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가 몬도비노를 만났을 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EIDF2007, 사무국장·프로그래머 강력 추천작 6편


어떤 생짜 이야기는 ‘만든 이야기’보다 재밌다. 그러니 다큐멘터리는 가끔 영화를 능가한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EIDF2007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과 사람, 공존을 위한 대화’다. 캐치프레이즈는 변하지만 지난 1년간 세계 각국에서 쏟아진 다큐멘터리 중 수작들만을 모아서 방송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것도 하루 10시간 이상 줄기차게. 8월27일부터 9월2일까지 EBS 채널을 틀면 이 다큐멘터리들을 즐길 수 있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평일은 8시간, 주말은 14~15시간 방송된다. 영화제 기간 동안 EBS 스페이스에서는 감독과의 대화가 곁들여진 경쟁작의 상영회가 있다. 이외에도 메가박스 코엑스, 연세대학교 inD, 대안공간 루프, 아트스페이스 카메라타 등에서 직접 관객을 만난다. EBS 스페이스와 메가박스 코엑스는 홈페이지(www.eidf.org)에서 예약을 해야 하며 나머지는 별도의 예약 없이 입장할 수 있다. <한겨레21>은 다큐멘터리를 먼저 섭렵한 형건 사무국장과 고영준, 정민아 두 프로그래머에게 두 작품씩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총 58편의 다큐멘터리 중 알짜다. 편집자


형건/EIDF 사무국장 추천작

1. 엄마의 일기장 51 Birch Street
더그 블록 Doug Block/ 미국/ 2005/ 88분/ 방송 8월28일(화) 오전 11시






감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불과 몇 달 뒤 팔순이 넘은 아버지가 갑자기 새장가를 가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55년 결혼 생활이 모범적이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상대가 당신이 몇십 년간 데리고 일한 여비서라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새 가정을 꾸려 플로리다로 가겠다는 아버지의 이삿짐을 꾸리며 발견한 어머니의 빛바랜 일기장은 감독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감독은 어머니가 35년간 써온 일기장을 읽어내려 가며 롱아일랜드의 전형적인 중산층 부부로 큰 문제 없이 살았다고 생각했던 부모님 사이에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또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말처럼, 어머니의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던 가족이라는 그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어머니를 만나고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볼 때마다 하늘나라에 계신 감독의 어머니는 당신이 남기고 간 일기장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2. 로스쿨, 변호사에 도전하라! A lawyer walks into Bar
에릭 차이킨 Eric Chaikin/ 미국/ 2007/ 89분/ 방송 9월1일(토) 저녁 8시25분






2005년 <단어 전쟁>(Word Wars)이라는 작품으로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던 에릭 차이킨 감독은 특유의 유머와 깔끔한 구성으로 미국 변호사 시험 제도와 로스쿨 졸업생들의 꿈과 도전에 포커스를 맞추어나간다. 미국은 주마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사법시험 난이도와 합격률이 다른데 50개 주 중 캘리포니아주 합격률은 39%로 경쟁률도 가장 높고 합격하기가 어렵다. 언어학을 전공한 감독은 미국 사회에서 선망과 애증의 대상인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시각을 애니메이션을 섞어 재미있게 구성했다. 또한 이 작품에는 현재 미국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는 거의 다 등장하는데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오제이 심슨의 무죄를 이끌어낸 로버트 샤피로 변호사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40번 넘게 사법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수험생도 등장한다. 캘리포니아 로스쿨 출신 6명의 사법시험 도전기를 애정 어린 시각으로 그린 감독 또한 한때는 변호사 지망생이어서 작품 곳곳에 감독의 해박한 법 지식과 예리한 법 해석이 눈에 띈다.

고영준/ EIDF 프로그래머 추천작

3. 신의 물방울, 몬도비노 Mondovino
조나단 노시르테르 Jonathan Nossirter/ 프랑스·미국/ 2007/ 136분/ 방송 9월1일(토) 새벽 0시55분






포도주라는 이름보다는 와인이라는 타이틀이 더 근사해 보인다. 생산연도가 오래된 것일수록 그리고 유명한 산지의 것일수록 더 고급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날에는 자리를 빛내기 위해서 구하기 힘든 와인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시장에 영향력 있는 포도주 사업가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포도주를 둘러싼 현대의 와인 신화가 사실은 세계화된 포도주 산업의 철저한 마케팅 전술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는 순간은 마치 과음한 다음날의 숙취만큼이나 우리에게 묘한 불쾌감을 남긴다. 제목에 등장하는 몬도비노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의 1권 뒷부분에 소개된 와인이다. 작품은 포도의 품종과 재배 방법 그리고 포도주의 맛이 세계화의 이름으로 표준화되면서 어그러지는 와인산업의 자화상을 포도 재배 농민에서부터 포도주 상품 개발자에 이르는 각층의 사람들과 밀착 인터뷰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포도주 한 잔에 담아보던 인생의 낭만마저 세계적으로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복제품이라는 사실은 자칫 우리의 인생도 세계화의 이름으로 그렇게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나아간다.

