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발췌...
“신도림역이 단속이 제일 심해. 그래도 6시 넘으면 좀 덜해서 이리로 와서 팔지.” 그래도 퇴근 시간 직장인들은 출근 때보다 여유로운 편이다. “멋쟁이들만 콩을 사는 거야. 웰빙이야, 웰빙. 밥에 넣어 먹으면 얼굴 때깔도 고와진단 말이야.” 할머니의 입담에 지나던 사람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콩은 한 봉지에 1천원이다.
역무실에서 폐쇄회로화면(CCTV)을 보던 공익요원 송아무개(26)씨는 “아, 저 할머니!”라고 외치며 뛰쳐나갔다.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를 파는 할머니가 2호선 지하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떡을 팔고 있었다. “할머니, 여기까지 내려와서 팔면 어떡해요? 다치신단 말이에요.” 송씨가 다그치자 할머니는 “3천원어치만 더 팔면 된다”며 주섬주섬 떡 대야를 챙겨 머리에 이었다.
“출근 시간에 제일 안 팔려”
역 2번 출구 바로 앞에서 새벽 4시부터 오후까지 떡·옥수수·고구마 등을 파는 유경숙(73) 할머니는 “출근 시간에 제일 안 팔린다”고 말했다. “정말 안 사. 사람들이 뒤도 옆도 안 보고 휙휙 가버려.” 대신 잘되는 시간은 오후 2~5시. 주요 고객은 근처 노인회관에 가려고 오는 노인들이다. 신도림역 1호선 승강장에서 신문·과자·음료수 등을 파는 가게 ‘스토리웨이’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6)씨는 “전에 영등포역에 있었는데, 여기서 장사해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매상이 세 배는 올랐지 뭐야.” 요즘 신도림역 인기 상품은 테이크아웃 커피다. 김씨는 옆집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을 가리키며 “저기가 지난 5월쯤에 들어왔는데 장사가 잘되더라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먹어. 질투나”라며 살짝 눈을 흘긴다.
역을 청소하는 김씨 아저씨는 자신을 ‘부평초’라 불렀다. 그는 올해 예순넷이다. 그는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역을 치운다. 그는 지하철 1호선 2번 승강장 담당이다. 8시간 동안 대략 30번 정도 역사를 오르내리며 쓰레기통을 비우고, 흘린 커피를 닦고, 담뱃재를 치우고, 바닥을 쓴다. 그는 “하나도 안 힘들다”고 말했다. “지금은 83만원 받거든. 한 100만원만 받으면 정말 하나도 안 힘들 것 같아.” 부리나케 쓰레기통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