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무슨 배짱일까. ‘모중석 스릴러 클럽’(비채). 모중석이란 알쏭달쏭한 가명의 주인공이 해외 스릴러 소설을 추천, 번역, 출판하는 시리즈다. ‘탈선’ ‘단 하나의 시선’이 나온 데 이어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가 4일 나왔다. 한 사람이 기획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리즈물을, 그것도 스릴러 장르의 책만 모아 출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출판사에 모 씨가 누구냐고 묻자 ‘30대 중반의 재미교포로 현대 스릴러 마니아이자 아마추어 작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0여 년간 스릴러를 섭렵해 온 그의 제안으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 실명과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자신에 대해 설명한다면….

“중학교 졸업 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 고교와 대학을 마쳤고 현재는 자영업자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셜록 홈스, 괴도 뤼팽 시리즈는 물론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탐독하며 자랐다. 스릴러 소설만 5000권쯤 갖고 있다. 좋은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을 시작했다. 하루를 국내외 스릴러 정보 사이트 검색으로 시작한다. 스릴러 북 헌팅을 위해 영국 캐나다 일본에 자주 간다. 얼마 전엔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가 주관한 스릴러 페스티벌에 참석하러 애리조나 주에 다녀왔다. 10여 년간 해마다 세계 미스터리, 스릴러 컨벤션에 간다.”

―스릴러 마니아로서 가슴 뛰는 첫 경험은….

“고등학교 때 가족과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갔다가 헌책방에 들렀는데 우연히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오데사 파일’ 초판본을 발견했다. 표지를 들추니…세상에, 저자의 서명이 들어 있더라! ‘심봤다!’고 외치고 싶었다. 저자 사인이 있는 책을 7달러에 사갖고 나오면서 책방 주인이 잘못 계산했다고 뒤따라올까 봐 진땀 흘렸다.”

―스릴러 소설을 왜 보는가.

“스릴러는 어디까지나 즐기는 문학이다. 영화로 치면 할리우드 오락영화쯤 될까. 레이먼드 챈들러는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총잡이를 등장시켜라. 독자들로 하여금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만들려면 우선 첫 페이지부터 화끈하게 시작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릴러는 그런 문학이다. 시작은 액션으로, 설명은 나중에. 생사가 오가는 위기의 순간에도 주인공에게 쉬운 해결책이란 없다. 팽팽한 긴장감과 액션, 충격적 반전. 뭘 더 바라겠는가.”

―스릴러 마니아의 일상생활은 어떻게 다른가.

“주변 환경, 흔적, 목소리 등으로 범인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링(profiling) 기법을 적용해 숱한 연쇄 살인범을 검거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 존 더글러스가 ‘킬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 그처럼 주변 사람의 마음, 행동을 추측해 보는 버릇이 있다. 부작용도 좀 있다. 운전을 하다가도 괜히 누군가 미행하지 않는지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 뒤를 확인하고…. 좋은 습관도 있다. 날마다 일상사를 스릴러처럼 기승전결로 구성해 생각하고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면 마지막 결말을 반전으로 처리하는…. 내겐 매일이 한 편의 즐거운 스릴러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모중석 씨 추천 스릴러 소설▼

○모방범(미야베 미유키 지음·문학동네)

요즘 일본 미스터리 소설 출간이 봇물을 이루는데, 그중 제일 옹골찬 작품이다. 여느 일본 소설처럼 가벼운 트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탐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법 두툼한 분량에 수많은 사건이 나열되어 있고 읽는 재미가 있다.

○맥시멈 라이드(제임스 패터슨 지음·북@북스)

왜 제임스 패터슨은 한국에서 빛을 못 보는지 안타깝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스릴러다. 98%가 인간, 2%가 새인 아이들이 실험실을 탈출해 늑대인간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 패터슨의 색다른 실험이 아주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뿌리깊은 나무(이정명 지음·밀리언하우스)

한국 장르 소설도 꾸준히 진화한다. 치밀한 구성, 반전, 세종 시대에 대한 방대한 지식,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이 작품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무수히 쏟아져 나온 외국 작품에 전혀 ‘꿀리지 않는’ 한국형 팩션.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조르지오 팔레띠 지음·한스미디어)

이탈리아산 스릴러. 조르지오 팔레띠는 이미 ‘나는 살인한다’로 국내에 알려진 작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국산 스릴러가 조금 물린다 싶으면 이 작품을 읽어보시길.

