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속 바다이야기] ⑧ '꼬시래기 제살 뜯기'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 더 큰 손실을 자초하는 한심한 행동을 할 때 '꼬시래기 제살 뜯기'란 말을 한다.
꼬시래기는 문절망둑을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로 지방에 따라서 망둥이,망둥어,문절이,운저리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국어사전은 망둥이를 표준말로 정하고 있다.
망둥이는 적응력이 뛰어나 극지대를 제외하면 지구상 어떤 곳에서 도 서식할 수 있으며 염분이 높은 해역이나 담수에서도 생존한다.
또 수온의 높고 낮음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끈끈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봄철에 부화한 망둥이는 초여름부터 활발한 먹성을 보이기 시작하 는데 지렁이든 번데기든 전혀 가리지 않는다.
먹을 것이라면 제 동족의 살을 베어줘도 한 입에 덥석 먹어치울 정도로 앞뒤를 못 가린다.
그래서 눈 앞의 이익을 좇다 더 큰 손해를 보는 한심한 행동을 할 때 '꼬시래기 제살 뜯기'라며 혀를 차게 된다.
또 같은 종족도 서슴없이 먹잇감을 삼는 망둥이의 습성에 빗대 친 한 사람끼리 서로 헐뜯고 해치는 경우에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 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망둥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낚을 수 있다 .
자기 살을 잘라 미끼로 끼워 던져도 시시한 입질 따위는 하지 않 고 한 번에 목표물로 덤벼들어 줄을 조금만 늦게 당겨도 낚시 바 늘은 이미 망둥이의 뱃속에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바보 도 낚는 망둥이' 라는 얘기도 한다.
가을철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망둥이는 씨알이 굵고 맛이 좋아 '봄 보리멸,가을 망둑'이라고 칭하기도 한 다.
농어목 망둑어과로 분류되는 망둥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고기 가운데 가장 많은 종으로 분화된 흔한 물고기이다.
흔하다는 것을 친숙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너무 흔 하다 보니 무시와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망둥이가 뛰니까 전라도 빗자루도 뛴다' 는 속담이 이를 대변한다 .
남이 뛰니까 아무 관련도 없고 그럴 처지도 못되는 사람이 덩달아 날뛴다는 말로 어중이떠중이 모두 나설 때 쓰는 표현이다.
또 이렇게 흔한 망둥이지만 시장에 갈 때마다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기회란 원한다고 해서 매번 오지도 않고 언제나 자기 마음에 드는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장마다 망둥이 날까' 란 속담은 이 때 쓴다.
김경희기자 miso@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이두석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