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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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에 나왔으니까 너도 알고 있겠지만, 그게 우리 가족이다.
각목을 휘두른 사람이 아버지고, 집의 기둥을 붙들고 있었던 게 어머니, 순경 아저씨의 등판을 후려친 건 누나야.
293p

박진감 넘치는 유소년 활극, 탁월한 스토리텔링, 얌체공 같은 캐릭터들의 분주한 몸짓, 유쾌한 달변, 낭만과 풍자와 애정의 쓱쓱싹싹 버무림… 재미를 위해 조합된 각 요소들은 특급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게 ‘이야기’의 맛이구나. 덮어버리고 싶은 책들과 달리 전진하는 페이지 숫자가 반갑지 않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재미의 반은 캐릭터다. ‘식욕대왕’ 지로와 ‘시대의 낭인’ 지로 아버지의 신경전은 K-1을 넉다운 시킨다. ‘과거’ 있는 엄마와 불륜의 여주인공 누나, 수학 숙제 해주고 싶은 여동생 모모코… 한국에 영화 ‘가족의 탄생’이 있다면, 일본에는 ‘가족의 해체’가 있다고 할만큼 ‘날아다니는 집안’이다.
국가와 국민의 의무에 두드러기가 나는 중환자 아나키스트를 아버지로 둔 ‘초딩’ 6학년, 4학년 아이들에겐 커다란 시련일지라. 아마도 식성이 좋은 것은 살아 남으려는 본능의 용트림인 듯 하다. 이밖에도 지로 친구들, 동네 ‘달건이’ 가쓰 또한 조연급으로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2권에서도 성격파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 소설의 나머지 반의 재미는 ‘날아다니는 가족사’에 있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그들 주변에서 터짐으로 해서 일본 최남단의 작은 섬으로 ‘튄다’. 지로는 이상하리만큼 호혜적인 그 곳 동네 주민들에게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낸다. 부모와 조상 그리고 그 섬의 역사와 현실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의 가족사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일본 현대사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야기는 이렇게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도쿄의 삶과 이리오모테 섬의 삶.
부모 세대의 의식와 자식 세대의  의식,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의무,
집단의 권력과 소수의 권리.
세대(시간)와 지역(공간)의 이분된 상황은 마치 가족의 갈등과 반목을 필연성을 띠게끔 구조화 되어 있다.
절대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와 기업, 마찬가지로 교내에서 벌어지는 상급생의 폭력.
자식과 부모 세대는 서로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서로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서서히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체험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국민성을 재생산해내는 의무교육보다 뛰어난 교육이란 것을 지로 아버지의 ‘방목형 교육‘이 입증한 것일까. 마지막에 지로는 부모를 이해하고 성장한다. 그들의 갈등은 이해할 수 없는 것 자체로 남겨졌었지만, 그들이 ‘남쪽으로 튀어간 그곳’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나는 낙원을 추구해. 단지 그것뿐이야.”라는 지로 아버지의 멘트는 그의 단순한 삶, 하지만 진짜 삶의 모형을 보여준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보다 스스로에게 선택할 자유를 아들에게 준 것이다.

큐슈보다 대만에 더 가까운 이리오모테 섬의 역사는 한 가족사에 담겨져 있다. 기억하는 것은 착취에 대한 분노이고, 반골기질의 피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다. 변하지 않는 것은 낙원에 대한 동경이고,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소설로 엿보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배경지식의 유무가 관건이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소양과 상식, 유사체험으로 해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삶의 렌즈를 통하여 발견해 낼 수 있는 공통점들은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 대단한 역할을 해낸다. 진학을 위한 교육에 매달린 가정, 자본 획득을 위하여 주민을 내쫓고 환경을 파괴하고, 착취와 억압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으며, 가족의 평화와 사랑을 그리워 한다.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이 소설 한 권이 전한다.

 

낙원이 어디에 있다고?

남쪽에

 

이리오모테 호시즈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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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바닷물이 이렇게 맑다니요.. 리뷰 늘 잘 쓰시잖아요 호호~~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꾸욱..

라주미힌 2006-10-1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만쉐~ :-)
바다 좋아요.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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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잖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작고 작아.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줄 뿐이야.
-287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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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joeseol/90009582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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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를 주말에 덮고...
새 시작을 열려고 아침에 후다닥 고른 책이..

'인생수업'

리뷰도 쓸겸..(흐흐)

 

역시 류시화라는 이름이 들어간 책하고 나는 안맞는다...

매 페이지마다 똑같은 말만 있는 것 같고,
예쩐에 본 것 같고...
읽어도 읽어도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너무나 좋은 말만 있어서..  딴 세상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느무느무 싫다.


임종을 앞에 둔 분들의 삶에 대한 진언이 담겨 있을 줄 알았더니...
그런건 참깨처럼 보일듯 말듯 뿌려져 있고.. 쩝.

겉표지가 인상적이라서 샀는뎅.... ㅡ..ㅡ; 역시 류시화야.

방출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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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0-1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의 산문은 좋아하지만 시는.....한번도 안읽어봤어요
 








요즘 중국 영화가 많이 '근대화'를 지향하는 것 같다. (그게 효과를 좀 보긴 했지.)
다른 말로 멋을 많이 부린다.
규모도 부쩍 늘었고, 나오는 모든 것들이 화려하다..
의상, 세트, 소품 등... '대국'의 진면을 보여주려 애쓴다.
촬영 기술도 많이 늘어서 '영상미'는 확실히 좋다.
아이스댄싱 같은 '무술'은 트레이드 마크가 된지 오래됐고...


마치 서구의 뿌리깊은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알고나 있는 것처럼
중국의 변화는 영화속에서 특별나게 튄다.
영화가 문화와 자본의 선도적 컨텐츠라는게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북경의 거대한 빌딩에서 느껴지는 '허'함을 감출 수 없듯이
영화 또한 '허'하다.
갑자기 성장한 아이가 무엇을 채워넣어야 할지 아직도 모르는 상태라고나 할까...


연극을 벗고 마지막에 짠 나타난 다니엘 우가 쌈씬에서 가면만 사사삭 베어버리는 것은
인간의 욕망을 감춘 가면을 베어버린 것일 터....
장쯔이는 가면을 쓰지 않고도 가면을 쓴 '고수' 중의 고수 
권력의 허망함은 그 모든 것을 피로 물든게 한다는 주제는 확실하게 보여준다.

햄릿에 대한 현대적, 중국적인 해석을 시도한 것이 마음에 들고,
연극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서 나름대로 만족은 하는뎅...


치명적인 지루함은 어쩔 수 없다. .ㅡ..ㅡ;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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