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대선주자 단골 이슈로
20대 근로자 중 95%는 평균임금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출시된 LG 신형 휴대폰 `프라다 폰`의 가격이 88만원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20대를 지칭하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4ㆍ19세대나 386세대라는 말처럼 청년층 전체를 대변하는 상징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조와 한탄이 섞인 이 `세대론`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지금의 20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이 말은 지난 8월 출간된 책 `88만원 세대`에서 처음 쓰였다.
책에서 저자 우석훈 씨(경제학박사)는 "지금의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한전, 삼성전자, 5급 사무관 이상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한국사회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다. 그들에게 탈출구는 없다"고 일갈한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다 대선정국과 만나면서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가 단골 이슈가 되면서 대선주자들과 논객들의 입에서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
지난 10월 29일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한 조찬간담회에서 이 책을 직접적으로 거론했고, 문국현 후보는 창조 한국당 발기인대회에서 "정치권은 88만원 세대에게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세상에 나온 지 3개월 만에 유행어 차원을 넘어 20대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현재를 사는 20대를 일컫는 표준어로 자리잡았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 있는 관련된 글만 해도 2000건이 넘는다. 책도 처음에는 큰 반응을 얻지 못하더니 10월 들어 판매가 늘기 시작해 1만부를 훌쩍 넘겼다. 사회 전반에서도 이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는 이 책을 교양과목 교재로 채택했고, 인문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수유+너머`에서는 이 책을 대상도서로 선정해 책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사는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상징적 단어는 존재했다. 4ㆍ19세대, 386세대 등 시대상황을 반영한 단어에서부터 신세대, N세대 등 사회적 변화상을 담은 말에 이르기까지 신조어는 늘 존재해왔다. 이제 그 바통을 `88만원 세대`라는 다소 씁쓸한 말이 이어받고 있다.
[허연 기자]
제목보고 비판기사인가 했는데.. 아니군.
주목받는 책이 되었다니... 야릇한 만족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