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7-11-07 03:04:00]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가 삼성 비자금 로비 의혹을 두고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경제 대통령론’으로 대선을 주도해온 이후보로선 그의 ‘재벌 철학’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총재는 지난 두번의 대선도전 과정에서 삼성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악연(惡緣)이 원인이다. ‘원칙’이냐 ‘실리’냐의 갈림길에서 원치 않는 선택에 직면한 셈이다.
이후보측은 지난달 29일 삼성의 비자금 로비 의혹이 불거진 후 10여일 가까이 침묵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지난 5일 “검찰은 이런 (의혹) 제기가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판단되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지 말고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나경원 대변인)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 유일하다.
이같은 상황은 그간 이후보가 ‘기업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 요구는 자칫 2002년 ‘반미(反美)’ 논란처럼 원칙을 접고 시류에 휩쓸린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 도입에 대해 “아직은 부정적이다.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는 삼성의 비자금 로비 의혹이 자칫 ‘재벌 대 반재벌’의 이슈로 번지면서,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력과 금산분리 완화 등 대기업 친화적 정책공약으로 “지나치게 친대기업적”이란 지적을 받은 상황을 감안하면, 그의 재벌정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 국민들이 대기업의 남은 비리 문제와 시장에서 기업의 중요성을 혼동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후보로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검찰이나 특검의 비자금 수사는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시점이 대선자금과도 관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자금 문제로 번질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전총재에 비해 이후보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전총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97년 대선에서 ‘X파일’ 문제, 2002년 대선에선 무기명 채권 등 삼성으로부터 계속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이력 때문이다. 당장의 소나기는 그의 출마 여부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피해가고 있다. 이흥주 전 특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그런(삼성 비자금이나 차떼기) 거는 생각하고 있는 게 없다”고 짧게 말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이후다. 결국 이전총재의 삼성 대선자금 수수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고, 이번 삼성의 비자금 로비 의혹 파문과 맞물려 이전총재의 도덕성 문제는 증폭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보측이 이전총재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대선자금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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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 ㅣ 김겨울기자]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일 뿐이다. 직접 연관이 있는 재경부, 국세청 등에 대한 로비 규모는 훨씬 크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5일 털어놓은 삼성그룹의 생존방식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에 들어간 게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고백한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검찰 및 재경부, 국세청 등 고위 관리직에게 해마다 정기적으로 뇌물을 돌렸다"고 폭탄선언했다.


삼성그룹의 전방위적인 로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 김용철 변호사는 "전직 검사출신인 자신은 현직 검사를 관리하는 게 주요업무였다"며 인맥을 통한 로비 방법에 대해 간접적으로 밝혔다. 즉, 전직 타이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현직 관계자를 포섭한다는 것. 실제로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을 살펴보면 과거 '한자리'했던 거물급 인사로 가득하다.


특히 전력기획실 법무팀과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의 경우 대법원, 국세청, 청와대 등에서 근무한 핵심인력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은 "삼성그룹의 화려한 영입인사들이 삼성의 로비창구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을 삼성공화국으로 만든 골드인맥. 스포츠서울닷컴에서 정리했다.


◆ 법무팀장은 노 대통령 최측근


삼성그룹의 법무실은 웬만한 로펌 보다 규모가 크다. 현재 삼성을 담당하는 법무실 소속 변호사 수는 170여명. 국내 최대 규모다. 변호사 커리어 또한 국내 최고다. 우선 실장 자리(사장급 대우)를 맡고 있는 이종왕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다.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노 대통령의 친목 모임인 '8인회' 회원이다. 노 대통령 탄핵 당시 변호인단으로 활약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종왕 변호사를 필두로 서우정 변호사, 김수목 변호사, 신홍철 변호사, 여남구 변호사, 이기옥 변호사 등이 법무실을 이끌고 있다. 서 변호사는 23기로 특수부 부장 출신이다.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 역시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이용호 게이트'와 '린다 김 사건'을 담당해 주목을 받았다. 여 변호사와 신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이 외에도 삼성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법조인 출신으로 대거 구성해 법조 인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SDI는 장준철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삼성전기는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을, 삼성전자는 정귀호 전 대법원장을, 삼성중공업은 고중석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삼성증권은 신창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삼성화재보험은 김영철 전 법무연수원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 재경부 및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


사외이사의 역할은 이사회에 참여해 집행간부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견제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17개 계열사에 적게는 2명 부터 많게는 6명 정도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17명이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고위 관료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참고할 때 견제의 기능 보다 다른 기능(?)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우선 국세청 관료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사상주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삼성 SDI 사외이사인 최병윤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삼성정밀화학 사외이사인 박병일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2국장, 삼성증권 사외이사인 이주석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다.


