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너무 길다...


일단 이 영화가 누구편을 들었느냐에 대한 말들이 많았는데,
'유태인' 스필버그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한 것 같다.
여튼 나도 신경쓰면서 보게 됐다.

스필버그도 그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쓴 티가 난다.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느 누구도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은게 가장 잘 된 부분'이라고...

내가 보기에도 그다지 편파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피의 순환은 끊이지 않을 거라는 메세지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 암살조직을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가니 그들의 목소리가 더 강할 수도 있을테고,
뮌헨 사건 이후를 다룸으로써 '뮌헨 사건'의 주인공들이 '원흉'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전황으로 스필버그의 머릿속에서 편파성을 읽어내려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따른다.

그래도 그의 균형감각은 사실 비겁한 면이 있다.
아무리 뒤엉킨 싸움판이라고 해도
'선빵'을 날린 자가 분명한데,
'쌍방과실'로 처리한다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적인 분쟁을 개인적인 고뇌로 축소시킨 점도 불만 사항이다.
(물론 그게 영화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어김없이 등장하는 헐리웃의 가족주의도 눈에 거슬린다.
가족 가족 가족, 사랑 사랑 사랑... ㅡ..ㅡ;

지겹다.

이 영화의 의미는 그래도 있다.
이스라엘이 저지른 만행의 잔혹함을 헐리웃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 않은가.



저 할머니가 이스라엘의 핵심인물 같은데, (피부 상태나 성격으로 봐서는 샤론 같기도 하다 ㅡ..ㅡ;)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탄생이 가진 의미를 함축한 것 같다.
유난히 여성, 엄마, 아이들이 눈에 띄는 것은 
여성에게는 고향, 조국, 모성, 뭐 그런 이미지들이 담겨 있으니까. 그렇게 사용한 것 같다.

주인공이 아내와 '정사'를 하면서 뮌헨 사건을 상상하는 것을 봐도 
그의 심적갈등은 '귀성본능'과 그것을 지켜내야만 하는 의무와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럴수록 점점 더 위험해지는 '가족', '국가'의 생존조건의 불일치에 있다.

그게 문제다.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하다면 그들의 짓거리에는 반성이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테러는 끊임 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번뇌는 불행한 현실을 통해서 이뤄진다. 행복한 자들에게 고민은 있을 수가 없다.



(이쁘다 므흣..)



"어떤 대가를 치렀고,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르지만...
지구상의 한 곳, 우린 지구상의 한 곳을 얻었어
마침내 말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이름이 되었다. (미국과 함께)

저 스위치에 우리의 평화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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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 같은 당혹감.

지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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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전작들처럼 스릴러가 으스스하다.
그 으스스함은 허구가 아닌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환영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

언제고 만나게 될지 모르는 반갑지 않은 사람들과 상황들.
그것을 대면하는 순간에 가장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 내야만 하는 본연의 모습은 화신에 가깝다.

기억된 폭력성, 폭렬하는 인간의 변화되는 모습에는 인간의 역사도 담겨져 있으니까.



구겨질 수록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그것의 배경이다.
왜 우리는 두려워 해야하는가.
과거를 안다는 것은 현재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을 위한 저항, 저항에 의한 폭력
튀는 것은 피뿐만 아니라, 해체되는 현실이다.



닦아내고 싶은 역사.

그래서 새롭게 써야만 하는 역사.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그 빈자리는 너무나 낯선 곳이다.
묵묵히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가슴에는 이미 새롭게 역사가 쓰여지고 있었다.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는..

 드러나는 '그것'에 있다.  Violence.

비고 모텐슨이 연기 좀 하네...
에드 해리스도 장난 아니게 살벌하고...
마리아 벨로의 올 누드가 또 장난이 아님 ㅡ..ㅡ;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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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학살자’된 ‘정치사형수’ 이철 사장
[기자수첩] 민주화의 투사는 어떻게 철도노동자 학살자로 변신했는가?

이유현

철도공사노조가 민영화 반대와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며 3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3년 일방적 민영화 추진에 반발,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는 엄청난 희생속에 가까스로 민영화를 막아냈지만, 그 흐름을 끝내 막지는 못했다. 이후 철도청은 2005년 민영화 전 단계인 공사로 출범했고, 철도노동자들은 더욱 가혹한 처지에 몰려 다시 파업전선에 나섰다.
 
