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갔다가

이제서야 나에게

돌아왔느냐
2)

너무나 고된

너의 삶의 무게를

어찌할까나,

저 푸른초원

너에게 주고싶다,

사랑한단다,

너에게주고

싶은 선물이란다

맛있게 먹어,,,,

 

이렇게 하면 되나요?

음,,

잘 몰라서

한번해보았는데 잘한건지 모르겠네요,,후후

두번째 사진은 정말 찡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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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1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하셨습니다 ^^
류에게 말하는 글 같네요 ㅎㅎㅎ

물만두 2006-04-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울보 2006-04-1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슬비님 그렇지요,,,,
만두님 잘한것이라 칭찬해주셔셔 감사합니다,
라주미힌님 고맙습니다,,

하늘바람 2006-04-19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장미를

조선인 2006-04-1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우스 2006-04-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락이 정말 탐스럽군요^^ 추천합니다

울보 2006-04-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감사합니다,
조선인님 땡큐,
마태우스님 고마워요,

날개 2006-04-1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다운 하이쿠를....^^
@-&-- @-&--

해적오리 2006-04-1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
마지막 사진 보니 배고프넹.

울보 2006-04-2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날개님 감삽니다,
해적님 땡큐,
 

조향사는 이공계의 예술가

“요즘 10, 20대들은 ‘충치예방’보다 ‘키스할 때 입에서 아이스크림 냄새가 난다’는 말에 더 끌린다고 하네요.” LG생활건강 김후덕 과장은 향을 만드는 ‘향 디자이너’ 조향사다. 지난해 김 과장은 ‘아이스크림 향이 나는 치약을 개발하기 위해’ 하루에 20∼30번씩 양치질을 해댔다. 수십 개의 향료를 조합해 보고 그것도 모자라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가서 별의별 아이스크림을 다 맛봤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치약이 ‘럭키스타’다. 체리주빌레, 바닐라브리즈 등 아이스크림 맛을 내는 치약을 5종류나 만들었다. LG생활건강연구소 김병현 부문장은 “품질이 엇비슷해지면서 미각 후각을 자극하는 향이 제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향으로 설득한다(?)’

방향제로 많이 쓰이는 알로에 향은 진짜 알로에에서 나는 냄새일까?

그렇지 않다. 알로에 향은 조향사들이 ‘알로에는 이런 것이다’고 상상해서 만든 냄새라고 한다. 한 생활용품 업체가 청포도에 풀 냄새를 섞어 만든 것이 알로에 향이 됐다는 것.

죽염치약 향도 마찬가지.

“소비자들이 ‘이건 정말 죽염 같다’고 느낄 수 있는 향과 맛을 상상해 만든 겁니다. 제품 이미지를 냄새로 각인시키는 거죠.”(LG생활건강 김 과장)

조향사들은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향 하나가 백 마디 미사여구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는 광고 문안처럼 한번 기억한 냄새는 잘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장품 생활용품 업체들이 ‘냄새’에 매달리는 이유다. 기능 싸움에 한계를 느낀 업체들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향에 주목하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월 업계 처음으로 향 전문연구소 ‘센 베리 퍼퓸하우스’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7000여 개의 향이 저장돼 있다.

태평양은 프랑스 미국 등 향료 선진국 전문 업체들과 손잡고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향을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태평양 서형제 향료연구팀장은 “한방화장품 설화수에는 한약 향, 헤라화장품에는 그리스 여신 느낌의 이국적인 꽃향기 등 브랜드별로 다른 향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향에도 유행이 있다고 한다. 향의 유행은 세계 패션을 주도하는 명품(名品) 업체들이 향수를 통해 이끌고 있다.

요즘은 ‘펀(fun)’ 트렌드에 맞게 톡톡 튀고 새콤달콤한 향이 인기라고 한다. 이 때문에 비누에서 치약, 립스틱까지 멜론, 파인애플, 구아바 같은 열대과일 향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조향사는 이공계의 예술가

“어릴 때 심한 감기로 누워 있어도 옆집에서 음식 냄새가 나면 음식 이름을 읊어대곤 했어요.”(애경 조향사 이성숙 대리)

조향사들은 타고난 ‘개 코’를 자랑한다. 냄새 한번 맡고 무슨 향인지 단번에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수천 가지 냄새를 구별할 줄 알아야 향의 조합을 통해 환상적인 향을 찾아낼 수 있다.

