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담화를 듣고...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담화를 듣고...
 
요사이 몸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인데, 어젯밤 대통령의 신년 담화가 그것도 사회 양극화 문제를 주된 주제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잠 안 자고 기다리다가 들었다. 담화 중간중간에 어색한 타이밍에서 박수가 흘러나와 대통령도, 나도 어색했다. 사회 양극화 문제는 최근의 잇따른 방화 뉴스가 알려주듯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사회양극화의 표피적인 원인은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지 않은 탓이라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원인은 빈부 격차의 심화에 있다. 어찌되었든 사회적 안전망의 확보는 이제라도 확충되지 않으면 안될 시급한 현안이며, 사회적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다.

그런 차에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전면에 걸고 담화에 나선다니, 물론 진즉에 진화에 나섰어야 할 일이지만, 어찌되었건 반가운 일이다. 그 해결책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도 매우 옳은 선택이었다. 다만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담화가 담고 있는 문제 의식, 그리고 그가 제시하고 있는 주요 해법이 지닌 문제점들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는 까닭은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소득 계층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각각의 개별적인 사안이란 점에서 양극화의 본질이 아니다. 양극화의 핵심 쟁점은 "자본과 노동"의 양극화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핵심 쟁점을 슬쩍 비껴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지엽적인 이항 대립 구조로 슬쩍 치환해버린다. 그런 구조로 치환해버리니까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국 주요 타깃이 되는 것이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가 사회적 양극화의 핵심 원인처럼 부각되어 버렸다. 노무현 식 어법이 담고 있는 묘한 바꿔치기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노동 유연성은 선진국에 못지 않다고 전제한 뒤(이것은 맞는 말이다) "대기업 노조는 단체협약상 높은 고용보장을 받고 있어서 일단 고용하면 실제로는 해고가 어렵고 이것이 시장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교섭력이 강한 소수의 노동자들은 두터운 고용보호를 받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듣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번에 교체되기로 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그 무대뽀 정신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에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를 새해의 중요한 해결과제로 내세운 대통령의 담화에서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런 말을 하기에 앞서 자본과 노동의 양극화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뒤, 거기에 더해져 대기업 노조의 하방연대를 주장하는 말을 했다면 모르겠으나 대통령이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은 결국 자본이 아닌 노동이란 것은 다음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다. 대기업 노조에 대한 양보와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경제계도 때로는 과감하게 양보"하라고 말한 것 말이다. 이것이 뭐 이상한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이것은 매우 크다. 문제는 "때로는"이란 말이다. 결국 이 담화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은 대기업 노조에 대한 주문이 주를 이루었고, 경제계에 대해서는 부차적인 수준에서의 당부에 그치고 만 것이다. 노 대통령 본인의 주장대로 노 정권은 "좌파 정권"이란 오해를 받을 건덕지가 없다.

노동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노동소득에 대한 분배율은 줄어들고 있으며, 노동자 계급은 계급재생산 마저도 위협받을 지경에 처한 것이 현재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구상"의 도 구체적 방안이 무언가? 고작 임금피크제와 골프장과 같은 부유층의 소비 문제와 어차피 해외에 나가서 돈 뿌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므로 그들의 소비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문제다. 결국 그와 같은 해법은 역대 모든 정권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해법이지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정권이 부유층으로 하여금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일이 있던가? 부유층에 대한 빈곤층의 분노가 내수를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을 어찌 저리도 뻔뻔하게 내뱉을 수 있는지 난 그것이 노 대통령의 솔직함이라고 본다.

노 대통령은 과연 솔직하다. 농촌문제에 대한 그의 주장 "쌀시장과 관련해서도, 94년 당시 개방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우리 정치권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개방 반대만 외치다가 결국은 문을 열고 말았다"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이후 10년"이라고 말한다.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후에 다가올 제2차 개방에 대해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중 최소한 3년 동안의 국정최고 책임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본인 자신이며, 그전 꽤 오랫동안 그는 집권당의 국회의원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집권당의 일원으로 장관직까지 수행했던 인물이다. 개방과 비준이란 혹독한 농업 개방 정책이 수행되기 이전에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에 3년이란 기간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던가? 

요사이 신문 등 언론 매체들을 보면 여기저기서 새로운 진보 세력들이 출현하는 듯 보인다. 창작과비평이 "개혁적 중도주의"란 형용모순적인 주의주장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뉴라이트의 출현에 발이라도 맞추겠다는 듯이 "정책 대안 없는 진보 우리가 바꾸겠다"며 뉴레프트가 출현한다. 이런 정세를 감지했는지 노 대통령 역시 "대안없는 주장과 비판 때문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를 그르칠 뻔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아직 해결이 지체되고 있는 일도 적지 않다."며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보수언론들의 딴지걸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대통령이 그 사례로 이야기한 '경제위기설, 몇월 파탄론" 같은 주장들이나 '대통령 탄핵 정국', '행정수도 이전',  '8·31 부동산정책'에 대한 여론몰이들은 적절한 지적이며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솔직해지자! 노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이들 보수언론들로부터 노 대통령이 받은 도움들도 적지 않았다.

