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도승근  (2006-03-22 01:41:03, Hit : 233, 추천 : 17)
제목  
   사라져야 할 또 하나의 언론 SBS
작년 언론노조 신학림위원장과 만났을 때 그는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언론으로 주저없이 조중동과 SBS를 꼽았었다.

언론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믿을만한 언론사가 거의 전무한 현실에서, 극우언론과 그것이 민족보수이든 자유주의 보수이든 보수언론이 장악한 딱 우리 정치수준에 걸맞는 구조 속에서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조건으로 판단한 듯 하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조중동이야 그렇다치더라도 SBS가 그렇게 해악적인 존재인가? 라고 갸우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신위원장이 근거로 제시한 내용은 단순히 지배주주인 태영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지향하고 있는 방송의 내용들이었다.

어차피 연예오락전문방송을 지향하는 SBS가 지닌 민영방송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시청자의 수준과 취사선택에 맡겨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가능할 수 있겠다.

그러나 철저히 수익구조에 매몰되는 민영방송은 이미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인식수준을 이용하여 자본의 집요한 수익구조 창출에 이용되는 시청자의 마비된 이성을 더욱 자유주의 기제로 묶어 둘 수단만을 강구할 뿐이다.

오늘자 나이트라인 논평은 SBS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아주 적나라한 어조로 확인해주고 있다.

프랑스의 소요사태를 보며 '철밥통노조'와 '노동유연성이 없는 사회에서의 당연한 경제침체'  '이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고민'등  그들다운 분석을 내어놓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도 슬쩍 언급하면서 결국 노조에 의한 노동유연성의 부족이 한계에 도달한 사회의 반면교사임을 강변한다.

논평을 담담한 어조로 전하는 '그'와 '그가 속한 방송'의 정체성의 판단은 사회구성원이 지닌 각각의 가치따위는 무시되어도 좋은 조건일 것이고 노동유연성은 더욱 강화되어 기업의 권력이 무소불위가 되어야 시혜 베풀듯 소모품인 노동자의 일자리도 많이 창출될 수 있다는 논리로 무장되어 있다.

그들이 설마 프랑스사회뿐 아니라 북유럽 대부분의 사회가 지닌 민주적 사회주의에 기반한 노동의 가치와 사회구성원 각각에 대한 권리보장의 조건들에 대해 모르지는 않을 것이며 사회내부의 이견과 충돌을 어떻게 소통시키고 극복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착취해야 내 몫이 커지는 신자유주의의 속성을 교묘하게 포장하여 어리석은 대중들을 마취상태로 몰아 넣고 저항하는 세력들에 대한 거칠고 반국익적인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 냄으로써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피지배계급의 내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라져야 할 언론의 범주에 SBS를 포함시킨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시는가!  



오늘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노조의 한 노동자가 15미터 다리위의 구조물에 올라가 현수막을 걸고 절규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450여일이 되도록 '불법파견이라는 부당한 노동탄압행위'가 있었음이 노동부에 의해 확인된 거대자본은 '배째라!'며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자본은 1년여동안 매월 100억원가량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를 묵살하고 탄압하는데 사용해 왔음이 드러나고 있다.  

어림잡아 1년여동안 수백명의 용역깡패들에게 지불하고 폐쇄와 감시장치를 설치하고 이리저리 언론을 회유하는데 들어간 비용만 대략 천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상상이 가는가!

그 돈이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원 전부를 복직시켜 33년동안 지불할 수 있는 임금총액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결국 아무리 많은 손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조직화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꼴은 못본다는게 한국사회의 자본들의 보편화된 인식수준이다.

정부는 방조하고 기업은 짜낼 수 있을때까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비틀어 짜내어 양극화의 꼭대기에 오래도록 버티고 설 수 있는 구조를 공고히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임에도 '즐거움'을 주는우리 민영방송에서는 거침없이 '노동유연성이 부족한 사회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깨달음이 부족한 시청자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교훈을 주고 계신다.

열명 중 여섯이 비정규직인 사회에서..., 1년이면 3천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나가는 야만의 세상에 대고 노동유연성을 말하는 그 뻔뻔함이 부럽다.