다음으로 제일기획 사외이사인 서승일 전 대통령 비서실 조세금융 비서관, 삼성전기 사외이사인 강병호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남궁훈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 에스원 사외이사인 김영섭 전 관세청장, 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인 박인주 전 인천세무서장 등도 내로라 하는 금융관료 출신들이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에 이갑현 전 외환은행장, 삼성중공업 사외이사에 손수일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을 임명해 금융권 인맥도 닦았다.


◆ 사외이사, 또 다른 로비창구 의혹


삼성그룹이 법조계 및 정·재계에 어떤 방식으로 로비를 하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게다가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는 골드인맥이 로비에 동원됐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 관계자들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목적이 뻔히 보인다"며 사외이사 제도의 왜곡을 걱정했다. 심지어 삼성그룹 관계자 또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외이사를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여러 분야 전문가로 임명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며 견제 기능을 간과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장의 우려와도 일맥상통했다. 김 소장은 "사외이사 역시도 회사와 이해관계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보니 행정부나 법조계 쪽 고위 인사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영입한다. 소위 권력 기관의 사람들이 대기업으로 들어오는 절차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자격을 제한할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외이사라는 게 경영진이나 대주주로부터 독립해 기업의 가치 보호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 시스템에선 대주주가 사외이사 선정에 관여하고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 경영 감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가까운 사람을 뽑게 되는 건 당연하다"며 역할 왜곡을 막기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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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07-11-07 12:54:09]

"도망 다니는 일은 난생 처음인데…."

당연한 일이다. 그는 원래 검사였으니까. 죄를 짓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게 그의 본업이었다. 이런 그가 칫솔 하나 지니지 않은 몸으로 이리 저리 떠돌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그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스스로 잘못을 고백한 자가 누리는 편안함이다.

6일 오후 서울 제기동 성당 사제관에서 만난 그는 바로 김용철 변호사다. 검사복을 벗고 삼성으로 이직한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았던 그는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했다. 법무팀장을 맡아서 삼성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삼성이 막대한 비자금을 불법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이 돈을 권력기관에 뿌리는 뇌물로 활용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런 범죄 행각에 자신도 가담했다고 고백했다. 최근 열흘 사이의 일이다.

'삼성에서 화려한 대우를 받았던 그가 왜 이제 와서 친정에 돌을 던지는가', '재벌의 비리를 들춰낸 그는 과연 '의인'인가' 등 온갖 구설수가 뒤따랐고, 지난 5일 그는 발 디딜 틈 없이 모인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개 숙여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검찰 최고위층에도 삼성의 뇌물을 받은 이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소위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삼성의 뇌물을 받은 검사들은 이제 편한 잠을 잘 수 없게 됐다. 밝은 표정의 '죄인'은 과연 잠을 설치고 있을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할까. 궁금증을 지우지 못한 <프레시안> 기자들이 김용철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 결함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사태의 본질인가?"


▲ 김용철 변호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 어제(5일) 삼성이 보도자료를 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김용철 : 삼성의 반박문을 읽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괜히 기분만 상할 뿐이다. 나는 삼성의 구성원 누구에 대해서도 험담을 한 적이 없다. 사생활을 들추지도 않았다. 재산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삼성은 내가 하는 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듯하다. 내 증언이 유력한 증거인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삼성은 나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내가 의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문제인가. 나는 결함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내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지엽적인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내가 언제 "나는 깔끔하다"라고 했나. 내가 언제 "내 인격을 검증해 달라"고 했나. 언론이 삼성 임원들을 취재해서 내 이야기가 사실인지를 검증하려 하지 않고, 이런 엉뚱한 문제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찾아갔을 때 대꾸도 안 하던 언론이 갑자기 취재에 나섰다"

프레시안 :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듯하다.

김용철 : 사제단 신부님이 인간은 신 앞에 선 '단독자'라는 말씀을 했다. 그리고 이번 회오리가 지나고 나면, 쓸쓸할 거라고 했다. 공감했다. 정치인도 못 믿고, 언론도 못 믿는다. 그래서 이미 쓸쓸하다.

사제단을 처음 찾아왔을 때, 원로 신부가 나를 야단쳤다. 삼성에서 호의호식하다가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더 혼나야 한다.

