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입맛에 맞도록 디자인 구성을 바꿔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개인 파일공유 서비스 ‘PD박스’, 동영상 서비스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이 웹 2.0 개념의 새 홈페이지 ‘오피’(오픈 홈페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 2.0은 참여·공유·개방 등을 통해 네티즌들이 콘텐츠를 가공,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문용식 나우콤 대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는 기본 형태가 고정돼 있어 불만을 호소하는 네티즌이 많다”며 “이번 서비스를 통해 제약이 많고 비용이 들어가며 편리성이 떨어지는 기존 홈페이지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오피’(www.ohpy.com)에 접속해 회원가입한 뒤 홈페이지 만들기를 눌러 지시대로 따라하면 기본 틀을 만들 수 있다. 이후 개인 홈페이지, 싸이, 카페 등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고, 커뮤니티, 게시판, 쇼핑몰 등으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 웹 2.0 기술로 구축돼 마우스 클릭만으로 전체 디자인을 바꾸거나 기존 홈페이지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다.

나우콤은 앞으로 오피를 PDA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와도 연동하고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오픈마켓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전문지식이나 창작물, 리뷰, 동영상 등의 UCC를 내부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나우누리가 아직도 있군...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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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부터 4박5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단대표를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권의원단대표는 북한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꼼꼼히 기록한 수첩 등을 들여다보며 북한 핵실험과 6자회담 재개 결정 이후 북한 분위기를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권의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전달했고, 김위원장으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개최 등의 언급을 받은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평양 분위기는 어땠나.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간 거다.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평양에서 묘향산으로 이동해 가는 길목 곳곳에 핵실험 관련 구호가 붙어 있었다. ‘핵보유국이 된 5,000년 민족사의 역사적 사명을 길이 빛내자’ ‘핵실험 성공의 그 기상, 본때로 강성대국 건설에 새로운 박차를 가하자’ 같은 것들이다. 핵실험 성공과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고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구호들이 쭉 걸려 있었다. 그렇지만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놀랄 만큼 평온했다. 동시에 6자회담이 잘 풀리지 않으면, 즉 미국이 계속 압박 정책을 쓰고 제재를 강화하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분위기였다. 고난의 행군을 10년 했는데, 다시 고난의 길을 걸을 각오가 돼 있다는 말도 들은 적 있다.”

-김영남 위원장을 만났는데.

“김위원장은 우리로 치면 국가를 총괄하는 정부 수반이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을 정리해서 미리 전달했고 현장에서 말했다. 그것에 대해 김위원장이 설명하는 형식의 대화가 있었다. 김위원장 이외에 평양에 머무를 때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포스트에 있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었고 이들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핵실험을 직접 설명들었나.

“북측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 있다. 매우 전문적인 설명을 했는데, 결론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남북교착에 대한 북측 생각은.

“김영남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필요한 조건과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고 고찰해야 하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남쪽 정세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당국자 회담도 북측이 먼저 차단한 게 아니고, 남쪽에서 먼저 인도적 지원을 끊고 해서 당국자 회담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인도적 지원 중단에 대해 우리가 놀랄 정도로 분개하고 있었다. 실무자들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지원 재개뿐 아니라 사과까지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개성공단에 출근하는 사람이 1만명 정도인데, (식량지원이 중단된 뒤) 9월의 출근율이 낮아졌다고 하더라. 우리가 지원한 쌀이 주로 개성 지역, 금강산 지역 등에 우선 배분되는데 인도적 지원 중단 이후에 밥을 못 해먹어서 출근율이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 회담에 대해선 어떤 의견이 나왔나.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는 민노당이 ‘적십자 회담을 통해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제의했고, 김영남 위원장이나 북측 실무진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북측이 (남북 대화의) 신호를 보냈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판단을 잘 해서 답변해야 할 시기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북측은 두 사업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중요성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측이 먼저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인도적 지원 중단 이후 개성공단 방문자들에게 시내 방문을 금지시켰는데, 그걸 풀라고 이야기했다. 북측 실무자들은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개성공단 사업이 잘 안되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오히려 말하더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사업으로 북에 들어가는 자금이 군부에 간다는 의혹에 대해 북측이 알고 있나.

“구체적인 답을 듣지는 못했다. 북측 관계자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냥 웃더라. 말도 안된다고 여기는 듯했다.”

-6자회담 복귀 배경에 대한 북측의 설명은 무엇인가.

“김위원장은 ‘재개하기로 합의봤다. 지금까지 금융제재 모자 쓰고 (회담 하자고)해서 반대한 것이지 6자회담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6자회담 전에 금융제재를 논의하고 해체할 방도, 담보를 주고 한다고 해서 응했다. 원래 금융제재 해제 여하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문제였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던가.

