다. 간혹 시처럼 번쩍 뜨이는 구절을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조심해야 한다. 덜컥 반가워하면 "비평을 독후감으로 아느냐"고 되레 성을 낸다.

비평이 대중에게도 허락된 독서인지는 여태 모르겠다. 분명한 건, 하나의 비평가로 말미암아 한 시대가 열린 예가 종종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테면 김현이 있어 한글세대가 있었고 백낙청이 있어 '창비'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하여 비평을 소개하는 건 적이 조심스러운 일인데,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한 명의 평론가를 예서 말한다. 김형중(38). 2000년 등단했고 '변장한 유토피아'(랜덤하우스중앙) 등 평론집 두 권을 냈다. 문단 이력은 짧지만 요즘 문예지깨나 찾아보는 축이라면 예의 익은 이름일 터다. 말하자면 그는, 당대 가장 활발한 평론가다.

소위 '김형중 평론'엔 몇 가지 색깔이 있다. 첫째 문장이 곱다. 독자 입장에서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둘째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객관적 글쓰기를 고집하는 일부 비평가와 그는 한참 다르다. 어릴 적 담을 넘어 옆집 TV 훔쳐본 기억까지 비평에 담고 이 소설은 좋았고 저 소설은 나빴다고 대담하게 선을 긋는다. 다시 독자 입장에서, 그저 고맙다.

무엇보다 그는 젊다. 그는 21세기에 출현한 일군의 신예작가를 가장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평론가다. 남들이 '경박하다''상업적이다' 낯을 가릴 때 "어제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고 가장 먼저 소리친 평론가다. 이 점에 관하여 그는 단호하다. 그렇지 않고선 '이것은 리얼리즘이 아니다'고 선언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선 아직도 한국문학에서 절대권력처럼 작용하는 리얼리즘을 상대로 싸움을 걸 수 없다.

혹자는 그를 보고 큰 틀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수시로 인용하는 아도르노의 한계가 바로 김형중의 한계라고, 다시 말해 수정주의에 그친다는 비난도 있다. 하나 그는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도 한국문단엔 기성체계의 자명성에 결박당한 자 특유의 미소니즘(Misoneism.쇄신공포증)이 존재한다. 대안을 묻는다면 데리다의 명제를 인용하겠다. 앞으로 올 이 세상에 대한 명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그를 '얼리어답터'(Early-adopter)로 오해할까봐 덧붙인다. 그는 전남대 앞 사회과학서점 '청년글방'을 6년 넘게 운영하다 최근 시민단체에 넘겼다. 손해만 2000만 원이 넘는단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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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송찬호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두었다

이것으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대가리 눈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장군의 수염을 그리거나 부유한 앵무새의 혓바닥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으로 공원묘지에 일을 얻어 비명을 읽어주거나, 비로소 가끔씩 때늦은 후회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하여 볕 좋은 어느 가을날 오후 나는 눈썹 까만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해바라기 그 황금 원반에 새겨진 ‘파카’니 ‘크리스탈’이니 하는 빛나는 만년필시대의 이름들을 추억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된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지난날 습작의 삶을 돌이켜본다-만년필은 백지의 벽에 머리를 짓찧는다 만년필은 캄캄한 백지 속으로 들어가 오랜 불면의 밤을 밝힌다.-어떤 수사는 모두 고통스런 지난 일들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혼자 뒹굴어다니는 이 잊혀진 필기구를 보면서 가끔은 이런 상념에 젖기도 하는 것이다-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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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ogobook.net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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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2-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네요. 이거 가져가겠슴다.^^

가넷 2006-02-1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좋네요..^^~
 


"게으른 것들 재미삼아 좀 패줬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047&article_id=0000077594§ion_id=104§ion_id2=232&menu_id=104nbsp;  


 


  
▲ 감시카메라에 잡힌 십대들의 홈리스 구타장면. 이 내용은 지역방송 및 전국으로 방영됐다. 사진은 TV화면 캡처.
 
