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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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재미, 아름다움만을 보여 줄 것 같은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맛’에는 생소한 ‘맛’이 담겨 있다. 사기꾼, 도박, 불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충동 살인, 강박증. ‘의도하지 않은’ 자살, ‘찝찔한’ 섹스 등 그 주제를 보면 스릴러, 범죄, 성인 소설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동화작가도 이럴 수 있다!’ 라는 것을 거칠게 주장하듯이 짧디 짧은 각 단편들은 매우 흥미로운 전개 방식을 보인다.
잔잔히 시작하여 이리 튀고, 저리 튀다가 마지막에 확 뒤집어 엎어 버리는 식인데, 수많은 매체를 통하여 연마해 온 ‘반전예측 신공’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분명히 다가올 뒤집힘임을 알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도 뒤집히게 되니 너무나 즐겁다. 그것은 독서가 하나의 놀이로 승화되는 순간의 즐거움이다.
또한 독자에게 머리싸움을 걸듯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흡입력 있고, 완결성이 정교하여 이야기의 즐거움, 호기심이 넘치게 한다. 글이 짧을수록 끝맺음이 쉽지가 않은데, 이 10편의 단편들은 놀라운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작가의 뛰어난 글재주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야기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마치 어린이들의 동화를 성인 버전으로 둔갑시킨 것처럼 ‘또 해줘’, ‘다음에 어떻게 되는데?’ 하면서 조르게 된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재미’는 누구라도 자신의 상상 속으로 납치 할 수 있다. 납치범 로알드 달은 그런 자신감을 이 책에서 보여주었다.
‘성인들도 나의 상상 속에서 마음껏 한번 놀아 봐!’.

놀이는 즐겁다. 이야기도 즐겁다. 그러나 약간은 퇴폐적이고, 약간은 잔인하지만, 놓치지 않는 것은 인간이 가진 모습들이란 점이다. 충분한 개연성, 그러나 너무나 극단적인 내기, 살인 뒤의 미소라는 악마성 그러한 극단성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 아닐까. 동물들은 목숨을 내놓고 영역싸움을 하지 않는다. 재미로 죽이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심리를 꿰뚫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기는 인간의 기만성의 한 면이다. 저자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인간의 본성을 그려냈다. 겉과 속이 다르듯이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폭풍같이 몰아친다. 폭풍 후의 고요함은 엄숙하다. 경험의 기억이 잔존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 소설에서는 고요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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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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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것이 되자"(Nous n'étions rien donc, soyons tout)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오직 두 계급만이…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작년 말 현재 땅부자 상위 5%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5만7218㎢, 173억3390만평)의 8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상위 1%는 51.5%를 차지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그네들의 땅따먹기가 어느덧 이웃의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의 침식은 급격했고 파괴적이었다. ‘대지의 저주 받은 자들’은 그래서 세상을 저주하곤 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

또한 많은 이들은 변화를 갈망한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를… 이 땅에 태어나 인간다움을 맛보지 않고서 차마 떠날 수는 없음을…
그래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을 세상에 맞게 변태한 사람, 세상을 인간에 맞게 변화시키려는 사람.

이 책은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들과 전자의 사람들과의 치열한 격전의 기록이다.
혁명! 불꽃 같은 투쟁의 현장은 혼란스럽고, 격정적이었고, 정말로 순수했다. 그들의 두 손이 무기였고, 해방의 깃발아래에 선 민중의 박동하는 심장이었다. 쿵쾅, 쿵쾅, 심장들은 죽어가는 혈관에 산소를 불어넣었고, 세포를 움직였다. ‘세계는 근본부터 뒤바뀌리라.’

