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심리적이건 육체적이건 성적 자극을 받으면 성기뿐만 아니라 전신에 일정한 변화가 나타난다. 성교가 시작되기 전부터 종료될 때까지 성적 자극으로 인해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성반응(sexual response)이라고 한다. 성반응은 남녀노소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더욱이 성행위는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3자가 성반응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성반응과 오르가슴


동성간의 신체 자극에 의해서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
성반응 연구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행동주의 심리학을 창시한 미국의 존 왓슨이다. 그는 1917년에 자신과 여자를 계측장비에 연결해놓고 성교 도중에 발생하는 생리적 반응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아내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이혼법정에서 망신을 당했으며 교수직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이 불가능해보이는 성반응 연구에 도전하여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은 인물은 미국의 윌리엄 마스터즈와 버지니아 존슨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마스터즈는 1954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는데, 심리학자인 존슨은 조수로 참여했다가 나중에 아내가 되었다.

이들은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한 덕분에 남자 3백12명과 여자 3백82명을 대상으로 성반응을 연구했다. 마스터즈 부부는 측정장치를 부착한 6백94명에게 실제로 성교와 수음을 시키고 무려 1만회 가까이 성반응 주기를 관찰했다. 특히 여자의 경우 그들이 인공성교라고 명명한 별난 방법까지 동원했다. 카메라가 부착되고 불이 켜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조음경을 질 안에 삽입한 상태에서 여자에게 수음을 시켜놓고 질 내부의 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1966년에 마스터즈 부부는 10여년 간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인간의 성반응’을 내놓았다. 이 책은 20세기 성과학이 거둔 최대 성과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마스터즈와 존슨에 따르면, 인간의 성반응 주기는 흥분, 고조, 오르가슴 및 회복의 네 단계를 거친다. 성적 자극을 받으면 자율신경이 흥분하여 성기의 혈관이 충혈된다. 그 결과 남성은 음경이 발기하고 여성은 질이 점액을 분비하여 축축하게 젖어들면서 입구가 확대된다. 흥분기가 지나서 고조기로 접어들면 흥분이 높은 수준에서 수분 동안 지속되다가 마침내 오르가슴에 이르게 된다. 회복기에는 성적 흥분이 사라지면서 음경은 위축되고 질은 원상으로 되돌아간다.

오르가슴은 극단적 쾌감을 불러내는 성적 경험의 절정 상태이다. 남자의 경우 오르가슴이 임박하면 항문 괄약근(括約筋)의 수축이 0.8초 간격으로 시작되고, 근육 수축에 따라 발생하는 세찬 압력에 의해 정액이 단숨에 요도를 통과하여 음경 밖으로 사출된다. 또한 전신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이 흥분하고 근육의 경련이 일어난다. 오르가슴은 성기 따위에서 발생하는 국부적 현상이 아니라 성적 흥분에 의해 극도로 긴장된 전신의 근육과 신경이 단번에 이완되는 바로 그 순간의 상태인 것이다.

오르가슴은 사정할 때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정이 오르가슴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허리 아래가 마비된 신체장애자도 가끔 음경이 발기해서 극치감을 느끼지는 못할망정 사정하는 수가 있고, 사정능력이 없는 사춘기 이전의 소년들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남자의 오르가슴은 반드시 사정의 결과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여자는 오르가슴이 다가오면 질의 바깥쪽 3분의 1이 부풀어오르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이 부위의 근육이 2-4초 동안 수축하면서 근육경련을 일으킨다. 남자처럼 항문 괄약근과 함께 질이 0.8초의 간격을 두고 수축을 거듭한다. 이러한 율동적인 수축은 오르가슴을 한번 경험할 때마다 대개 3-15회쯤 되풀이된다.


비성교 오르가슴의 다양한 형태


여성의 음핵과 남성의 음경은 태아의 같은 조직에서 분화됐다. 그러나 둘의 기능은 다르다. 음핵은 생식에 직접 관여하는 기관이 아니다.
오르가슴은 남녀가 성교할 때 맛보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성교 이외의 행위에 의해 오르가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적어도 네 가지가 있다. 이른바 비성교 오르가슴에는 자발적 오르가슴, 수음, 이성간 또는 동성간의 신체자극에 의한 오르가슴이 있다.