4. 무크타르 마이의 외침 Shame
모하마드 알리 낙비 Mohammed Ali Naqvi/ 파키스탄·미국/ 2006/ 94분/ 방송 8월28일(화) 밤 9시50분






세계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제3세계 문화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가 이슬람의 ‘명예살인’이다. 부족의 명예에 손상을 입혔다고 여겨지는 여성에 가해지는 이슬람 문화권의 사형(私刑) 관습으로 ‘명예처벌’이라고도 불린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목으로 집단윤간을 당한 무크타르 마이라는 파키스탄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 인권에 관해 주목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파키스탄! 아직도 부족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는 사회이기에 여성 인권의 문제 또한 이슬람 문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명예처벌’ 희생자의 용기 있는 저항 기록인 <무크타르 마이의 외침>은 이슬람 문화에서 여성 인권의 문제점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은 한국을 비롯해 외국의 여성 인권단체의 주요 초청 인사나 세계 뉴스 미디어의 단골손님이 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밀착해 취재한 다큐멘터리는 없었다. 종교 율법과 여성 인권의 갈등 문제가 파키스탄 사회 내에서 어떻게 풀려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정민아/ EIDF 프로그래머 추천작

5. 빅 할아버지와 수녀 The Monastery- Mr. Vig & the Nun
페르닐레 로세 그뢴크제르 Pernille Rose Grønkjær/ 덴마크/ 2006/ 84분/ 방송 8월27일(월) 새벽 0시10분





82살의 덴마크인 미스터 빅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외로운 노인이다. 그는 대단한 학식을 갖춘 종교심이 깊은 노인으로 평생 로맨틱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의 오랜 꿈은 자신의 허물어져가는 낡은 고성을 수도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이 고성에 젊은 수녀들을 파견한다. 수녀들은 노인을 설득하고, 건물을 보수하며, 그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한 번도 여인들과 살아본 적이 없는 빅의 생활은 서서히 변화를 보인다. 그들 중에서도 고집 센 말괄량이 수녀 암브로시자는 빅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런 그들의 티격태격하는 다툼은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숲 속 고성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노인은 심각한 갈림길로 내던져진다. 이제 성을 교회에 바치고 집을 떠나야 할 것인가? 아니면 성에 남아 외로운 삶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시드니, 브라질, 시카고, 벨기에, 미국 풀프레임, 덴마크 등 많은 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 외로운 독신남으로 살아온 노인의 아련한 기억, 당돌한 젊은 수녀, 각자의 꿈을 향한 행동이 삶의 고독, 종교, 행복과 이상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6. 신비한 공, 친론 Mystic Ball
그레그 해밀턴 Greg Hamilton/ 미국·캐나다·버마/ 2006/ 83분/ 방송 8월29일(수) 새벽 0시30분






버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아웅산 수치의 투쟁과 한국에 건너온 불법 이주노동자 문제 정도일 것이다. 우리가 이 나라의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접할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다.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버마라는 나라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카메라를 든 사나이가 있다. 그레그 해밀턴 감독은 고대로부터 전해져왔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버마 전통 스포츠인 ‘친론’에 깊이 매료된다. 친론은 상대가 없는 팀 스포츠이고, 춤이고 명상이며,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 게임은 고난도의 숙련된 동작을 요하지만 모든 버마인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즐긴다. 영화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친론을 배우기 시작해 게임을 완벽히 익혀 팀원이 된 한 서구인의 변화 과정을 따라간다. 친론 세계로의 열정적 여정을 통해 감독은 가족, 공동체,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고, 버마 선수들은 숨겨진 예술을 세상에 알려주는 사람을 만났다. 이제 캐나다인인 감독은 버마 국기인 친론을 다룰 줄 아는 비버마인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이 작품은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음으로써 그 대중적 인기가 입증되었다. 매력적인 촬영과 경외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에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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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79972번
 제  목:휴...이제 공개하겠습니다.                                  
 올린이:이태경  (이태경  ) 04/05/03 22:16  읽음:1326 추천:100   비추천:  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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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은 분들이 억대 연봉되는 비결을
강력히 물어보셔서 어쩔수 없군요.