○자칼의 날(프레더릭 포사이스 지음·국일미디어)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고용된 악명 높은 살인청부업자 자칼과 그를 추적하는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이 그려져 있다.

첩보 스릴러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구성이 탄탄하다. 저자는 르포 작가 출신답게 캐릭터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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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waits > [펌.레디앙]『남쪽으로 튀어!』 를 읽으니, 황이민이 생각나

 

『남쪽으로 튀어!』 를 읽으니, 황이민이 생각나
[독후감] 한국판 '운동권' 후일담 문학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이 글에서 나오는 황이민은 전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민주버스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편집자 주>

『남쪽으로 튀어!(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를 받아 들자마자, 황이민이 생각났다. 책 표지로 쓰인 40대 사내 얼굴 그림이 민주노동당에서 사무부총장으로 일했던 황이민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선 굵은 생김생김이 그러했고, 잔 정 따위 없이 거칠 것 같은 표정이 그러했다.

『남쪽』은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운동권 후일담 문학의 일본판이다. 사실, 진짜 후일담 문학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혁명가보다는 그 언저리에 있었던 사람들 얘기를 후일담 문학이라 하면 좀 '남사스럽지' 않은가?

진짜 후일담을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들은 너무 아파 아무 말도 못하거나, 아픔을 피하기 위해 망각 최면에 빠져 있거나, 아직도 혁명 중이라 문학적일 수 없다.

   
 

각설하고. 『남쪽』은 한국 후일담 문학하고는 천양지차다. 혁명가를 사귀었던 여자가 커피 잔을 움켜쥔 채 눈물 흘리는 한국 문학에 질린 독자라면, 철부지 혁명가 아버지를 둔 초등학교 6학년생의 좌충우돌 일상이 더 ‘혁명적’임을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후일담 문학을 읽고 있자면, 이게 한국인가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국에 있으되, 그들이 그리는 풍광, 언행, 날씨는 하나같이 동유럽의 칙칙한 가을이나 겨울이다. 한국에 살면서 동유럽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어차피 혁명에 성공하지 못했을테니, 그들이 후일담에 빠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남쪽』에는, 아버지가 전직 혁명가든 현직 장관이든 열한 살 배기 모두가 그러할 수밖에 없는 유쾌함과 덥고 습한 일본의 날씨가 그대로 살아 있다.

혁명이 한 때 실패했다고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지지는 않는다. 웃음이나 울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또 하면 되는 것을 웬 호들갑들인지. 『남쪽』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도쿄의 초등학교 6학년생 지로는 이상한 아버지를 두고 있다. 허구한 날 집에서 노는 것도 창피한데, 국민연금을 받으러 온 공무원이나 예쁜 담임 선생님한테 “체제에 빌붙어 사는 개”니 뭐니 뜻도 모를 막말을 해대는 아버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로의 아버지는 ‘혁공동(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행동대장으로 미군 팬텀기에 불을 지르기도 했던 유명 인사다. 인터넷에서 아버지 이름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경시청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을 본 지로는 질겁한다. 지로는 ‘아나키스트’라든가 이상한 말들을 공부하다, 곧 포기하고 만다.

같은 반 친구들과 “출석번호 순서대로” 여탕을 훔쳐보는 게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로는, 열다섯에 ‘참다운 공산주의적 혁명조직’과 투쟁강령을 만들었다는 김모 씨보다는 한참 떨어지는 모양이다.