자발적 오르가슴은 대개 사춘기 시절에 잠을 자면서 꿈을 꿀 때 경험하게 된다. 어떠한 직접적인 물리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오르가슴이다.
남녀 공히 절반 이상이 첫경험하는 오르가슴은 상대가 필요 없는 수음으로 획득된다. 손으로 성감대를 자극하여 손쉽게 극치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음경 아랫면, 여성의 질과 음핵(clitoris)따위의 성기뿐 아니라 젖꼭지, 입술, 항문, 귓구멍 등 트인 부분과 그 주변이 성적 자극에 민감한 성감대로 손꼽힌다. 남자는 손으로 음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애용하지만 여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음을 즐긴다. 대부분 손가락을 질의 내부에 삽입하는 대신에 음핵을 문지른다.

이성간에 성교를 하지 않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손으로 상대방의 성감대를 자극하거나 음경을 질 이외의 부위에 비비면서 사정한다. 구강성교와 항문성교도 방법이 된다. 구강 성행위에는 펠라티오(fellatio)와 쿤닐링구스(cunnilingus)가 있다. 항문성교는 동성애하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기기 쉽지만 적어도 10%의 미국 가정주부가 정기적으로 남편의 성기를 항문에 삽입시키고 있다는 놀라운 통계가 나와 있다. 동성간에 상대방을 자극하여 오르가슴을 경험할 때에는 남자는 주로 항문성교를 하며 여자는 음핵을 손으로 자극한다.


음핵 진화의 파라독스


이와 같이 성교 이외의 행위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드시 성교에 의해서, 그리고 반드시 성교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오르가슴이 반드시 생식에 필요한 기능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오르가슴과 성교의 분리는 오르가슴의 기능에 대해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여러 학자에 의해 여자들이 질보다는 음핵으로 더 자주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프레드 킨제이(1894-1956)가 1953년에 발표한 ‘킨제이 보고서’(Kinsey Report)에서는 대부분의 미국 여자들이 성교 도중에 음핵을 자극하지 않고서는 절정감을 느낄 수 없었음을 밝혀냈다.

1976년에 세어 하이트가 내놓은 ‘하이트 보고서’(Hite Report)에 따르면, 3천명의 미국 여자 중에서 79%가 음핵을 자극하는 수음을 즐겼으며 성교시에 오르가슴을 얻는 빈도는 겨우 30%에 머물렀다. 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다수 여성들이 수음이건 성교이건 음핵의 자극 없이는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어려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핵은 크기, 형태, 위치에 큰 차이가 있지만 영장류 암컷은 거의 모두 갖고 있다. 사람의 경우 태아의 동일 조직이 호르몬에 의해 음경 또는 음핵으로 분화된다. 태아의 다리 사이에 있는 조직이 수직으로 뻗어나서 음경이 되거나 수평으로 움쑥 들어가서 음핵이 된다. 따라서 음경과 음핵은 똑같이 성적 자극에 민감하다. 그러나 그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음경은 생식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지만 음핵은 생식에 쓸모가 없고 오로지 성적 쾌감을 위해서 존재할 따름이다.

음핵에 의한 오르가슴은 생물진화의 개념에서 볼 때 하나의 파라독스가 아닐 수 없다. 진화는 다른 개체보다 자손을 더 많이 생산하려는 유기체 사이의 경쟁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성적 쾌감 또한 생식의 성공을 위해 진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논리는 남자에게 제대로 적용된다. 남자의 성적 쾌감은 성교 도중에 음경이 생식을 위해 필요한 정자를 사출할 때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자의 성적 쾌감 역시 임신을 시도하는 행동인 성교가 진행되는 질을 통해 획득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자들은 생식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음핵을 자극하여 오르가슴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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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나이는 1조년이다?
빅뱅은 반복돼 일어난다 주장

 

우주의 나이가 1조년이 넘는다는 급진적인 이론이 제기됐다.