파업은 ‘밥그릇 투쟁’이 아니다. 머리에 띠두르고 철야농성 하면 월급올라가고 근무여건 좋아진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전설 중의 전설’이 됐다. 파업은 생존권을 위한 최후의 싸움이며, 주동자는 파업했다고 잡혀가고 이제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그야말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그런데도 파업한다. 그럼에도 이런 절박한 사실을 알려야 할 언론은 ‘국민의 발 타령’만 하염없이 늘어놓는다.
 
그보다는 이번 파업에 성실히 응해야 할 철도공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낯익으면서도 낯설게 다가온다.
 
정치사형수에서 철도공사 사장된 이철
 
철도공사 시장 이철이라는 사람은 정치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85년 2.12 총선당시 이철 후보의 선거벽보. 이 한장의 사진으로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 화려한 정치를 시작했다.     ©이철 후보 누리집(leechul.net)
85년 2.12 총선, 광주민주화항쟁을 피로 물들이며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첫 심판인 12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구에 당시 36살로 신민당 후보로 출마한 이철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선거용 벽지에 붙어있는 흑백사진 속에 빛나는 ‘정치사형수 이철’. 이른바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이철이 옥중의 수의(囚衣)를 입고 있는 사진은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성북구민의 심금을 울렸고, 이심전심 속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당시 성북구 길음동 미아리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지나가는 이철 후보 선거운동원들에게 꼭꼭 접은 천원, 오천원짜리를 쥐어줬고, 대학생들은 라면을 꿇여먹으며 자원봉사를 자청, 무명의 이철 후보는 돈도 안들이고(돈도 없지만)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신민당 돌풍으로 끝난 2.12 12대 총선은 그후 개헌, 직선제 투쟁으로 민주화를 이끌며, 87년  군부세력의 항복선언인 6.29를 이끌어내며 정치개혁의 기초를 다졌다. 이 과정에 시민과 노동자 등 전국민의 전폭적인 성원과 지지가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후 이철 의원은 3선으로 승승장구 하지만, 김대중 김영삼 양김정치를 반대하면서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고 낭인생활을 하면서 잠시 정치권에서 사라진다. 그가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편에 있다가 후보단일화 이후 노무현 진영에서,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시에는 잽싸게 노무현 후보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며 노 후보 당선에 일정한 공헌을 통해 정치권에 복귀했다.
 
이후 그는 2004년 4월 이제는 빛바랜 그 흑백사진을 다시 한번 꺼내 한나라당의 아성인 부산 북구로 가서 군부독재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안기부 출신 정형근 의원과 맞붙는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의원을 심판하겠다는 그의 야심도 결국 PK(부산경남) 지역주의에 가로막혔다. 선거 패배후 그는 예의 지역주의를 탓했지만, 지역주의를 탓하기에 앞서 ‘민주화의 투사’ 이미지만 강조한 그의 내용없음은 생각하지 않았다.
 
선거 패배 후 논공행상이랄까? 그는 자신의 이력과 아무 관련없는 철도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내정되고 나서 그가 한 일이라고는 남북철도 복원, 철도로 ‘붉은 악마’ 응원단 수송 등 관료서는 생각지 못할 각종 다양한 이벤트를 벌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당면한 가징 시급한 10조원에 이르는 누적적자 문제, 그리고 뽑을 때는 항공기 스튜어디스처럼 대우하겠다며 ‘철도의 꽃’으로 여성을 성상품화 한 KTX 여승무원들을 편법으로 비정규직화 하면서 기껏 수백 여명의 여승무원 임금을 깍은 것 밖에 없었다.
 
협상이 결렬되고 파업이 시작되자 정치인다운 협상노력은 온데간데 없고, TV 화면에 비춘 그는 과거 ‘민주화 투사’다운 강경한 모습으로 파업참가자들에 대한 직위해제와 검거령을 강조하는데 급급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느 공장 어느 현장에 가더라도 파업이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목숨을 걸고 하는 일에 ‘민주화 투사 경력’으로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이철 사장이 노동자를 탄압하는데 선봉에 서서 무서운 얼굴로 노동자에게 복귀를 명령하고 있다.
 
이철 사장의 얼굴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
 
군부독재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민주화 투사라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동토의 왕국’에 꽃을 피운 정치인이 이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민주화의 적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96년 1월 ‘노동법 날치기’로 김영삼과 신한국당 대표인 이회창은 몰락의 수순으로 돌아섰다. 그 노동법 날치기를 온몸으로 막으면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운운했던 그들이 이제는 앞장서서 노동자를 탄압하며 신자유주의 전도사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이철 사장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공사 사장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맞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태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있는 것이다.
 
민주화의 열망과 성과를 최소한이라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이 이제 동일노동 동일시간 동일임금이 되야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면서 생존권을 깍아먹고 있다.
 
