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창간 3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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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그랬어 창간 3주년이다. 실은, 창간 3주년이라는 걸 열흘 전에야 ‘발견’했다.(^ ^) 그만큼 다들 경황이 없었다. 고래는 운영상의 곤란을 한고비 넘기고 전에 없이 힘차게 헤엄쳐나가고 있다. 3년은 그저 특별한 드라마였다. 내 몽상으로 끝날 고래가 실제로 창간한 일, 몇 번의 아무 방도가 없어보이던 위기를 기적처럼 넘긴 일, 그 기적과 관련한 요정 같은 사람들, 광고 한번 없이 모인 수천명의 정기구독자들, 일생의 동무가 된 조중사와 김종현을 만난 일, 들은 나에게 인생에는 굳이 합리나 우연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지점이 있음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 나는 그 일들을 ‘섭리’라 믿는다. 화이트헤드 선생 말대로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는 일에도 우주 전체가 작용하는 것이다.

3주년 잔치를 준비했다. 차림은 소박하지만 고래 구독을 고려하는 분, 벗에게 구독을 권하려는 분에겐 꽤 근사한 차림일수도 있겠다. (급한 상차림에 도움을 준 사계절 강맑실 선배에게 감사드린다.)

 

http://goraeya.co.kr/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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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9-1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범상치 않군요!

가랑비 2006-09-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티 홈즈를 쏙 빼닮았네요.
 

 

이번에 발족한 한미FTA반대범국민서명운동본부는 특별한 의미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명운동본부의 캐치프레이즈는 ‘12014277+1’이다. 처음에 나는 이 숫자가 뭔가 했다. 돈의 액수여도 천이백만이 넘으면 거액인데, 12014277은 사람의 수라고 한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찍어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숫자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득표수 12014277를 보며 새삼스런 통증이 지나갔다.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씨는 지금의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다. 정치계에서 오래 밥 먹고 산 이들보다 그의 정치력, 행정력, 실무 능력이 탁월할 거라고 믿어 그를 뽑은 게 아니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일종의 상징이었다. 말로는 하나같이 ‘국민을 위해!’라고 떠들어대는 숱한 정치인들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정치사에 신물이 나버린 우리는 정말이지 민중의 소리에 진심으로 마음 기울일 수 있는 정치 지도자를 원하고 있었고, 거칠지만 순수해 보이는 노무현씨에게 그 가능성을 걸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열망이 컸으므로 배신감의 체감지표가 상대적으로 클 수도 있겠지만, 체감지표를 떠나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는 그를 당선시킨 민중의 열망에 반한 것이었다. 이라크 파병에 이어 새만금공사 재개,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한미 FTA 추진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정책 과정은 많은 의혹과 분노 어린 시선을 받았다. 그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에 가까운 자기방어기제다. 그는 언제나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중병에 걸린 듯하다. 기층 민중이 아파하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진심으로 민중을 사랑하는데 왜 민중은 자기를 사랑해주지는 않냐고 반문한다. 얼마 전 루마니아를 방문한 노 대통령이 교민 간담회에서 털어놓았다는 말을 기사로 접하면서 정말이지 실소를 넘어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가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란다. 나는 열심히 뛰고 있는데 더 뛰라고 채찍질하니 (힘들지만) 하여간 열심히 뛰어보겠단다. 앞뒤로 사족을 덧붙여놓긴 했지만 지지도 상실의 현실에 대한 그의 판단의 현주소가 이 수준이다. 귀도 눈도 모두 닫혀버린 듯한, 그의 기묘한 순교자의식이 나는 정말 끔찍하다.