 
 
십대들에 의해 벌어진 홈리스 구타 살해사건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사이에 마이애미에서 세 명의 십대에 의해 벌어진 홈리스(노숙자) 구타행위가 그대로 방송에 소개되면서 미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이들의 폭력이 미국사회의 홈리스에 대한 편견에선 나온 '증오 범죄'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달 20일부터 시작된 이들에 대한 재판과 함께 경찰의 구체적인 사건발표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이들 십대에게 폭행을 당한 세 명의 홈리스 중 두 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한 명은 사망했다.


홈리스를 향한 야밤 몽둥이세례


경찰이 발표한 사건전모를 시간대 별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홈리스인 레이몬드 페레즈는 지난 1월12일 밤 9시 이후 해변교회의 정원근처에 자리 잡았다. 페레즈는 종교인이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1년 이상 잠자리를 해결했다. 그는 그곳은 자신을 위한 평화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십대들은 정원을 통해 담요를 둘러싼 채 잠들어 있는 페레즈에게 다가갔다. 그들 중 한 사람은 골프채를 들고 있었다. 페레즈는 첫 번째 공격을 받고 깨어나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공격자들은 태연하게 웃으며 무차별 구타를 가했다. 페레즈는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와 포트로더데일 소방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그 시각 공격자들은 새벽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두 번째 희생자인 자크 피에르는 13일 새벽 1시17분경에 십대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애틀랜틱 대학 입구 근처의 한 벤치에서 쉬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그가 공격받는 10초간의 모습은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되었다. 두 명의 십대가 웅크린 한 사람을 향해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계속 구타하는 장면이다. 야구방망이에 맞은 피에르는 빌딩주변을 겨우 걸어 나와 경비원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세 명의 홈리스 중 노리스 게이너는 이날 가장 비참하게 당했다. 새벽 2시 15분경 일단의 청소년들이 에스폴레네이드 공원 옆 정원 울타리를 뛰어 넘었다. 경찰은 게이너가 머리와 몸을 몽둥이로 공격당한 시간이 2시30분경이었다고 말했다. 십대 공격자 중 한 명인 아몬스는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게이너에게 다가가 페인트 총을 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너는 브라워드 종합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아침 8시경 사망했다. 사망한 게이너의 머리는 세 배로 부어 있었고 심하게 얻어맞아 멍투성이였다. 아버지인 새무얼 게이너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


재미삼아 구타? ... 홈리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 구타로 사망한 홈리스 게이너(상). 그는 고교시절 풋볼선수였으며 그림에 소질이 있는 퇴역군인 출신이다. 아래 사진은 재판정에 선 피의자 빌리 아몬스. NBC화면 캡처. 
 
 
경찰의 추정에 따르면, 이들 10대들은 광란의 살인극을 저지르고 난 후 새벽 4시 경 해변 교회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감시카메라에 찍힌 내용이 지방방송을 거쳐 전국적으로 방영되면서 이들의 범죄행각도 드러났다. 당일 저녁 십대 공격자 세 명 중 훅스와 도허티는 포트로더데일로 돌아와 자수했으며 아몬스는 다음 날 마이애미에서 체포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사건 당일 빌리 아몬스(17), 탐 도허티(18), 브라이언 훅스(18) 등 세 명의 십대는 셰비 블레이저를 타고 포트로더데일에 있는 아몬스의 집을 나섰다. 이들 셋은 평소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마리화나를 피우고 자낙스라는 정신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때로 작은 사건도 일으켰는데 그들 중 하나는 무장 강도 혐의로 기소된 적도 있다. 이들 세명은 부모의 이혼, 학대 등 매우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이들의 홈리스 구타행위의 사유는 'fun(재미)' 때문이다. 학교 친구들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평상시 이들은 '재미삼아' 이들을 구타하고 돌아다녔고 이번 범행도 그 연장선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학교 친구였던 한 학생은 지역 신문에 "그들은 늘 홈리스를 어떤 방법으로 괴롭히고 구타했는지 자랑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초동 수사과정에서 주변 탐문수사를 벌인 팜비치 경찰도 이에 대해 같은 증언을 했다. 홈리스 폭력 전문가들은 폭력행위에 가담하는 십대들은 홈리스 구타를 일종의 스포츠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홈리스 구제사업 관계자들은 '홈리스는 게으르고 더럽고 마약에 찌들었다'는 식의 사회적 편견이 이들에 대한 습관적인 폭력행위를 정당화 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홈리스 폭력행위에 관한 보고서들도 미국 내의 홈리스 폭력행위는 주로 일상이 느슨하고 지루한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20세 이하의 백인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마이애미 십대들의 홈리스 폭력사건은 철없는 청소년들이 '재미삼아' 벌인 단순사건을 넘어 미국사회의 홈리스에 대한 오랜 편견에서 비롯된 '증오범죄'(hate crime)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공격당한 홈리스들은 퇴역군인-풋볼선수 출신


