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해 출판시장을 대표할 만한 책들은 어떤 것들일까. 독자들, 나아가 세상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출판사 대표 및 편집장 20명에게 들어보았다.

이들이 추천한 책들 가운데는 방대한 사료와 치밀한 논리로 기존 연구의 공백을 메워주는 ‘묵직한’ 책들이 적지 않았다.

사생활의 역사’ 처럼 국내에서 완간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책들도 있었다. 또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맞서 그 현실적 대안을 고민한 책들과 우리 사회의 치부를 날카롭게 꿰뚫는 사회과학서도 추천 목록에 포함됐다. 경제·경영서 분야에선 올해 출판계를 좌지우지한 우화형 자기계발서보다는 부의 원칙과 미래를 가르쳐주는 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이 21일 국내의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 대표 및 편집장 20명을 대상으로 분야별 ‘올해의 책’을 추천받은 결과 인문 분야에선 ‘사생활의 역사’(5명)가 가장 많았다.

최근 전 5권으로 완간된 ‘사생활의 역사’(필립 아리에스 편집)는 2,000여년의 서양사 전반을 공적인 영역보다 사적인 영역에 초점을 맞춘 문화사이자 사회사다. 거대 담론 중심에서 벗어나 미시사·일상사로 대표되는 프랑스 아날학파의 시각으로 로마제국부터 현재까지를 다룬 역작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이제까지의 모든 인문·사회과학적 흐름이 이 시리즈에서 합쳐지고, 이후 모든 인간의 탐구는 이 시리즈에서 연원한다’는 평가를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김경원 외)가 꼽혔다. 일상생활 속에 자주 쓰이는 낱말들의 의미와 사용법, 오류 등을 소개하는 기획이 돋보인다는 평을 일찌감치 받았다. 정병준 목포대 교수가 쓴 ‘한국전쟁’ 은 국내 역사학자가 쓴 최초의 한국전쟁 연구서로 주목을 받았다. 방대한 사료를 비교·분석해 한국전쟁의 형성과정을 추적해낸 노작이라는 평가다.

박원순 변호사가 쓴 ‘야만시대의 기록’ 도 한국 고문의 역사를 최초로 파헤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총 3권에 걸쳐 일제시대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국내외의 고문 사례들을 통사적으로 정리해내 참혹한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인권’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근대를 다시 읽는다’, 미시사의 전범으로 꼽히는 ‘몽타이유’ 도 추천됐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쓴 ‘국가의 역할’ 이 많은 표를 얻었다. 신자유주의에 과연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아가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능한 대안인지를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경제에 있어 국가의 역할과 개입에 대해 균형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정운영씨의 유고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가 뒤를 이었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최장집 교수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의 실천 등을 분석한 ‘민주주의의 민주화’, 지난해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황우석 사태’를 기록한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한학수)도 추천됐다.

문학 분야에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과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가 나란히 꼽혔다. ‘우리들의…’는 올해 ‘공지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한국 서적으로는 4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소설. ‘아내가…’는 결혼제도의 통념에 대해 솔직하고 명쾌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경영서 분야에선 ‘부의 미래’, 뒤를 이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방법보다는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과학 분야에선 ‘평행우주-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미치오 가쿠)이, 예술 분야에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세기의 눈’(피에르 아술린)이 분야별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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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12-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군요.
 

주식 용어에 ‘저평가주’라는 게 있습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주식입니다. 이런 주식은 조만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올해에도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2월초까지 출간된 책이 4만3천여종. 이 가운데 일부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은 외면당했습니다. 과연 그들이 제대로 평가받았을까요.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 대표 및 편집장 20명에게 놓치기 아까운, 이른바 ‘저평가된 책’들을 추천받았습니다. 주로 인문서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쯤 눈길을 줘보길,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어나가길, 그래서 지식의 깊이를 더하길 바랍니다.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책으로는 ‘조선의 문화공간’ 이 꼽혔다. 조선시대 500년을 풍미한 사대부 87인의 삶을 이들이 마련한 문화공간을 배경으로 펼쳐낸 독특한 책이다. 10년을 파고든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 조선시대 문화공간에 대한 정밀한 고증과 함께 옛사람들이 남긴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출판사측은 “대중성이라는 미명하에 흥미 위주로만 나가지 않았고, 미련스럽게 4권을 한꺼번에 낸 게 부담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밝혔다.

마주보는 한일사’근대를 다시 읽는다’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도 책의 기획이나 내용에 비추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주보는…’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역사교사들이 매년 양국을 오가면서 토론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5,000년 한·일사를 최초로 공동저술했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웅진지식하우스 이수미 대표는 “인문학의 위기가 실감나는 한 해의 희생양”이라고 평가했다. ‘비트겐슈타인 선집’ 도 그 출간 의의가 높이 평가됐다. 선완규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은 “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사상과 삶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트겐슈타인의 주요 저작들이 7권의 선집으로 완간됐다는 것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면서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봐야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 와 ‘한미FTA 국민보고서’ 는 지난해와 올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황우석 사태’와 ‘한·미FTA’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출판의 사회적 책무를 상기시켜준 책들이다. 김기옥 한즈미디어 대표는 ‘여러분…’에 대해 “기록하고 반성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개의 언론매체들과 독자의 반응은 별로였다”고 말했다.

