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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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500년이 지나도 그 화려함이 가시지 않은 책들이 있다.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진귀한 보물, 수서본은 시간마저도 부정하듯 이 책 곳곳에서 위용을 과시한다. 마치 옛 소유주의 분신인 것처럼 화려한 색채와 문양이 책 전체를 휘감는다.


 


화려할수록 그 가치를 인정 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아 왔고, 그 화려함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값비싼 보석, 흉내낼 수 없는 장인의 유려한 솜씨, 무엇보다도 그것을 제작하는데 들인 공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욕망하는 자, 그의 이름은 부와 권력이니, 그것 자체가 주는 기쁨보다 그것을 소유함으로서 인간 사회에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노출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책인 것이다. 수많은 인간들 틈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하여, 물질의 희귀성에 의지하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의 역사이면서, 그들이 남긴 역사를 보여준다.


 


수서본은 그 제작과정과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신구약성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 200마리를 잡아야 하고, 채식사, 필경사들의 작업, 온갖 장식을 하는 데에 그 비용은 장원의 수입에 맞먹는다 하니, 집 팔아도 10권도 못 사는 사치품 중의 사치품이었다. 책은 정신적인 재화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재화였다 (자크 르 고프). 게다가 당시의 뛰어난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기에 책이면서도 예술품에 가까웠다.


 


무엇이 책에 그러한 가치를 부여하도록 만들게 했을까. 이 책에 따르면 기독교의 영향으로 성서라는 한 권의 책에 의한 신의 계시와 믿음의 세계 속에 있었고, 고대 문화에 대한 경외감이 책의 경외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수서본에는 바로 중세의 망탈리테가 스며있고,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의 수 많은 유물이 그 시대를 이야기 하듯이 수서본은 그 시대의 욕망을 말한다.


 


책 자체의 아름다움, 책 속의 권위에 반해버린 사람들, 중세의 열정의 독특함과 황홀함을 맛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오늘날에 있어서 정보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범람하는 정보, 인터넷 같은 매체의 반격에 추락한 책의 지위와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의 빛 깊은 곳에서 나는 보았노라. 우주에 흩어진 모든 것이 사랑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을 <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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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0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0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Art 020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 / 다빈치 / 2006년 3월
절판


걸표지가 비단 느낌을 준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젖은 물소리 - 바쇼


하이쿠와 우키요에의 조화...

타국의 그림에 담긴 정서 이해하기

한 권의 그림

문화의 힘

부담없이...

턱을 괸 여인처럼...

같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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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2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3-2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기는 한데, 망설여 지는 책입니다. 흠흠..
그래서 다른 수를 내기로 했지요. ㅋ

라주미힌 2006-03-2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수? ㅋㅋㅋ 궁금해요..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이라 좀 비싼편이긴 하죠.


이런 추천사가 있네요..
추천사 : 신경림(시인)
일본의 전통 시의 하나인 하이쿠는 흔히 꿀벌에 비유된다.
꿀과 침을 함께 가지고 있어 읽으면 따끔하면서도 달콤하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 있어 시의 특질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미지즘 운동에도 큰 영향을 준 이런 하이쿠를 에도 시대의 풍속화인 우키요에 등 일본의 사회와 역사를 조감할 수 있는 그림들과 함께 읽는다면 그 뜻과 맛은 배가 될 터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

2006-03-26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6년 2월
구판절판


이 책은 중세 사람들이 책에 대해 지녔던 열정을 보여준다. 9p

책이라는 귀한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있고,

책과 독자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해가를 보여주며,

그 책의 내용과 형식을 이해하는 방법과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핀다.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책들

수집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자물쇠도 달아 주었다.

화려한 채식은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이였기에

책 속에서 회화가 발달하기도 하였다.

이니셜 P

알라디너 같죠?

매 장마다 화려한 도판이 딱 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박물관을 둘러 본 것 같다.

핑크빛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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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3-15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빛 속살이라니 ///ㅂ//

라주미힌 2006-03-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도 좋아하실 만한 책일걸요... ^^

라주미힌 2006-03-15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여성 철학자 표지 그림으로 쓰였군...

하이드 2006-03-15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런 맨들맨들 하얀 종이가 싫어서요, 넘기다가 손톱으로 긁을 것 같아서 으실으실;;;

stella.K 2006-03-1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여성철학자. 나도 오늘 받았는데...^^

앨런 2007-05-3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광주님의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과 같은 느낌이네요. 이 책을 사서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거 같아요.
 
