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 이런 법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까?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오히려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상수 장관님은 우리에게 무슨 얘기를 하실 수 있나요?”(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
10월11일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00일을 맞아 노·사·정 대토론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소문 올리브타워 20층.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발제자 3명이 연단에 오르기도 전 무산됐다. 기륭전자, 코스콤, 이랜드그룹(뉴코아, 홈에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산발적인 항의와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 취지는 “비정규직의 고용 개선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왜 이들은 자신들의 고용문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파행으로 만든 것일까.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격려사 도중 시작된 이들의 ‘고함’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비정규직의 시위로 방에 갇혀 있다 경찰보호를 받으며 토론회장을 빠져나간 이 장관의 모습은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비정규직 업무 통째 아웃소싱 추진하기도
이랜드그룹이 경영하는 대형 유통업체 홈에버에서 계산원으로 일했던 호혜경 씨와 보라매서울대병원 영양실에서 일해온 김은희 씨, 우리은행 창구 텔러로 근무했던 김은미 씨(가명)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들은 모두 일하는 곳만 달랐을 뿐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똑같았다. 하지만 올 7월 이뤄진 정규직과의 차별시정과 2년 고용 후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전후로 이 세 사람 앞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호혜경 씨와 김은희 씨는 회사로부터 각각 4월과 7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일터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김은미 씨는 분리직군제 도입을 통한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됐다. 임금은 여전히 정규직과 차이났고 승진 기회도 없지만 고용만큼은 안정된 것.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당사자인 비정규직의 ‘운명’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식이 들렸으나, 기업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비정규직을 계약해지하거나 업무를 외주화(아웃소싱)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랜드 사태를 들여다보면 일부 기업의 행동 패턴을 읽을 수 있다. 뉴코아는 외주화를 선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계산대에서 일해온 이 회사는 정규직을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하고 계산 업무를 통째로 외부 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근로계약 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백지계약서가 등장해 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 · 공기업도 대량해고 마찬가지
홈에버는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약해지하고 새 사람으로 그 자리를 채워넣는 방식을 택했다. 홈에버 방학점에서 비정규직 계산원으로 4년째 일해온 김미희(45·가명) 씨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느닷없이 계약서를 다시 쓴다느니 계약기간을 변경한다느니 하며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1월부터 5월까지 계약해지된 비정규직은 홈에버 사측에 따르면 모두 350명이다. 이 가운데는 까르푸(홈에버의 전신) 시절 체결돼 현재까지 유효한 단체협약에서 계약해지를 금지하고 있는 18개월 이상 근무자도 있었다.
대량해고가 이뤄진 것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은 지난해 말 비정규직 200여 명이 담당하던 새마을호 승무업무를 외주화했다. 송파구청도 비정규직 195명 가운데 35명을 법 시행 하루 전날인 6월30일자로 계약해지했다.
2000년부터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업무 자회사인 코스콤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정인열 씨는 “나는 협력업체 직원이었지만 도급이나 파견 같은 단어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들과 월급봉투 두께는 달랐지만 배우는 과정이라 여겼을 뿐이었다. 그런 정씨는 현재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의 부지부장으로 한 달 넘게 파업을 이끌고 있다.
이랜드그룹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홈에버 목동점에서 일해온 황명희 씨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까 싶어 다녔던 직장일 뿐 ‘투쟁’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매일 집과 회사만 오가며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엄마들이 비정규직보호법이 뭔지나 알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그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렇듯 최근 벌어진 비정규직 노사분규는 대부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직장인, 아주머니들이 주인공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을 피해가려는 일부 기업들의 ‘선택’이 이들에게 머리띠를 묶게 한 것이다. 도급업체나 파견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및 보호장치가 빠진 비정규직보호법의 허점을 일부 기업들이 악용한 결과다.