“북측 인사로부터 들은 바는 없고, 북한에 가면서 중국에 들렀는데 중국 관리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게 있다. 중국의 역할이 앞으로 더 증대될 것이라는 거다. 중국이 앞으로 이중적 태도를 갖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에 제재를 더 강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중국 관계자는 ‘(중국의 입장과 역할에 대해) 한국, 북한, 미국 등 당사자들은 알 것’이라고 하더라.”

-방북단의 만경대 방문이 논란을 빚었다.

“생각 다르고 체제 다르다고 부인한다면 남북간 대결밖에 없다. 언제까지 대결적 자세로 갈 것인가. 가기 전에 우리 정부에서 금수산궁전,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3곳은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런 곳은 가지 않았다.”

-북측 인사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바는.

“북한은 새롭게 바뀌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더라. 일부는 중국 자본이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우려도 했다. ‘남과 북이 다른 곳에서 활로를 찾아서는 안된다’ ‘남북이 공동의 경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서로 살 길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남북 경협 사업의 성공적인 모델 케이스로 논의되는 게 조선정성제약연구소인데, 연구도 하고 공장이기도 한 곳이다. 그곳을 방문했는데, 기업을 소개하는 비디오 테이프 속의 용어가 ‘우리 경영진은 경영기법을 혁신하여…’라는 것이었다. 경영 마인드 같은 것이 확산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김근철·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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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한테 사형 선고가 내려진 직후인 5일 정오(현지시각)께, 바그다드 하늘에는 환호와 분노의 총성이 동시에 진동했다. 이는 24년간 이라크를 통치하다 미군에 쫓겨나 교수대에까지 오르게 될 운명에 처한 그의 존재가 이라크를 더욱 격심한 혼란과 유혈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갈 예고탄으로 보인다.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 뒤 시아파의 중심지인 바그다드 사드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이렇게 행복한 적은 없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후세인 정권 아래서 탄압받았다고 생각하는 시아파 소유의 방송사들은 그의 재임 때 실종된 이들의 사진들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바그다드 통행금지령 ‘긴장’

이와 반대로 바그다드의 수니파 밀집지역에서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총을 쏴대며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형 선고에 강렬하게 항의했다. 이 지역의 아부 하니파 사원에는 7발의 로켓탄이 떨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통행금지령에도, 1천여명이 그들의 ‘영웅’ 사진을 앞세우고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티크리트 시민들은 “점령군이 내린 판결”이라고 소리쳤다.

이라크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갈렸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공정했다”고 평가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판결에 앞서 “후세인은 합당한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세인 전 대통령의 종파인 수니파의 정치지도자인 살리 알무트라크는 “정부는 이런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태를 극단적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 이라크 인종-종교 분포 및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기소내용

이라크 정부는 이번 판결 전부터 바그다드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 등 2개 주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바그다드에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시키며 삼엄한 경계망을 쳤다. 4일에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이 바그다드 남부에서 대대적인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벌여 53명을 사살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악화 일로에 있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간 분쟁을 누그러뜨리는 대신, 수니파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공산이 매우 크다. 이슬람군 등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국제인권단체 ‘정당성’ 시비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초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의 변호인 중 3명이 암살당하고, 변호인단의 대부분이 안전 문제 때문에 요르단 암만에서 ‘출장 변호’를 다니기도 했다. 1월에는 쿠르드족 출신인 주심판사가 시아파 정치집단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항의하며 사임했다. 재판은 공개법정이 아닌, 바그다드의 중경비구역인 ‘그린 존’ 안에서 진행돼왔다.

후세인 전 대통령이나 그의 정권이 이라크 안에서 저지른 행위가 어떤 것이든, 이번 재판이 결국은 미국이나 미국의 후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기획됐다는 점에서 정당성에 대한 시비는 이라크 안팎에서 계속 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해왔고,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5일 사형 선고 직후 “비열하다”며 판결 내용을 비난했다.

하지만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이라크 민주사회 건설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라크인들에게 앞으로 수주 동안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후세인 정권의 종말은 국민 통합과 밝은 미래건설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마거릿 베케트 영국 외무장관도 긴급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필립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결정이 새로운 긴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라크 국민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자제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두자일 학살사건’이란

‘두자일 학살사건’은 1982년 7월 사담 후세인 당시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에서 비롯됐다. 바그다드 북쪽으로 60㎞ 떨어진 시아파 밀집지역인 두자일마을을 지나던 대통령 차량행렬에 수명의 괴한이 총격을 가했고, 이라크 정부는 대대적 단속을 벌여 148명이 처형당했다. 목격자들은 무자비한 고문 속에 어린아이까지 처형당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후세인 전 대통령 쪽은 암살시도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고, 처형당했다는 인물들 중에 생존자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후세인 재판중 주요 발언록