언론을 못 믿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당신들(기자들)이 더 잘 알거라고 본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연락이 왔다. 취재를 하겠다고 했다. 안 만난다. 삼성의 잘못을 알리겠다고 내가 찾아 갔을 때, 대꾸도 안 했던 이들이다. 그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런 언론에 어떤 기대를 하겠는가.

프레시안 : <한겨레> 기획위원 경력이 있다.

김용철 : 삼성에서 나온 뒤, 개인 변호사를 하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다시 공직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어디든 좋으니 내가 속할 조직이 필요했다. 언론사가 적당해 보였다. 몇몇 언론사에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응답이 온 곳은 <한겨레> 뿐이었다. 그래서 <한겨레>에 들어갔다. 다른 이유는 없다.

"뇌물 받은 검사 명단, 사실 공개하고 싶지 않다"

프레시안 : 언론이 아닌 사제단을 통해 삼성의 범죄를 폭로했다. <한겨레> 기획위원 시절, <한겨레>를 통해 알릴 수도 있지 않았나.

김용철 : <한겨레>에 들어갈 때, 삼성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칼럼을 쓰면서도 삼성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굳이 사제단을 찾은 이유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도저히 안 할 수 없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부담스러워 했다. 언론도, 시민단체도 다 마찬가지였다.

답답해하던 차에 한 친구가 "신부님들을 한 번 뵙자"고 했다. 정의구현 사제단 신부들을 만나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연세가 예순이 넘은 분들인데, 눈빛이 너무 맑았다. 아이들처럼 순수했다. 과거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과 싸웠던 분들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지금은 사제단 신부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상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다 지엽적인 것들이다. 사태의 본질이 아니지 않는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프레시안 :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은 언제 공개할 생각인가. 대중의 관심이 쏠린 대목이다.

김용철 : 사실 나는 공개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검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사건의 본질은 재벌의 부당한 권력이다. 지금 명단이 언론에 공개되면,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내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모든 게 밝혀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사제단에 맡겼다. 명단도 사제단에 넘겼다. 사제단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언론은 왜 내 입만 바라보나. 다른 삼성 임원 계좌를 확인해 보라"

프레시안 :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 당시 증인과 증거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김용철 : 구체적인 내용을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검찰 수사나 청문회 등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검증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기서 말을 많이 하면 상대방(삼성)을 도와주는 셈이 된다. 이쪽이 갖고 있는 것에 맞춰, 삼성 측이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미 상당수의 증거들이 삼성 내부에서 폐기됐을 게다. 공식적인 절차에 따른 조사가 빨리 시작돼야 한다.

지금, 언론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게서 제보를 받아 달라. 삼성 비자금 차명 계좌 관련 제보다. 익명이라도 좋다. 이런 제보를 받아 확인하여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 언론이 왜 내 입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검찰 조사 받기 전에 미리 다 내놓고 당하라는 말인가.

수사는 신속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증거가 다 사라질 수 있다. 언론이 지엽적인 문제를 부각해서 논점을 흐리면 안 된다. 수사가 사건의 본질을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은행, 왜 삼성위해 범죄 저지르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비자금이 담겼다고 폭로한 차명계좌가 우리은행에서 개설됐다. 우리은행과 삼성의 관계가 상당히 긴밀해 보인다.

김용철 : 그런 것 같다. 이미 밝혔듯 나는 우리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적이 없다. 그런데 보안계좌가 개설됐다. 본인 확인 없이 보안계좌를 개설한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이다. 명백한 범죄다.

프레시안 : 만약 그렇다면, 우리은행이 삼성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이런 점만 봐도 삼성과 우리은행의 관계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김용철 : 은행은 공신력이 생명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내가 차명계좌를 폭로한 지, 시간이 꽤 지났다. 그 사이에 우리은행 계좌번호가 갑자기 찾을 수 없게 됐다. 분명히 세금도 냈는데 말이다. 금감원을 통해 확인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런 사태에 대한 우리은행 측의 내부 조사 결과도 아직 안 나왔다. 우리은행이 삼성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프레시안 : 삼성과 우리은행의 관계가 유독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이 금산 분리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가 철폐된다면, 그래서 삼성이 은행을 소유하게 된다면, 우리은행이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김용철 :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금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기 힘들다.