영국 캠브리지대 닐 투록 박사와 미국 프린스턴대 폴 스타인하트 박사는 우주의 나이가 적어도 1조년이 넘고 빅뱅(big bang)이 계속 반복돼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폭발이며, 빅뱅 이후 물질은 무한한 공간으로 끝없이 퍼져나간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5월 5일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투록 박사는 “시간은 빅뱅 이전에도 있었다”며 “우주는 무한히 오래됐고 무한히 거대하다”고 말했다. 스타인하트 박사도 “지금까지의 이론이 옳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론의 문제점은 우주 공간이 가진 에너지를 나타내는 ‘우주상수’가 계산보다 10의 100제곱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상수의 값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주의 나이는 140억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 터프츠대 알렉산더 발렌킨 교수는 “이들의 이론은 우주의 형태를 확실하게 예측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값을 제시하기 때문에 검증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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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뺏고싶은 욕망의 메커니즘

2006년 05월 19일 | 글 | 임소형 기자ㆍ


애인을 믿은 만큼 친구도 믿었기에 자주 함께 어울리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자신이 ‘꼽사리’인 것 같은 어색한 기분이 든다. 알고 보니 애인과 친구가 새로운 연인이 돼 있었던 것.

‘친구의 친구’를 향한 ‘잘못된 만남’은 정녕 ‘하늘만 허락한 사랑’일까. 최근 과학자들이 이런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귀가 솔깃해질 만한 이색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우리의 코와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 ‘잘못된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만남의 원천은 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해부학과 니라오 슈아 교수팀은 암컷 생쥐를 교미시키기 위해 수컷 생쥐가 있는 우리 안에 넣었다. 그런데 수컷이 희한한 행동을 보였다. 암컷에게 다가가더니 먼저 냄새를 맡은 다음 교미를 한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콧속에 있는 주후각상피(MOE) 영역이 파괴된 돌연변이 수컷을 만들었다. MOE는 냄새를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후각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다. MOE가 파괴된 수컷은 암컷의 냄새도 맡지 않고 교미도 하지 않았다.

슈아 교수는 “생쥐가 배우자감을 가려낼 때 후각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작년 12월호에 발표됐다.

문제는 생쥐가 냄새로 상대방의 ‘과거사’까지 따져본다는 것.

미국 록펠러대 신경생물학 및 행동연구실 도널드 파프 교수팀은 암컷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혼자 있던 수컷 생쥐의 냄새를, 다른 한 그룹에게는 발정기인 다른 암컷 생쥐와 함께 있던 수컷 생쥐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 결과 암컷은 특이하게도 다른 암컷과 함께 있던 수컷의 냄새를 더 좋아했다.


친구 애인의 체취에 반하다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뺏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체취로 배우자를 판별하는 원초적 감각과 익숙한 얼굴을 선호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파프 교수는 “수컷에게 다른 암컷의 냄새가 섞여 있다는 것은 이미 다른 암컷이 접근했었다는 일종의 ‘정보’가 된다”며 “이로써 암컷은 다른 암컷이 눈독을 들일 만큼 이 수컷이 ‘검증된’ 배우자감이라는 사실을 간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괜찮은 수컷이기에’ 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얘기다.

그는 또 “한 암컷의 선택이 다른 암컷의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조류나 어류에서 많이 보고돼 있으나 포유류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14일자에 실렸다.

슈아 교수와 파프 교수는 “쥐와 사람은 신경해부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사람이 배우자를 결정하는 행동에도 후각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자신도 모르게 친구 애인의 체취를 맡아 검증된 배우자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는 15일 과학문화진흥회(회장 김제완) 주최 런치 콜로키엄에서 “일반적인 감각정보가 복잡한 경로를 거쳐 대뇌로 들어가는 것과 달리 후각정보는 코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 영역으로 직접 전달되는 원초적인 감각”이라며 “동물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냄새를 맡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숙한 이성이 더 매력적


‘잘못된 만남’을 주선하는 반응은 뇌에서도 일어난다.

영국 리버풀대 생물과학과 앤서니 리틀 박사팀은 실험 참가자 200명에게 미간이 넓은 이성의 얼굴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다른 이성의 얼굴 사진 여러 장을 보여 주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미간이 넓은 이성의 얼굴을 선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영국왕립생물과학회보’에 소개됐다.

리틀 박사는 “낯선 얼굴보다 익숙한 얼굴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며 “이미 봤던 얼굴에서 ‘안전하다’거나 ‘접근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친구의 애인은 처음 보는 이성에 비해 볼 기회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호감을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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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1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는구만.

