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초은하단과 행성 > 열우당은 과연 무능했던 것인가.
지방선거 후보자 명단을 보면서 이번 선거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던질 표가 6표중 단 1표밖에 없다는 사실에 우선 착잡하다. 그래도 기권하거나 무효표를 만들 의사는 없으니 나머지 5표도 나름의 선택을 해서 찍을 것이다.
유세로 인한 소음공해 때문에 시끄러운데 한가지 흥미로운 건 열우당의 행태이다. 이 정당의 유세를 보면 당명이나 후보자 이름은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기호 1번'이란 점은 집요하게 강조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후보자이름은 강조되어도 당명은 잘 내세우지 않는다. 선거에서의 참패가 예상되어 있고 열우당의 인기조차 참담하니, 그저 기호 1번이란 점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이 행태는, 민주당이란 당명은 내세우지 않으면서 국민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켰던 지난 대통령선거때 노무현 진영의 행태와 비슷하다. 매우 치졸한 수법이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전범의 딸이 공격받는 돌발변수까지 발생했으니 더욱 벼랑으로 몰린 그들 입장에서 쓸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은 이해가지만, 한심하고 가련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열우당은 왜 이 지경까지 간 것일까. 전범의 딸 피습 이전에도 왜 그들의 인기는 저조했던 것인가.
열우당은 스스로 말한다. 무능했지만 성실한 남편을 한 번 더 살려달라고. 한나라당은 무능한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열우당과 현 정권은 과연 무능했던가.
그렇지 않았다. 열우당과 현 정권은 수구에 준하는 보수우파 정권으로서 제국과 자본에 충성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임무를 비교적 충실히 완수했다. 제국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명분없는 침략전쟁에 동조해 범죄자가 되길 자처했고, 제국의 전쟁기지를 위해 군경을 동원해 농민들을 내쫓았다. 자본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서민들을 털어 부유층을 살찌우는 뒤집어진 로빈후드, 물구나무 선 홍길동이 된 결과, 부의 분배는 더욱 불평등해지고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도 빈번히 자행되었다.
제국과 자본에 충성해야 한다는 자신들 본연의 임무에 성실했던 열우당이 대체 왜 무능하단 말인가. 만약 그들이 무능해서 서민들을 조금만 괴롭혔다면 민심이 이렇게까지 이탈되진 않았을 것이다. 유능해서 서민들을 많이 괴롭히다 보니 민심이 떠난 것이다.
그런데도 열우당 수뇌부는 스스로 무능하다고 말한다. 더 유능해져서 제국에 보다 확실히 충성하고 자본에 확실히 충성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앞으론 서민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주겠단 소리로 들린다. 지금까지 속아 넘어갔던 사람들에게 또 속아달라고 하지만 과연 그 사기극에 넘어갈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