여정민 프레시안 기자 ddongg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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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X와 이랜드 사태 등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하나의 추세가 가져온 부작용과 사회적 반감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많은 ‘내부 과정’을 외부화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19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이른바 ‘영광의 30년’ 동안 유지해온 일본식 연공서열제가 해체됐고, 비정규직 일반화의 시대가 열렸다.
비정규직에 관해서는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급속도로 증가하는 비정규직은 20대와 50대에 집중되는 쌍곡선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연공서열제의 경향이 남아 있는 30대와 40대가 대부분의 정규직을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해, 20대와 50대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월등히 높다. 게다가 여성, 지방대, 고졸 등 한국 경제의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사회적 핸디캡이 결합되면 비정규직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경제 주도권 가진 40, 50대에 의한 세대계층화 진행
비정규직 문제로 가장 먼저 부각된 KTX 여승무원이 20대 여성들이었고 다음이 40, 50대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 이랜드 사태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사건은 단번에 수습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며, 앞으로 점점 일반화돼 사회적 위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상대적 소수만이 ‘우아한 직업(descent job)’을 갖게 될 현재의 20대에서 이런 불균형이 극단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기업과 비정규직은 일종의 ‘빈곤의 악순환’ 관계다. 기업은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인건비 절감을 위해 더 많은 내부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이에 따라 ‘포스트 포디즘’이라 불리는 지식경영에 적합한 내부 혁신의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노동은 갈수록 표준화된 기계적 노동으로 바뀌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에서 기업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이에 따라 외부화가 필요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화가 시장의 기계적 조정장치에 의해 정규직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20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재 한국에서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19만원 정도인데, 여기에 20대의 평균임금률인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이들은 외환위기 때 10대를 보냈고 사회에 진출할 즈음 비정규직 일반화가 진행되면서 상대적 소수만이 ‘튼튼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비정규직화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무엇보다 20대는 ‘승자독식 세대’로서 경쟁을 자연스럽게 체화했지만 연공서열제 종료 이후 사실상 세대간 경쟁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경제기득권을 확보한 386세대와 유신세대에 밀린 20대의 경제적 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40, 50대에 의한 세대 계층화가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지금의 10대가 독립할 즈음에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제 주체의 관점으로 볼 때, 이런 식으로 장기간 작동할 수 있는 국민경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수요 부족으로 공황 국면을 맞거나 기업 경쟁력 약화에 따라 경제 부가가치가 질적으로 떨어지는 등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스웨덴식 사회대타협·일본 연공서열제 복귀 등 대안
문제는 이러한 세대간 불균형 문제가 완전고용 상태에서 지난 30년간 운용돼온 한국 경제엔 낯선 일이라는 점이고, 이에 대한 인식은 물론 이론적 대응 수준도 낮다는 점이다. 100개의 이랜드 사태가 동시에 벌어진다고 생각해보라. 이 정도의 사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 절차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극단적으로 달러화 약세에 따른 세계경제의 위축이나 제3차 석유파동 등 외적 요인이 겹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공황이 도래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 경제가 자랑해온 내적 응집력과 역동성은 타격받을 수 있다. 계급 갈등은 임금비율 조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겠지만, 특정 세대에 집중된 재생산 문제는 단기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는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스웨덴식 사회대타협이나 3년 전부터 일본이 선택한 연공서열제로의 복귀, 임금을 낮추며 일자리를 늘리는 볼보주의식 ‘일자리 나누기’ 등의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 기타 세대기금이나 중소기업 강화처럼 충격을 완화하는 다양한 옵션이 디자인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세대 불균형이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이 낮다는 점이다.
이랜드 사태는 다분히 우연적인 요소가 결합된 우발적 사태일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일반화되는 비정규직화가 빚어낼 ‘88만원 현상’은 좀더 구조적이며, 거시경제에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이는 ‘분배냐 성장이냐’라는 해묵은 논쟁이 아니라, ‘정상적인 국민경제 주체를 어떻게 재생산할 것인가’라는 거시경제 운용의 기초에 관한 질문이다. 이제라도 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경제학

 

 

읽으면서 정리 참 잘했네 라고 봤더니.. 우석훈씨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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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온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 교수가 31일 KBS 1TV 단박인터뷰에 출연했다.