공개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실천합시다.



1. 성실하자.

   하루에 열두시간 일할 수 있습니까?
   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흡연자나 집중을 못하는 분은 열다섯시간 해야합니다.


2. 집중하자.

   열두시간 내내 집중할 수 있습니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나머지 열두시간동안
   푹 쉬면 됩니다.


3.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인형 눈 붙여 보셨습니까?

   익숙해지면 2초에 한개 가능합니다.
   일단 2초에 한개 붙일때까지 연습을 하세요.



4. 자, 당신은 억대 연봉자가 되었습니다.

   인형눈 1개 10원

   하루 12시간 x 60분 x 60초 x 365일 x 10원

   = 157,680,000 원

   157,680,000 / 2 = 78,840,000 원

   대략 하루에 한시간씩만 더해도 억대 연봉. -_-;


   귀...귀족 노동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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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08-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왜 2004년도에 스크랩을 해뒀을까 ㅡ..ㅡ;
골방에서 찾아낸 옛날 만화책 같음.. ㅎㅎㅎ

나우누리 유저였음~!!!

산사춘 2007-08-25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나우누리 유머방~ go humor!
거기서 민여사님을 만났더랬죠.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라주미힌 2007-08-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여사님 글 보는 재미로 살았는데 ㅎㅎㅎ
알라딘에도 유머방 있으면 산사춘님이 상주하셨을텐데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 중 197명이 이른바 제3세계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 거야.
레지 드브레는 이들을 가리켜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어. 66p


“어린이 무덤”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구조적 폭력을 상징한다. 16p


나는 대형할인마트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이 세상이 빈곤마저도 넘치게 하는구나라는 묘한 아이러니를 한껏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진열대의 빈곳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풍요. 세계 곳곳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파리를 쫓아낼 힘도 없어, 아직 살아있다라는 것을 눈깜빡임으로 알리는 아이들은 이런 ‘흔한 세계’를 알고 있을까. 태어나자 마자 지구 최악의 고통만을 간직한 체 짧은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은 어떤 기억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갈까.

멜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식량부족은 필연적이고, 빈곤과 죄악은 막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틀렸지만 맞았다. 인구가 증가하였지만, 식량생산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전 세계인구가 먹고도 남을 식량을 생산하게 되었으니 그의 주장은 틀렸다. 하지만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고 있으니 그의 주장이 그다지 틀린 것도 아니다.

장자크 루소-사회계약론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빈곤, 가난, 기아의 원인을 따지자면 (경제적으로 볼 때, 자연적인 영향으로)공급의 부족, 수요의 증가에 있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정치적인 영향으로)불균형적이고 기형적인 자원의 배분이 더 큰 원인을 제공한다. 이 책은 두 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지만, 후자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바로 글로벌 자본, 신자주유의 비인간성을 말하려 한다. 정치적 부패, 사회적 차별, 전쟁에 쓰여질 에너지는 있어도 가난한 자에게는 돌아갈 빛이 없고, 소에게 먹일 ‘사료’는 있어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은 모자라다는 것이다.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자에게 스테이크를, 그렇지 못하는 자에게는 아사를 선사하는 끔찍한 세계가, ‘우주의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 이해하고 서로가 고민하여 변화와 행동과 희망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인류에게 고하는 전지구적 메시지를 담아 낸 것이 이 책의 가치인 셈이다.


막스 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161p



무릇 사람들은 신자유주의가 대세라고 말한다. 미국의 경제가 세계의 경제가 되고, FRB같은 기관의 영향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FRB는 누구의 소유인가?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이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투기자본이다. 그들에게 우리의 삶을 맡긴 체, 세계화 된 경제 성장만이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경제 성장의 혜택은 아주 극소수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그것을 믿고 싶어하는 망상은 어디서 비롯되고 있을까. 지금은 비록 다수에 포함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극소수에 오르려는 욕망일까.

인간의 굶주림에 관망하는 것도, 무관심도, 막연한 동정도 떨쳐내야 한다.
인간성 회복,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은 어쩌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관심과 나눔, 이해와 실천.
그것을 힘들어 한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이유가 없다.


