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오슬로에 올 때에 중국에서 최근 8년 동안 특파원으로 있어온 Phil Pan이라는 미국 기자의 "모택동의 그림자를 벗어나면서"이라는 신간을 탐독했습니다 (그 기자의 블로그는 여기입니다: http://www.outofmaosshadow.com/blog/). 중국어에 능통하고 학구적 기자인지라 책은 거의 "대중화된 학술서"로 읽혀지더랍니다. 거기에서 제 머리에 딱 박힌 한 가지 장면이 있었습니다. 교수 집안 출신으로 일찍 공산당에 몸을 담았다가 1957년, 북경대 재학 시절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가 "우파분자"로 찍혀 결국 투옥돼 문혁 때에 총살 당한 임조 (린짜오)라는 여성 시인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 감옥에서 인크를 주지 않기에 자기 피로 공산당의 독재를 비판하고 "영혼의 자유, 진정한 사회주의 구현"을 요구하는 시문과 산문을 쓴 걸로만 봐도 보통 위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독재의 희생자가 된 그 여인은, 1951년, 토지 개혁 시절에 20대 초반의 몸으로 작업반 반장이 돼 남부 중국의 한 시골에서 토호 박멸 작업을 맡은 일은 있었습니다. 토지를 안나누어주려는 토호를 인민들이 다 모여서 집단 비판을 한 뒤에 작업반이 그 기를 꺾어 그가 자신의 악질성을 자백케 하는 것은 순서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인민들이 특별히 봐주지 않는 이상 사법 절차에 들어가서 보통 총살하게끔 돼 있었지요. 그래서 문학 소녀 출신의 그 여성 반장은 한 토호의 기를 꺾어 자백케 하려는 참에 그를 밤새도록 찬 물에 들어가 있게 하고 거기에서 고통을 당하는 토호가 지르는 고함 소리를 "음악처럼 즐겼다"고 합니다. 밤새도록 "인민의 적"이 지르는 고함소리를 즐겁게 듣고 "인민의 해방이 왔다"는 걸 반겼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본인도 감옥에서 이와 같은 쓴 맛을 봤는데, 자신의 토지 개혁 시절의 잔혹 행위를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후회 안한 걸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요. 중국 공산당의 대약진이나 문혁, 개혁개방을 어떻게 봐도 토지개혁 만큼은 중국 사회로서 엄청난 진보이었습니다. 토호, 지주, 회당들의 우두머리 등등에게 옭매였던 백성들이 최초로 "공민"이 되는 순간이었고, 최초로 경자유전의 위대한 원칙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공산당 치하의 사회가 각종 격차와 부패 등으로 홍역을 치른다 해도 아직까지 튼튼하게 남아 있는 것은 토지 개혁, 토지 공유 원칙, 즉 무토지 유랑민이 원칙상 없는 신중국의 특질 덕분이라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임조 시인으로서 그 역사적 사업에 참가했다는 건 자랑스러울 수 밖에 없었지요.
 
문제는, 수천년 동안 토호들에게 사적 고문을 당해온 농민들이 토호들도 고문 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토호의 시대가 지났다는 걸 실감하고 공산당을 신뢰할 수 있었는지, 토호들이 총살 당하는 걸 보지 않고서 안심하고 저들의 문중의 토지를 나누어 가질 수 있었는지 입니다. 원칙상이야 "토호의 피를 흘리지 않는 토지 개혁이 이상적이다"라고 하고 싶지만 그 당시의 중국 농촌의 현실을 아는 사람이면 그게 얼마나 순진한 꿈인지 이야기할 것입니다. 농촌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물리력이었고, 공산당이 물리력을 행사해야 경자유전 식 공민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시적 물리력 행사의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인민의 적을 물에 담아 놓고 그 고통을 다 같이 보면서 즐기는 것이었지요. 그게 토호 지배 하에 키워진 그 당시 농촌의 민도이었습니다. 그 정글 사회로 진보를 가져다주려는 사람들로서는 선택의 폭은 컸겠어요?
 