이러니 부자지간에 말이 통할 리 없다. 집에서 뒹굴대며 프리라이터(free writer)라 자부하던 아버지는 마침내 소설을 쓴다. 국회의사당을 폭파한다는 줄거리의. “와, 멋있는데? 스파이 소설 같아.” 지로가, “아버지는 소스에 케첩 섞을 거야?”라고 물으면, “안 섞어. 케첩과 미 제국주의는 우리의 적이야.”라는 답이 돌아온다. 불량 중학생에게 돈을 빼앗기던 지로가 가출하여 집에 전화를 해보니, 아버지는 빨리 끊으라고 성화다. 여동생과 플레이 스테이션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노맹이 뜨뜻미지근하여 ‘혁노맹(혁명적 노동자계급 투쟁동맹)’ 활동을 한 황이민의 아들은 맑스를 가장 존경한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긴 마찬가지. 황이민의 중학생 아들은 아버지가 ‘개량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키도 아버지만큼이나 훌쩍한 황이민의 아들은 오래 전부터 아버지보다 세상물정에 밝았다.

비와서 ‘노가다’ 공치는 날이면 황이민은 아들에게 500원을 쥐어주며 나가 놀라고 한다. 아내와의 오붓한 시간. 500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아들은 창가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피아노 건반처럼 쏟아지는 빗방울을 지켜본다. 제법 시간이 지나면 창가에 대고 묻는다. “아빠, 아직 멀었어?”

어찌어찌하여 지로네는 오키나와보다 더 남쪽의 이름 모를 섬으로 쫓겨나듯 이사한다. 다 이야기하자면 얘기가 너무 길지만, 어쨌거나 옛 혁명가 아버지가 또 대형사고를 친 덕분이다. ‘혁공동’에 몸담았던 사람들 대부분이 학원을 하여 떼돈을 벌거나 변호사가 되어 ‘시민운동’, ‘환경운동’을 하는 시절에 지로네는, 아버지를 따라 전기도 수도도 없는 외딴 섬 오두막에서 살게 된다.

황이민의 아들도 아버지를 따라 자주 이사할 수밖에 없었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머니 일자리’를 따라 다닌 것이다. 동년배 친구들 월급만큼을 연봉으로 버는 황이민이 민주노동당 일을 진작에 관뒀다면 그 아들도 남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보고 싶은 책도 맘껏 봤을 것이다. 하지만 황이민은 공장에서 비밀활동을 하거나, ‘길’을 찾아 산사(山寺)를 헤매거나, 지병을 고치려 요양생활을 하며 지난 20년을 살았다. 아들은 아들대로 컸다. 아버지의 손길 없이.

황이민이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반골인 것처럼 지로의 아버지도 어디 있든 사고뭉치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지로의 아버지는, 섬에 리조트를 만들려는 도쿄의 큰 건설회사와 그에 결탁한 지방의원에 맞서 싸우게 되고, 철거깡패와 진압경찰들에게 잡혀갈 것이 뻔한 시점에 이르러 아들에게 말한다.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 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하지만 너는 아버지 따라할 거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살아가면 돼.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황이민은 이런 가르침을 아들네 반 전체를 모아 놓고 했다. 교장선생님께서 친히 전화하셔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강의’를 청탁할 만큼 2년 전 민주노동당의 위세는 대단했다. 아이들 반응이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는 영웅담을 황이민으로부터 세뇌받기는 했지만, 당시에나 지금이나 눈꼽만큼도 믿지 않는다. 카스트로와 친구였다는 지로네 아버지보다 황이민의 허풍이 조금 더 세다.

그날 강의에 대해 아들이 무어라 했는지, 황이민은 전하지 않았다. 애비만큼이나 무뚝뚝하다는 황이민의 아들이 그날의 감상을 곧이곧대로 이실직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분명한 한 가지는, 제 학교 교단에 떡하니 버티고 선 아버지가 눈부시지 않을 아들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대담무쌍한 웃음을 날렸다. 하얗게 빛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지로는, 저 사람은 평생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거라고, 멀고 먼 누군가를 바라보듯 망연히 생각했다.

…… 인류는 돈을 지닌 시대보다 지니지 못했던 시대가 훨씬 더 길었다. 그러한 인류 끄트머리의 기억이 아버지에게만 진하게 남은 것이다. …… 하느님은 이따금 이런 인물을 정기적으로 지상에 내보내시는 게 아닐까?”

