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57460.html

새끼들 하루 2~3번씩 몰려들어 어미배쪽 핥아
수명 8~9년…곤충중 최장수
알에서 5년 걸려 성숙
한번 알 낳고 3년간 돌봐

 

부부가 평생을 같이 살면서 단한번 낳은 자식을 극진히 돌보는 곤충이 있다. 최근 이 곤충은 어린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우리나라 고유종인 갑옷바퀴 얘기다. 갑옷바퀴의 이런 독특한 행태는 진화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깊은 산에만 사는 바퀴=서울대 대학원생이던 박영철씨(현 이화여대 동물행동 및 생태연구실 연구원)는 1996년 강원도 홍천군 계방산에서 처음 보는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쓰러진 썩은 나무속에 6~7㎝ 길이의 굴을 파고 부부와 새끼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성충의 길이는 2㎝ 가량으로 온몸이 매끄럽고 단단한 키틴질로 덮여 있었다. 박씨는 지도교수이던 서울대 최재천 교수(현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세계적 바퀴 전문가인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그랑콜라 박사 등과 함께 이 바퀴를 2001년 국제학회에 신종으로 보고했다.

갑옷바퀴는 다른 바퀴와 달리 썩은 나무를 먹는다. 따라서 숲이 우거진 깊은 산속에만 산다. 나무의 섬유소는 장속에 공생하는 원생동물이 분해해 준다. 나무를 먹는 흰개미와 똑같다. 갑옷바퀴가 바퀴와 흰개미를 연결하는 진화의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지극한 모성애와 부부애=갑옷바퀴는 여러 점에서 보통 바퀴와 다르다. 먼저 수명이 8~9년으로 곤충 가운데 가장 긴 편이다. 성체가 돼 번식을 하기까지 5년이나 걸린다. 이때 만난 부부는 해로한다. 성체는 알집 2~4개를 한번만 낳는다. 한달 남짓 지나 7~8월에 알집마다 30마리쯤의 새끼가 부화한다. 부부는 새끼들이 자랄 때까지 3년간 돌본 뒤 죽는다.

갓 태어난 새끼에게 꼭 필요한 것은 섬유소를 분해해 줄 공생균이다. 어미는 공생균과 영양분을 섞어 액체 형태로 배설해 새끼들이 먹도록 한다. 이런 행동은 새끼의 장속에 원생동물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약 2달 동안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 갑옷바퀴 성충은 새끼를 기르는 데 정성을 다한다. 몸을 쓰다듬어주고, 입이 약한 새끼들이 먹기 좋도록 나무를 잘게 부숴 주기도 한다. 지네 등이 침입하면 동굴을 몸으로 가로막고 접근하는 다른 바퀴를 물리친다.

» 수유시 분비액이 흘러나오는 함몰부위 전자현미경 사진
최근 박영철 박사는 갑옷바퀴가 일종의 ‘수유행동’을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한국동물분류학회지>에 냈다. 공생균이 새끼 장에 착상한 이후에도 새끼들이 어미 주변에 주기적으로 모인다는 데 착안했다. 새끼들은 하루 2~3번씩 어미의 배 가장자리에 몰려들어 앞다퉈 무언가를 핥는 행동을 했다. 배와 다리의 연결부위에서 점액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배 가장자리에서 점액이 고일 수 있는 함몰부위 수십곳이 발견됐다(사진 참조). 박 박사는 “분비물에는 새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과 성장촉진호르몬, 항체 등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분비물의 성분과 분비선의 확인이 다음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추운 겨울이 사회성 낳아=갑옷바퀴가 벌·개미·흰개미 등 사회성 곤충에 버금가는 사회성을 갖게 된 이유는 논란거리였다. 유력한 설명은 공생균을 새끼에게 전달할 필요 때문이라거나 썩은 나무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사회성이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박 박사는 최근 ‘기후가설’을 발표했다. 갑옷바퀴 속에 포함되는 종들은 현재 미국, 중국, 우리나라의 온대지역 고산지역에서만 발견된다. 혹독한 겨울을 나야하는 공통점이 있다. 갑옷바퀴는 11월 중순이면 장 내용물을 비우고 이듬해 3월까지 겨울잠에 들어간다. 이런 역경 때문에 새끼의 발육이 더디고, 이는 다시 번식을 한번에 국한하고 새끼를 오래 돌보는 사회성을 진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박 박사는 “갑옷바퀴의 ‘미덕’은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확산하려는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박영철 박사
바퀴벌레 FAQ

-바퀴벌레는 모두 해롭나.