그래, 그게 여태까지의 상당부분 인류 진보의 엄청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이 칼을 들고 사회의 몸에 유혈적 "수술"을 하는 것은 하나의 아비투스가 된 것이지요. 우리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지만, 자기 부대 탈영병들을 가차없이 총살하는 체게바라의 모습도 그의 진실된 모습입니다. 그 탈영병이 아내가 그립고 가족 생계가 걱정돼 부대를 무단 이탈하려는 빈농이라 하더라도 도시 중산층 출신의 의사 게바라는 가차 없이 "수술의 칼"을 꺼내곤 했지요. 유격대 생활에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얼마든지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고, 저도 이 말에 뭐라 반대하기 힙듭니다. 맞습니다. 탈영병 총살하지 않는 군대는 이 지구 상에 거의 찾기 힘들지요. 문제는 무엇인가 하면 1950-51년부터 토호나 일관도 신도, 회당 당원들을 박살내면서 키워진 상습적 잔혹성이 나중에 바로 문혁 시절에 자기 학교 교사의 머리에 못을 박으면서 파안대소하는 홍위병의 행동 양식으로 발전됐다는 것입니다. "진보의 잔혹성"이 불가피하다 해도 (토지 개혁의 경우, 물리력 행사는 아마도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걸요). 아무리 불가피하다 해도 악인은 꼭 악과를 낳게 돼 있지요.
 
최소한의 폭력으로 최대한의 진보를 득하는 것은 바로 행복한 사회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가 되려면 "폭력이 본질적으로 좋지 않다, 어떻게든 비폭력적 사회 발전의 경로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도 공유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의 "경찰주의적 통치"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한국적 보수가 그 정도로 성숙됐는지, 정말 비폭력을 지향할 정도로 인식이 성숙된 사람들이 그 쪽에 있는지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거의 없는 것 같아 "피를 흘리지 않는 급진적 개혁의 길"이 어느 정도 현실적일는지 부단히 자기 자신에게 다시 되묻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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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주의 압살" 문제 때문에 교수들이 시국선언도 하고 관심도 많이 가지지만, 이와 동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은 쌍용자동차 사태입니다. "동시"라기보다는 쌍용자동차에 어쩌면 일차적 관심을 가지는 게 더 올바를 것 같기도 합니다. 제도적 민주주의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경제적 내실이 없는 민주주의는 결국 형해화돼 민심 이반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가 노무현 통치 시기에 많이 본 것입니다. 사실, 노무현의 역사적 실패란 바로 근로자와 영세사업가들에게 "생계 문제" 해결을 전혀 가제다주지 못한 "속이 빈 민주주의"의 실패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노무현 통치 시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이지만 사실 쌍용차의 문제의 불씨는 그 때에 결정적으로 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에 허덕이었던 그 기업의 처리 방식으로서 공기업화 등이 제시됐지만 노무현의 신자유주의적 정부는 제대로 된 심사숙고없이 상하이차라는 외국자본에 쉽게, 너무나 쉽게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신자유주의적 관료들이 대체로 이렇게 처리하는 것을 "외자 유치 성과"라고 발표하고서는, 그 다음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특징입니다. 결국 전세계의 과잉 생산으로 자동차 산업 자체가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에 그 "외자"는 뺄 것을 다 빼고 맨먼저 방치해버릴 것은 바로 쌍용차와 같은 재외 업체들이지요. "외자"를 만능해결사로 생각했던 관료들은 그 정도로 눈치 채지도 못했을까요? 여기 이 대목에서는 꼭 "중국인"을 지목해 욕할 것도 없습니다. 노르웨이의 유수의 제지 업체 Norsk Skog사가 자금흐름에 문제 생기가 맨먼저 팔아버린 게 한국에서의 공장이었지 않았습니까? 한국 자본이라 해도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할 것이고 이게 자본의 보편적 논리일 뿐입니다. 문제는, 이 자본의 논리로 이제 생계가 막막해진 천 여명의 해고 대상자들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자본의 논리대로 그저 해고되게끔 놓아둔다면 이는 한국이 복지주의적 상생적 공동체의 길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자본 이익 극대화 논리의 길로 갈 것을 의미할 것이고,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선례가 될 것입니다. 요즘 정권의 집회 금지 등이 민주주의의 압살이라면, 쌍용차에서의 정리해고는 민생 파괴로의 길의 "터주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문제를 국가가 키웠으면 그 해결도 국가가 주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국가는 언젠가 오늘과 같은 소수 자본의 증식 "도움이"이자 폭압적 지배기구에서 복지 증진을 위한 재분배 기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분간 자금 흐름에 문제가 크다면 일부 노동자들의 무급 휴직 등 여러 가지 조치를 노조의 양해를 얻어 일시적으로 취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기업의 해외 매각을 다 그르쳐버린 국가는 보조금이라도 지급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책임이 있는 자세가 되는 것이지요. 해고란 세계공황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그리고 한국이라는 특수 환경에서는 사실 문제의 개인들에 대한 사형 선고이자 해당 지역으로서도 재앙 중의 재앙입니다. 미국에서의 선례들을 들먹이지만, 월마트가 최대 기업인 미국과 달리 한국의 서비스업이란 구멍가게,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아니면 주로 유부녀들을 채용하는 대형 마트 수준이지 않습니까? 그러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이 영세 서비스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대공황 시기에 공장에서 잘려버린 남성 노동자에게 어디로 가라는 이야기입니까? 본인도 사실 사회, 경제적 사형을 당하지만 그 가족들과 그 지역의 온갖 가게와 식당들도 연쇄적으로 치명타를 입는 것이지 않습니까? 한국의 상황에 그나마 어느 정도 맞는 것은 미국의 대량 해고 만능주의보다는 최소한 정규직을 절대 내보내지 않는 "토요타식 경영"일 것인데, 정규/비정규의 철저한 차별과 비정규직의 초과 착취는 "토요타주의"의 대결점입니다. 결국 이와 같은 문제들의 복지주의적 해결로의 접근법을 우리가 스스로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경제, 사회적 사형을 당하는 걸 우리가 가만히 보기만 하면 결국 그들을 위해서 울리는 조종은 우리를 위해 언젠가 울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고와 폭력적 진압이 아닌 대화, 타협, 공동체의 원조 등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선진화"인데 지금 정부와 사측은 그 쪽으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가 대대적으로 압력을 넣지 않으면 이 문제는 모두들을 만족시켜줄 비폭력적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터인데 사회의 상대적인 무관심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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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6-1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영화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지만... 방임도 살인적일 수 있다는 걸 너무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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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6-1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인절미 어째요...