2006년 08월 03일 (목) 18:27:21 이재영 기획위원 criticme@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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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이 너무 더워서 거의 몸서리를 치는 중에 발견. 기사가 재밌다. 일요일에는 '남쪽으로 튀어'나 읽어볼까? 가끔 사재기의 좋은 점. 황이민이란 사람이 궁금해 찾아봤더니(이럴때 인터넷 좀 징그럽기도;;) 엄청나게 멋진 아저씨 같다. 그 아저씨 걸로 추정되는 블로그도 발견되었는데, 블로그명이 '붉은 깃발 아래의 맹세'다. ^^ 아, 정말 덥다. 이런 날씨에 포스코 아저씨들은 2박 3일 상경투쟁을 하셨구나...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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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어?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보긴, 1000년 전에 봤지.” 썰렁하지만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가끔 처음 본 사람에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처럼 친근함을 느낄 때가 있다. 처음 찾은 확 트인 바닷가를 거닐다 문득 언젠가 이곳에 한번 와 봤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흔히 ‘데자뷔(기시감·旣知感)’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현재의 경험이 과거와 똑같다고 확신하는 이 독특한 정신 현상을 두고 호사가들은 ‘윤회의 증거’라고 말하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90%가 평생 한 번쯤 경험한다는 데자뷔 현상을 과학은 어떻게 해석할까.》

○측두엽 자극 땐 낯선 것에 친숙감 느껴

데자뷔 현상이 논란이 된 것은 100여 년 전인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병을 앓은 일부 기억상실증 환자가 전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기억한다는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

현대 과학자들은 데자뷔를 지각과 기억의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뇌 신경회로가 엉킨 결과로 보고 있다. 신경세포의 정보전달 과정상 혼란으로 인해 처음 보는 것을 익숙하다고 착각한다는 설명이다.

어떤 대상을 인식한 대뇌는 예전에 경험했는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색하고 만일 경험했다면 ‘익숙한 대상’으로 분류한다. 데자뷔가 생기는 원인은 바로 두 번째 단계에서 일어난다. 처음 본 대상인데도 있지도 않은 기억을 꺼내 오는 것.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내는 곳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중간 측두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박미자 연구교수는 “중간 측두엽에 이상이 있는 간질환자 가운데 데자뷔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인이 느끼는 데자뷔 현상도 중간 측두엽과 관련된다.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낯선 대상을 친숙하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꽂고 낯선 대상을 보여 줬다. 자극 부위를 계속해서 바꿔 주며 뇌의 감성 반응을 측정한 결과 대뇌 측두엽을 자극했을 때 친밀감이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자 낯선 대상도 친숙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전전두엽 등 뇌의 기억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도 데자뷔와 관련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발생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면상태 이용 ‘기억의 착각’ 연출도

최근 영국 리즈대 기억연구소 멀린 박사팀은 실험실에서 데자뷔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18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24개의 낱말 목록을 보여 준 뒤 최면을 걸었다. 최면 상태의 피실험자들에게 “깨어났을 때 붉은 테를 두른 낱말들이 제시되면 마치 이들 단어를 전에 본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해 줬다. 이어 최면에서 깨어난 피실험자들에게 녹색이나 붉은색 테를 두른 다른 24개의 낱말을 보여 주고 반응을 조사했다. 그러자 10명이 붉은색 테를 두른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중 5명이 확실한 데자뷔를 느꼈다고 답했다는 것. 이는 지난달 2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4회 국제기억학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마케팅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1940년대 개발된 승용차 ‘비틀’을 현대 감각으로 되살려 낸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뉴비틀’과 지난달 삼성전자가 내놓은 복고풍 디지털 카메라 ‘블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제품은 원래 제품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젊은층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억이나 회상과는 다른 사고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대 성영신 교수는 “기시감은 장소 사람 상황뿐 아니라 물건이나 상품에서도 경험하게 된다”며 “처음 보지만 왠지 예전부터 알고 있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최근 상품 디자인의 한 가지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Deja vu (데자뷔·기시감)::

‘전에도 꼭 같은 상황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뜻하는 프랑스어. 측두엽 간질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평범한 사람의 90%가량이 경험하기도 한다. 뇌의 신경세포나 전달물질의 이상 분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일반적인 설이다.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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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8-0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 제품 광고할라고 '기시감'을 이용하는구만...
재수없어.. 동아~!@!!
어쩐지 기시감이 들더만...
 