=그렇지 않다. 전세계의 바퀴벌레는 모두 4천~5천종이며, 이 가운데 인간 거주지에 사는 것은 50여종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가 해충으로 규정한 것은 10종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8종의 바퀴벌레 가운데도 집에 사는 것은 바퀴, 집바퀴, 먹바퀴, 이질바퀴 등 4종이다.

-바퀴벌레는 방사능에 강하다?

=핵전쟁이 나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는 얘기가 있지만 방사능에 얼마나 강한지 따로 연구된 결과는 없다. 일반적으로 곤충은 탈피할 때만 세포분열을 하기 때문에 항상 세포분열을 하는 척추동물보다 방사능에 강한 것은 사실이다.

-독일바퀴는 독일에서 왔나? 미국바퀴는?

=등에 한 쌍의 세로줄이 있는 독일바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해 그냥 ‘바퀴’로 불린다. 동남아 원산으로 린네가 이름을 붙일 즈음 무역선을 타고 독일에 번창했을 것이다. 독일에선 이 바퀴를 ‘러시아바퀴’로, 러시아에선 ‘폴란드바퀴’로 부른다. 미국바퀴는 우리나라에서 미국바퀴라 부르는 큰 종으로 남부지방에 많다. 원산은 중앙아프리카로 노예무역선을 타고 미국에 번졌다.

-알은 어떻게 낳나.

=바퀴는 수십개의 알이 들어있는 난협을 3주일 동안 몸에 매달고 다니다가 부화 직전 안전한 곳에 떨어뜨린다. 어떤 바퀴는 난협을 몸속에 집어넣어 알에서 깬 새끼가 몸에서 나오는 난태생으로 번식하고 태생을 하는 종도 있다.

-얼마나 빠른가.

=바퀴는 더듬이와 꽁무니의 털을 이용해 공기의 미세한 진동도 감지해 재빨리 달아난다. 속력을 높일 땐 공기의 저항 때문에 몸의 앞부분이 들려 뒷다리 두개만으로 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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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16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문장, 무서워요ㅡ.ㅡ;;;

라주미힌 2006-09-1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도 베르누이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나 보네욤. ㅎㅎ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609151503311&code=900308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외국인 여성들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겪곤 한다. 전남 담양으로 시집 와 벽지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 담양군 문화회관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몽골 새댁 완자홀도는 남편이 좋아하는 해산물을 반찬으로 준비하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몽골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게나 멍게, 해삼이 영락없는 벌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낯선 음식을 먹느라 고생하던 그녀가 모처럼 고향음식을 하려면 남편은 우유냄새가 나 비리다며 내켜하지 않는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레아도 신혼 초에 웬 식용유를 그리 많이 쓰냐며 시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었다. 시집 온 첫 달에 식용유 다섯 병을 썼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가 튀기고 볶는 음식 하나는 잘한다며 칭찬했지만 아내가 해주는 음식이 영 낯설기만 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집 온 고려인 나타샤는 할머니가 쓰는 ‘사투리’(한국어)를 좀 알아 들었지만 정작 한국어는 대학에 진학해서 배워야 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후 일상생활의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남편이 자기에게 쓰는 표현이나 말투 때문에 속상해 한다. 남편이 자신더러 ‘마누라’라고 부르면 러시아어의 ‘미게라’라는 말처럼 들려 속상하다고 한다. ‘품행이 좋지 않은 여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전체 혼인신고의 13.6%는 국제결혼이었다. 농어촌 지역만 살펴본다면 전체 결혼의 35.7%가 국제결혼이었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며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대부분 서로를 알고 익숙해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갖지 못했다. 더욱이 이들은 서로의 언어조차 알지 못한다. 부부로 함께 살지만 말보다는 눈짓과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시작한다.