▲나는 이라크 대통령이다.(2005년 10월19일 두자일 사건 첫 재판 인정신문에서)

▲그런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당신은 이라크 사람인 데 나를 모른단 말이냐. 당신이야말로 누구냐? 도대체 이 법정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인정신문에서 신분을 밝히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대해)

▲내 말 잘 들으시오. 내게 무슨 죄가 있다는 거요. 난 무죄요.(두자일 사건 첫 재판에서)

▲미군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수갑과 족쇄를 차고 4층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2005년 11월28일 2차 두자일 사건 재판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명령해야 한다. 당신은 이라크인이고 주권을 갖고 있다. 그들은 침략자이고 점령자다. (2차 재판에서 수갑과 족쇄를 차고 4층 계단을 올라왔다는 후세인의 불만제기에 재판부가 시정토록 말하겠다고 하자 이에 대한 대꾸로)

▲우리의 적은 미국인이 아니라 이라크를 파괴하고 있는 미국 정부다.(2005년 12월21일 재판에서)

▲나는 35년 간 당신들의 지도자였는데, 나가라고 명령하느냐.(2006년 1월29일 재판에서 퇴정명령을 받고)

▲의사봉으로 당신 머리나 두드려라.(2006년 2월14일 두자일 사건 재판에서 주심판사가 법을 모른다고 공격하며)

▲수천명을 거리에서 죽이고, 고문한 쪽은 지금의 (이라크) 정부다.(2006년 4월5일 두자일 사건 재판에서 새 정부의 시아파 경찰에 의한 수니파 학살문제를 거론하면서)

▲증인들은 매수돼 이곳에 온 것이다. 누가 감히 대통령에게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4월5일 두자일 사건 재판에서)

▲당신은 이라크 국민이 아닌 점령자의 이름으로 재판하고 있다.(2006년 8월21일 쿠르드족 학살사건 안팔사건 첫 재판에서)

▲당신은 점령자들이 만든 법을 지키느냐? (안팔사건 첫 재판에서 인정신문에 응하라고 재판장이 요구하자)

▲나는 이라크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군 통수권자인 사담 후세인이다.(안팔사건 첫 재판 인정신문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하도록 시켰느냐?(2006년 8월22일 안팔사건 재판에서 증인들이 당시 학살상황을 폭로하자)

▲내 말을 들어 손해 볼 게 없다. 나도 말 좀 하게 해 달라(2006년 10월11일 안팔사건 재판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재판장이 마이크를 끄자)

 

 

전두환도 좀 어떻게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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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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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깨어 있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눕기는커녕 밤새워 걷지 않으면 안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조리한 것이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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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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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벗어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
집착, 불안, 두려움과 떨림. 미래의 허상, 과거의 유령이 현재를 흔든다. 깊게 패인 감성의 상흔은 젊음마저도 서서히 분해해 버리고 마는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문제인 것이다. 정체성, 강렬한 자아의식이 몰아치는 청소년기의 하룻밤을 그려낸 이 소설은 젊음의 마찰음과 파열음 그리고 정화된 멜로디가 흐른다.

아버지가 자신이 저지른 짓이 스트레스가 되어 위를 다친 것이며,
병이 난 것으로 용서를 받은 거라 생각할 셈이었던 것이며,
두 쌍의 처자를 남기고 혼자 이 세상에서 달아난 것이며,
그렇다, 달아난 것이다, 아버지는.
두 쌍의 모자를 지켜보는 것으로부터도, 혼자 처자식의 경멸을 견뎌가는 것에서부터도.
209p


죽어버린 한 아버지와 두 명의 어머니와 두 명의 자식.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 반하는 불륜이 잉태한 아이들이 겪는 위기의식이 섬세하다. 거부할 수 없는 저질러진 운명, 거부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불분명한 지금의 문제를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 그들의 고민은 지극히 현시적이며 자기 중심적이며 폐쇄적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마지막 축제를 통하여 서서히 친구들에게 열리게 된다.

성장통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보행제.
모든 상황은 그들의 삶에 집중된다. 은 외연을 가리고, 내연에 집중하게 한다. 피크닉은 현실을 벗어나 현실을 관망하게 한다. 보행제는 티벳의 오체투지와 같은 깨달음의 과정을 이끈다. 그렇게 인생과 자아에 대한 성찰은 새로운 시작을 약속한다.

지금 여기 있는 것은 저주 같은 의지뿐이다. 212p

인생이란 무작정 걷기.
오직 지독한 의지만이 현재를 있게 한다. 빠른 기록이 남는 것이 아니라, 오직 누구와 그 시간을 함께 했는가, 앞으로 함께 할 것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성장과 치유의 의식은 깊고 깊은 밤하늘 아래에서 새로운 역사를 준비한다.
보행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친구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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