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인들은 서예를 '차이니즈 캘리그래피(Chinese Calligrapy)'가 아닌 '재패니즈 캘리그래피'라 부른다. 막강한 경제력과 노력을 동원해 '모든 동양적인 것은 일본적인 것'이라 인식시킨 일본의 디자인 전략이 먹혀들어서다. 천재 시인 이상은 1936년 발간된 김기림 시인의 시집 '기상도'의 디자인을 맡았다. 70년 전의 디자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모던하다. 김경균 정보공학연구소 소장은 이상이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서 수학한 이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책에는 이렇게 그래픽디자인.소설.영화.애니메이션.건축.패션.하이쿠.요리 등 일본의 대표 문화 상품 8개 분야가 세계 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저자가 '일본은 이렇다'고 줄줄이 엮어 말하는 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일본통'으로 통하는 전문가가 한 분야씩 맡아서 글을 썼기에 더 신뢰가 간다. 다만 각각 할당된 분량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건드리다 만 듯한 느낌도 들어 좀 아쉽긴 하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스트라우스는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를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마키아벨리는 도덕과 이익 가운데 이익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극대화했다. 스트라우스가 보기에 그런 점에서 마키아벨리는 근대의 창시자이며 ‘악의 교사’다. 스트라우스는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키아벨리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대해 이뤄진 나라”라고 본다. “미국은 범죄가 아닌 자유와 정의에 기반한 나라이며 자유의 보루이고, 아메리카니즘은 마키아벨리즘과 정반대의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흥미롭게도 스트라우스의 마키아벨리 독해를 따라가다 보면, 시대를 넘는 두 학자의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를 더 풍부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스트라우스의 육성을 직접 접할 기회다.
구운몽/2만5000원. 안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