   
 
▲ 홈리스를 돕는 단체인 '홈리스 닷 오르그' 홈페이지에 실린 증오범죄 관련 리포트 <미국의 길가에서 행해지는 증오, 폭력, 그리고 죽음 - 2004년 노숙자들을 향한 증오범죄와 폭력에 대한 보고서>. 
 
 
미국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번 사건을 인종 증오범죄로 보고 검찰에 이와 관련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타에 가담한 세 명의 소년들이 모두 백인이고 사망한 게이너는 흑인, 중상을 입은 다른 두 명은 히스패닉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대학 캠퍼스 앞에서 잠을 자다 구타당한 자크 피에르는 58년 전 하이티에서 태어났으며, 1981년 포트로더데일로 이사한 후 집을 구입했다. 1986년 결혼했으나 이혼한 뒤 1994년 재혼했다. 그러나 재혼 뒤 그가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그만두고, 아내가 떠나면서 그의 비극이 시작됐다. 2002년 그의 집은 은행에 저당 잡혔으며, 그는 노숙자 신세가 됐다.


이웃들은 그가 종종 보도에 서서 살던 집을 바라보곤 했다고 말한다. 그는 브라워드 대로에 위치한 도서관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그곳에서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자신을 포트로더데일 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회 건물 옆에서 잠을 자다 봉변을 당한 도미니카 태생의 페레즈(49)는 뉴욕을 거쳐 남부플로리다로 왔다. 그는 노숙자였지만 색깔이 있는 셔츠를 입고 공중화장실에서 콧수염을 말끔하게 다듬기도 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몇몇 공학관련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으며 육군 복무 당시 하와이, 앨라배마, 뉴욕 등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페레즈가 어떻게 노숙자가 되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그는 노숙자가 된 이후에도 자존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포트로더데일비치에서 해가 뜨기 전 매일 샤워를 했다. 그는 스스로를 '평범한 노숙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다 살해당한 노리스 게이너(45)는 샌디에이고에서 해군 장교의 네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풋볼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게이너는 건설기술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그 후 육군에 지원해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에서 근무했다. 그는 애리조나에서 제대한 후 교도소에서 복역하기도 했으나 가족들은 무슨 죄목으로 그가 복역했는지 알지 못한다.


게이너는 조지아에서 지붕기술자, 조경기술자, 예술가 등으로 일하면서 곳곳을 떠돌아 다녔다. 그는 가족들에게 종종 전화해서 잘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노숙자라는 사실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동물이라도 그렇게 팰 수는 없을 것"


   
 
▲ 가까운 곳에 구세군 구호센터가 있어 홈리스들의 왕래가 빈번한 플로리다 올랜도 콜로니얼 드라이브의 한 상점 앞에서 홈리스 남성이 주저앉아 졸린 눈으로 길 건너편을 응시하고 있다.  ⓒ2006 김명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피에르는 지난 1월 25일 퇴원한 뒤 브라워드 카운티의 모처에 머물고 있다. 페레즈도 부상회복을 위해 재활원에 머물고 있다.


