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아랍·고려가요 비교연구 주장 눈길
<처용가>, <쌍화점>의 뿌리가 아랍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젊은 연구자 사이에서 고려가요가 중국의 송사 또는 원사의 영향권에서 발생했고 그 연원은 다시 서역의 아랍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고려가요가 여러 연에 걸쳐 후렴구가 붙은 형태로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앞뒤 시대의 시적 형식과는 전혀 다른 까닭을 민요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을 뿐 딱히 유래가 해명되지 않은 형편이다.
22일 단국대 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소장 고혜선) 주최의 ‘중세 아랍 시문학의 자장 속에 존재했던 안달루스 무왓샤와트와 고려가요의 비교 연구’ 학술 세미나를 열어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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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상열지사’에다 독특한 후렴구를 가져 시가사에서 돌출적 존재인 고려가요는 그 연원이 원나라를 거쳐 아랍에까지 소급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랍의 영향은 처용가가 불린 신라 때부터로 추정된다. 사진은 조선시대 궁중무용인 처용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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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을 분석한 김명준 교수(고려대 국문과)는 원 잡극과 쌍화점이 4연으로 된 점 외에, 쌍화점이 연마다 4인 이상의 창자, 예컨대 1연의 경우 회회아비·여인1·새끼광대·여인2 등이 등장하지만 주창자는 여인1인 점에서 역시 한명만이 주창을 하는 원곡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시용향악보 소재 <쌍화곡>이 쌍화점을 계승했다고 볼 때 원 잡극이 기반한 북곡의 호청성과 통한다고 보았다. 또 쌍화점에서 보이는 1인 남성 대 다수 여성의 관계는 이슬람의 일부다처제의 관습이, 작품의 공간인 음식점, 사찰, 술집 등 도시적 유흥공간은 이의 형성에 기여한 이슬람 상인들의 흔적이 배어 있다고 주장했다.
윤선미 연구원(단국대 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는 고려가요와 아랍 관련성을 8~15세기 아랍 치하의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유행했던 사랑노래에서 찾았다. 안달루시아의 새 유행시가는 ‘무왓샤하트’로, 성애적 주제가 특징이며 연으로 나뉘었고 여성지향적인 화자가 등장하는 점에서 고려가요와 흡사하다. 안달루시아의 아랍 치하 시기는 고려시대와 겹친다. 정통시인 ‘까시다’가 단일 운과 단일 율격을 고수하는 엄격한 정형시인데 비해 무왓샤하트는 복수의 운에 음악성이 강한 것이 특징. 형식적으로는 무왓샤하트가 5~6연으로 구성되며 각연의 마지막 행에서 원시의 화자와 다른 인물(대부분 여성임)이 등장해 운율를 반복해 후렴구의 구실을 한다. ‘가시리’ ‘동동’ ‘이상곡’의 형식과 아주 유사하다.
허혜정 교수(동국대 국문과)는 <천일야화>의 모티프와 처용가의 문학적 메시지를 비교해 아랍의 영향성을 짚었다.
두 이야기는 모두 도입부가 아내의 성적 배신과 일탈로 시작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대화체 등 담화형식도 유사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남성의 관음증, 여성의 부정한 섹스, 여체의 적나라한 묘사도 공통적이다. 처용가의 포르노그라픽한 묘사는 ‘가라리 네히어라’라는 부분.
페르시아문명권, 중앙아시아, 중국 등에 넓게 퍼진 천일야화의 ‘연인 뺏기/빼앗기’ 모티프, ‘여성은 남성이 이해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천일야화의 여성관도 영향 가능성의 증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