그대가 잃을 것은 쇠사슬이오. 얻을 것은 온 천하이니…

쿠데타는 쿠데타였다(비주류에 의한 무력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빼앗으려는 기습적인 정치 행동). 볼셰비키(소수파)는 다수의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75%의 농민들이 아닌 노동자와 일부 군인들에 의해 정부를 뒤엎고, 대중의 지지를 정복해 갔다. 적들은 가득했다. 사업가, 지주, 장교, 정치인, 교사, 학생, 멘세비키, 코사크, 백인단, 야만사단, 융커, 사회혁명당, 두마, 카데츠 등등등. 그러나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는 ‘골때리는 한국 현대사’와는 질적으로 틀리다. 그들의 혁명은 최소한 혁명적 당위성과 대중의 욕망을 대신할 진정한 의미의 혁명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수는 강했다. 잃어버린 쇠사슬로 인해 그들은 세상의 주인이 된 것이다

볼세비키 혁명, 넌 감동이었어.

이 책의 위대한 점은 역사적 장면들을 두 눈과 귀로 지켜보고 듣고 있었다는 점이다. 민중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혁명이냐, 반혁명이냐. 글을 읽어야만 했고, 신문과 포고령, 선전문에 귀를 세워야만 했다. 허위와 진실을 가려내야 할 의지와 판단을 지니기를 요구하던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인다웠다. 자신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토론했고, 사유했으며, 행동했다.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들, 웅성거림, 소란, 동요, 야유와 조롱의 틈에서 흘러나오는 레닌과 트로츠키의 연설을 듣고 있으면 이 책의 사실성과 현장성에 독자는 압도 당할 수 밖에 없다.

무너진 폐허의 땅에 평등의 꽃 피울 때 우리의 붉은 새 태양은 지평선에 떠 온다.

분명한 것은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새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는 점이다. 혁명은 성공했으나, 피의 태양만 떠올랐다. 소유형태의 변화만으로는 세상이 바뀔 수는 없었다. 더욱 심해지는 압제에 민중은 피를 흘려야 했다.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구속되지 않는 무제한의 권력에 의해 스탈린에 의해 1000만 농민은 쓰러졌다. 어쩄든 이 책은 혁명 이후를 모른다. 비극적인 결말, 무제한의 폭력지배가 그들 앞에 놓여있다는 숙명을 모르기에 ‘그들의 혁명’에 동정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들의 행진’에 따른다.
인터내셔널가를 흥얼거리면서…

하지만 자본주의 타도 없이는 ‘종전’은 불가능 하다는 ‘4월 테제’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전쟁터를 벗어나야만 한다. 그것이 네가 사는 길이고, 내가 사는 길이지 않은가. 평화, 평등, 민주의 가치가 불변하다면...


<인터내셔널가>
“대지의 저주 받은 자들이여 일어서라/
굶주린 도형수들이여 일어서라/
이성이 그 분화구 안에서 천둥 친다/
이젠 끝이 왔다/
과거를 백지 상태로 만들자/
노예들이여 일어서라, 일어서라/
세계는 근본부터 뒤바뀌리라/
지금은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나 이제 모든 것이 될 터/
이것은 최후의 투쟁이라네/
단결하세 그러면 내일/
인터내셔널이 인류가 될 테니".



< 출처 : http://www.hymn.ru/internationale/index-en.html -인터내셔널가.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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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7-2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책 샀어요. 님만큼 멋진 리뷰는 못쓰겠지만, 저도 읽고 리뷰 쓸래요. 근데 인터내셔널가라는 것도 있군요^^

비로그인 2005-07-2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아아아주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데요, 인터내셔널을 들은 기념으로 재독을 할까 싶어지네요. 일단 추천~

라주미힌 2005-07-2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감사합니다 ^^ 정말 좋은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5-07-2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입했는데... 구입만 해놓고 마는...;;;

날개 2005-07-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넘 멋지군요.. 추천하고 가요~

2005-07-21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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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의 미인 몸에 일사(一絲)도 부(附)치 아니한, 순진 나체사인지외다. 그 풍만한 육체미는 고상하고 쾌절재득(快絶再得)키 난(難)한 근세의 진사진이올시다.’ (367p)