"국세청 뇌물은 '0'이 하나 더 붙는다"

프레시안 :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당신이 어제(5일)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부분일 뿐이며, 이해관계가 있는 재경부 등에 대해서는 로비의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경제 부처에 대해 로비를 했다면, '금산분리 철폐'라는 목표를 갖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김용철 : 그런데 이런 질문을 굳이 나에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삼성이 경제부처에 대해 어떤 로비를 해 왔는지는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X파일'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전직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0'이 하나 빠진 것 아니냐"라고 말이다.

검찰이 받은 뇌물이 자신들이 받아 왔던 뇌물보다 훨씬 적어서 놀랍다는 뜻이다. 경제부처에 대한 로비는 워낙 일상적이어서 금산 분리 철폐 등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국세청 6급 직원(주사)에게 향응을 베푸는 자리에 삼성 임원이 참석하기도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워낙 접대를 화려하게 해서 내가 삼성에 있을 때, "이 정도로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느냐"고 한마디 한 적이 있다.

"이 회장 지시 사항 전달한 친구, 안 잘렸을까"

프레시안 : 최근 언론에 이건희 회장의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눈에 띄는 대목이 많다. 분당 삼성 플라자 관련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는 삼성 특유의 경영 방침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김용철 : 회장에게 노조 설립을 저지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한 것 아니냐. 당연히 불법 행위가 뒤따랐을 게다. 노조 설립을 어떻게 저지하나. 회유, 매수, 협박 등이 없이 가능했겠는가. 그 문건 속의 문장 한 줄은 그냥 한줄이 아니다. 추미애 의원을 언급한 대목도, 언론이 확인하니까 삼성이 거액을 들고 찾아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나.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그 문건 속에 있는 내용들을 그냥 흘리지 않을 게다. 하나하나가 신문 일면 머릿기사 소재들 아닌가. 그런데 언론은 추미애에 관한 부분을 확인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언론에 공개된 문건은 밀봉돼서 구조본 팀장급에게만 전달되던 문건이다. 아무나 볼 수 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걸 두고, '단순 참고 사항이다', '이행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삼성에서 해명하더라. 그걸 해명이라고 했던 그 친구, 아직 안 잘렸나?

"이건희의 현장 방문, 김일성의 현장 지도 분위기다"

프레시안 : 언론에 공개된 문건에서도 이 회장이 사회 곳곳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이런 영향력이 가능한 배경에는 권력 기관에 대한 불법 로비가 있었으리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김용철 : 삼성은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다만 삼성과 이건희 일가는 분리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전무가 삼성의 현지 공장을 방문하면 북한 김일성, 김정일이 현장지도 할 때와 유사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거의 종교적인 분위기다.

삼성 직원들은 왜 이건희 일가를 그렇게 맹목적으로 추종할까. 권력기관까지 휘두르는 막강한 영향력이 무서워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냥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나도 삼성에 있을 때, 수없이 갈등했다. 하지만 참았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3년이 지나야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나도 다른 삼성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이었다. 조직의 배후에 비수를 꽂는 배신자는 내가 속한 유형이 아니다. 혁명 투사 역시 아니다. 물론 크게 한탕하려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오히려 조직에 잘 순응하는 유형이다. 검찰에서도, 삼성에서도 그랬다. 지시를 잘 따르고, 다른 생각하지 않은 유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조직에 고분고분했던 내가 삼성을 떠나면서, 휴대전화를 바꿨다. 삼성 제품에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삼성에 관련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 제품도 쓰지 않았다. 식구들이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였다. 삼성을 미워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삼성을 떠올리는 게 싫어서 그랬다.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을까. 운명일 수도 있고, 하느님의 섭리일 수도 있겠다.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원했던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을 분리해서 생각하자"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삼성에 대해 모순된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을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어서 생긴 현상일 게다.

김용철 : 거듭 말하지만 삼성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기업이다. 우리나라에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지금 보다 많이 생겨야 한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기업이 이건희 일가와 몇 명 가신들의 부당한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계속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삼성 내부에 양식 있는 분들이 많다. 이른바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집단이다. 그 분들이 이 씨 일가의 경영 세습에 찬성하겠나, 전혀 검증되지 않은 외아들이 총수가 되는 것에 대해 찬성할리 없다. 다만 대놓고 말하지 못할 따름이다.

최근의 언론 보도가 삼성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저하게 이 씨 일가와 그 가신들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7년 간 두 번 출근한 이건희와 실세 이학수·김인주, 직원들이 누구 눈치를 더 볼까"

프레시안 : 이 씨 일가의 가신들이라면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을 가리키는 듯하다. 그들의 영향력이 그토록 막강한가.