여론조작’과 ‘부와 권력을 찾아서’ 는 저자들의 비중에 비해 관심을 크게 얻지 못한 책으로 거론됐다. ‘여론조작’은 세계적 석학이자 비판적 지성인 노엄 촘스키와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권위자 에드워드 허먼의 공저로 미국 패권주의 외교정책과 주류 언론의 기만적 행태를 파헤친 현대 미디어론의 고전. ‘부와…’는 중국학의 대가 벤저민 슈워츠의 주저로 중국의 계몽사상가 엄복의 눈에 비친 서구사상과 그 한계를 되짚어본 책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본사가 마리우스 B 잰슨의 ‘현대 일본을 찾아서’ 도 ‘놓치기 아까운 책’으로 추천됐다. 책세상 문선휘 편집장은 “텍스트의 내용은 물론 장정과 책을 만든 공이 대단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인류사 속의 크고 작은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순수한 기록을 모은 ‘역사의 원전’ 도 저평가된 책으로 추천됐다. 장인용 지호 대표는 “기획부터 번역, 편집까지 대단한 역작임에도 저자의 전작인 ‘지식의 원전’에 치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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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전자기파 확인 `벡터장 현미경` 개발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나노 세계의 빛의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 현미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대식 교수팀은 22일 편광성(偏光性)을 이용해 빛의 전자기파를 확인할 수 있는 '벡터장 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내년 1월 창간되는 광학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창간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편광성이란 진동의 방향에 따라 빛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성질로,선글라스를 끼면 눈이 덜 부신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김 교수팀은 1년6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근접장 현미경'에 달린 뾰족한 탐침 끝에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인 금속 입자를 붙여 '벡터장 현미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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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17) 정치적 신념위해 특정제품 ‘불매’하는 사람들
‘대안적 삶’과 ‘소비’는 흔히 물과 기름 같은 관계로 인식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어떤 기업의 제품을 사는 행위는 세계 평화를 향한 도발이거나 부당 노동행위와 같은 의미다. 해당 기업이 전쟁 물자를 만들거나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물자 만드는 기업 제품 노동탄압하며 만든 옷들
안사고 안 입는 운동도 가리면서 소비하는게 미덕이죠

30대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중동 평화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탓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팔레스타인 사람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는 점이 근거다. 그는 “유대인들도 고난의 역사를 가졌지만, 최근 팔레스타인이나 레바논 등지에서 하는 행태를 보면 평화나 인권과는 거리가 멀다”며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가 중동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연대 단체 ‘경계를 넘어’에서 활동하는 이지은(27)씨도 “현대 도시생활의 상징인 스타벅스가 나에겐 죽음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조아무개(34)씨는 아예 대기업 제품을 사지 않은 지 5∼10년이 됐다. 자신이 치른 물건값이 사람을 죽이는 도구를 만드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한데, 국내 대기업이 대부분 무기를 만드는 업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 ‘삼성케녹스’를 만드는 삼성테크윈은 조씨에겐 장갑차와 자주포 등 무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국방부 누리집(www.imnd.or.kr/customer/LinkSite_02.html)에 공개된 국내 방위산업체 명단에는 대우정밀,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한진중공업, 한화 등 웬만한 재벌기업들이 다 들어 있다. 모두 조씨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노무사인 이수정(35)씨는 의류업체 이랜드의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씨는 이랜드가 노조 탄압과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를 할인해 (이랜드 옷을) 사는 일은 죽어도 못하겠다”고 밝혔다.

» 외국의 불매운동 사례

2002년에는 한국과 북한의 실상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은 영화 <007 어나더데이>가, 이듬해에는 이익금만 챙기고 대리점들을 해체한 한국네슬레의 초이스 커피가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지난해에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만든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한 ‘혐의’로 미쓰비시, 가와사키, 후지쓰 등 일본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모두 제품의 품질 대신 생산 기업의 정치사회적 행태에 항의하는 소비자 운동이었다. 이들은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지라도 ‘가려가면서 소비하는 게 미덕’이라고 믿는다. 불매라는, 작지만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전종휘 이재명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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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2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나네. -_- 다 같이 있을 때 가면 어쩔 수 없이 가긴하지만.
근데 워낙 다른 데 보다 싸서 자꾸 갈등되기도 해요. 그리되면 결국 자본의 논리에 휩쓸리는거지만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Happy SF 02 - 과학소설 전문무크 제2호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엮음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난 이 잡지를 단지 네뷸러상 수상작 ‘슬픔의 산맥’(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이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역시나 읽어볼 만한 작품이었다. 귀족 군정시대 같은 시대상도 꽤 괜찮은 설정이고, 사건해결을 해나가는 스토리 라인이 추리소설로서도 괜찮은 것 같고, 캐릭터 성향이나 태생적 배경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잡지는 이게 전부가 아니란 사실 때문에 찾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창작SF(아주 짧은 단편)의 참신함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전부는 아니고…). 특히 신화와 진화를 접목시킨 진화신화(김보영)는 우리 전통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독특하고 제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은 소재의 한계를 느끼게 해줬다. 어디서 영화나 만화로 본 듯한 느낌들을 지울 수 없다.

책의 부록에는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좋다. SF 장르를 논하는 글들… 출간되거나 출간된 책 리스트 목록, SF가이드… 특히 낯익은 이름 ‘박하영’씨를 만나게 되니 외계행성에서 지구인을 만난 것 같았다.
절판, 품절이 유난히 빠른 SF장르에 사명감을 갖고서 출판했는지는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가 망하지 않고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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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1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행복한 일이 있는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