파업 마다 흔히 나오는 시나리오가 있다. ‘서민의 발’이라는 타령부터 시작해 ‘철도공사 직원이면 한달 월급이 얼마냐’는 비교부터 시작해 언론마저 파업을 불법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왜 파업을 하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운행율과 복귀율, 파업 보도마저 경마방송화 되고 있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공공성이 사라지고, 무엇보다 노태우가 시작한 고속철도 적자비용은 언급 안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깍아내리는 것은 아예 언급도 없다.
 
기득권화된 과거 민주화 세력, 한때 군부독재권력의 시녀였던 방송언론, 그리고 한발 물러서 미소짓고 있는 한나라당과 재벌들이 이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제 노동자들의 파업은 더 이상 없다. 싸워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조 간부와 그 가족의  삶을 파괴할 뿐이다.
 
이번 파업도 이미 2천 여명의 희생자들을 예고하고 있고, 현실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850만명이 동일노동을 하면서 동일임금을 못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시키는데는 과거 민주화의 투사였다는 그들이 한나라당 보다 먼저 거들고 나섰다.
 
철도노동자들에게 대학살을 자행하는 이철 사장의 얼굴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는 민주화의 주역을 자처하는 세력 앞에서, 이제 시민과 노동자 농민들은 새로운 각오로 판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2006/03/03 [01:32]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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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하려면 제대로 합시다”

신간의 할인 무제한·마일리지 무제한 허용
도서정가제 변형된 ‘출판인쇄법’ 3년
납품가 옥죄고 책값 거품 커지고
도입취지 무색 유통교란 가속
거대출판사 번성 군소출판사 몰락 ‘양극화’

 

커버스토리

# 장면1

“제발 사흘만, 우리 책을 사흘만 진열해주세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통계를 보면, 2005년 한 해 출간된 신간은 전년인 2004년보다 무려 23% 늘어 모두 4만3585종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출판계에서는 지난해 나온 신간이 6만종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실제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등에 하루 들어오는 신간 권수는 보통 2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간 매대 진열 하루살이 신세


‘책의 부흥’이 도래한 것일까? 정반대다. 출판사들이 신간을 내는 이유는 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케팅 이벤트 등으로 포장하는 신간을 계속 내야만 조금이라도 책이 팔리기 때문에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를 타듯 경영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이렇게 신간을 쏟아내야 하다보니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그래서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복도에 새 책을 진열하는 매대는 매일매일 책이 바뀐다. 소형 출판사 사장들은 “제발 사흘만” 책을 놓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책이 밀려드니 대형서점들은 신간들에게 딱 ‘하루’만 서험기회를 준다. 이 하루 안에 팔리지 않으면 다음날 바로 빠진다. 책이 서점에 하루만 머무니 정작 독자들은 그런 책이 나왔는지 정보조차 얻지 못한다.

# 장면2

ㄱ 출판사 간부 아무개씨는 지난 연말 자신이 펴내려고 검토했던 프랑스의 입시 ‘바칼로레아’ 수험용 교양서가 대형 출판사인 ㄴ출판사에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책값’ 때문이었다. 60~70쪽 안팎인데, 값은 6500원으로 찍혀있었다.

ㄱ출판사에서는 애초 이 책을 한 권으로 펴내내려 했다. 만약 냈다면 중고생용 책인만큼 값은 1만5000원을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ㄴ출판사는 이 책을 10여권의 시리즈로 냈다. 책값은 10여권 합쳐 9만원대가 됐다.

ㄴ사가 이처럼 비싼 값을 단 이유는? 최근 출판사들이 애용하는 ‘홈쇼핑’에 있다고 보는 것이 출판계의 중론이다. 보통 정가보다 50% 정도 깎아파는 홈쇼핑에서 팔 때를 대비해 매긴 정가라는 얘기다. 출간 1년 동안은 인터넷 서점에서 10% 이상을 할인해 팔지 못하지만 1년이 넘으면 역시 30~40% 이상 할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이처럼 가격을 부풀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 장면3

사회과학과 법학 관련 교재 시장의 쌍두마차로 수십년 흑자경영을 이어온 법문사와 박영사는 요즘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아직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번 자리잡으면 가장 안정적인 출판시장이라고 불리는 교재출판계의 최강자인 두 회사마저 적자로 돌아설 처지가 된 것은 요즘 교재시장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중견 교재출판사 대표는 “매출액이 최근 몇년 동안 해마다 10% 정도씩 꾸준히 줄어들어 이제는 2000년 매출의 절반 수준”이라며, “교재는 보통 1500부가 손익분기점인데, 요즘에는 500부 정도 팔리는 책들이 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과 불법복사 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교 앞에 가보면 복사집이 한 대학 앞에 10곳이 넘습니다. 책 한 권 사서 여러명이 돌려 복사하지요, 인터넷으로 리포트 자료 다운받아 내지요, 아무도 책 안삽니다.” 교재업계가 추정하는 ‘판매되는 책’ 대 ‘복사되는 제본책’의 비율은 4 대 6.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 콘텐츠는 복사본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교재 출판사 불법복제 몸살