애초부터 ‘정치적’이었던 인간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지만, 정치가 인간의 심성을 얼마나 황폐하게 할 수 있는지 처절하게 반증하는 정점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게 될 것 같아 측은하다. ‘한미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약효가 그리 길게 가지는 않겠지만 이럴 때 제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한동안 조용하다. 이번에도 한미관계를 탈없이 조정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이 사람은 어느 다른 우주의 외교 현실을 사는 대통령인가. 국가 경영이나 외교가 그런 투정이나 로맨스 같은 발언으로 되는 것이라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현실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나라 돌아가는 꼴이 너무 끔찍해 신문 보기 두렵다는 이들이 많다. 신문 보면 욕설이 나와 홧병이 도지니 딴 얘기 하자는 이들. 요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유명 대사가 ‘나도 그때 노무현 찍었다’이다. 그를 당선시켰던 사람들이 갖게 된 기묘한 열패감과 정치적 냉소라는 이 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병을 깊게 만든 당사자는 여전히 자기성찰의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희망 수준이 너무 높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이 떠올랐다. “희망은 원래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되는 것이다.” 소설 <고향>에서 노신이 토로하는 희망론은 동시에 절망론이기도 하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길이 되는 그 길이 절망의 길일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가고 있는 길은 이전의 대통령들에게서 신물나게 보아왔던 그토록 수많은, 속칭 ‘정치 지도자’들이 닦은 전형적인 소통불가능한 길로 이미 접어든 지 오래인 듯하다. 그리고 그 길의 정점에 있는 한미FTA체결을 막아낼 수 있는 길은, 순수한 열망으로 ‘노무현’이라는 상징을 만들어냈던 12014277명의 힘으로부터 다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냉소는 세계에 절망한 이들이 세계를 향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미래가 통째 걸린 한미FTA 앞에서, 새로운 정치열망의 상징을 만들어냈던 12014277명의 사람들이 동력이 되어 새로운 12014277을 창조해야 할 때가 지금이지 않을까. 상징을 넘어서는 상징을 만들기 위해선, 죽어버린 상징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 김선우/시인
정부가 밀실협약 체결하듯 쉬쉬하며 한미FTA를 밀어붙이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간 많은 공론화가 이루어졌고 공론화되어 문제제기가 많아지자 그제서야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체한다. 국민 누구도 한미FTA가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린지 모를 때로부터 출발해 ‘한미FTA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데까지 왔다. 비전이나 희망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이 나라 정치 현실에 희망을 만드는 일은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걷는 것이다. 내 미래의 생활을 속속들이 간섭하고 옥죄게 될 엄청난 협정에 대해 열린 광장에서 충분히 함께 이마를 맞댄 뒤 정말이지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정치하는 놈들 다 그렇지 뭐, 라는 열패감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우리 현실의 주인이라는 것을 축제처럼 누릴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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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9-1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때 노무현 찍었지 ㅡ..ㅡ;
이젠, 넌 찍혔어...
 

 

Moya Brennan - Sho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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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4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은 포인트벽지인가요? 배경속의 장미와 대조를 이루어 지나간 젊음의 이미지가 극명하네요.. 사진 좋습니다.^^

라주미힌 2006-09-1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포인트 벽지 맞아용...

라주미힌 2006-09-1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주까지만 해도 붉게 타올랐던 장미가
어젯밤 스치듯 보았는데, 모든 것을 태워버린체 시커멓게 고개를 숙이고 있길레...
한 컷...
벽지의 꽃과 의도적으로 구도를 잡아봤습니다..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 중국의 세기
조너선 D. 스펜스 외 지음, 콜린 제이콥슨 외 사진편집, 김희교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9월
절판


상상했던 것 보다...

엄청 크다...

펼치면 돗자리도 가능...

전족의 여인...

뷔페라면 이 정도는 되야 ㅡ..ㅡ;

있는 집.

흥미로운 사진도 많고, 중극 근대사도 읽어볼만 하고...
만족스럽다.
시리즈로 아일랜드, 러시아 쭈욱 출간한다니
출혈이 좀 클 듯
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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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9-1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은데 비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제값은 하는가 보군요.^^

라주미힌 2006-09-1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 상태는 아주 좋아요. 판형이 고질라 수준이라 세워서 꼽을 만한 책장이 없을 듯 흐...

marine 2006-09-2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사셨군요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오래 두고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살까 고민 중인데 찍어 주신 사진 보니까 확 땡기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