파블로 네루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꺽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1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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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36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멜기세덱 2007-08-2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네요.ㅎㅎ 냉철하면서도 라주미힌님의 따끈한 정 느끼게 하는 리뷰입니다.
우리의 "살아남을 이유"가 "관심과 나눔, 이해와 실천"에 있음을 동의하면서, 추천 한 방 깊게 누르고 갑니다.

라주미힌 2007-08-2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읽은지 다섯달만에 간신히.. 썼어요 :-)

2007-08-24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8-24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의 글귀가 강렬합니다. 꾸욱^^
 
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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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입에서 나는 김치 냄새조차 절망이 되어 갔다. 저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인간이 인간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그 몸서리치는 사실이, 무엇보다 내가 여기에 온 걸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절망이었다." 30p


피, 땀, 눈물….

노동이라는 단어에 비릿하게 베어있는 진액은 언제나 절망의 향을 토해낸다.
진득하게 피부를 타고 흐르는 그 느낌을 우리는 부끄러워했다. (노동 행위에 있어) 머리에서 멀어질수록 노동의 가치를 천하게 보는 사회적 시선을 감내하면서, 까맣게 탄 피부, 하얗게 뜬 얼굴을 하고 하루를 살기 위해 낮과 밤을 쉼 없이 시간을 돌려야 했던 사람들을 부끄러워 한다. 이제는 그렇게 젊음을 보낸 사람들을 경쟁력이 없다고 집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과외를 시킨다. ‘내 자식은 노동자가 되어선 안 된다.’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 똑똑한 놈들이 (일 안하고도)잘 산다는 관념이 압도적이다. 하긴 자본주의 사회는 똑똑한 놈들이 잘 산다. 똑똑한 놈들이 권력도 많고, 똑똑한 놈들이 돈도 많다. 똑똑함도 물려준다고 하니 영속성까지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 그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노동은 너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1차 산업 고사시키기 프로젝트들, 비정규직화, 자본가들을 위한 서비스업 특화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의 ‘산업개조’는 이를 입증한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정규직을 줄인다. ‘노동’은 필요하지만 ‘노동자’가 많은 사회는 ‘개발도상국’이나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을 비정규직이 담당한다. 왜? 그들은 ‘정식 노동자’가 아니니까. 그들이 믿는 ‘이상국가’는 일하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이상한 나라’이니까.
그들은 정규직에 비정규직이라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비정규직에는 정규직이라는 박탈감을 심어준다. 노동과 노동자를 분리함으로써 그들의 지배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비정규직 법안의 핵심사안이 ‘비정규직 보호(?)’에 머물러있지,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대책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노동의 가치, 삶의 희망, 인간답게 살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고통으로 치환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를 거부한다. 저자 김진숙씨는 노동자로 살아왔던 삶,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의 생각과 삶, 자본의 폭력적 억압에 맞서 싸워온 삶을 이야기한다.
살기 위해 죽음을 안고 투쟁해왔던 피의 삶,
살기 위해 흘린 땀의 삶,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흘려야만 했던 눈물의 삶.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삶의 구석구석들을 담은 이 책을 읽기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과연 나는 노동자였나… 내가 생각했던 노동과 삶의 가치는 무엇이었던가…
계속되는 나의 질문은 나를 어렵게 한다.

"노동자면 노동자답게 지가 노동자란 걸 인정허고 떳떳허게 가슴 펴고 살아야 발전이 있는 거이제. 밥 먹고 자 불고 밥 먹고 싸 불고 그래 싼께 회사에서도 우릴 발톱에 때 보디끼 막 보는 거 아니겄소, 난 고거이 질로 깝깝허요. 노동자가 을매나 위대헌 사람이여? 근데 고걸 잘 몰릉께 나가 참 염병을 혀 불제."  86p


하지만, 이 체제의 수혜자들은 왜 너희들만 불만이냐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이 배부른 자식들은 경제 위기의 근원을 노동자에게서 찾는다. “너희들의 이기심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잖아!” 샌드위치 이론? 너희들의 임금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너희들의 무능력으로 선진국에 밀린다는 헛소리까지 늘어놓는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그룹 수장의 발언은 이 국가 시스템의 ‘쌩얼’을 드러냈다고 본다.
이 체제의 수혜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비난이다. 얼마 전에는 이랜드 비정규직 해고자들에게 왜 극단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어렵게 하냐고 난리를 쳤다. ‘대량해고’보다 극단적인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냐’는 어이없는 대답은 실소를 자아낸다.