무슨 뜻인지는 모호해도 말초신경 자극을 돕기 위한 매체와 관련된 광고임을 알 수가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신문에 난 누드사진 광고 문구는 직설적인 것을 넘어선 투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꼭 보시게’라고…
현대의 광고가 상품의 이미지와 필요하지 않아도 문화의 유행성을 강조하여 소비욕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과 사뭇 다르다. 다른 것, 차이에서 느껴지는 호기심은 확실한 광고성을 지닌다. ‘꼿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그래서 이 책은 무지막지한 매혹의 향을 낸다.

광고를 더 훑어보면 빠져든다.

‘천지는 유구무한하여 만길불변이었마는 이내 몸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지라 청춘의 환희를 그 누가 싫다 하겠으며 조로의 비애를 그 누가 좋다 하겠으리요, ‘마력적 회춘법’, ‘허양 남자의 일대쾌보’, ‘경탄적 장춘술’, ‘발광하겠다던 조루 그만 전쾌’. ‘혼자서 속태우든 한을 풀었다’. ‘역방한 여성들이 깜짝 놀래’. ‘늙었다고 단념할 것은 아니다’… (374p)

역시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몰라도 과대 광고임을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유쾌하다. 광고를 어찌 저리도 험하게 낼까. 광고 윤리의 법도는 없나?. 그래도 유가적 가치가 살아있을 법한 조선인데… 음란물 관리규정은?.
이 책에 답은 없다. 하지만 그 시대의 관심과 대중의 욕망을 반추 할 수 있는 자료임을 보여준다. 광고의 속성상 대중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 꺼리임을 이 책의 저자는 파악하고 있고, 억압의 시대에 섹스산업이 흥한다는 통찰을 일제 시대의 누드 사진 광고에서 찾아 내자는 의도를 드러낸다.
삼천리(잡지)의 ‘접문(키스) 연구’란 글에서는 ‘죽을 때까지도 한 번도 딥 키스를 해보지 못한 조선의 민중들을 위해 각 나라의 키스법을 소개한 것’으로 급격한 도시화와 문자 해독층의 증가, 자유연애 풍조를 엿 볼 수 있다고 한다.

섹스 광고만 있느냐? 아니다 성병약 광고도 있다. 정말 빠져들지 않는가?

‘신성당의 약효력은 유선형 초스피드 비행기 동양’, ‘이 뜻을 모르면 무식자다. 현대는 경쟁시대다. 스피~드 시대다. 유선형 시대다’. (55p)

지금 봐도 난해한 이 모더니즘 카피 문구는 교통수단의 발달에 따른 유선형 개념을 광고에 접목시킴으로써 병도 빨리 낫는다는 것을 모토로 삼은 것 같다. 어찌나 성병이 심각했는지, 결혼 전에 건강 진단서로 성병의 유무를 확인했으며, 신문 잡지에는 매독, 임질에 대한 발병 원인과 증상, 치료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났다.
1922년 8월 20일자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있으니 ‘인천 부사동 전석현의 처 문이성은 몇해 전부터 매독을 올니어 고통하든 중 인육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듯고… 공동묘지에 파묻은 김귀원이란 녀자의 시체를 파내어…’ 그리고 이규태의 ‘버선발에 양구두’에는 이런 글도 있다. ‘경중에는 사람을 죽여 담을 빼는 자 심히 많았다… 한 의관이 말을 퍼뜨리길 사람의 담이 음창에 좋다 하였다… 거지들이 많았는데 사오 년래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음은 바로 사람의 담이 소용되는 자들이 죽였기 때문이다. 거지들이 없어지자 이제 어린이를 꾀어 담을 떼었다. 그러기에 잃어버린 아이들이 꽤 많아졌다.’