마늘빵 2006-05-1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런
 

딱새, 특정새끼에게만 먹이…에너지 비축위한 이기심 탓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은 새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 레이든대 튀르도 드라하노위 박사팀은 검은머리딱새(Phoenicurus ochruros) 부부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3년 간 관찰한 결과 ‘이기심 때문에’ 새끼들을 편애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연구팀은 딱새의 새끼들이 부모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소리를 몰래 녹음한 다음 둥지에서 부모에게 들려주며 행동을 관찰했다. 조사 결과 부모 딱새는 특정 그룹의 새끼들이 내는 소리에만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먹이를 많이 물어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빠 딱새는 엄마 딱새보다 편애 정도가 더 심했다.

드라가노위 박사는 “딱새 부부가 다음에 새끼를 더 낳을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해 두기 위해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과중한 업무’를 서로 미루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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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中 싼샤댐 내일 완공…서해 ‘생태계 교란’ 우려

 

20일 물막이(제방) 공사가 마무리되는 세계 최대의 댐인 중국 싼샤 댐의 모습. 앞으로 1000m³의 콘크리트 작업만 마치면 길이 2309.47m의 제방 공사가 완전히 끝난다. 전면적인 전력생산은 발전기 설치가 완료되는 2009년부터 시작된다.

21세기 최대의 역사(役事)’이자 ‘물의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중국 싼샤(三峽) 댐의 제방 공사가 20일 마무리된다.

50여 년의 탐사와 30여 년의 설계, 13년의 공사 등 쑨원(孫文)이 제안한 지 87년 만에 탄생하는 싼샤 댐. 댐은 담수용량(393억 t)과 발전용량(2240만 kW), 담수호 넓이(1084km²)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인들은 ‘창장(長江) 강 수마(水魔)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순간이라고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대부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댐 건설이 가져올 ‘환경 후유증’ 때문이다.

▽싼샤 댐은 한국에 재앙(?)=한국은 싼샤 댐에서 20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서해로 유입되는 담수의 감소로 서해 생태계가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싼샤 댐 건설로 서해로 흘러드는 창장 강의 물이 10%가량 줄어든다. 서해 담수의 80%는 창장 강에서 들어온다.

담수가 감소하면 창장 강의 영향을 받는 곳에서 산란 및 월동을 하는 참조기나 갈치, 고등어, 전갱이 등은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서해연안환경연구센터 소장인 인하대 최중기(崔仲基) 교수는 “창장 강물의 감소는 서해 표층수의 염분 농도를 20%까지 높일 수 있다”며 “이는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져 어종과 어획량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집트 아스완 댐 건설 뒤 주변 지역의 어획량이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의 다뉴브 강에 큰 댐이 건설됐을 때도 바다로 유입되는 영양물질이 감소해 생태계가 깨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싼샤 댐의 물 채우기가 시작되기 전(2002년 8월)과 후(2003년 8월)의 동중국해 변화를 관찰한 결과 염분 농도는 1.13‰(퍼밀·1퍼밀은 0.001%), 해수 온도는 0.5도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연간 3조 원 이상 경제효과”=중국 정부는 ‘리다위비(利大于弊·이득이 손해보다 많다)’라고 장담한다.

중국창장싼샤공정개발총공사(싼샤총공사)가 17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댐 건설로 얻는 이득은 크게 3가지.

우선 홍수 방지 효과다. 역사서에 따르면 한(漢)대인 기원전 185년부터 20세기 들어1911년까지 2096년간 창장 강엔 214차례나 홍수가 터졌다. 9.8년에 한 번꼴. 1931년엔 14만5000명이 숨지는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홍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싼샤 댐의 저수용량 393억 t 가운데 221억5000만 t은 홍수 조절용. 건기엔 해발 175m까지 물을 채우지만 우기인 5∼10월엔 수위를 145m로 낮춰 홍수에 대비한다.

이로써 10년 주기로 찾아오던 창장 강의 홍수는 물론 100년에 한 번꼴의 대홍수까지 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전력생산 효과도 크다. 댐에 설치된 70만 kW급 발전기 26대에서 연간 847억 kW/h를 생산한다. 이는 중국 전체 생산량의 4%. 또 2011년까지 댐에 연결된 산자락 지하에 70만 kW급 발전기 6개를 추가로 설치해 420만 kW를 증산할 예정.