민주주의란 제도는 다소간의 효율성 저하를 감수하고라도 다수의 복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존속하고 있는 정치 체제이며, 민주주의는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 나라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정치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의 자본주의적 경제질서 아래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전방위적 소외를 통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이한 것은 그가 자본에 배타적인 대통령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본에 매우 친화적인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보수언론이 공격하는 대통령이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동적으로 개혁적인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대통령.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세수 확보를 위해 큰 정부를 추진하겠다는 대통령.
그냥 겉으로 하는 말만 들어보면 다 옳은 말인 듯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사회적 일자리는 결국 부유층에게 국내에서도 마음대로 골프치고, 사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말이고,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그 원인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게 떠넘기겠다는 말이다. 거기에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세수 확보를 위해 더 큰 정부를 만들어야 하고, 개인사업가들, 세금 탈루 의혹, 불법 증여를 통한 부의 세습을 막는 대신 월급쟁이들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안이한 정책이다. 사회 복지를 위해 나는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정부의 세금이 공정하게 거둬들여지고, 쓰여야 하며 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먼저 바로 잡는 조세 개혁이 있어야 한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 대해 좌파 정권 운운한 철딱서니 없는 이들도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의 집권 3년 동안 보수언론은 노 정권의 '노동운동'에 대한 태도, '쌀 협상 비준', '이라크 파병'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옹호자였다. "대안없는 주장과 비판"이란 말은 국민들에게 할 말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바로 정치를 업으로 삼는 정당의 몫이지 국민이나 언론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담론들 "대안 없는 비판과 주장"이란 담화 내용들을 해체해보면 사회적 불의와 재난과 빈곤이 자연발생적인 인과관계에 의한 것처럼 보인다. 대안이 없으니 현재와 같이 갈 수밖에 없으며 그 고난과 고통은 여전히 국민의 몫이다. 그의 신년 담화를 듣는 마음은 그래서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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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필요 없다. 감정에 호소하라!

괴벨스는 정치에서 대중매체의 절대적인 효과를 깨달아 그것을 정치적
목적에 공포스러울 정도로 탁월하게 적용한 전술가였다.'

 

 

황우석도 그런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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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9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6-01-1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 많이 읽으세용... ㅎㅎㅎ
 

옆에 사람들

아침부터 지난 밤에 노래방 갔던 얘기들로 화기애로하다..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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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1-1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들 실제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네요. 전 벌써 노래방 간 것 가지고 화기애로 단계는 지난 것 같은데...제가 그 분들보다 더 늙은 건가요???

라주미힌 2006-01-1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은 노래방에서 접대부 부른적 없으시나부다.(당연한가 ㅎ.ㅎ) 요즘 웬만한데는 다 그렇데요.. 거의 룸싸롱 분위기. (양주만 없을 뿐)
아.. 졸려.. 어제 곱창을 많이 먹었더니 아직까지도 포만감이 흐흐...

stella.K 2006-01-1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 얘기의 차원이 좀 다르죠. 그게 그거였구만요. 흐흐.
 

어제 집에 없어서 오늘 다시 오겠지 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집에 없었음)

날라온 메세지

'택배 경비실에 맡겼습니다 *^^*  "

 

오... 눈웃음 이모티콘...

저 이모티콘에 감동 받아서 답장 보낼려다가

감정이 싹 틀까봐 그만두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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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6-01-1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배아저씨가 다들 좋으신분들같아요..^^

라주미힌 2006-01-1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도 좋은 택배 아저씨가 전해주시나보네요 ^^

이리스 2006-01-19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모티콘 하나까지 신경써주시는 센스!!

로드무비 2006-01-1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로 택배 아저씨, 퀵 아저씨에게 연정을 품지요.
만나는 남자들이 없다보니...^^

stella.K 2006-01-1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말씀이 걸작! ㅎㅎㅎ

로드무비 2006-01-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은 댓글 다시는 게 여어엉~~신통찮다는 얘기!=3=3=3

라주미힌 2006-01-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로드무비님 뷁!! (간만에 보는 용어)
 
 전출처 : 딸기 > 토고 여행기 1

"우에종(반갑습니다), 꼬레!"

