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당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 앞에서 피의자 자격으로 재소환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도착하자 구속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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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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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08년 4월 13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 임기순 / 글 : 주은경


<기획의도>

2008년 제 18대 총선, 진보정치의 스타 노회찬 前의원이 노원 병 지역구에 출마했다.
노원 병 지역은 임채정 국회의장이 내리 4선 의원을 지낸 통합민주당의 텃밭 지역-
중산층, 자영업자,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서민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노회찬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노동자 밀집 지역이 아닌 수도권 서민 밀집 지역에서 진보 정치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4월 9일 노회찬과 진보신당의 첫 걸음은 실패로 끝났다.
KBS스페셜은 지난 2달 간 서민 밀집 지역 상계동 사람들의 삶과 민심, 그리고 노회찬 후보의 총선 도전 과정을 밀착 취재해 그 도전과 좌절이 2008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짚어보았다.



<방송내용>


전국구 스타의원 노회찬, 노원으로 가다

17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노회찬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짐을 싸던 날, 그는 가장 먼저 어지럽게 글씨가 적힌 서명판을 집어 들었다. 17대 총선 당시 지지자들로부터 받았던 응원의 메시지들이 빼곡하게 적힌 서명판이었다. 평범한 서민들의 지지가 국회의원 노회찬을 만들었다고 되새긴 노회찬 후보, 그는 진보신당의 첫 실험지로 서민 밀집 지역인 노원 병을 선택했다. 그러나 지금껏 서울 안에서 진보정당의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 경우는 1950년 사회당 조소앙 의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홍정욱 VS 노회찬, 세련된 보수와 서민적 진보의 정면 승부

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셔야 한다. 말 잘하는 사람들 뽑으시면 안 된다.
                                                                                                - 홍정욱(한나라당)

백마 탄 왕자는 동화 속으로 들어가라. 상계동처럼 민생이 고달픈 현실의 세계에선 백마 탄 왕자가 현실의 바다에 빠져 익사할 수 있다.
                                                                                               - 노회찬 (진보신당)

"홍정욱씨처럼 귀족적인 사람이 우리네 서민들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까요?"
"당이냐, 인물이냐? 괜찮은 사람이 나와도 세력이 안 받쳐줄 것 같아서 못 찍겠어요."

노회찬 의원이 진보신당 창당대회를 갖던 3월 16일, 한나라당은 홍정욱 후보를 노원 병 후보로 전략 공천했다. 고교 시절부터 운동권에 몸담으며 평생을 노동 운동에 바친 노회찬 후보와 미국 명문 사립고에서 교육받고 하버드대학에 진학해 선망의 대상이 된 홍정욱 후보- 다른 삶의 길을 걸어온 두 후보가 상계동에서 맞붙으면서 노원 병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두 후보는 각각 ‘노원의 가치를 올리겠다’, ‘서민의 민생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통해 대립각을 세웠다. 원래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노회찬씨가 나왔기에 고민된다는 의견부터 노회찬을 지지하지만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도 놓칠 수 없다는 의견까지, 이번 총선 기간 내 가장 고민 많았을 상계동 사람들의 민심 변화를 추적해 보았다.



상계동 달동네, 서민들의 터전에서 민심을 읽다

서울의 변방 노원구, 그 노원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노원구 병 선거구 상계동 지역은 지금 갈등과 욕망이 얽혀있는 곳이다.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였던 상계동에 뉴타운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개발이 돼도 득보다 실이 많을 달동네 세입자들조차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집권 여당을 지지한다. 여론조사 결과 월 소득 15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게서 노회찬의 지지율은 더 낮게 분석됐다.

매일 새벽 5시 반부터 무가지를 배포하고 한 달 30만원을 번다는 이명옥씨, 몸 한 번 일으키기도 빠듯한 공간에서 수선업을 하며 두 남매를 키운 이정 엄마, 기름값도 안 나오니 차라리 정차해놓고 종일 노는 게 낫다는 택시 기사, 박근혜 말고는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던 양지마을 달동네 어르신들은 4월 9일, 누구를 선택했을까. 대한민국 서민 대표 상계동 사람들의 춥고 가난한 마음에, 노회찬 대표는 진보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까.



진보 정치인 노회찬, 그의 도전과 패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인 이전에 조직의 문제고, 조직을 넘어 진보정당 운동의 문제라 어깨가 무겁습니다.
50년 된 불판은 못 바꿔도 진보정치의 불씨는 살려놔야 합니다.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유세 기간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박빙이긴 하지만 13전 13승을 기록했던 노회찬 대표는 결전의 4월 9일, 3%의 득표 차이로 정치 신인 홍정욱 후보에게 무릎 꿇었다.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진보 정치의 한 축인 진보신당은 결국 한 석도 얻어내지 못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진보정치의 씨앗을 심고자 했던 노회찬. 하지만 2008년 상계동 사람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진보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노회찬- 4년 후 그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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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지 않고 채널고정, 봐야겠군요. 가슴이 아픕니다~~ ㅠㅠ

순오기 2008-04-14 08:35   좋아요 0 | URL
어제 지켜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했어요.
홍정욱을 선택한 사람들을 이해하지만, 앞으로 우리 앞날이 걱정되죠.ㅠㅠ

라주미힌 2008-04-1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못 봤어요. 깜빡했네요
 

4월9일 총선결과에 붙여

진보신당은 총선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3월 16일 창당해 4월 9일 총선을 치르면서, 시간과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되리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뜻을 차분하게 성찰하고 혁신해서 믿음직한 진보세력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는데, 시간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저역량으로 치른 선거였기에 패배감과 절망만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창당 24일 만에 치른 선거에서 진보신당은 희망의 따스한 볕도 흠뻑 느꼈습니다. 열악한 조건 아래에서도 당원들은 당을 만들어나간다는 정신으로 자발적이고 열성적으로 활동해 주셨습니다.

