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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파들은 지나치게 게으르다. 1998년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부동산 투기로 자신을 재생산하려는 경제 엘리트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우파들은 국제 기준으로 보자면 심하게 게으르고, 자신들을 속임수, 즉 의태의 방향으로 너무 발전시켰다. 황우석 사태는 괜히 벌어진 게 아닐 뿐더러,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돈만 주면 누구나 우주인이 되는 시대에 전국적인 쇼를 하면서 무슨 엄청난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있는 한국의 우파들은 게으르고 속임수를 너무 많이 쓴다. 레지스탕스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우파와 비교하면 정말 게으르기 짝이 없다.
한국의 좌파들은 때로 슬프도록 무능하고, 작은 것에 대한 집착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 원래 좌파들은가난하고, 취직하기도 어렵고, 잘해봐야 중산층 이하 아니면 도시빈민의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잘 교육받지 못하고 유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럴수록 자신이 뭔가 엄청난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현학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는 점인데, 지금 좌파들에게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상이 가끔 벌어진다.
그 결과가 바로 노무현 시대이다. 노무현 시대에 좌파도 분노했고, 우파도 분노했고, 사회 전체가 분노 속에서 5년을 보낸 셈이고, 이 시기 동안 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가난했다. 그런데 노무현만 사라지면 서로 분노하고 조그만 틈만 보여도 악다구니질을 하는 지금의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이 분노의 구조는 결국 더 굳어져 갈 텐데, 그 피해는 지금의 10대 혹은 더 어린 사람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부모들은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분노하고, 다음 세대는 좌절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가져온게 아니라 가깝게는 노무현과 그 패거리들, 그리고 멀게는 우리 모두가 같이 만들어낸 공동의 창작품이다.
우석훈... 명쾌하군.
서문부터 강렬하구만..
올해 만난 보석같은 책 중 하나가 우석훈의 저작들이라 생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