]괴물’의 흥행파워가 한국 영화사상 최고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1주일 만에 전국에서 3백만명이 이 영화를 보고 갔다. 최단기간 관객동원 기록 외에도 1일관객 최다(75만명), 개봉주 주말 전 1백만명 돌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 이면에는 사상 최다 전국 620개 스크린이라는 또다른 기록이 있다. ‘괴물’의 초반 흥행을 가능케 한 1차적인 요인이다. 여기에 ‘한반도’가 차지한 448개 스크린(8월1일 현재)을 더해보자. 1,068개다. 이들 영화가 최고의 완성도를 지녔다고 치자. 과연 이 풍경이 한국영화의 자랑스러운 모습일까.

현재 전국 극장의 스크린 수는 1,600여개.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실질적인 스크린 수를 1,200여개로 잡고 있다. 하루 관객을 통틀어 10~20명 정도만을 모으는 일부 지방 소도시들의 ‘동네극장’을 빼고 산업·상업적 고려에서 유의미한 스크린만 따진 수치다. 이런 중에 ‘괴물’과 ‘한반도’ 2개 작품이 1,000여개 스크린을 점령한 모습은 신체의 특정기관만 비대해진 돌연변이 괴물을 연상케 한다.

영화 담당기자이다보니 한달 평균 20편 안팎의 영화를 본다. 그 과정에서 절감하는 점은 한국의 심각한 문화편중 현상이다. 누가 봐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수작들이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지만 배급망을 타지 못해 극소수의 관객만 만나는 결과를 지켜보고 있자면 억울하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뭔가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는 관객 수요는 틀림없이 존재한다. 취재 중에도 “그 영화 보고 싶은데 상영해주는 곳이 없다” “금세 간판이 내려져 영화를 놓쳤다”는 대중의 호소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선 전국에서 1개 스크린에만 걸려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 휴식을 반납하기에는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과하고,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좁기만 하다. 관객의 돈으로 공룡처럼 몸집을 불리고 있는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 한국의 문화다양성 확보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생각할 때다.

이같은 ‘문화 쏠림’ 현상은 한국 영화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할리우드 독점”을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진정한 독점이 무엇인지, 저예산·독립영화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선 똑부러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영화인들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경을 막론한 ‘다양성 쿼터제’ 주장이 영화인들의 입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한국에 유학온 한 프랑스인 학생은 ‘왕의 남자’ 1천만명 돌파 소식을 대서특필한 언론보도에 “이토록 획일적인 문화현상을, 자랑하듯 떠드는 한국 언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한쪽으로만 편향된 문화는 부끄러워할 일이지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영화가 ‘양적성장’만을 좇는 단계를 넘어 ‘균형발전’을 모색할 시점이 됐음을, 이 프랑스 학생의 말은 시사하고 있다.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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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8-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만들기 싫은 신용카드 억지로 신청했더니.. (계약직이다, 한번만 도와달라 등등 간절해 보여서...)

 

소식이 읍따 ㅡ..ㅡ;
발급 거부당했나보다..

아니 내가 왜..? 흐..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신용불량도 아닌데.. 우씌...

왜 카드 안주냐고 전화할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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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8-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녜요.. 전화도 안왔어요. 뻰찌 맞았음..
만나달라고 해놓고서 만나주니 '별로네 흥' 하고 뒤돌아서는 여자같아요 ㅡ..ㅡ;
아~ 자괴감 든다...

마태우스 2006-08-0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원래 오래걸려요. 글구 주소 확인차 전화 꼭 하거든요....좀만 기둘려보세요

릴케 현상 2006-08-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ktx제휴삼성카드 열라 기입해서 신청했는데, 암 소식 없더군요.
예쩐에 회사다닐때는 국민카드 신청하러 갔더니 연봉 얼마 이하는 안 된다고 면상에서 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