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0일 서울 서린동의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이갈 카스피 대사를 만났다.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공격에 이어 레바논 침공까지 벌여 국제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19일에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었다.
표현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레바논 정부가 아니라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레바논 국경을 인정한다.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대신 헤즈볼라 무장 해제에 나섰다.지상군이 들어간 이유는 국경 1km 반경 안에 있는 헤즈볼라의 요새를 파괴하기 위해서다.우리는 레바논을 점령할 생각이 없다.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다.어제까지 레바논 사망자가 3백명이 넘었다.
이스라엘 군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예를 들어 공습을 하기 전에 미리 전단을 뿌려 민간인은 해당 지역에서 퇴거할 것을 경고한다.
3백명이라는 사망자 수는 확실히 많은 인명 피해다.하지만 레바논 사람만 공격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예를 들어 며칠 전에 이스라엘 북부 도시 나사렛이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받아 아랍계 이스라엘 주민이 죽었다.
양측의 피해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이스라엘 민간인 사상자 수보다 레바논측 민간인 사상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19일 “분쟁 당사자는 모든 군사 작전 과정에서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는 민간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과잉 대응을 금하는 ‘비례 원칙’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아한 전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전투 상황에 ‘비례 원칙’을 내세워 초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문제의 핵심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적대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어떻게 하면 중동 지역에 질서를 되찾을지가 중요하지 숫자를 비교하는 것이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6년 동안 헤즈볼라의 도발을 참아왔는데, 그들이 국경을 넘어 우리 병사를 납치해간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국제 사회도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유엔 결의안 제 1559는 헤즈볼라의 즉각적인 무장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우리는 유엔 결의안 1559가 실현되기를 원한다.
이스라엘 대사가 유엔 결의를 언급하다니 놀랍다.그동안 유엔 총회는 분리 장벽 철거나 난민 귀환, 군대 철수 등 수많은 결의안을 발표했지만 이스라엘은 늘 무시해오지 않았다.
유엔 총회 결의가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말하는 것이다.안전보장이사회가 총회보다 더 공정하다.
전쟁을 끝낼 생각은 없는가?
우리의 요구 조건은 세 가지다.납치된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의 석방,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레바논 정부 군대를 헤즈볼라가 장악했던 지역에 주둔하는 것이다.지금 군대를 철수하면 그동안 해온 작전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헤즈볼라에 그들이 승리했다는 신호를 주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예를 들어 가자 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했더니 그곳 무장 세력이 우리 병사를 납치했다.
올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의회 의원을 이스라엘이 체포해 교도소에 가두고 있다.이게 민주주의인가.
어느 나라든 법을 어긴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그들은 테러 조직에 몸담았기 때문에 적법하게 구속된 것이다.하마스의 경우, 먼저 그들이 이스라엘을 부정했다.우리는 PLO도 처음에 테러 단체라고 규정했지만 그들이 우리를 인정하기에 협상 상대로 삼았다.하마스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한국 시민 단체 회원들이 무차별 공격과 팔레스타인 지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시민 단체 회원들은 한쪽 이야기만 듣고 균형 잡히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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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