아니 어쩌면 '제대로' 분노할 줄도 모르고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의식마저 제거되어 버린 '비아냥'과 '단순함'으로 무장한 청년들과 이미 자아상실의 뿌리깊은 노예근성이 몸에 배어버린 '늙은이'들이 과반을 넘어선 이 사회의 평균 수준에 아주 적절히 부합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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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동안 칼럼을 연재하고 세상을 떠난 <조선일보> 전 논술고문의 서재
1만권이 넘는 책들과 엄청난 메모들이 행복한 글쟁이의 인생을 증명한다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24년 동안 8391일에 걸쳐 6702회까지 이어진 초유의 신문 고정 칼럼(‘이규태 코너’), 스스로 주도한 대형 신문 시리즈물 37개, 120여 권에 이르는 저서….

지난 2월25일 별세한 이규태 <조선일보> 전 논술고문이 평생에 이룩한 기록은 한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은 저널리스트들이 꾸준히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와 경험이 일천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원천과 생명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이 전 고문의 자택 지하실 서재를 물리적 원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이 전 고문의 자택 지하 서재 모습. ‘이규태 코너’의 아이디어와 글 재료가 이곳에서 나왔다.

그 서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전 고문의 장남인 이사부(41·<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부 부장대우)씨는 <한겨레21>의 취재 요청에 흔쾌히 동의하고 서재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 전 고문을 모시고 살아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이 전 고문의 자택에 들른 것은 3월8일 오후 2시였다.

사람 얼굴을 다룬 책만도 30권

20~25평 정도 돼 보이는 지하실 서재는 책과 각종 스크랩, 서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니 도서관’이라는 말이 적당할 듯했다. “책이 정확하게 몇 권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만2천~1만3천권 정도 될 것 같다”며 “원하는 자료를 모으는 기쁨과 행복으로 한평생을 산 분이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셨다”고 말했다. 이 공간을 마련한 때는 10년 전이었다.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온 집안의 벽이 책으로 가득 찼죠. 10년 전 이사를 하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하시는 게 이 공간이더라고요. 이런 곳을 마련할 만한 경제적인 여유는 없었지만 무리를 해서 이사한 겁니다.”

이 전 고문은 평생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너무 많이 사다 보니 대형 서점들에서는 아예 일본 책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책 제목과 간략한 내용이 담긴 리스트를 부친께 먼저 보내줄 정도였다”며 “새로운 전집류가 집에 들어올 때면 ‘우리나라에 한 질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흐뭇해하시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 그는 <조선일보> 입사 뒤 45년 동안 근속하면서 글을 썼고 퇴직 뒤에도 2년 동안 계속 글을 써왔다.

책들은 대부분 한글과 일본어, 그리고 한자로 된 것들이었다. 영어책은 거의 없었다. 전집류는 한쪽 벽에 몰아서 정리됐다. 국사책에서 제목만 외웠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연려실기술> <성호야설> <조선왕조실록> <대동야승> <불교대장경>…. 최근에 발간된 것보다는 1960~80년대에 나온 것들이 많았다.

전집류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주제에 맞게 분류됐다. 도서관처럼 고유번호를 붙여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분류법이 있는 듯했다. 설화와 신화, 시조·한시 등 한국문학, 삼국시대, 한국전쟁, 한국의 건축, 한국의 음식, 한국의 의류문화, 인간관계 등 주제에 따라 책들이 따로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한 방대한 주제의 자료들이었다. 그에게 ‘한국학’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를 알 만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에 관한 연구를 다룬 책들만 해도 족히 30권은 돼 보였다. 어떤 책들에는 책 겉표지에 색깔이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책갈피에 메모지가 붙어 있는 책도 있었다. 책을 사지 못한 경우에는 책 전체를 복사해놓기도 했다.

이 전 고문이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보였다는 점은 나름대로 만든 색인 목록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색인 분류 도구를 서재 한쪽에 마련한 그는 ‘창기’(娼妓), ‘향약’ ‘기후’ 등 각각의 주제별로 이용할 수 있는 자료의 내역을 정리해놨다. 예를 들어 기후나 풍속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서는 고려사 공민왕편 몇 년에 해당하는 곳에 해당 자료가 있다는 식으로 돼 있다.