조향사들은 화학 지식보다 이미지를 향으로 그려낼 줄 아는 창의성이 더 중요해 ‘이공계의 예술가’로 불린다.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처럼 냄새로 향을 만드는 조향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불멸의 히트 향수 ‘샤넬 넘버5’를 만든 조향사 어네스트 보 씨는 향 세계의 ‘모차르트’다.

LG생활건강연구소 김 부문장은 “해외 스타 조향사들의 몸값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며 “새로운 향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세계 곳곳에서 쇄도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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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여는 문장들

"태초에 동쪽도 서쪽도, 위도 아래도 없었다. ....중략...
지각의 표층에 담겨 나온 맛있는 음식 한 조각이 있었다. 그리고 분열이 있었고 융합이 있었다. 모든 것이 유동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남자와 여자는 하나가 되었다.
절벽에 부딪히는 폭포 같이, 또는 마그마 위의 맨틀 같이 사나운 이 짝짓기는 깊었고, 거칠었다. 쑤셔넣기가 계속되는 동안 용암은 멀리, 그리고 넗게 퍼졌다. 바위 하나가 맨땅을 드러내고 있던 대지에 박혔다. 그는 소음을 내며 그녀에게 자신의 몸을 박고, 그녀의 틈을 뚫으며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있게 될 구멍을 짓이겼다... 후략...

p21

  인간은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똥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다. 최초의 피조물들이 기기 시작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들은 자신의 똥과 아이들로부터 멀어져야 했다.
  사람들은 그곳에 먹을 것과 똥을 눌 장소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카페에 간다. 화장실이 없는 카페는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p48

젠의 음부는 그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건과 예측할 수 없는 감각이 느껴지는 장소이다. 그것은 오래도록 경작되지 않은 채로남아 있었으며, 남용했을 때에는 쇠약해지기도 했었다. 그것은 가려웠던 적도 있고, 빈둥거렸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분만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사랑한다! 그녀는 그것의 조용한 완고함에 매혹되었다. 그녀의 음부는 한결같다. 그녀가 걸을 때 먼저 두 발을 내디디면 그것은 배의 군살 밑에서 밖을 내다보는 제3의 발처럼 바로 그녀를 뒤따라온다.
보다 나은 세상에서라면 음부가 길을 안내할 것이다.

 

 

뭔 소린지는 잘 모르겠는데,  독특해..
저 여자에 필적하는 엽기적인 남자 의사와의 로맨스라...
세상에...
몸에 대한 질퍽거리는 수다... 아포리즘... 농담과 진실...

계속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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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남자의 거짓말, 남자는 모른다

남자의 거짓말, 남자는 모른다
[한겨레21 2006-04-11 09:00]    

[한겨레] 여성학자 정희진과 함께한 ‘남자의 거짓말’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는 이중메시지와 언어 패권주의

▣ 김종옥 7·8기 독자편집위원

정희진씨는 일정한 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다. 공격적인 여성학자(그는 자신이 절대로 공격적이지 않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을뿐더러, 실제로는 비굴한데다 질척대며 산다고 강조한다)로 소문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팬의 말대로 그의 ‘쉴 새 없이 쏘아대는 광범위한 대사가 중독성을 갖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가 남성 중심의 사회를 살천스레 말공격하는 투사일지 모른다는 선입견을 가졌다. 칠판을 앞에 놓고 무대를 오락가락 누비며 강의하는 그는 “강의로 생계부양을 해대느라 어느 틈에 칠판이 내 몸의 연장이 됐다”거나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은 그저 점잖아주기만 해도 페미니스트”라는 특유의 표현처럼, 너글너글하면서도 톡톡 쏘는 말솜씨를 가진 재담꾼 같았다. 3월28일 여섯번째 특강이 시작됐다.

