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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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잖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작고 작아.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줄 뿐이야.
-287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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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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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폐쇄된 공간 속에서 수 십년을 살아야만 했던 한 인간의 생각을 읽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구절 한 구절 여백을 아끼고, 글자를 다듬어서 써야만 했던 사색의 결정이 가벼울 리 없다. 인간보다 시멘트 벽에 더 친숙해져야만 하는 고독, 새로움과 창조의 양지에서 배제된 삶에 대한 번민, 압박 속에서 기존의 지식에 얽매일지도 모른다는 지식인으로써의 자존심과 불안, 그리고 잘려나간 학자로써의 학문열…

이 모든 것들의 기억과 경험은 특수하다. 역사와 개인의 시대적 간극을 무엇으로도 좁힐 수 없어보인다. 모호한 관념과 막연한 존경으로 우상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렇다고 소통을 강요할 필요는 없고, 이해를 가장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자신의 삶에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되듯이 그의 사념에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치열함을 치열하게 다가서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이 책은 30년 간의 편지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을 표방하고 있지만, 저자인 자신에게 보내는 독백이며, 넘치는 학자의 기질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 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처연하다. 그것이 학자의 본능인가. 학자로써의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까. 글은 유난히 고고한 어휘를 휘날린다. 이것은 나의 생각이고 나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듯이 많은 치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관념과 겉치레를 경계하고 성찰하는 모습도 보인다.

“복잡한 표현과 관념적 사고를 내심 즐기며, 그것이 상위의 것이라 여기던 오만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236p

인간은 그렇게 성장한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생물학적 성장이 이뤄지고, 감당해야 할 억지적 환경 속에서 방황도 하면서 정신적 성장을 일궈낸다. 벽은 3차원 공간을 지배하지만, 인간의 정신만큼은 지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노년을 쫓아가는 자식과 부모가 겪는 변화의 시간들이다. 감옥 안에서 늙어가는 자식과 감옥 밖에서 늙어가는 부모… 마치 스냅샷을 찍듯 서서히 서로의 시간으로 빠져드는 애틋함이 저린다. 그들에게서 빼앗아 간 날들…. 잘려나간 가능성들의 통곡. 어떻게든 표현해야만 하는 상황… 책은 그렇게 탄생한다.

이 책은 감동적이지 않다.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읽은 것만이 있을 뿐이다.

감옥... 인간 내면의 고결함을 완성시키고 뿌리내리는 공간이라고
신영복의 삶은 나직이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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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구판절판


지난 달에 어머님을 가까이서 뵈오니 어머님께서는 이제 완연한 할머니였습니다. 칠십 노인이 아무려면 할머니가 아닐 리 있겠습니까만, 저의 마음에는 항상 젊은 어머님이 계십니다. 아마 제가 늘 그전 마음으로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106p쪽

하늘 높이 바람 찬 연을 띄워놓으면 얼레가 쉴 수 없는 법. 안거란 기실 꿈의 상실이기 쉬우며 도리어 방황의 인고 속에 상당한 분량의 꿈이 추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17p쪽

‘혼자’라는 느낌은 관념적으로만 가능한 정신의 일시적 함정에 불과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162p쪽

‘세상의 슬픔에 자기의 슬픔 하나를 더 보태기’ 보다는 자기의 슬픔을 타인들의 수많은 비참함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겸허함을 배우려 합니다.
-164p쪽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 244p쪽

"바깥은 저러큼 몽땅 봄인디 이 안에는 연태 겨울이당게요."
"봄이 아작 담을 못 넘었나벼."
- 365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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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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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정의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 이루고자 하는 욕망조차도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고, 그러한 구조를 받아들여야 만이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금기와 억압의 사슬은 그들의 언어에 침묵의 재갈을 선사한다. 이러한 사회적 폭력은 일상적이고 무의식적일 때 가장 폭력적이다. 가해도 없고, 피해도 없다. 오직 누군가의 상흔만이 기억을 증명한다.

대상은 지워진다. 그것은 반복한다. 피 속에 새겨져서 다음 세대에게 전한다. 이것은 생활이다. 생활 속에 상식으로 통한다. 상식을 가진 자의 특권이고, 그것을 당당히 전유한다. 당연한 것은 무뎌진다. 자극은 불편하다. 그리고 불쾌하다. 인간의 행복추구권은 신성하다. 그래서 불쾌함을 거부한다. 그리고 현재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라고….

그것이 사회라고? 이 책은 기어코 누군가의 은밀한 언어를 세상에 꺼내고야 만다. 누군가의 너덜너덜 해진 심장을 들춰본 느낌이랄까. 박동할 때마다 분출하는 피냄새가 진동한다. 그것이 고통의 향이구나. 세상에 대한 분노구나. 슬러지 같은 놈들 때문이라도 행복해지려는 사람들. 그들의 글은 세상을 긍정하려 한다. 자신에게 걸었던 결계를 막 부숴버린 자들의 해방을 담았다. 행복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세상에 나와 화끈하게 살라고 한다.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들끼리 읽는 책도 아닐 것이다. 술 쳐드시면 여성을 주무르시는 최연x 국회의원도 봐야 하고, 아내는 돈도 벌어야 하고 살림도 전담해야 한다는 내 친구도 읽어야 할테고, 페미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 나시는 네티즌 여러분도 읽어야 할 것 같다.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가해자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 생각 있는 사람이 할 일이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한다. 내가 누려온 날들. 나의 특권들. 나의 상식들. 싹 벗어야겠다. 아직 노출의 계절은 아니지만,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때는 지금이다.

나의 상처는 나만의 상처가 아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들어야 하고, 전해야 하며, 그 사람들 편에 서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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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품절


미혼의 섹스가, 쓰임새는 모르지만 크기별로 갖춰진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옆으로 줄줄이 시위하고 있는 정찬 디너였다면, 내가 경험한 기혼의 섹스는 물에 만 찬밥과 열무김치, 된장에 풋고추 찍어 후다닥 먹어치우는 시골 밥상이다.
그렇다고 후자가 꼭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름대로 맛도 좋고, 배도 부르고, 간편하기까지 하다. 세련된 양식당의 디너코스만 밥이냐. 이런 건 오히려 소화도 잘 안되고, 어떨 땐 먹은 둥 만 둥 싶기도 하니까.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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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1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구절이네요. ^^ 먹은 둥 만 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