둘째형 월북으로 마음 고생

이 전 고문은 ‘자료수집광’인 동시에 ‘메모광’이었다. 서재 한쪽엔 수십 권의 노트와 스크랩들이 모여 있었다. 신문기사들을 모아 오려붙인 기사 스크랩과 직접 손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메모한 것들이었다. 아들 이씨는 “부친께서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나오면 항상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못 버리는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없는 재료들로 글을 쓸 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듯했다. 미처 쓰지 못한 새 대학노트들도 스무 권이 넘어 보였다.

이 전 고문은 인터넷과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수리 타법’으로 기사를 쓰고 그것을 이메일로 보내는 정도까지만 컴퓨터를 활용했다. 모으고,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모든 행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문구점을 사랑했다. “새로운 파일이 나오면 꼭 사야 하고 노트도 항상 새것이 몇 개 이상씩은 있어야 했다”는 게 아들 이씨의 말이다. 이 전 고문은 마지막 칼럼(2월23일치)에서 자신을 “어린 시절 종이를 처음 보고는 너무 신기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소년”이라고 일컬었다.

물론 그의 칼럼이 항상 호평만을 들은 건 아니다. 9·11 사태 이후 아랍인들의 특징에 대해 “극단을 오가는 기후 틀에 마음도 틀이 박혀 매사에 극단적”이며 “복수에 민감하고 호전적”이라고 썼다가 “환경결정론이며 인종주의적 편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1994년 10월에는 하루치 칼럼의 상당 부분이 일본 <아사히신문>의 논설위원이 쓴 글과 겹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들이 끊임없이 시민사회와 충돌했던 것에 견줘보면 199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만 간 반조선일보 기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가 비교적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내용의 글로 일관했던 배경에 대해 아들 이씨는 “부친께서 들려준 말씀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전쟁 당시였는데 둘째 큰아버지가 좌익 고위 간부였다가 월북했다는 사실 때문에 당신을 포함한 가족과 친척이 연좌제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당신도 잘못하면 돌아가실 뻔한 위기까지 갔는데 당시 경찰서장이 봐줘서 살아났다는군요. 신문사에 입사한 이후로도 조카들이 취직할 때 보증까지 서야 했다고 하셨죠.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도 ‘데모하는 것은 좋은데 연좌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충고하셨습니다.”

숨이 멎기 3일전까지 칼럼 써

서재의 책들은 3월 말께 연세대 도서관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수십 년간 때를 묻힌 책들에 대해서 이 전 고문은 “그렇지만 나만큼 책을 정독하거나 완독하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시치미를 뗐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췌해서 봐야 하는 기자들의 노동 방식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은 셈이다. 아들 이씨는 “장례식장에서 한 스님이 이규택 코너 24년치를 모두 복사해서 보관해오던 것을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부친께서 행복한 삶을 사셨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고문이 쓴 모든 글을 한데 묶어 ‘이규태 전집’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전 고문은 숨이 멎기 3일 전까지 칼럼을 썼다. 폐암 말기 증상 때문에 마지막 몇 회는 기력이 달려 구술했다. ‘독자와 세상에 대한 유언’이나 다름없는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글로 먹고사는 놈에게 항상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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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분이어요. 저 서재에서 아직도 열심히 글을 쓰실 것만 같은데...

라주미힌 2006-03-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대단..
서재도 멋있어요.

비연 2006-03-2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멋지군요...
 

지하철 승강장에서...

 

A: 언니... 복싱 계속 할거에요?

B: 어.. 4년 군대 다녀와서... 
     샌드백 칠 때 스트레스가 쫙 플려...

A: 언니... 멋지다. 목표없이 사는거 정말 싫어.


이하 기억이 안남...

 

 

쉽지 않은 길목에 놓인 나의 삶에 
나는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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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싱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 책.. 논술 참고용으로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

 

알라딘 포장이 바뀌었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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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3-2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상자에 담겨왔는데...전엔 그런 거 없었는데 싸인도 받아가던데요? 귀찮음.ㅜ.ㅜ

라주미힌 2006-03-2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도 상자에 담아서 보내줘요? 비닐봉다리라서 그런지 더 신경쓰시더라구욤.. 흠집이 전혀 없음.