국제결혼한 부부들이 문화가 달라 매일 매일 겪는 이러한 갈등들은 어쩌면 사소한 일들일 수 있다. 이들이 처한 보다 심각한 갈등과 문제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탈법적인 중개업자가 개입된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이나 매매혼이라 비난받을 수 있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 낯선 곳에 시집와서 홀로 겪는 인권유린의 사례도 심심찮게 지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주목한 국제결혼의 문제가 결혼이민자 여성이 당하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방법을 지원하는 데 집중된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 본 국제결혼 부부들의 일상적 경험과 갈등이 단순한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음식 차이나 말투에 그치지 않고 보다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화가 무엇인지를 인식하지 못해 문화 차이에서 기인한 갈등이 개인간의 성격문제로 치환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문화마다 친족제도가 다르고 가족이나 친척에 대한 생각이나 의무가 다르다. 부계나 모계가 모두 중요한 필리핀의 친족제도에서 자라난 필리핀 여성은 한국으로 시집와서도 친정식구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의무감을 느낀다. 반면에 여자는 시집을 가면 ‘출가외인’이라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부계 친족관념을 갖고 있는 시어머니나 남편은 필리핀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아내나 며느리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기도 한다. 본국의 친정에 돈만 보내려 한다며 결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남편은 결국 아내와 부부로서의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신뢰하지 않기도 한다.

바람직한 부부의 조건으로 부부간의 낭만적 관계와 애정표현을 중시하는 필리핀 여성들은 말이 없고 무뚝뚝하기만 한 한국남편들을 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머나먼 땅에 홀로 와서 남편만 믿고 살지만, 남편은 전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매일 느껴야 하는 이들의 정서적 결핍감은 때로 우울증으로 악화된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러시아어를 배우며 러시아 문화를 습득했다. 남녀가 동등한 인격체라는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고려인 여성들은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시부모나 다른 어른들 앞에서는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집에 돌아와 단 둘이 있을 때도 여전히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는 남편이 서운하다. 고려인은 외모에서 입증되듯이 혈통이 같은 민족이라 당연히 문화도 같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은 아내가 겪는 문화적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때로 아내의 성격이 강하고 이기적이라며 불평만 할 뿐이다.

국제결혼 부부가 겪는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적응해 나가려는 당사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문화 간 차이를 학습하고 적응하는 노력이 순전히 아내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제결혼 부부를 위한 정부나 시민사회의 지원은 결혼이민자 여성이 한국문화에 동화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 요리법을 배우는 것은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과 부부로서 인연을 맺은 한국인 남편들도 아내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결혼이나 부부생활은 어찌 보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국제결혼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이 경험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의 특징은 문화 간 만남의 증가로 낯선 문화가 서로 만나 조화를 이루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혼성문화가 등장하는 것이다. 문화다양성은 글로벌 사회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국제결혼 부부와 가족들이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갈등하기보다는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문화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모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아시아를 무대로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다면 글로벌 코리아의 새로운 인재가 될 것이다. 반면에 끊임없이 한국문화로 동화될 것만 요구한다면 이 아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소외받는 또 다른 계층이 될 위험도 존재한다. 글로벌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오늘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한건수/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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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군이 6·25 한국전쟁중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한 민간인 1만7천여명을 학살했다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종수 한성대 교수)는 14일 ‘보도연맹원 학살의혹사건’ 등 3가지 과거 의혹사건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민보도연맹’은 해방후 전향한 좌익인사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단체로 회원수는 최소 6만2천여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맹원 규모를 20만~7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과거사위는 “학살을 주도한 사람은 경찰 1,081명과 군인 5,157명이며 이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집단처형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규모는 경찰 전산자료상 1만7천7백16명이며 이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3,593명이다.