‘성병에 걸리지 않은 30대 내외의 남성은 5할도 되지 않는다’, 또한 ‘어느 병원의 100명중 12명이 성병 환자’라고 하니 성병은 국민병이 되었다.
섹스산업의 발달, 성병의 창궐의 이면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에 일본군 주둔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였던 것이다. 조선총독부 경찰국 위생 과장은 ‘조선의 50%가 성병에 걸렸으니 조선도 이제 문명국이 됐다’(51p)라며 헛소리를 늘어 놓았으니 이보다 좋은 역사책은 없을 듯 하다.

이외에도 근대의 조선으로 탈바꿈 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은 극장, 껌, 고무신, 백화점, 과자, 커피, 라디오 방송 등의 광고와 신문기사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커피에 열광했던 궁궐, 강철보다 내구성이 강하다는 고무신, 최초의 극장 시설, 시설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과 칭찬, 극장에 들어갈 때에는 우물에 발을 씻고 들어가는 풍경 등은 현대의 풍경과 비교하는 재미를 만끽 할 수 있다. 특히 껌은 대중에게 사용법도 일러주어야 했다. ‘삼키지 말아야 할 별난 식품’ 아닌가. 최초의 껌은 피로 회복, 소화 촉진 등의 ‘기능성 제품’으로 광고 되었다. 라디오 방송에 관한 에피소드 중 ‘꾀꼬리 방송’은 가장 웃기는 대목이었다. 204페이지 참조 하시게…

재미만 있는 책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는 억압과 착취, 동원의 시대 아니었던가. 창씨개명을 독려, 협박하는 기사, 출산 장려(전쟁 동원을 위한), 단발령, 심지어 남자에게 국민복을 여자에게 앗빠빠라는 간단복과 몸빼를 강요하였다. 몸빼는 조선 민중의 억압의 역사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창씨 개명에 관한 단락은 몰랐던 사실도 알려준다. 창씨개명에 대한 당시의 인식은 무지에 바탕을 둔 오해한 찬성과 오해한 반대였다. 창씨란 호주와 가족에 부여되는 가(家)의 명칭으로 기존의 성(姓)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호적에는 기존의 본관을 적게 하였다. 왜냐하면 잘난 일본이 조선인과 일본인의 내재합일을 원하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다. 창씨개명의 본래 의도는 호구 조사를 통한 징병제의 근거자료로 쓰기 위함에 있었다. 어쨋든 조선의 이름은 촌티가 나서 낼름 바꾼 친일파나, 목숨으로 반대한 사람들의 당시 분위기는 극단적이었으나, 해학적인 면도 있었다.

‘태분창위(太糞創衛), 일본말로 읽으면 이누쿠소쿠라에, 개 같은 놈 똥이나 먹어라.(개명의 한 예)’

전쟁이 만든 상흔, 근대화가 내뱉은 파열음은 조선을 강타했다. 그것은 때로는 민중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도 했으나 때로는 강요했다. 그것은 역사에 기록은 되지 않았어도 신문, 잡지, 소설, 논문, 잡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책은 물론 저자가 모두 연구한 자료는 아니다. 수많은 학술 논문과 책들을 스크립하고 정리한 저자의 땀을 응축하여 탄생한 것이다. 미시사, 풍속사를 이렇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순간’의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꼭 누리시길….

‘횡폭 적군의 응징은 폭탄으로, 설사 복통의 폭격은 헤루푸로…’(128p)


재미있는 퀴즈 하나
애(愛), 비(碑), 시(媤), 지(地), 의(依), 압부(鴨符), 지(芝)…
이게 뭘까요. 답은 61p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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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18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의 쾌락을 맛볼랴는 남녀 중 1인으로 손 들겠습니다.
땡스투 누르고 보관함에 넣어요.^^

라주미힌 2005-07-1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내용이 많답니다 ^^; 즐거운 독서 되시길..