백인, 레즈비언, ‘나’의 여성학은 제각각

그는 본인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소개해달라고 주문했다. 사회자 오지혜씨는 강연장에 오기 전 둘 사이에 가정 내에서 어떻게 양성평등을 이끌어냈는지(오지혜)와 실패했는지(정희진)에 대해 치열한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희진씨는 오지혜씨가 투쟁해서 얻어낸 성취에 대해 부러움과 자괴감이 어우러진 찬사를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지혜: 여성학이란 무엇에 관한 학문인가?

정희진: 기존의 인식 체계는 남성의 위치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남성의 삶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 기존 모든 학문의 언어다. 여성학은 여성의 삶에 기반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서구 백인 여성에게는 그들의 여성학이 있고, 제3세계 여성, 흑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 여성에게는 또 다른 여성학이 있겠다. 나는 나 자신의 사회적 기반에서 보는 여성학이 그 내용이 된다.

오지혜: 자생적 페미니스트와 제도 안 여성학자가 다른 점이 있다면?

정희진: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지식은 권력이 아닐까.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삶의 현장이 고통이고 인내다. 모든 앎은 해방이라는 의미에서(무지 때문에 고통스럽고, 고통을 사회화할 수 없을 때 더 고통스럽다), 여성학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주류적 시각을 갖는 것이고, 거기에는 치유와 쾌락이 따른다. 여성학자가 현실을 변화시키려고도 하겠지만, 다른 학문에 여성학의 시각이 들어갈 때 학문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그는 ‘말’의 정치학을 논하며 언어의 권력 관계를 파헤치는 것에서 주제 강연을 시작했다.

말을 ‘거짓말’과 ‘참말’로 나누려고 하지 말자. 둘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맥락적, 유동적, 경합적이다. 모든 언어는 정본이나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번역’이다. 여성학은 ‘기존 경계의 언어’를 넘어서는 다른 언어와 그에 따르는 인식 체계를 갖는 거다. 그것으로 기존 (남성의) 언어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낙후’시켜버리는 전술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인터뷰 특강 때 <한겨레21>이 나에게 ‘페미니스트도 불편해하는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는데,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페미니스트 하면 다들 무서워하고 싫어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폭소) 최근 내 책 <페미니즘의 도전>이 기대 밖으로 많이 팔렸다. 주변에서 “야, 성공해서 좋겠다”고들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공포스럽다. 남자가 출세하면 여자들이 붙고 다른 남자들은 그에게 아부한다는데, 여자가 출세하면 남자는 떠나고 여자들은 시기한다질 않나. 여성들은 이런 종류의 ‘성공 공포증’이 있다. 그만큼 여성이 가진 권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대안의 언어가 사유의 변화를 이끈다

남자의 거짓말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이중메시지(double binding message)와, 언어를 정의하는 자로서의 거짓말과 폭력이 그것이다.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는 주문이나, 여성을 욕망하면서도 비난하는 태도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중메시지다. 언어를 정의하는 자의 폭력을 보자. 동물의 세계에 먹고 먹히는 자가 있다면, 인간의 사회에서는 정의하는 자와 정의당하는 자가 있다. 언어를 생산하는 자가 지배적인 위치에 있게 된다. 언어는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 차별의 시작이다. 여성주의는 기존 언어의 주체인 남성의 거짓말을 상대화, 맥락화, 부분화하는 정치적 실천이다.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말은 백인·남성·중산층·젊은이·비장애인·이성애자의 시각에서 구성된 것이다. 말 안에 이미 여성을 배제하거나 여성 비하적이어서, 성별에 따른 역할 분리(차별)를 규정하고 당연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말은 사유, 행위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성폭력범이 자기의 행위는 진짜 성폭력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그게 거짓말이 아니다. 그저 ‘사랑해준’ 거니까.