최근 나쁜 사마리아를 출간한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장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투자 적극 유치 등이 좋고, 이 이론이 통념처럼 돼 그냥 믿고 행동하는 것이라며 힘 있는 나라들이 그 쪽으로 몰고 가 후진국 입장에서는 저항하기 힘든 면이 많다고 밝혔다. 때문에 장 교수는 일방적인 선진국의 잣대 대신 후진국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70년대 선진국들이 후진국의 경제발전을 도와주던 때가 있었다며 그때 후진국의 경제성장이 빨랐다고 말했다. 후진국에 맞는 정책이 당장은 선진국에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늘어나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

재벌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으로 재벌 옹호론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족 소유 같은 지배구조를 옹호하는 건 아니고 재벌이라는 다각화된 기업집단의 구조가 후진국 입장에서는 이 점이 많다며 재벌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신산업을 시작해 기존 산업에서 이윤을 끌어들여 투자해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벌의 잘못된 문제는 처벌하되 국민경제에 끼치는 결과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혀 재벌에 비판적인 국내 일반의 정서와 궤를 달리했다. 한편으로 그는 소위 우리나라에서 삼성한테 장학금 안 받으면 못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특정 재벌과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재벌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하지만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장 교수는 조금만 경영권 보호해주자고 하면 재벌편이라거나 재벌 규제를 외치면 좌파로 규정해 제대로 된 논쟁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IMF 10년째를 맞은 한국경제에 대해 장 교수는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기업투명성 등 좋은 면도 있었지만 고용이 불안해지고 사람들이 비관적이 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단기 이윤에 치중해 투자를 잘 안하는데다 은행들 또한 기업 금융 대신 소비자 금융에 치중해 투자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장 교수는 자본시장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며 투기성 자금 유출입 제약,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 장치 강화, 은행들의 기업 경영 유도 등을 한국 경제의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비주류로 분류한 뒤 경제학을 비롯해 사회과학에서 주류의견은 왔다 갔다 한다며 6,70년대처럼 나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또 다시 주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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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1-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상식적'이어서 좋아요.
경제학 잘 몰라서 맞는지 안맞는지 감히 저따위가 평가할순 없지만,
장하준 책 읽으면 구구절절이 이해가 가던걸요. ^^

라주미힌 2007-11-0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하준 교수의 책 재밌게 잘 읽었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을 냈다는 점에서 좋아하는데, 딱 하나가 걸리더라구요.
그가 '경제 성장의 맹목적성'에 함몰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가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이런 책을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한건가.. 경제학자라서... ㅡ..ㅡ; 하긴 그걸 연구하는 학문이니..
(재벌의 긍정적 역할은 저도 인정합니다 :-) 큰 사업은 덩치 좋은 놈이 해야죠. )

딸기 2007-11-02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좋은데, 성장 자체를 너무 목적으로 삼고 있단 생각도 들죠.
 

안상수 "'평준화 지지' 정동영, 왜 아들 조기유학시켰나"


"김경준, 미국 도망가기 전 '이명박 잘못없다' 진술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평준화를 지지한다는 정동영 후보가 아들을 특목고에 진학시키고 미국에 조기유학시킨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안 원내대표는 1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 후보는 평준화를 지지하고 영어시험 폐지공약을 내놓았지만 이 부분이 자신의 아들에 대한 교육열정과는 너무 다르다고 보여 묻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사립고를 기준으로 조기유학을 시키려면 년마다 최소 1억에서 2억 정도가 드는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 후보는 지난 96년 4억여원의 재산을 공개한 이후 아들 유학비로 돈이 줄기는 커녕 2006년에는 재산이 10억대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경준 씨 귀국과 관련해 "김경준 씨가 미국으로 도망가기 전에 '이명박 씨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귀국하더라도 그 진술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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