비로그인 2005-07-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안녕하세요~ 저 책은 우리 남편이 거의 뒤집어지면서 읽은 건데요. 글케 재밌나봐요. 방금 저도 퀴즈 답을 찾아보느라 한번 봤지요. 으헤헤~ 답이 그거군요^^

라주미힌 2005-07-1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도 뒤집어지시는게 어떨런지요. 반갑습니당... ^^

panda78 2005-08-1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을밤 긴데 한번 보시요'에서 뒤집어졌어요. ^ㅂ^
덕분에 좋은 책 읽었습니다. 근대에 관심이 생겨서 근대 관련 책 몇 권 찾아 읽을까 하는데 추천할만한 책은 없으신지요? ^^

진주 2005-08-2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저요, 저 퀴즈의 답 저도 알아요~ㅎㅎㅎ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세계를 뒤흔든 선언 4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지음, 이충호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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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탄생과 죽음의 순환은 자연의 순리이기에 봄은 시작이고, 생명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침이면 새들의 아름다운 합창이 울려 퍼지던 마을에 기묘한 정적만이 감돌기 시작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나오는 ‘내일을 위한 우화’는 서서히 호러가 된다. 대니 보일의 ‘28일 후’의 한 장면이 스쳐간다. 새들의 침묵. 생명의 잠적. 죽음이 가까이에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서서히 뒷목을 조르지는 않더라도 내 몸으로 스며드는 그것은… 아니 인간의 기만적인 배설물 아닌가. 벌레를 잡겠다고 뿌려댄 살충제가 어디 벌레만 잡겠는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제거 대상이다!

박멸! 지구 끝까지 쫓아 가서라도 자기 임무를 완수하는 터미네이터마냥 인류의 무시무시한 번식력은 식량 증산, 수명 연장을 위한 전투적 행위의 전리품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인류의 밥그릇에 다른 어떤 개체의 숟가락도 들이대지 못하게 하고,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나의 몸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그들을 말살하는 것. 그러기 위하여 완벽한 독극물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완벽한 독극물이란,

1.       곤충에게 큰 독성을 나타낼 것.

2.       효과가 빨라야 한다.

3.       포유류나 식물에게는 영향을 덜 끼칠 것.

4.       불쾌한 냄새를 내지 말아야 하고,

5.       작용범위는 광범위 해야 하며

6.       효과가 오래가고,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며

7.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가격이 싸야 한다.

 

이 놀라운 조건들을 만족시키려는 인류의 노력은 로또 당첨보다는 쉬운 일일지라도 백수에, 키 작고, 뚱뚱하고, 직업 없고,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만 하는 남자와 문근영이 결혼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비과학적인 계산 방법에 의한)


무릇 많은 이들의 추억 속 방역차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환상’과 ‘재미’를 주기 위해서 여름이면 동네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묘한 향(?)과 몽환적 분위기를 어찌 피해갈수 있을까. 방방거리며 뒤쫓아 다니던 추억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거짓말을 조금 붙이면, 내가 들이마신 경유와 살충제 혼합물을 재활용하게 된다면 부산을 갈만한 연료와 xx킬라 몇 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정도로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아직도 멀쩡한 나와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실 방역차의 살충성은 제로에 가깝다. 아이들을 취하게 하듯, 벌레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방역차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싸고, 죽이는 데에는 확실한 성능을 가진 것이 있으니 이름하야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페스트를 옮기는 벼룩, 이외에도 파리, 나방 등을 죽이니 나름대로 인도적인 화학물질로 각광을 받았다. 전쟁 중에 흰 가루를 뒤집어 쓰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졸업식에서 자주 보여지는 ‘밀가루 뒤집어쓰기’의 유래가 DDT라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신빙성 없음).