모래바람 부는 바닷가 공항, 서아프리카인들 특유의 마음 좋아 보이는 얼굴에 넉넉한 웃음. 12일(현지시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 수도 로메에서 마주친 이 나라의 첫인상이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월드컵 조 추첨식을 보고 좋아라 하며 “내일은 드레스덴을 구경해보자” 하면서 꿈에 부풀어있었다. 날벼락 같은 지시를 받았다. “토고로 가라”. 생소한 이 나라가 한국의 월드컵 첫 상대팀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토고로 가게 됐다.

라이프치히에서 부랴부랴 토고행 비행기표...를 샀다. 난생 처음 내 카드로 돈 천만원 긁어봤다! (중간 생략) 프랑크푸르트에서 민박하고 담날 파리로 갔다가, 곧바로 토고 수도인 로메로 향했다--- 라고 하면 사실과 좀 다르다. 파리에서 로메 가는 비행기는 중간에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잔에서 한번 서는데, 비행기 트랜짓을 하는 것은 아니고, 나는 그냥 앉아 있고, 일부 승객들이 갈아탄다. (나이지리아엔 입석도 있다고 한다)


로메 사람들은 내년 6월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역사적인 월드컵 첫 경기의 상대가 될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뜨겁게 맞았다.

11일(현지시간) 비행기가 수도 로메의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동안 어두움이 깔린 바닷가와 항구도시의 불빛들이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로메의 해안은 사주(沙柱)와 석호(潟湖)들로 이뤄져 있다. 그중 가장 큰 석호의 이름이 나라 이름의 유래가 된 토고호(湖)이다. 전체 인구 568만명 중 60만 명이 로메에 살고 있다. 수도의 이름은 원주민들이 이를 닦는데 썼던 나무 이름인 `알로치메'에서 나왔다.


공항은 작았다. 단층으로 된 공항 청사 앞, 활주로에 착륙한 항공기는 그대로 청사 앞으로 (택시처럼) 가서, 아스팔트 바닥에 나를 내려놓았다. 브리지...같은 건 없습니다 ^^;;

로메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공용어인 프랑스어, 사실상의 국어인 에베 부족어, 서툰 영어로 더듬더듬 말을 건네던 이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몹시 반가워했다. "이제 알았어요, 당신들은 우리 축구를 보러 왔군요!" "한국 축구라면 낯설지 않아요." 로메 시민들은 월드컵 첫 본선진출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에 크게 들떠있는 듯, 축구에 대해 물으면 모두 반색을 했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신사분이 맘에 들었다. 중년과 노년 사이인 것 같은데 (이분들 나이를 통 짐작하기 힘듦) 멋진 비즈니스 정장에... 세련이 철철 넘쳤다. 촌닭처럼 옆에 앉아서 “익스큐즈 미~” 하면서 매달렸다. 토고에 대해 이너넷에서 후다닥 자료를 찾아온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어케든 하나라도 더 알아가지고 땅을 밟아야 하는 처지였던지라, 아저씨가 잠들만 하면 깨우고, 좀 쉬려고 하면 또 깨우고... (뒤에 이 아저씨 얘기 또 나옴)




로메 시내 풍경


다시 월컵 얘기로 돌아가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아프리카의 세네갈이 개막전에서 직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었다. 토고인들은 내년 독일에서 자신들이 다시한번 `검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시내 곳곳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광고들이 있었다.

본선 첫 진출이라는 점 때문에 겸손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유의 낙천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반드시 이기자"는 생각보다는 세계적인 축제 마당에 자신들도 자리를 얻게 되었다는 것에 마냥 기뻐하고 있는 듯했다. (몇몇 사람들은 한국을 3대0으로 이긴다고 큰소리쳤지만...)


로메 시내에 들어서자 모래바람 냄새가 느껴졌다. 일주일만 지나면 이곳은 겨울철 계절풍인 모래바람 `하르마탄'에 휩싸인다. 이 바람은 북쪽 사하라의 모래를 해안까지 실어 나른다. 하르마탄이 불면 모래가 하늘을 덮고 낮기온도 5℃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이곳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지만 아침저녁으로는 21~23도 정도의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겨울'은 한달 뿐, 하르마탄이 지나가고 나면 로메에는 다시 무더위가 찾아온다.



로메 최고층 빌딩인 코린티안 뒤페브리에르 호텔 35층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로메의 바닷가. (사진을 제가 너무 작게 줄여서 맛이 안 나는군요;;)


거리에는 곡식을 절구로 찧는 사람들, 머리에 오디오까지 이고 다니며 파는 행상들, 소파를 늘어놓고 파는 노점상들이 북적였다. 길가에는 쓰레기 천지였지만 허름한 시장통엔 인터넷 카페 간판들이 보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600달러, 문맹률이 40%에 이르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21만 명에 이를 정도(토고에도 전화 같은 거 있냐고 묻지 마세요)로 로메 지역에서는 빠르게 정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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