이종수 위원장은 “좌익활동과 무관한 민간인도 상당수 처형됐다”며 “실제 피해인원은 1만7천여명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전쟁 당시 보도연맹원들에 대한 예비 검속 근거로 쓰인 내무부 치안국장 명령은 법적인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과거사위는 “개전 초기에는 경찰 주도로, 계엄하에서는 헌병·특무대가 경찰과 합동으로 검속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한강택 경찰청 차장은 민간인 학살에 대해 “국가기관인 경찰과 군이 적법한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좌익활동 관련자 및 그와 무관한 양민을 학살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남조선민족해방전선사건’에 대해 경찰 과거사위는 “남민전이 사회주의를 지향한 반국가단체지만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조사결과는 기존 대법원 판결과 동일하다. 경찰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기소내용에도 간첩활동 혐의는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1979년 10월 검거 당시 남민전은 ‘북한 정권의 사주를 받은 간첩단’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46년 대구 10·1사건’은 1946년 노조 총파업투쟁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시위대 한명이 사망하면서 대구·경북 전역의 대규모 소요사태로 번진 사건이다. 경찰 과거사위는 “시위대를 위협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이 발포했으며 이로 인해 소요사태가 확산, 수백명이 사망했으나 정확한 인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형 박상희씨도 시위 도중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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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성폭력을 저지른 남성들은 왜 ‘안했다’고 주장할까? 정말 ‘안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은 남성들의 일상적인 문화이자 권리였으니, 남성들은 문제제기를 받아도 뭘 잘못했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남성의 거짓말’의 실체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어떤 사람한테는 참이, 어떤 사람에게는 거짓일 수 있다”며 “거짓말과 참말은 권력관계에 의해 구조화된 인식론적 관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한겨레출판)은 우리사회의 다양한 거짓말을 뜯어본다. 지난 3월 ‘한겨레21’ 주최로 열린 7번의 인터뷰 특강을 책으로 묶어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사람의 거짓말’을 이야기한다.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인 근본코드는 나르시즘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역사학자 한홍구와 박노자는 ‘한국사의 거짓말’을 해부한다. 단군할아버지, 야스쿠니 참배와 국립묘지 등 시대를 넘나든다. 다행히도 한국은 거짓말이 점점 안 통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부천서 성고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을 겪으면서 민중들에게는 ‘속지 않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두식 교수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학술지 조작 등에서 드러나는 ‘거짓말 권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한국사회가 각종 증명서류를 요구하는 까닭은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전제하는 탓이다. 과학저술가 김동광은 황우석이라는 스타 과학자의 거짓말을 용인해준 거대한 과학시스템에 주목한다. 원죄는 ‘성찰하지 않는 과학’에 있다. “북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았다”는 탈북자 김형덕은 선거 때마다 부는 ‘북풍’을 보면서 남북이 서로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평화운동가 프라풀 비드와이는 인도가 ‘영적인 장소’ 또는 ‘차세대 강대국’이라는 일반의 환상을 깨뜨려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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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남당항

기름지고 넉넉해지는 것은 들판만이 아니다. 가을바다도 생명들이 펄떡인다. 더불어 사람들의 먹성에도 살이 오르는 계절이다.

서해의 별미 대하철이 돌아오면서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 미식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새벽녘에 대하(왕새우)잡이에 나선 배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는 오후 5시께부터 항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배가 선착장에 대기 무섭게 고개를 빼고 기다리고 있던 근처 식당 주인들과 상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대하를 실어나른다. 자연산 대하는 성질이 급해 그물로 건져올리는 순간에 바로 죽기 십상이므로 조금이라도 더 신선도를 지키려는 까닭이다. 배에서는 어부들이 미처 손질하지 못한 그물에서 조심스레 대하를 떼어내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던 관광객들도 용기를 내어 흥정을 시작한다.