전호인 2009-06-1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까워라

비연 2009-06-1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억!

라주미힌 2009-06-1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쟁반에 들고 가면 쭈욱 미끄러지는;;;; 흐흐흐..

readersu 2009-06-1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렁탕에 밥그릇, 어째요.ㅋ

라주미힌 2009-06-16 15:20   좋아요 0 | URL
전 그게 젤 웃겼어용 ㅋㅋㅋㅋ. 저도 경험 있는 듯
밥 말려다가 쭉 미끄러져서...

딸기 2009-06-1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렁탕에 밥그릇... ㅋㅋㅋㅋㅋㅋ 넘 웃겨요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710472&hisBbsId=total&pageIndex=2&sortKey=regDate&limitDate=-30&lastLimitDate=


<서울> : 총 2천2백81평

-김윤옥(이명박 처) : 강남구 106평 대지
-김재정(이명박 처남) : 강남구 2백89평 대지
-이명박 : 서초구-강남구 1천1백69평 대지
-이상득(이명박 형) : 서초구 4백41평 전
-이상득 : 성북구 2백76평 대지+도로

<경기> 16만7천3백50평

-김재정 : 화성시 1천평 잡종지
-김재정 : 가평군 8백64평 전답
-이상득 : 이천시 1만4천1백60평 임야
-이상득 : 가평군 7백67평 임야
-이지형(이상득 아들) : 이천시 14만5천4백63평 임야-전
-최신자(이상득 처) : 이천시 5천96평 전답

<강원> : 1천2백34평
-김재정 : 고성군 1천2백34평 임야

<경북> : 18만4천4백14평
-김재정 : 군위군 6만2천8백50평 산
-김재정 : 영주시 10만1천1백88평 산
-이상득 : 울진군 5천3백97평 임야
-이상득 : 울진군 1백72평 대지
-이상은(이명박 형) : 포항시 1만1백10평 임야
-이상은 : 경주시 4천6백97평 전답

<대전> : 8백2평
-김재정 : 유성구 8백2평 산

<충북> : 50만1천3백42평
-김재정 : 옥천군 50만1천3백42평

<제주> : 1천8백20평
-이상은 : 서귀포 1펀8백20평 과수원

---------------------------------------------------------

공식적으로 확인된것 만90만평

이건 2007년 경 박근혜쪽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록임

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view.html?cateid=1018&newsid=20070725173608218&p=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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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6-15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개발하는 사람들은 뭐하는지. 좀더 신랄한 욕좀 개발해주면 아주 쏟아부을 대상이 있구만. ㅡㅜ

라주미힌 2009-06-16 14:55   좋아요 0 | URL
욕으로는 부족... 때려야 해요.. 아프게 -_-;;
 

다우트
24시티
그랜토리노
더리더
레볼루셔너리로드
요시노이발관
마더
김씨표류기 

 

  

더 리더 하나 봤구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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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6-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뭥미 -_-

다락방 2009-06-1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시티랑 요시노 빼고 저는 다 봤네요. ㅎㅎ

라주미힌 2009-06-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조대리님을 신뢰하는지라...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6-16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씨표류기가 제일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