%%990002%%

서로의 다양한 위치가 이미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통합 가능한 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추석에 나와 내 남편으로 간주되는 자와 내 여동생과 내 여동생의 남편이라 주장하는 자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전남 함평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시 나는 가정폭력 상담을 하며 책도 쓰고 있었는데, 즉각적으로 “저건 가정폭력 문제다”라고 말했다. 엄마가 총질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에서 일하던 여동생은 “저건 군사주의 문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수산업이 어떻고 저떻고 줄줄이 읊었다. 여동생의 남편은 “무슨 소리냐, 저건 명백한 전라도 차별이다”라고 했다.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에 꼭 전라도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대서특필한다는 거다. 우리 셋 다 자기 처지에서 같은 사안의 본질을 다르게 바라본 거다. 내 남편? 그는 이랬다. “시끄럽다. 조용히 텔레비전 좀 보자!” (좌중 박장대소) 이 남자는 자기가 아쉬울 게 하나도 없으니 이런 뉴스가 그냥 뉴스일 뿐 특별히 맥락과 구조를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를 갖고 있다. 자기 처지에서 자기의 말을 갖고 사회화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대안의 언어를 만들어 그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자.

말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윤락에서 매춘으로, 다시 매매춘에서 성매매로 변화해왔다. 언어의 생산과 사용은 그만큼 정치적이며 말의 변화 자체가 인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폐경보다는 ‘완경’, 처녀막이 아니라 ‘질주름’, 삽입성교보다는 ‘성기결합’, 미혼이 아니라 ‘비혼’이 듣기에도 좋고 상호적이지 않은가.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성차별적 언어들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사유 방식의 변화까지 동반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폭소 속에서 주제 강연이 끝나고, 질문자들의 손이 무수히 올라갔으나, 언제나처럼 시간에 쫓겼다. (다음부터는 특강을 2시간이 아닌 3시간으로 늘리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들이 꽤 있었다.)

대안의 언어가 사유의 변화를 이끈다

질문: 요즘 매스컴에서 심심찮게 ‘여고남저’ 현상을 거론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희진: 우리 사회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개별적 의미에서 말하자면 남녀 간에 우열은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이미 설정돼 있는 상황이라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더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그래도 실제로 그게 사회적 지위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질문: 남성들에게 페미니스트적 지침을 준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정희진: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예전에 ‘가정폭력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강의 요청이 있었는데, 이렇게 말했다.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대책은 없다.” 나는 사실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방식을 달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질문은 오히려 질문자 자신에게 해보아야 할 듯하다. 다만 우리가 당연하다, 정상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을 의심해보고 떨어져서 보는 인식을 가지는 게 그 시작이 될 거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어떻게 세상을 볼지 깨달아가요”

어느 수강생이 <한겨레21>에 쓴 편지

<한겨레21> 안녕하세요! 여섯 번째 강의를 듣고 있는 김은영이라고 합니다. 처음 강의가 일곱 번이라고 들었을 때는 신청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걸 다 언제 듣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강의를 마치면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강의를 한 차례 한 차례 들으면서 저의 지성도 조금씩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

전 <한겨레21> 독자도 아니고 한겨레신문사가 하는 활동에도 무관심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 특강을 신청하게 되어 정말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똑 부러지게 명쾌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을 보며 ‘아! 이게 바로 한겨레 독자의 모습이자 한겨레의 영향력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속으로 나도 한겨레를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과연 이 일곱 번의 강의가 나에게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앞으로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왜 매번 좌석이 매진됐는지 알 것 같군요. ㅎㅎ 앞으로 <한겨레21> 뒤에서 힘이 닿는 대로 응원하겠습니다.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미래를 향한 곧은 발걸음. 변함없이 힘차게 달려가길 기원하겠습니다. P.S: 다음 특강도 기대하겠습니다!

2006년 3월28일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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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남자의 거짓말, 남자는 모른다

남자의 거짓말, 남자는 모른다
[한겨레21 2006-04-11 09:00]    

[한겨레] 여성학자 정희진과 함께한 ‘남자의 거짓말’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는 이중메시지와 언어 패권주의

▣ 김종옥 7·8기 독자편집위원

정희진씨는 일정한 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다. 공격적인 여성학자(그는 자신이 절대로 공격적이지 않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을뿐더러, 실제로는 비굴한데다 질척대며 산다고 강조한다)로 소문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팬의 말대로 그의 ‘쉴 새 없이 쏘아대는 광범위한 대사가 중독성을 갖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가 남성 중심의 사회를 살천스레 말공격하는 투사일지 모른다는 선입견을 가졌다. 칠판을 앞에 놓고 무대를 오락가락 누비며 강의하는 그는 “강의로 생계부양을 해대느라 어느 틈에 칠판이 내 몸의 연장이 됐다”거나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은 그저 점잖아주기만 해도 페미니스트”라는 특유의 표현처럼, 너글너글하면서도 톡톡 쏘는 말솜씨를 가진 재담꾼 같았다. 3월28일 여섯번째 특강이 시작됐다.