올해는 8월25일부터 대하잡이에 들어갔다. 대하는 천수만 죽도 부근에 주로 잡히는데 물때에 따라 틀리지만 오전 6시부터 오후 4~5시까지 8~9시간 작업으로 하루에 20㎏ 정도 잡아올린다. 한창 작업 때는 홍성 뿐만 아니라 서산, 보령의 대하잡이배 300~400척들이 천수만 일대를 수놓는다. 강기용(41·죽도리 어촌계장) 이장은 “남당항 대하는 신선도와 맛이 뛰어나며 주민들의 인심도 후하다”면서 “올해는 조황이 괜찮은 편이어서 살이 통통한 대하를 맛볼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9월이면 전국의 내로라 하는 미식가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남당항에는 천지에 진동하는 대하 굽는 냄새로 저절로 혀가 동한다. 프라이팬 바닥에 굵은 소금을 깐 뒤 대하를 올려놓고 노릿노릿 구우면 불그스레 익으면서 구수한 향이 풍겨나온다. 잘 구워진 대하는 맛이 고소하고 기름진데 붉은빛을 띠는 껍질 역시 비타민A가 풍부해 통째로 먹는다.




서해에서만 나는 ‘새우의 왕’ 대하(왕새우)는 저지방ㆍ고단백ㆍ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다. <본초강목>에는 대하가 “양기를 왕성하게 하는 식품으로 일급에 속하고, 신장을 좋게 하며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기력을 충실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예방해 주는 칼슘을 비롯해 키토산ㆍ타우린ㆍ베타인ㆍ아르기닌 등의 고급단백질과 비타민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피부 미용에도 좋다.

천수만변에 자리잡은 남당항은 봄에는 새조개, 가을에는 대하가 많이 난다. 대하철에 맞춰 해마다 9월 말에 남당리 대하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23일부터 10월15일까지 축제가 예정되어 있어 대하로 만든 각종 요리를 맛보고 평소보다 싼 가격으로 대하를 살 수 있다. 11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에는 사물놀이, 각설이 공연, 연예인 공연, 댄스 공연, 축하불꽃놀이, 대하잡기, 레크리에이션, 관광객 노래자랑, 락페스티벌 등이 펼쳐진다.

남당항을 나와 천수만 AB지구 방조제쪽으로 가다보면 천수만을 감싸고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활짝 핀 코스모스밭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작은 포구와 만난다. 홍성군의 서해 끄트머리에 있는 서부면 상황리 속동마을로 예부터 갯벌이 유명하고 바지락이 많이 나 바지락마을이라고 불린 곳이다. 물이 빠지는 오전에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에서 바닷바람을 즐기며 바지락을 캐어 맛보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오전 10시 무렵 속동마을 앞 갯벌을 찾아가자 홍성청소년수련단 어린이 40여명이 갯벌을 헤집으며 바지락을 캐고 있다. 황의정(12·홍주초등6)군은 바지락 캐는 재미에 얼굴에 뻘이 잔뜩 묻은 것도 모른 채 “너무 재미있다”며 바지락이 잔뜩 담긴 소쿠리를 내보인다. 인솔 교사 남수현(25·홍성읍 오감리)씨는 “아이들이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 흥미로와 한다”며 “산만했던 아이들도 집중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마을 앞에 잘 우거진 솔밭을 지나 천수만으로 불쑥 튀어나온 전망대에 오르자 넓디넓은 갯벌과 저멀리 배들이 한가롭게 떠다니는 서해 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저녁 무렵이면 넓게 열린 천수만의 안면도 너머로 해가 지면서 남당항을 붉게 물들이는 서해의 장엄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홍성/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고소한 전어도 있어요

16부터 축제… 9월말 금산 ‘인삼엑스포’·봉화 송이축제도

결실의 계절을 맞아 전국 팔도에서 풍성한 먹거리 축제들이 열려 눈과 혀를 즐겁게 만든다.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에서는 22일부터 10월15일까지 ‘세계인의 건강축제’인 2006 금산세계인삼엑스포가 열려 인삼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마련된 인삼엑스포는 ‘생명의 뿌리, 인삼’을 주제로 중국·일본·미국·캐나다 등 세계 15개국에서 참가해 다양한 국제 전시와 교역, 국제학술대회, 공연 등이 펼쳐진다. 특히 인삼음식관에서 평소에 맛보기 힘든 수삼건정과, 수삼오색매작과 등 8대 인삼요리를 비롯해 인삼을 활용한 간식과 후식, 인삼다과, 인삼음식 가공식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인삼요리 시연과 함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행사기간에는 국제인삼시장, 수삼센터, 인삼약령시장, 인삼종합쇼핑센터 등에서 우수 제품을 값싸게 살 수 있다. (042)220-3875.

