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와 광고 홍수, 학력 경쟁, 전자오락이 뒤섞인 ‘정크문화’가 어린이들을 해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와 교사, 동화작가 등 아동문제 전문가 110명은 12일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어린이들의 심각한 우울증과 행동발달 여건을 깊이 우려한다”며 정부가 ‘유년시절의 죽음’을 막기 위한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서한에서 “빠르게 변하는 초경쟁 사회에서 아이들이 너무 일찍 시험 위주의 학교과정에 적응해야 하고, 작은 어른 흉내를 내도록 만드는 상업주의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요즘 아이들도 정크푸드가 아닌 진짜 음식, 전자오락이 아닌 진짜 놀이, 세상을 직접 체험하고 성인들과 정상적으로 교류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 작성에 참여한 <중독된 유년시절>의 지은이 슈 파머는 “11살짜리 아이가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15년 전의 두세살짜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요즘 아이들은 거실에 구겨넣어진 거대한 코끼리 신세”라고 말했다. 아동문학자인 마이클 모퍼고는 “성적 위주의 교육시스템이 아이들에게 창의성과 유년기의 풍요로움을 제한하는 굴레를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가인 재클린 윌슨은 책 사인회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표정이 무표정하다며 전자오락에 중독된 어린이들이 “더이상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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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9-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요즘 아이들은 거실에 구겨넣어진 거대한 코끼리 신세”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 로마의 실시간 지도 프로젝트
개인 핸드폰 사용자의 신상 정보 및 위치는 익명으로 보호.
Candace Lombardi ( CNET News.com )   2006/09/12  
Telecom Italy
하루 아침에 지어지지 않은 로마, 이제는 3차원으로 지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탈리아 통신 회사의 선두주자 텔레콤 이탈리아는 MIT와 손을 잡고, 실시간 지도 제작 시스템을 개발하여, 사람들이 도심 지역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게 되면, 자신의 움직임이 실시간 지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리얼 타임 로마는 지난 금요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아름다운 수상 도시 베니스에서 이 비엔날레는 기존의 미술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도심 연구와 관련된 기술 집약적 작품들 또한 함께 선보여지고 있다.

리얼 타임 로마를 접하는 관람자들은 지도보다는, 어떻게 보면 매우 특이한 컴퓨터 스크린 세이버처럼 보이는, 매우 크고 화려한 색깔의 투사된 영상을 보게 된다. 이 영상을 더욱 가까이서 보게 되면, 밝은 색깔의 선들과 점들이 도시 전반의 정체 도로 구간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가 지리 정보 시스템에 기반을 둔 MIT의 기술은 핸드폰 통신 회사 및, 교통 당국으로부터 수집한 실시간 정보들을 취합해, 더욱 큰 위치, 또는 인구 기반의 영상을 만들어 낸다.

현재 리얼 타임 로마를 비롯하여, 이와 비슷한 와이파이 기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MIT의 신생 연구소 센서블 시티 연구소의 소장 카를로 라티는, 리얼 타임 로마가 도시의 유명한 유흥가와 시내의 교통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해준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능은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자들이 항상 염원하던 것이다.

리얼 타임 로마는 또한 관광객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로마를 관광 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디서 다량의 전화 통화가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도 파악을 가능케 한다. 이 프로젝트의 한 샘플 이미지를 보면, 마돈나의 악명 높은 십자가 세레모니가 벌어졌던 지난 달 로마의 올림픽 경기장과 바티칸 주위에서 통화량이 급증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미지는 이탈리아가 월드컵을 우승한 날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라티는 지난 5월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어디에 많고, 또 술 한잔 하기 위해서는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을지 또한 알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마 이 기술을 통해서 관광객들을 국적 별로 구분해서, 각 국가별로 어느 관광지에 많이 분포가 되어 있는 지도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이용하여, 당신의 전 여자친구가 당신과 당신의 새로운 여자 친구가 만나는 장소 등을 추적할 수 있을까?

센서블 시티 연구소에 의하면 개인 핸드폰 사용자들의 신상 정보 및 위치는 익명으로 보호된다.

라티는 이러한 감시 시스템은 도시 계획자들과 더불어, 응급 구조 기관 들에게도 “꿈의 시나리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 시스템이 있었다면, 카트리나와 같은 비극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사람들의 핸드폰이 작동하고 있다면) 우리는 태풍이 닥치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하게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의 프로젝트에는 이미 많은 도시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 도시들 중에는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와 로마, 그리고 스페인의 자라고자를 포함한다.” 라고 그는 지난 목요일 CNET News.com을 통해 밝혔다. “현재 다른 몇 군데의 도시들과도 협상 단계에 있다.” 고 그는 덧붙였다.

MIT 연구원들은 지난 해에 이와 비슷한 핸드폰 기반 지도 표시 프로젝트를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진행했다.

리얼 타임 로마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제 10회 국제 건축물 전시회에서 11월 19일 까지 찾아 볼 수 있다.