백인, 레즈비언, ‘나’의 여성학은 제각각

그는 본인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소개해달라고 주문했다. 사회자 오지혜씨는 강연장에 오기 전 둘 사이에 가정 내에서 어떻게 양성평등을 이끌어냈는지(오지혜)와 실패했는지(정희진)에 대해 치열한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희진씨는 오지혜씨가 투쟁해서 얻어낸 성취에 대해 부러움과 자괴감이 어우러진 찬사를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지혜: 여성학이란 무엇에 관한 학문인가?

정희진: 기존의 인식 체계는 남성의 위치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남성의 삶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 기존 모든 학문의 언어다. 여성학은 여성의 삶에 기반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서구 백인 여성에게는 그들의 여성학이 있고, 제3세계 여성, 흑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 여성에게는 또 다른 여성학이 있겠다. 나는 나 자신의 사회적 기반에서 보는 여성학이 그 내용이 된다.

오지혜: 자생적 페미니스트와 제도 안 여성학자가 다른 점이 있다면?

정희진: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지식은 권력이 아닐까.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삶의 현장이 고통이고 인내다. 모든 앎은 해방이라는 의미에서(무지 때문에 고통스럽고, 고통을 사회화할 수 없을 때 더 고통스럽다), 여성학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주류적 시각을 갖는 것이고, 거기에는 치유와 쾌락이 따른다. 여성학자가 현실을 변화시키려고도 하겠지만, 다른 학문에 여성학의 시각이 들어갈 때 학문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그는 ‘말’의 정치학을 논하며 언어의 권력 관계를 파헤치는 것에서 주제 강연을 시작했다.

말을 ‘거짓말’과 ‘참말’로 나누려고 하지 말자. 둘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맥락적, 유동적, 경합적이다. 모든 언어는 정본이나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번역’이다. 여성학은 ‘기존 경계의 언어’를 넘어서는 다른 언어와 그에 따르는 인식 체계를 갖는 거다. 그것으로 기존 (남성의) 언어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낙후’시켜버리는 전술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인터뷰 특강 때 <한겨레21>이 나에게 ‘페미니스트도 불편해하는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는데,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페미니스트 하면 다들 무서워하고 싫어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폭소) 최근 내 책 <페미니즘의 도전>이 기대 밖으로 많이 팔렸다. 주변에서 “야, 성공해서 좋겠다”고들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공포스럽다. 남자가 출세하면 여자들이 붙고 다른 남자들은 그에게 아부한다는데, 여자가 출세하면 남자는 떠나고 여자들은 시기한다질 않나. 여성들은 이런 종류의 ‘성공 공포증’이 있다. 그만큼 여성이 가진 권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대안의 언어가 사유의 변화를 이끈다