김용철 : 그렇다. 그들은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다. 내가 삼성에서 보낸 7년 동안, 이건희 회장이 삼성 본관으로 출근한 것을 딱 두 번 봤다. 경영에 관한 대부분의 사안은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처리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직원들도 어떤 면에서는 이 두 사람의 눈치를 더 많이 본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삼성 측이 이건희 회장에 대한 비판보다 이학수, 김인주에 대한 비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제 걱정'은 검찰의 몫이 아니다"

프레시안 : 이건희 회장의 잘못을 지적하면, 경제 불안을 이유로 만류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김용철 : 최태원이 구속되니까, SK계열사 주가가 올랐다. 삼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SK텔레콤 주가가 한때 400만원까지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00만원도 못 넘겼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보다 못한 기업이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삼성은 강한 기업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와 가신들이 삼성전자의 이익을 다른 곳으로 유출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회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검사들은 국가의 경제를 걱정한다며 재벌에 대한 수사를 머뭇거린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경제를 걱정하는 것은 애당초 검사의 몫이 아니다. 검찰이 법에 따라 부끄럽지 않은 수사를 하기 바란다. 검사는 검사답게 검사의 길을 가고, 기업은 기업의 길을, 언론이 언론의 길을 갈 때 올바른 사회가 되지 않겠나.

강이현,성현석/기자 (mendram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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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비밀유지 의무 위반"… 시민단체 "공익위한 내부고발"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진강)는 김용철(49)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전 법무팀장이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폭로한 행위를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보고, 징계를 위한 내부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폭로를 바탕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을 고발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김 변호사의 행위를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로 규정,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변협 고위관계자는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필요성과 관련해 상임이사회 차원의 논의가 있었다”며 “김 변호사가 업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7일 밝혔다.
변협은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 법무팀장 시절에도 변호사 등록을 유지했던 점 등을 들어, 삼성과 김 변호사의 관계를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가 아니라 의뢰인과 변호사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잠정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할 경우, 변협은 내부윤리규정에 따라 ‘비밀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제명(등록취소), 정직, 과태료부과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변협은 본격적인 징계절차 착수에 앞서 김 변호사가 폭로한 내용의 사실 관계 및 동기 등부터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변협 집행부의 한 간부는 “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고 동기도 공익에 부합할 경우는 비밀유지 의무 예외 조항에 따라 징계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측에서도 김 변호사의 신분을 단순 고용자가 아닌 ‘사내 변호사(In-house Counsel, 기업에 고용돼 경영과 관련한 법률자문이나 외부 변호사, 로펌과의 업무협조 등을 담당하는 변호사)’로 보고 대응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고용인으로 입사하긴 했지만 변호사이기 때문에 고용한 사내변호사”라며 “로펌에 고용된 변호사처럼 사내변호사도 변호사인만큼 변호사로서의 의무를 지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에서조차 김 변호사의 행위를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위반으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 변호사는 삼성 임직원의 일원인 법무팀장으로 고용될 것일뿐 삼성과 수임계약을 맺은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변협이 김 변호사 징계논의에 착수한 것은 이번 사건이 사내변호사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있다는 관측이다. 변협이 변호사 1,000명시대를 맞아 기업들을 상대로 사내변호사 고용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이 사내변호사 영입을 극도로 기피할 움직임을 보이자 즉각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변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도 서두르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와 관련된 강화된 규정과 함께 사내변호사가 어떤 경우에 고용주의 범죄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는지 같은 구체적 내용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상담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담은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의 입법청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일보   2007-11-07 18:44:15]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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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1-0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말이 안나온다 정말. -_-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웃으면 죽는 희귀병에 걸린 아기의 사연이 공개되어
가족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5일자 영국 선지는 생후 11개월 된 에드워드 데이비드란 아이가
코넬리아 디란지 증후군이란 희귀병을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에드워드 데이비드가 앓고 있는 희귀병은
웃거나 울을 때 폐와 연결된 기도가 막혀 숨을 거두게 되는 병으로
영국에만 400명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가 웃음을 지으려고 입가에 미소만 띠어도 부모는
긴장을 하고 아기를 주시하며 이를 제지해야만 하는
기막힌 사연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데이비드의 부모는
"사랑스러운 아기"라며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도 사용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밝힐 만큼 아직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언젠가 웃거나 울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데이비드의 기막힌 사연에 영국인들은
물론이고 많은 해외 네티즌들도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며
성원의 메시지를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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