로마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추적하다.
메사츄세츠 공과 대학교(MIT)는 텔레콤 이탈리아와 손을 잡고 도심 지역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실시간 지도 제작 시스템을 개발했다. 리얼 타임 로마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금요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제 10회 국제 건축물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 기술은 핸드폰 통신 회사와 교통 당국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취합한다. 투사된 영상에서, 버스는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빨간 색은 인구의 밀집 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이미지는 지난 달 마돈나가 로마 올림픽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핸드폰 통화량을 캡쳐한 것이다. 경기장과 바티칸의 핸드폰 통화량이 급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스냅 샷은 월드컵 결승이 벌어진 날과 그 다음날 로마 시민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7월 9일 경기 당일 날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었고, 주로 텔레비전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맨 왼쪽 위, 중간). 이탈리아가 이기자, 사람들은 서커스 막시무스 앞에 모여 승리를 자축하기 시작했다. (맨 왼쪽 아래). 경기 다음 날인 7월 10일, 이탈리아 팀이 로마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길거리에 나와 우승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왼쪽).


유럽에서 행해진 초기 핸드폰 사용 추적 관련 연구에서, MIT의 센서블 시티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핸드폰 사용량 패턴을 측정하였다. 이 데이터에는 핸드폰 통화량 밀집도, 수신처와 발신처, 사용자의 위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제공: 센서블 시티 연구소, M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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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9-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꿈의 도시인가 ㅡ..ㅡ;
 

 

한성간 기자 = 미역에 복부지방을 감소시키는 물질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대학 수산과학연구원의 미야시타 가즈오 박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화학학회 연례회의에서 연구발표를 통해 미역에 들어있는 갈색 색소인 푸코산틴(fucoxanthin)이 복부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헬스데이 뉴스가 11일 보도했다.

미야시타 박사는 푸코산틴이 쥐 실험에서 복부지방을 감소시켜 체중을 5-10%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야시타 박사는 푸코산틴을 먹인 쥐들은 내장지방 조직에 있는 지방연소 단백질(UCP-1)의 활동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푸코산틴을 먹이지 않는 쥐들은 이 단백질의 활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이는 푸코산틴이 지방 연소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단백질은 복부지방인 백색 체지방에서 주로 발견된다.

푸코산틴으로 활성화된 지방연소 단백질은 지방산의 산화와 지방조직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열에너지 생산을 촉진해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미야시타 박사는 설명했다.

모든 세포 속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로, 당분과 지방산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미야시타 박사는 또 푸코산틴이 간(肝)에서 악성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을 감소시키는 오메가-3 지방산인 DHA의 합성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쥐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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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미역 많이 먹어야겠어요. 변비에도 ~~

아영엄마 2006-09-1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미역만 먹을까 고민중임...@@

라주미힌 2006-09-1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갑자기 미역이 땡겨요. :-)
 

 

미국은 항상 전세계 사람들에게 미국이 많은 나라에 금융원조를 하는 ‘가장 관대한’ 국가라고 말한다. 통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인도주의적 관대함인가, 아니면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인가?

팔레스타인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곤 하는 미국의 실리적 금융원조 정책의 사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구성된 1994년 미국은 유럽과 함께 팔레스타인에 대한 금융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도움이 팔레스타인의 양보에 대한 대가임은 명백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특히 안보문제에서 이스라엘과 협력하기로 결정했고,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란 낙인이 찍힌 세력들과 싸우기로 했다. 미국과 그 동맹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의 요구를 따르고자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한 달 단위로 돈을 주기로 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금융원조를 계속 제공하면서 자치정부의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첫째, 팔레스타인의 가난한 경제를 압도적인 이스라엘 경제에 병합시키는 자유시장 정책을 강요했다. 둘째, 팔레스타인의 제품 생산을 중단시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봉급에 의존해 살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미국의 국제 경제정책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가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강요한 조건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팔레스타인에선 경제적 헤게모니를 세계은행이 아닌 이스라엘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미국은 금융원조를 통한 식민지화 구상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은 유럽 나라들과 함께,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동의하지 않고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스라엘에 양보했던 것들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자치정부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마스는 자신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뜻을 배신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언제나 민주주의가 인간 진보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해 온 미국이 팔레스타인 선거 결과를 극도로 불쾌하게 여긴 것은 윤리적으로 놀라운 이분법이다. 중동의 모든 이들에게 미국이 민주주의의 가치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맞게 재단된 민주주의에 관심을 둔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윤리·도덕은 미국이 하마스 정부 붕괴를 희망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금융제재 상황에 몰아넣기로 결정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협력하면서 유럽과 꼭두각시 아랍정권들, 과거 팔레스타인 여당인 파타에 속한 일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 팔레스타인에 지점을 둔 아랍은행들을 동원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공무원들은 7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땀이 아닌, 외국의 경제원조에 의존해 살았던 것이 전략적 실수였다고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팔레스타인에서는 파업이 벌어지고, 공무원들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하마스가 미국의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알지만, 배고픔을 해결할 대책은 내놔야 한다고 요구한다. 맞는 주장이지만 파산 상태인 정부가 그들에게 돈을 줄 가능성은 없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미국과 협력하는 반하마스 세력이 이 파업을 선동했다고 지적한다. 이들 세력의 바람대로 하마스 정부가 사라진다면 봉급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팔레스타인의 굴욕적인 대외 의존의 상징인 경제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미국의 ‘관대함’은 윤리적이지 않다. 아랍권에서 미국의 접근법은 전형적이며, 반드시 반작용을 일으킨다. 중동의 누구도 이유 없이 미국과 싸우려고 나서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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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난제로 알려진 ‘푸앵카레의 추측’을 푼 공로로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로 뽑혔음에도 이를 거부한 러시아 ‘은둔 천재’ 그리고리 페렐만(40) 이야기가 최근 국내 신문들까지 장식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류 매체들이 이 이야기를 일종의 ‘괴담’으로 처리했다. 황우석처럼 최고 과학자로 행세하여 국회나 들락날락했으면 ‘정상’이었을 터인데, 미국 우수 대학의 교수직을 거부한데다 상까지 사양하고 숲에서 버섯이나 따러 다니고 한 달 5만원짜리 어머니의 연금으로 살다니, ‘비정상’의 은둔 천재란 논리다. 그런데 국제수학연맹의 회장 존 볼이 페렐만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삼고초려를 했음에도 수상은커녕 국제수학연맹 대회 출석까지 거부한 페렐만의 행동이 정말로 ‘괴이’한가? 나는 반대로 그가 과학의 정도를 걷는 게 아닌가 싶다.