청정 자연의 고장 경북 봉화에서는 29일부터 10월4일까지 제10회 봉화 춘양목송이 축제가 열려 국내 최고의 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봉화 춘양목송이의 진가를 체험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춘양목송이 채취, 송이요리 만들기, 춘양목 산림욕, 반딧불이 생태체험 등 청정 자연 속에서만 만끽하게 될 갖가지 체험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특히 해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는 봉화송이 채취 체험은 1인당 1~2개의 송이를 산주의 안내에 따라 채취해 값싸게 살 수 있다. (054)679-6391.

서천군 홍원항에서는 구수한 냄새와 감칠 맛으로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인다는 가을의 별미 전어 축제가 16일부터 29일까지 열려 식도락가들을 유혹한다. 전어는 겨울을 나고자 가을까지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세꼬시처럼 뼈째 잘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전어회나, 미나리와 오이·깻잎·고추·마늘 등과 버무려 매콤새콤한 맛을 낸 무침, 통째로 구워낸 구이 등 어느 것 하나 별미가 아닌 것이 없다.

축제 기간에는 전어 OX 퀴즈, 관광객 전어 썰기 대회, 전어 정량달기 대회, 맨손으로 전어잡기 대회 등 전어 관련 이벤트와 관광객 댄스대회, 인기가수 초대공연, 오리발 릴레이, 훌라후프 대회 등 행사가 벌어진다. (041)950-4214.

정상영 기자

여행 정보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홍성 나들목→40번 국도→남당리·안면도 방향으로 좌회전→AB지구 방조제 넘기 전에 궁리·하리 쪽으로 좌회전→해안도로(임해관광도로)→해안전망대(상황리 휴게소) 속동마을→남당항.

경부고속도로→천안나들목→21번 국도→아산→예산→홍성→29번 국도→갈산→40번 국도→남당리·안면도 방향→AB지구 방조제 넘기 전에 궁리·하리 쪽으로 좌회전→해안도로(임해관광도로)→해안전망대(상황리 휴게소) 속동마을→남당항. 홍성종합버스터미널 (041)632-2425.

♤잠자리: 남당항 근처에 씨월드모텔(041-634-9222), 솔밭천수모텔(041-631-0840), KD모텔(041-631-2815), 시골풍경펜션(041-631-6607, www.weeklove.com) 등이 있다.

♤먹거리: 남당항 주변에 대하구이와 전어회 및 전어구이 전문 식당과 횟집들이 즐비한데, 그 가운데 남당식당(041-632-8242)은 담백한 바지락칼국수와 우럭매운탕으로 인기가 높다. 군청 앞에 있는 삼미식당(041-631-1434)은 생태탕 전문 식당이다.

♤특산물: 육질이 담백하기로 소문난 홍성한우, 토굴에서 숙성시킨 광천토굴새우젓,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진 광천조선김, 갈산 전통옹기 등이 있다.

♤주변 명소: 김좌진 장군 생가(갈산면 행산리), 한용운 선생 생가(결성면 성곡리), 홍성의 제1경인 용봉산(홍북면 상하리)과 억새로 이름난 오서산(광천읍 담신리, 장곡면 광성리), 홍주성과 여하정(홍성읍 오관리), 개인 수목원인 그림이 있는 정원(광천읍 매현리).

♤문의: 홍성군청 (041)630-1808, 1362. 남당대하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영태) (041)634-6207, 019-208-8198, 011-433-8196. 속동마을 갯벌체험 홍성NGT(naepo.go.kr) (041)630-1362, 속동마을 011-432-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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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9-1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꿀꺽. 아, 주말에 대하...나 먹으러 갈까!!!! 으흐흑.

라주미힌 2006-09-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