비밀의 계곡 1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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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신(谷神)은 죽지 않으니 이를 일컬어 현빈이라 한다. 현빈의 문이 하늘과 땅의 뿌리이며, 이어지고 이어져 영원히 있으니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다.” <도덕경>

계곡은 구멍을 숨기고 있으며, 모든 물이 흘러들고 흘러나간다는 점에서 만물을 낳되 영원히 낳는(마르지 않는) 대지모신의 상징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중에서…

주인공이 상속 받은 랜즈버리 홀은 인간사회와 경계를 두른 ‘곳’이다. 선택 받은 인간만이 ‘그곳’에 발을 디디고,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는 ‘그곳’은 알 수 없는 존재와 의미로 가득하다. 너무나 비밀스럽고, 은밀한 ‘그곳’. 깊은 비밀이 담겨 있는 ‘그곳’은 바로 생명이었다.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들, 생명체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그곳’은 풍요롭고도 평화롭다. 

‘그곳’은 마치 현실을 부정하듯이 세상의 중심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 초대되고, ‘그곳’을 둘러본다. 소설은 ‘그곳’의 자연을 보고, 듣고, 먹고, 맡고, 만진다. 생명의 호흡이 원래 그러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 소설은 환상과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숲속의 정령 코다마로 비유될 수 있는 각종 움프들이 묘한 신비함을 준다. 이야기는 서서히 창을 열어 호기심의 동굴로 독자를 잡아당기며 편안한 생태 탐험으로 이어진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주변을 감싸는 묘한 기분은 뒷일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준다. 결말은 우리의 현실에 맞닿아 있기에 우울하다.

그 우울함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에 기인한다. 아마존의 숨결에 지구는 생명을 얻고 생명을 뿌리지만, 그러한 자연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소중한 것은 그 소중한 이름이 사라진 후에 드러나듯이, 우리의 깨달음은 언제나 후회를 동반한다. 그리고 환상이 아닌 현실 속의 우리에게 곧 절실함으로 다가올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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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대 전쟁사 박물관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9
존 워리 지음, 임웅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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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며, 전쟁이란 피를 흘리는 정치다”라고 한 마오 쩌둥의 말은 전쟁과 정치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의 획득과 배분에 대한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라는 인류의 오랜 고민을 해결하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면 그것은 전쟁이 되었고, (대중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듯한) 정치구조의 진화는 그 폭력성의 가면이 되어 더욱 집요하고도 견고하게 기득권 구조를 다져왔다. 어찌 보면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 볼 수 있는 전쟁과 정치, 그 둘의 관계는 역사 속의 커다란 흐름을 이끌어 왔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읽어내야만 한다.

 

서양 문화의 중심 축인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쟁사를 다룬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역사적 사료의 방대함과 세밀함에 있다. 신화의 시대 트로이 전쟁에서부터 로마 말기까지 전쟁의 정치적 배경, 전투와 전술, 인물간의 갈등과 야심, 세력의 흥망성쇄, 식민과 반란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놀라운 것은 아주 오래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부대의 배치, 인원, 전쟁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객관성의 정도는 알지 못하겠지만(이 책에서도 한계와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 남긴 수많은 역사가와 정치가들의 사회적 지위를 감안한다면 사료의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이미 기원전에서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만큼의 정치조직이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시민사회(물론 제한적이지만), 지중해 무역을 둘러싼 이권다툼 등을 볼 때면 기원전이라고 해도 현재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권력의 원천은 군사력과 대중 지배 그리고 돈이었다.>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에는 까다로운 면이 있다. 장대한 역사를 지나치게 축약하였기에 배경지식이 없다면, 책을 덮은 후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역사적인 인물도 단 한 줄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전쟁사이기 때문에 전쟁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게 됨으로써 전쟁의 배경이 되는 사회, 문화에 대한 설명이 빈곤하다. 그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장애를 안긴다. 전쟁 자체만으로는 전쟁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사는 헐리웃 영화(브레이브 하트, 트로이 같은)의 전투신의 강렬한 인상만을 주게 된다.

 

이 책의 활용성을 보자면 참고문헌으로써는 훌륭하다. 유물에서 복원한 무기, 갑옷, 전함, 전술도 등 다양한 도판이 볼만 하다. 또한 연대기 순으로 이뤄졌고, 전쟁 하나만큼은 많은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영화 볼 때도 즐거울 수가 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 이 밖에도 팔랑크스 진형이 로마 보병대에 무너진 이유나, 육군에 미치는 해군의 전술적 의미, 해상전의 변모, 로마는 왜 요새를 중심으로 싸웠고, 그리스 시대에는 평야에서 줄 서서 싸웠는지, 영웅의 활약과 전술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영화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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