게이너의 장례식은 지난 1월 17일 치러졌다. 그날 게이너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30여명의 조문객들은 대부분 생전의 그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게이너의 아버지는 "동물도 야구방망이로 그처럼 팰 수는 없을 것이다"면서 "그런 짓을 한 그들에게서는 인간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2월 초 대배심은 이들 세 명의 십대들이 1급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성인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브라워드 지방검사 마이클 사치는 훅스와 아몬스에게도 사형을 구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늘어나고 있는 노숙자 '증오범죄'   
 
 
 
▲ 홈리스 남성이 플로리다 올랜도 다운타운 인근의 호수가 나무밑에 앉아 졸고 있다. 이곳에서는 날씨가 따듯한 날이면 30~40여명의 홈리스들이 몰려들어 낮잠을 자기도 한다. ⓒ 김명곤  


 
미국에서는 최근 5년간 홈리스(노숙자)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내 홈리스는 70~80만 명 정도다.


'내셔널 홈리스'(nationalhomeless.org)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4년 사이에 홈리스 증오범죄가 5배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미 전역 36개 도시에서 총 105건이 발생해 25명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성인 남자들이었다.


증오범죄의 대부분은 매우 잔인하다. 죽을 때까지 구타하기, 시체 유기, 불에 태우기, 신체적 학대, 강간 등이다.


날씨가 따듯한 애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남부는 홈리스 구타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들이다. 1991년에는 두 명의 17세 소년이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에서 피터 유르크라는 30세 홈리스 남성을 구타한 후 1불44센트를 빼앗아 달아났는데, 그 다음날 유르크는 사망했다. 같은 해 두 소년이 마이애미 델레이 비치 지역의 다리 위에서 홈리스를 구타한 후 강물에 던져 죽였다. 1999년에는 세 명의 십대들이 마이애미 지역의 숲 속에서 57세 홈리스를 구타한 뒤 지붕 공사에 사용하는 콜타르를 온 몸에 뿌리기도 했다.


몇 년 전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에서는 여러 사람이 한 명의 홈리스를 불태워 죽이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2003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한 마을에서 두 명의 남성이 홈리스의 성기에 배터리 용액을 부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같은 해 워싱턴 주 캔트 시에서는 십대들이 44세의 홈리스 여성을 구타해 사망케 했다.


홈리스에 대해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성인 부부, 청소년들을 비롯 경찰, 공원 경비원들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홈리스에 대한 증오범죄는 '마약에 빠져 있고 게으르고 위험하다'는 편견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리스 구타사건의 범인이 잡히는 경우는 드물다. 범인들은 대개가 으슥하고 캄캄한 장소에서 일을 치르고 재빨리 몸을 피해 버린다. 더구나 경찰의 냉대와 보호조치 때문에 대부분의 홈리스들은 공격을 당하고도 신고를 꺼린다. 설사 신고해 붙잡힌다 하더라도 범인들이 감옥생활을 하는 기간은 매우 짧다. 홈리스들은 자구책으로 떼를 지어 다니면서 쉴 곳을 찾고 잠을 자기 전에는 주변 환경을 세심히 살피는 습관이 있다.


홈리스 전국연맹(NCH)의 기록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전국적으로 386건의 홈리스 구타사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156명이 사망했다. 공격의 80%는 백인에 의해 발생했으며 공격자의 대부분은 20세 이하 청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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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김명곤 기자는 재미 언론인으로 이민자들이 타 문화권속의 변두리인이 아닌 창조성 있는 선구자로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6-02-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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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2-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치들은 어떤 생각을 머리속에 담고 다니는 건지.... 보니까 백인이 80%네요... 아직도 우월주의 같은게 있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