 

아무튼 미물의 죽음에는 둔감할지라도 새, 물고기의 떼죽음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중들에게 환경은 중요한 사안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지구상의 먹이사슬은 물론 남 북극에서도 DDT가 검출되는 사태를 맞이하니 환경,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환경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태풍의 눈처럼 그 중심에는 레이첼 카슨이 있었다. 그녀의 책, 그녀의 사상은 생태학이란 개념을 탄생시켰으며, 에코 페미니즘의 원조가 되었다.

 

이 책은 레이첼 카슨의 사상이 담겨있고, 환경운동의 역사도 담겨 있으며, 화학물질로 이득을 보는 자와 그것에 맞서 자연을 지키려는 자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레이첼 카슨의 소극적인 저항에 대한 은밀한 비판도 내비치고, 미국 정부의 이중적인 환경 정책(살충제 수출 장려, 국내 사용의 금지) 또한 비판의 대상으로 올려 놓고 있다. 물론 ‘침묵의 봄’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DDT의 역할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DDT 사용으로 말라리아에 의한 어린이의 사망률을 20%나 줄일 수 있다 하지 않은가. 하지만, 잔류성 오염물질에 의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지구의 상황 또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내분비 교란 물질은 남성의 ‘힘’을 약화시키고, 임산부에게서도 검출되는 온갖 화학 물질들은 그대로 태아에까지 전해지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기농 채소를 가족에게 먹이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미 벌레의 건강 또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공존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자연 통제에 대한 인류의 과학적 맹신을 깨는 전환점이 되었던 ‘침묵의 봄’은 현대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랑으로 대지의 생명을 품은 대지의 여신들처럼 여성의 모성애는 지구를 품에 안을 만한 힘을 보여주었다. 지구의 딸, 생명의 어머니 레이첼 카슨은 인류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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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유라시아의 역사
고마츠 히사오 외 지음, 이평래 옮김 / 소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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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다. 지정학적 위치, 경제적 정치적 역할, 사회적 층위의 분류, 가치 정도의 차이 등 절대적인 잣대는 있을 수 없다. 너무나 가변적인 그것이지만, 무엇이 중심인가는 누가 중심으로 향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심으로의 욕망은 늘 자기 자신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방향은 이미 목적을 이루고, 그것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는다.

 

역사에 있어서도 우리는 주인공이고, 당연하게 중심적인 시각을 가진다. 주변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며, 심지어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하여 다락의 먼지 틈으로 사라져간다. 광활한 초원, 사막. 고원.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정복해나간 유목민과 오아시스 정주민들의 역사가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의 내몽골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자치구, 부랴트공화국, 투바공화국, 바슈키르공화국, 타타르공화국이란 낯선 이름들은 낯가림을 하는 의식의 편향성을 드러내게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국가들과는 달리 이들 국가들은 세계의 주변국으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세계를 호령했던 칭키스칸의 몽골, 유럽을 공포로 몰았던 아틸라의 훈족, 중국을 위협한 흉노 외 스키타이, 티무르, 선비, 유연, 돌궐 등 많은 유목, 오아시스 세계의 유산은 역사의 큰 흐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키르기스스탄의 15년 독재를 끝낸 시민 혁명인 레몬혁명,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에너지 전략, 티베트, 신장자치지구의 독립을 겨냥한 중국의 반분열법 등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패권 국가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은 위구르 자치족 동요를 주시하고, 미국은 민주주의보다 이슬람 세력 확산에 우려하는 등 중앙 유라시아의 복잡한 인종, 종교, 역사적인 배경을 아는 것은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 남기위한 방법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중심과 주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역사 읽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유목민과 정주민, 과거와 근대의 역사를 적절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코 따로 떼어내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임에도 이제까지 각각을 구분하여 출판되었던 책들에 비하면 총체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너무나 방대한 양을 다루기에 지명, 인명만 읽고 있는 듯한 지루함을 한껏 안겨주기도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을 꼽는다면, 민족, 문화의 융합과 분열, 진화를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목민 문화가 그러하듯이 불꽃처럼 피었다가 사라지는 바람의 역사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서 민족문제를 슬그머니 집어낼 수 있는데, 흉노와 훈의 동족설에 대해서는 근대적 개념인 민족을 적절하지 못한 과거로의 적용을 지적하는 부분. 그리고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한 신생국들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을 위한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이 난무한 시대의 풍경을 총체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중앙 유라시아의 민족의 경계 확정 사업처럼 중앙 유라시아라는 단일체를 머리, 팔, 다리 따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곳의 생명력은 끊임없는 문화와 인적 교류를 통한 문화적 에너지의 역동성이 아니던가. 유목민의 군사적 우월성이 화약과 대포에 의해 무력화 되었다는 점이 쇠퇴의 원인이라 하지만, 근대적 개념의 민족과 국가, 경계와 장벽들은 그들의 척박한 환경을 더욱 척박한 공간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듯 하다.