수상 거부 이유를 물은 기자들에게, 페렐만이 학계와의 접촉을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수학계 보스 중의 한 사람이 푸앵카레의 추측을 푸는 데서 자기 제자들의 역할을 과장한 데 대한 한심한 심정을 피력하고, “다수의 수학자들이 개인적으로 정직하다고 해도, 정직하지 않은 ‘권력자들의 횡포’를 그냥 수용하는 순응주의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진흙탕 싸움에 자신까지 휘말릴 것 같아 수상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학계의 한 ‘사단’으로 비롯된 그의 개인적인 상처도 이해할 만하지만, 그의 문제 제기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학문이 권력화한 세상에서는, 공부 자체가 좋아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옳을까?

특정 스승도 없고 제자도 거의 없었던 신라시대 원효부터 교수직을 가진 일이 없었던 함석헌까지, 페렐만과 같은 탈속적 처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들은 한국 지성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전통적인 학맥 의식에다가 일본형의 근대적 권위주의가 겹쳐져서 그런지 국내 일반 학계의 권위주의는 세계의 ‘평균’보다 훨씬 심할 것이다.

학계 안의 권력 관계의 최대 문제는 무엇인가? ‘보스’의 일개 가설이 곧바로 진리로서 위치를 차지하는 소통 구조의 왜곡은, 특히 객관적인 입증이 불가능에 가까운 인문과학에서는 가장 큰 폐단이 되지 않나 싶다. 예컨대 양반귀족의 특권을 확립시키고 천민들의 신분적 예속을 가일층 강화시킨 조선왕조의 출현을 우리가 ‘역사의 진보’로 안다든지, 국부를 자신의 가산처럼 운영하면서 외세에게 변변한 저항을 하지 못한 고종을 ‘계몽 군주’로 보는 논저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학계의 위계질서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 진리 탐구는 보스가 공인한 ‘진리’만을 대상으로 탐구하는 것으로 둔갑된다.

권력이 진리 행세를 하는 세계에 대해 페렐만이 느낀 혐오는, 면역성이 좋은 신체의 병균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다. 문제는, 수요자가 소수 전문가인 수학에서는 두문불출해서 자기 작업에만 매달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어도, 시민의 세계관을 형성해야 하는 인문과학에서는 공론의 장을 ‘보스’들에게 넘겨주고 은둔 생활하는 것이 직무 유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계가 건강해지려면 ‘보스’들이 지배하는 대학의 바깥에서 연구와 강의 공간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고, 학계의 내부 질서에 대해 실명 비판이 가능한 공개적인 토론이 한 번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토론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격이 된다는 게 지금 학계의 슬픈 현실이다.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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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부 비판이 불가능한 학계의 현실, 당신들도 젊어선 그게 답답했을 텐데, 늙어서는 고압적인 분위기를 앞장 서서 유지하다니, 참 나빠요ㅡ.ㅡ;;;

로쟈 2006-09-1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계'는 러시아나 중국까지도 다 예외가 없는 것 아닌가요? 노르웨이는 모르겠지만...

라주미힌 2006-09-12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연하게 동양쪽이 심할 것 같다라는 생각은 드는데, 범위가 더 넓나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