50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진보신당을 선택해 주셨고, 노회찬, 심상정 상임대표는 40% 가까운 득표를 하며 당선자를 바짝 뒤쫓았습니다. 지지율 0.1%의 차이로 비례대표는 내지 못했지만, 정당해산의 마지노선이었던 2%는 유유히 넘어섬으로써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제2창당의 교두보를 쌓아놓았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처음부터 어려움을 예상하고 떠난 길이었기에 후회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진보신당은 이제 총선 후의 재창당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신뢰에 부응하겠습니다. 풀뿌리 진보세력과 진보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벽돌 하나하나를 올리겠습니다. 진보신당은 이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대장정에 나섭니다. 누가 돌아보거나 박수치지 않아도, 길은 우리 앞에 있습니다.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2008년 4월 10일

진보신당 공동대표 김석준 노회찬 박영희 심상정 이덕우

 

 

 

쉽지 않은 길이라서 그들이 더욱 빛난다.
평화, 생태, 평등, 연대의 꽃을 반드시 틔울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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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일만에 50만명의 지지세력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아자아자~~

라주미힌 2008-04-1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렇죠..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당 색깔'만 보고 찍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정책과 비전이 그들을 통해 이루어질 겁니다.

웽스북스 2008-04-1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보게 되서 다행이에요 ^^

건우와 연우 2008-04-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전날 숱하게 날린 문자탓에 2.9%가 못내 아쉬웠지만, 그렇지요, 어찌 좋은일이 쉬 이루어지겠습니까....
 

선거는 ‘변형된 전쟁’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온나라는 각 정당이 자신의 이념과 정책 깃발을 휘날리며 맞붙어 싸우는 전쟁터로 변한다. 지역구 단위에서 후보들은 ‘헌법기관’이 되는 영예와 이익, 그리고 더 큰 정치적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얻을 수 있기에 온종일 구두 뒤축이 닳도록 지역구를 뛰어 다니고 손이 퉁퉁 붓도록 악수하는 수고를 기꺼이 견디며 ‘백병전’에 돌입한다.


이 ‘전쟁’이야말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게다가 이 ‘전쟁’은 성인용 오락 기능도 하고 있다. 경쟁하는 후보를 비교하고 품평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노원 병의 전장은 흥미를 끈다. 출전한 두 ‘전사’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곳의 대결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과 그에 맞서는 대항운동을 각각 인격적으로 표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유신 반대 운동을 벌였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용접공 생활을 하며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이어 그는 진보정당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하며 진보 진영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고자 분투했고, 성장과 경쟁 중심의 이명박 정부 정책에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만명만 평등하다”라는 촌철살인의 명언, “부자 증세, 서민 만세!”라는 간명한 정책구호에서 그의 견해가 잘 요약된다.


반면 홍정욱 전 헤럴드 미디어 대표는 중3 때 미국 명문 사립고로 조기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귀국해 30대에 경제신문의 대표가 된 ‘대한민국 1%’에 드는 엘리트다. 200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영 글로벌리더’로 선정하는 등 국제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고,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조카사위인데서 알 수 있듯이 집안 배경도 화려하다. 어린 시절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은 그는 ‘공인’으로의 변신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그 정책기조에 동의하며 정계에 투신했다.


이러한 경력 외에 두 사람은 외모에서도 대조적이다. 노회찬은 수더분한 외양에 넉넉한 웃음과 두꺼운 손을 가진 옆집 아저씨, 자기 일은 뚝심 있게 확실히 하면서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은 꼭 챙겨줄 것 같은 큰형님 같은 인상이다. 반면 홍정욱은 배우 남궁원씨의 아들답게 잘생긴 외모에다 높은 학력과 재력까지 갖춘 동화 속 왕자 이미지, 냉정한 경영판단과 외교관 같은 세련미를 갖춘 예비 재벌 느낌을 준다.


자, 이제 노원 병의 유권자는 누구를 찍어야 하는가? 이에 대하여 즉답을 한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다. 다만 노회찬과 홍정욱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향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느냐는 선택과 직결돼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현시기, 유권자는 자신 또는 자기 자식이 홍정욱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자신만의 노력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재벌이 되고 왕자가 되는 꿈은 달콤하다. 반대로 유권자는 ‘정글자본주의’보다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를 희구하며 노회찬의 도움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대표인 ‘진보신당’이라는 신생 정당의 정강·정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말이다. 이상의 점에서 노원 병의 선거 결과는 향후 우리 삶의 방식과 질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고하는 징표다. 두 사람의 공정하지만 치열한 ‘한판 싸움’을 고대한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기사등록 : 200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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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8-04-0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정욱씨가 헤럴드 말아먹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헤럴드가 그 때 법정관리 들어가지 않았었나요?

라주미힌 2008-04-04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명박도 현대건설 부도냈죠 ㅡ..ㅡ;
이상한 정부...

순오기 2008-04-04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엘리트가 정계에 뛰어 든다는 것부터가 엘리트스럽지 않아요!

라주미힌 2008-04-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의 '엘리트'들의 특징이죠.
돈과 권력의 냄새를 기가막히게 잘 맡는다.. ㅡ..ㅡ;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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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4-03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