싼샤 댐을 활용한 해운 물동량도 크게 늘어난다. 댐이 건설되기 전 이 지역을 지나던 물동량은 약 1000만 t. 그러나 2003년 6월부터 갑문이 설치되면서 지난해 물동량은 4393만 t까지 급증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가장 큰 문제는 수질오염 등 환경생태계 파괴다. 현재 싼샤 댐 호수 주변 3000여 개의 공장과 광산에서 배출하는 산업폐기물은 연간 10억 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댐 완공 전에도 이 지역은 2, 3급수였다. 결국 호수가 오염물질이 뒤덮인 거대한 시궁창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속 저하로 황토와 모래가 그대로 쌓이는 것도 문제다. 창장 강물에 함유된 황토 및 모래는 0.12∼0.40%. 연간 4500억 t의 물이 댐으로 흘러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5.4억∼18억 t의 모래가 쌓인다. 10t 트럭 1억 대분의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기후 변화도 걱정할 대목. 싼샤 댐 주변의 겨울 온도는 0.3∼1.3도가 오른 반면 여름은 0.9∼1.2도 내리는 등 전체적으로 0.1∼0.2도가 올랐다.

귀중한 문화재 유실도 적지 않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劉備)가 최후를 맞은 바이디청(白帝城) 등 1208곳이 이미 수몰됐으며, 앞으로도 100여 개가 추가로 사라질 예정이다.

싼샤총공사 차오광징(曹廣晶) 부총경리는 17일 외신기자 회견에서 “생태계 파괴나 댐의 안전 문제는 중국의 기술력만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학자와 서방국가 전문가들은 “싼샤 댐이 가져올 부작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며 “그 부작용이 예상외로 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위의 만리장성’ 싼샤댐…中 “3000년 꿈 이루었다”


싼샤 댐이 완성되면 갑문을 이용한 해운 물동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화물선은 별도로 마련된 수로를 이용해 ‘5단계 계단식 갑문’을 통해 이동한다. 싼샤 댐 갑문으로 선박이 이동하는 모습.
제방 완공 3일을 앞둔 17일 6300km 창장 강의 허리를 가르는 싼샤 댐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려는 듯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희미해서 전경(全景)이 잡히지 않았고, 가까이 가면 댐의 전체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싼샤 댐은 높이가 185m로 60층짜리 빌딩과 맞먹는다. 댐 길이 2309.47m에 중간 섬과 갑문까지 포함하면 제방의 총길이가 3035m에 이른다.

싼샤 댐은 가장 가까운 도시인 후베이(湖北) 성 이창(宜昌) 시에서도 버스로 50분가량 산골짜기를 달려가야 나타난다.

충칭(重慶) 직할시와 후베이 성 사이의 세 협곡인 취탕샤(瞿塘峽) 우샤(巫峽) 시링샤(西陵峽)의 끝자락에 위치한 싼샤 댐 주변은 모두 20∼60도의 험악한 산뿐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댐을 통과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마치 창장 강에 숨은 용이 포효하는 것 같다. 족히 물 대포 같은 소리가 수백 m 떨어진 곳에서도 우렁차게 들려온다.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아 오른쪽 제방은 마지막 공사가 한창이다. 20∼30m에 이르는 6개의 곤돌라 기중기 밑에서 사람들이 개미처럼 움직이며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1999∼2002년까지 공사가 한창일 때는 3만 명이 동시에 투입됐지만 지금은 마무리만 남아 공사인원이 2000명뿐이다.

배가 드나드는 2개의 갑문에는 유람선과 석탄을 실은 화물선 등이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갑문이 생긴 덕분에 협곡을 지나는 물동량은 이전의 1000만 t에서 5배 가까이 늘었다. 5단계 갑문을 모두 통과하는 데는 약 3시간이 걸린다. 2009년이 되면 선박용 승강기가 설치돼 3000t 이하 배는 40분이면 통과한다.

댐의 왼쪽에는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하는 송전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충칭 등 전국 11개 성으로 송전된다.

중국인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댐의 홍수 방지 효과다.

댐의 공사 관리를 총책임지고 있는 중국창장싼샤공정개발총공사 펑정펑(馮正鵬) 주임은 이날 기자가 소감을 묻자 “중화민족의 3000년 꿈이 실현됐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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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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