승주나무 2006-03-2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내는 쪽에서도 '변화'가 많더군요. 실시간으로 비주얼하게 안내해주더라구요^^
암튼 알라딘에서 요즘 노력하고 있는 것 같네요. 책만 지저분하지 않게 가면 좋으련면..
즐독하시구용^^
 
 전출처 : balmas >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허구다”

 

 

여성정치네트워크 <저출산 위기 다시 보기> 보고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허구다”

“과거 출산억제정책과 최근 출산장려대책 닮은꼴”

 
지금 우리사회는 합계출산율 1.16명(2004)이다 하면서 ‘저출산’이라고 호들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혹자들은 “온 사회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 노이로제’에 걸렸다”고도 한다. 때문에 정부는 각종 기구를 만들고 저출산 대책을 쏟아놓고 있다. 대체로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의 호들갑을 보고 있자니 과거의 출산억제정책과 ‘닮은 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비껴갈 수가 없다. 국가의 번영을 위해 ‘국가에 의한 인구통제’를 해온 것이나 지금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정책’이나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저출산은 정말 문제일까? 출산의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일까?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지난해 정당·국회·노동·학계 등 7명의 인사들로 ‘여성정치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다양한 여성정책을 논의해 오던 중 주요 이슈였던 저출산 대책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저출산과 가족위기의 담론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진보적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이 논의들이 모여 <저출산 위기 다시 보기>란 한 권의 보고서로 발간됐다.<사진>

“여성은 임신·출산의 자기 결정권이 없다”


이 보고서는 ‘임신·출산에 관한 여성의 재생산권’과 ‘성평등한 노동권 토대 형성’ 두 가지 주제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 논의들을 정리해서 ‘임신·출산, 여성의 의무에서 권리로’를 쓴 김원정 민주노동당 여성정책연구원은 “방향 전환을 시작하는 인구정책,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여성인권, 즉 여성이 한 명의 인간 주체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재생산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목표로 모든 분야의 정책들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정 연구원이 가지는 문제의식은 과거의 인구억제정책이나 최근의 출산장려정책이나 적절한 노동력과 생산성의 문제, 경제발전과 민족국가의 장래 등의 맥락에서 주요 논리는 닮아 있다는 것이다. 국가주도의 가족계획이 시작된 이래 주요정책대상은 여성이었으나 그런 여성은 ‘자기 결정권’이 없었다. 즉 임신과 출산의 선책을 자신의 권리로 향유하지 못하고 대를 잇기 위해 출산과 낙태(임신중지)를 반복하고 임신한 비혼 여성은 낙태를 강요당해 왔으며, 장애여성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보장받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원정 연구원은 ‘여성의 재생산권’ 확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생산권이란 ‘모든 사람들이 만족스럽고 건강한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자녀를 출산할 능력과 자녀를 가질지 여부, 언제, 몇명이나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임신·출산 등 ‘여성의 재생산권’ 확장돼야”

김 연구원은 “여성의 재생산을 둘러싼 사회·경제·정치적 불평등 개선은 ‘모성보호’ 또는 ‘모자보건’이라는 협소한 틀로 이해되거나 아직까지 충분히 의제화 되지 못했다”며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던 이유는 최근 우리사회 저출산 위기 해법 찾기가 여성의 권리를 확장시키기 위한 목적의식을 결여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이 제시하는 재생산권에 기초한 주요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우선 평등한 성생활의 권리와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하며 임신·출산·낙태에 대한 자기 결정·통제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여성과 커플에게 임신·출산의 시기, 자녀수를 강요하거나 임신·출산·피임·낙태의 선택을 제한해서는 안 되며 특정한 집단·계층의 특정한 선택이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것. 여기에는 남아선호사상 등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소하고 혼인 여부에 따라 임신·출산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양육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 평등하고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신·출산 과정의 건강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출산 과정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고 여성의 경험과 요구를 우선적으로 재조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정 연구원은 “그동안 인구 축소가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 공공예산 지출에 미칠 영향,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쏠려 있었다”며 “그러나 재생산권의 문제의식을 기초로 삼는다면 ‘저출산 대책’은 근본적인 의제설정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밝혔다. 그것은 임신·출산, 피임, 낙태 등에서 여성을 1차적 결정권자로 하며 그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 매일노동뉴스