남자의 거짓말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이중메시지(double binding message)와, 언어를 정의하는 자로서의 거짓말과 폭력이 그것이다.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는 주문이나, 여성을 욕망하면서도 비난하는 태도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중메시지다. 언어를 정의하는 자의 폭력을 보자. 동물의 세계에 먹고 먹히는 자가 있다면, 인간의 사회에서는 정의하는 자와 정의당하는 자가 있다. 언어를 생산하는 자가 지배적인 위치에 있게 된다. 언어는 차별의 결과가 아니라 차별의 시작이다. 여성주의는 기존 언어의 주체인 남성의 거짓말을 상대화, 맥락화, 부분화하는 정치적 실천이다.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말은 백인·남성·중산층·젊은이·비장애인·이성애자의 시각에서 구성된 것이다. 말 안에 이미 여성을 배제하거나 여성 비하적이어서, 성별에 따른 역할 분리(차별)를 규정하고 당연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말은 사유, 행위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성폭력범이 자기의 행위는 진짜 성폭력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그게 거짓말이 아니다. 그저 ‘사랑해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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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다양한 위치가 이미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통합 가능한 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추석에 나와 내 남편으로 간주되는 자와 내 여동생과 내 여동생의 남편이라 주장하는 자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전남 함평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시 나는 가정폭력 상담을 하며 책도 쓰고 있었는데, 즉각적으로 “저건 가정폭력 문제다”라고 말했다. 엄마가 총질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에서 일하던 여동생은 “저건 군사주의 문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수산업이 어떻고 저떻고 줄줄이 읊었다. 여동생의 남편은 “무슨 소리냐, 저건 명백한 전라도 차별이다”라고 했다.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대부분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에 꼭 전라도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대서특필한다는 거다. 우리 셋 다 자기 처지에서 같은 사안의 본질을 다르게 바라본 거다. 내 남편? 그는 이랬다. “시끄럽다. 조용히 텔레비전 좀 보자!” (좌중 박장대소) 이 남자는 자기가 아쉬울 게 하나도 없으니 이런 뉴스가 그냥 뉴스일 뿐 특별히 맥락과 구조를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를 갖고 있다. 자기 처지에서 자기의 말을 갖고 사회화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대안의 언어를 만들어 그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자.

말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윤락에서 매춘으로, 다시 매매춘에서 성매매로 변화해왔다. 언어의 생산과 사용은 그만큼 정치적이며 말의 변화 자체가 인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폐경보다는 ‘완경’, 처녀막이 아니라 ‘질주름’, 삽입성교보다는 ‘성기결합’, 미혼이 아니라 ‘비혼’이 듣기에도 좋고 상호적이지 않은가.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성차별적 언어들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사유 방식의 변화까지 동반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폭소 속에서 주제 강연이 끝나고, 질문자들의 손이 무수히 올라갔으나, 언제나처럼 시간에 쫓겼다. (다음부터는 특강을 2시간이 아닌 3시간으로 늘리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들이 꽤 있었다.)

대안의 언어가 사유의 변화를 이끈다

질문: 요즘 매스컴에서 심심찮게 ‘여고남저’ 현상을 거론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희진: 우리 사회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개별적 의미에서 말하자면 남녀 간에 우열은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이미 설정돼 있는 상황이라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더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그래도 실제로 그게 사회적 지위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질문: 남성들에게 페미니스트적 지침을 준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정희진: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예전에 ‘가정폭력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강의 요청이 있었는데, 이렇게 말했다.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대책은 없다.” 나는 사실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방식을 달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질문은 오히려 질문자 자신에게 해보아야 할 듯하다. 다만 우리가 당연하다, 정상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을 의심해보고 떨어져서 보는 인식을 가지는 게 그 시작이 될 거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어떻게 세상을 볼지 깨달아가요”

어느 수강생이 <한겨레21>에 쓴 편지

<한겨레21> 안녕하세요! 여섯 번째 강의를 듣고 있는 김은영이라고 합니다. 처음 강의가 일곱 번이라고 들었을 때는 신청하면서도 한편으론 ‘이걸 다 언제 듣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강의를 마치면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강의를 한 차례 한 차례 들으면서 저의 지성도 조금씩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

전 <한겨레21> 독자도 아니고 한겨레신문사가 하는 활동에도 무관심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 특강을 신청하게 되어 정말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똑 부러지게 명쾌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을 보며 ‘아! 이게 바로 한겨레 독자의 모습이자 한겨레의 영향력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속으로 나도 한겨레를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과연 이 일곱 번의 강의가 나에게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앞으로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왜 매번 좌석이 매진됐는지 알 것 같군요. ㅎㅎ 앞으로 <한겨레21> 뒤에서 힘이 닿는 대로 응원하겠습니다.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미래를 향한 곧은 발걸음. 변함없이 힘차게 달려가길 기원하겠습니다. P.S: 다음 특강도 기대하겠습니다!

2006년 3월28일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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