지금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모두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정상적인 장면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값과 책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27일 도입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이제 꼭 시행 3년을 맞았다. 그러나 애초 도입취지는 무색해지고 업계들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처절해졌다.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풍경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로 불리는 가격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즘 출판계 안팎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 3년 “출판은 돈 놓고 돈 먹기”=3년 전 도입한 이 법안의 뼈대는 3가지다. 첫째는 변형된 도서정가제다. 출간 1년 이내의 ‘신간’의 경우 일반 오프라인서점은 할인을 못하며 온라인 서점만 10%까지 할인판매할 수 있게 했다. 출간 1년을 넘긴 구간들은 마음대로 할인할 수 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각각 불법복사와 ‘사재기’를 막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쟁거리였던 첫번째 책값 할인 문제는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년 전에 시행령을 만들 때 책 구매금액의 일부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의 경우 출판계와 문화부는 구매금액의 2~3%로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 자율에 맡기자로 이 안을 거부하면서 마일리지는 무제한 허용됐고, 결국 우려대로 책의 유통을 교란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인터넷 서점 등은 구매가의 20~30%를 기본으로 적립해준다. 여기에 별도의 할인쿠폰을 준다. 출판사는 경품까지 보태주기도 한다. 정가 8500원, 인터넷 할인가 5950원짜리 책에 한 대형 출판사는 경품으로 시중가 2만2000원대의 화장품을 끼워주고 있다.

그 결과 출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몇몇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를 과점하게 됐다. 동시에 책값은 마케팅 비용과 할인예상 비용을 포함하다보니 엄청나게 올라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단행본 1권의 값은 샐러리맨들의 점심값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심값과 책값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다수 출판사들도 손해-양극화만 심해져=이처럼 비정상적인 책값 구조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동시에 한 권이라도 더 팔자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출판사들도 건지는 것은 없는 형편이다. 날이 갈수록 동네 작은 서점들이 줄어들면서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점점 더 휘둘리게 된다.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빼앗기고 ‘납품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납품가를 요구받다보니 책값은 올라갔어도 출판사도 남기는 게 없는 셈이다. 지난 2003년께만해도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에 넘기는 책 값은 정가의 60%에 육박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4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가 군소출판사들에게는 ‘심판의 해’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수만곳에 이르는 국내 출판사 가운데 20~30%가 올해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거대출판사들은 해마다 매출액 기록을 깨면서 성장하고 있다. 자본을 이용한 마케팅에서 애초부터 군소 출판사들이 상대가 되지 않게 된 덕분이다. 99년 단행본출판사가 처음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래 4년만인 2004년 처음으로 최대 단행본 출판사 매출액이 300억을 넘었고, 지난해는 400억원대로 매출액이 뛰어올랐다.

“비현실적 할인 줄여 책값 현실화”

“도서정가제, 제대로 하자” 출판계 법개정 나서=출판 및 인쇄진흥법은 이처럼 책값을 안정시키고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로 도출된 것이었지만 그 3년의 결과는 더욱 악화된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출판계는 다음달 말께로 예상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정가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출협은 도서정가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할인과 경품 혜택이 두가지를 합쳐도 책 값의 5%를 넘지 않게 하는 방안과 △할인 5%와 마일리지 5%를 합쳐 모두 10%까지 할인하게 하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할인폭을 줄이면 현재 부풀려진 책값이 현실화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아직 일반 서점업계와 온라인 서점업계와 조율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제2의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소속 출판사 270여곳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여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많았지만 정작 공동으로 의견을 낸 적은 없었다. 출판인회의 유재건 유통위원장은 “1차 조사로 의견을 모아 공청회를 열고 다시 공청회 결과를 더해 3월 중순까지 출판계의 공식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불법복사’를 근절하려는 출판계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출협 강희일 정가제대책위원장(다산출판사 대표)는 “현 저작권법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고해야만 하는 친고죄로 분류된 불법복사를 비친고죄로 바꿔 상업적, 반복적 복사의 경우 출판사와 서점도 불법복제로 고발할 수 있게 하는 안이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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