노동시장과 가정 내 성차별 구조


저출산 대책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성평등 한 노동시장이 조성되지 않는 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정치네트워크의 논의를 정리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안현미씨(박사 수료)는 성평등한 노동시장 토대 마련을 위한 ‘성평등한 노동시간 분배와 임금격차 축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현미씨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이전과 진입 이후 그리고 경제활동을 종결한 이후까지 여성의 불평등과 출산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여성의 재생산권과 노동권 확립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여성은 노동시장 내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불평등한 성차별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노동시장 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서구에 비해 여전히 M자형을 유지하고 있고 여성노동자의 70%는 비정규직이다. 여성의 비정규직화는 불안정 노동뿐만 아니라 저임의 여성화와도 연결된다. 여성의 저임금 비율은 남성의 4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가족내에서도 여성은 불평등한 성별분업에 시달리고 있다. 안현미씨는 “성평등적 보살핌노동의 사회화와 가정내 불평등한 성별분업 구조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2004년 한국여성개발원 ‘전국가족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의 가사와 양육의 편중은 심각하다.<표1 참조>

한국 부부의 가사와 양육의 시간분배율
  가사노동 자녀돌봄
아내 남편 아내 남편 부부공동
취업 93.1% 3.1% 73.9% 3.7% 23.1%
비취업 98.0% 0.9% 82.1% 1.3% 16.5%
자료 : 한국여성개발원, ‘전국가족조사’ 결과보고서 자료, 2004

또한 직장 내에서 노동하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차별대우는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평등의 전화> 상담통계(2002~2005)를 보면 고용상의 차별 신고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임신출산 불이익 및 해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표2 참조>

성차별 상담내용 (단위 : 건, %)
성차별 합계
모집채용 임금 교육배치승진 퇴직정년해고 임신출산불이익 임신출산해고 기타
3 (1.6) 10 (5.5) 25 (13.7) 22 (12.0) 39 (21.3) 68 (37.2) 16 (8.7) 183 (100.0)
자료 : <평등의 전화> 상담내용, 2002~2005

“노동시간 성평등 분배와 임금격차 축소가 핵심”

때문에 성평등한 노동시장과 가정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안현미씨는 성평등한 노동시간 분배와 임금격차 축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현미씨는 “여성은 엄마, 며느리, 아내라는 역할을 위한 노동시간 분배는 ‘일’ 시간과 연장선상에서 중요한 시간할당의 요소가 되지만, 남성은 동일 노동시간과 동일 역할이 있음에도 가사와 양육 등의 보살핌노동 시간 분배는 부차적인 것으로 기획된다”며 “남녀간 불평등한 노동시간 분배는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노동에 전념할 수 없거나 포기하도록 억압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불평등한 노동시간 배분이 이뤄지는 데는 주소득부양자 중심의 경제구조, 가부장적 기업문화, 법적노동시간의 낮은 규제 등이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안현미씨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의 참여를 통한 남성중심적 기업문화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자체를 어렵게 하며 가정 내 불평등(가사노동, 육아 등)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금격차의 축소의 의미도 강조했다. 안현미씨는 “육아휴직의 경우 남녀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여성 10%, 남성 1.5%에 불과한데 이는 여성이 대부분 낮은 소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여성이 전담하게 되는 것”이라며 “노동시장과 가사노동의 불평등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을 가질 수 있는 임금수준과 성별임금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현미씨는 “‘저출산은 위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며 “저출산이 발생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차별이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때문에 그는 “최근 여성의 출산장려정책은 국가의 경제악화를 막는 또는 회생시키는 핵심적 주체로서 여성의 성적 권리를 ‘주체적 종속화’ 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며 “여성의 성에 대한 주체적 권리로서 재생산성과 노동권을 바탕으로 한 정치권, 사회권까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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