우리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김진숙씨가 살아왔고 투쟁헀던 과거와 현재는 같은 연장선 위에 놓여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굴레에 힘겨워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래도 이 책은 절대로 희망을 놓지 않으니까. 희망적이다.
당신의 노동과 삶 뿐만 아니라 이웃의 노동과 삶도 돌아 볼 수 있게 하니까. 외롭지 않다.

"가장 밑바닥까지 다다라 본 사람은 희망을 안다." 89p


땡볕을 막아주는 무성한 나무의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말릴 때의 상쾌함을 노동에서 찾고 싶다.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낸다면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노동자로 살았노라고…

   
 

 …..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이여
나를 이 차가운 억압의 땅에 묻지 말고
그대들 가슴 깊은 곳에 묻어 주오.
그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으리.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마라.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권미경의 왼쪽 팔뚝에 쓰인 유서

 
   



- 여공1970, 그녀의 반역사(김원, 이매진, 2006)   YH무역농성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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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모박스 활용했네요? :)

라주미힌 2007-08-19 10:30   좋아요 0 | URL
한참을 찾았음다... ㅎㅎ
 
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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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제 내가 때국물이 빠져서 얼굴이 허여멀건 게 도시 티가 난다고 했지만, 나는 햇빛을 못 봐서 허옇게 뜬 얼굴을 볼 때마다 설움이 왈칵 솟고는 했다.
회사 옥상에 높다랗게 붙어 있던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큰 간판이 언젠가 ‘수출강국’으로 바뀌어도 전혀 강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그 간판 아래 짓눌린 채 버려진 배추 잎사귀처럼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었다.
욕먹는 일, 매 맞는 일, 개중에 예쁜 아이들 엉덩이 주물리는 일, 매일 목표량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일, 수당도 없는 연장 작업을 거의 매일 하게 되는 일, 그런 일이 부당한 일이라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점심 시간 줄 서 있다 어쩌다 한 번씩 하늘과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편도선이 부은 것처럼 목울대가 뻑뻑하게 아파서 밥이 잘 안 넘어간다든지, 집에 편지를 쓴다고 화창한 일요일 기숙사 창문 아래 배를 깔고 엎드려 ‘머니 아버지 보세요.’ 한 줄만 써 놓고는 편지지에 눈물 콧물 칠갑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든지, 그럴 때는 뭔지 모르게 자꾸 억울하다는 생각이 치밀고는 했다. -39쪽

참 사는 것 같았다.
싸워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노동자들의 투쟁은 위험해 보인다. 싸워서 얻은 해방감을 단 하루도 누려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을 지키겠다고 목숨까지 거는 이들은 무모해 보인다. 그들은 아직도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북선은 우리가 만들었다. -57쪽

이제 아무도 기적을 말하지 않을 때
온몸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우리가 단지 역사를 추억할 때
스스로 역사가 되어 가는 사람들.
서러움이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을 보라.
우리가 잃은 게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의 눈빛을 보라.
연대를 말하려거든 100일째 펄럭이는 천막엘 가 보라.
우리들의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몹시 궁금하거들랑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그들을 보라. -149쪽

"나는 교향악단을 구경한 적도 없고 오케스트라 같은 건 지나가다라도 본 적이 없다. 내가 만약 단 한 번만이라도 여러분들의 연주를 듣고 노래를 듣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나는 엄청난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거다. 한 달에 70만 운을 받고 그마저도 잘릴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그 음악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면 누가 그 음악을 듣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모멸감을 느끼면서 만들어진 음악이 도대체 누구의 영혼을 살찌울 수 있겠는가." -169쪽

"매일매일이 유서 같았던 일기장을 몇 권이나 남겨 놓고 공장 옥상에서 고단하기만 했던 스물두 살의 몸뚱이를 끝내 날렸던 미경이의 유서는 그러나 막상 짧기만 했습니다.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라고 외쪽 팔뚝에 볼펜으로 비명처럼 새겨넣고 갔습니다.
~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으나 살아서는 도저히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던 미경이가 선생님 곁으로 갔습니다. 수만 벌의 옷을 만들었지만 단 한 벌의 주인도 될 수 없었던 미경이의 소원은 제비꽃 한복을 입어 보는 거였습니다. 여기저기 터지고 부러진 스물두 살 몸뚱이 여며서 그 옷을 수의로 입혀 보냈습니다. 비록 눈으로 보실 수는 없더라도 제비꽃 향기가 나는 아이가 있거들랑 시도 읊어 주시고 문학도 가르쳐 주시구료."-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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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구니 담아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