 

고립된 하나가 아닌, 네트워크 시대에서는 교류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중앙 유라시아는 그렇게 재탄생 되어야 한다. 과거의 그들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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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6-2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읽으신 책을 보나, 이 책에 관해 쓰신 리뷰를 보나,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이런 분과 제가 한국 정치에 대해 댓글을 주고받았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많은 지도편달 바라겠습니다. 꾸벅.

라주미힌 2005-07-07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헉... 부끄럽습니다.
마태우스님의 생각이 듣고 싶었을 뿐인데...
교수님의 글 여기저기서 조금씩 접하고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http://www.readersguide.co.kr/ 이곳에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책 뿐만아니라 연극 쪽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듯 한데, 관심있으시면 회원이 되셔서 많은 공감 나누시길 바랍니다. 초청하는거에요. ㅋ.ㅋ 운빈현님도 있고, 아영엄마님, 비숍님, 물만두님도 계십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리뷰를 조건으로 신간을 받아 볼 수 있는 사이트에요. 기업이면서도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해요. 모임도 가끔 있구요.

마태우스 2005-06-2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더스가이드, 저도 들어본 적 있어요. 리뷰계에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곳이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아마. 페이퍼로 겨룬다면 모를까^^ 제 리뷰실력은 워낙 허접해서 못가겠네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라주미힌 2005-06-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하고는 상관없어요. 그냥 독서 커뮤니티입니다. ^^ 사람 좋아하고, 책 좋아하면 되요.

날개 2005-07-0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에 선정되신걸 축하드려요..^^*

라주미힌 2005-07-0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너무 기뻐요. ^_^ 아마 마태우스님의 댓글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듯 해요.
날개님 감사~~ ^^

수양버들 2005-07-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저도 축하드려요. 마태우스님 리더스 가이드에 저도 있습니다.
라주미힌님이 이렇게 RG를 홍보하는 줄 몰랐네요. 공로상 주자고 강추하겠습니다.
라주미힌님은 RG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랍니다. 겁먹지 마세요.

아영엄마 2005-07-0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방금 리더스 가이드에 갔다가 님의 글 보고 알게됬어요. 축하드릴려고 부리나케 달려왔시유! 축하해요!! ^^

라주미힌 2005-07-0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버들, 아영엄마 님/ 앗.. 두분의 지지와 축하에 세상을 얻은 기분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별일도 아닌거 가지고 호들갑 떠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ㅋㅋㅋ

서연사랑 2005-07-0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중국의 입장에서 보는 '오랑캐' 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만의 역사로서 볼 수 있는 좋은 책이군요. 머리 속에 담아둘께요.

라주미힌 2005-07-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비로그인 2005-07-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멋진 리뷰입니다^^
리더스 가이드 만세-.-/ 라주미힌님 만세-.-/

울보 2005-07-0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글을 아주 잘 쓰시는군요,,

라주미힌 2005-07-09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 울보님/ 민망합니당.... 그리고 감사합니당. ^^

마태우스 2005-07-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첫눈에 잘쓰신 리뷰라고 생각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