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횡단하는 가느다란 끈이 놓여 있다.
마치 종이컵 전화기처럼 그 끈의 끝을 잡으면 옅은 떨림이 전해져 온다.
그것에 귀를 기울이면 여러 운명들의 얽힘과 좌절이 차곡차곡 쌓여서 붕괴되버린 자아의 흐느낌이 들린다.
암호처럼 난해한 의성어들, 뒤죽박죽 섞인 환각의 색채...
그것은 네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닌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으로 수렴한다.

단지 위로받아야 했던 그들이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몸짓과 언어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엮인다.
치에코(키쿠치 린코)의 방황과 외로움,
리차드(브래드 피트)의 낯선 두려움, 인간과 국가에 대한 배신감,
아멜리아(아드리아나 바라자)의 회한,
이름모를 아이들의 장난이 빚어낸 죽음과 또 다른 죽음... 

영화는 삶의 보편성과 공시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 공감의 언어를 해석한다.

결론은,
누구나 삶은 진중한 것이며,  
내 삶과 누군가의 삶은 아주 멀지만 아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삶은 진지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흡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삶의 고리를 그 누가 쉽게 돌릴 수 있을까...



ps.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름 특이하네. '21그램'도 만들었군.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고, 배경음악도 다양한 언어처럼 다양한 감흥을 준다.

근데, 바벨이라는 성서적 상징(오해와 분열의 언어)을 '인간의 공감'으로  통역하려는 시도로
본다면... 성공했다고 보는데,
국가나 문화에 대한 심각한 오해도 불러올 수 있을만큼 모로코와 일본에 대한 표현이 가벼웠던 것 같다.
특히 일본 여학생의 올누드(음모 노출 ㅡ..ㅡ;) 연기는 좀 오바였다고 봄...
전체적으로는 괜찮았음.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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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1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보고 바로 눌렀어요! 바벨이 알레한드로곤잘레스이냐리투 감독 영화였군요- 놓치고 있었는데, 감사! 알레한드로곤잘레스이냐리투(헉헉) 감독 영화 중에 아모레스페로스도 괜찮았답니다~ ^^
 



Ones

인연의 씨앗이 우연이기에 시작은 언제나 예고없이 파고든다.

-누구를 위한 노래죠?
-아무도


의미없는 순간에도 거부할 수 없는 소통의 끈은 제자리를 애써 찾아가려 하고,
수 많은 One, One, One......  
그들의 작은 균열이 만들어낸 공간 안에서 '다른 하나'를 만나 '하나'가 되는 방식은 어색하지만 정직하게 이뤄진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발견해내기. 그것은 화음이다. 
음악에서 음표의 마디마디를 떼어놓을 수 없듯이, 인생의 선율은 연속된 작은 흐름이
만들어 내는 갈증과 만족의 순환에 있다.  

-낮에는 왜 공연 안 해요?
-낮에는 사람들이 노랠 듣는게 아니라 그냥 느낄 뿐이에요


만남과 이별, 또다른 만남과 이별...
ones... 낯설게 다가온 익숙한 것들에게 이 노래는 단지 느낌일 뿐인 것이다. 
주인공은 느낌이 아닌 의미를 발견해줄 one을 찾아 세상을 향해 노래한다.

One's

녹슬지 않은 내면의 기억들...
언어보다 더 고차원적인 소통이 빚어낸 마음의 전이...
인간의 깊이를 표현하기엔 언어는 너무나 저속하다. 
소유의 유혹은 커져가지만, 그것만이 '음악'(인생)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님을 서로가 알고 있다.
그들의 인생을 노래하고, 노래하듯 인생을 연주하면서 진실에 더 가까워졌기에 그 이상은 무의미 한 것이다.   
그 무엇보다 깊었던 교감, CD는 완성되고, 삶은 성숙해진다.

떠남,
소유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부정적 정의를 뒤로 한 채 각자의 길을 받아들인다. 
담담하다.
여러번의 굴곡, 그것을 인정해야만 다음 멜로디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다음 멜로디를 이어서 부를 것인가...   그것만이 그들에게 남았다.

Once

하지만 한 떄의 기억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곡이 완성되면, 누군가를 위해 불러줄 수 있으니까~

지금은 들리지 않아도 그 선율의 아름다움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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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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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1-0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최고의 영화였는데. 두번 봤어요. :)

라주미힌 2007-11-0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금털털한 영화더군요.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던 몽당연필 같은...

라로 2007-11-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시금털털한건 어떤거유????

라로 2007-11-06 23:32   좋아요 0 | URL
에이, 대답하기 곤란한건 꼭 답글 안달더라~ 흥

라주미힌 2007-11-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기다리셨군요.. :-)
그냥 제 느낌이 그래요... 좀 덜익은 것 같은데, 그 나름대로 풋풋하고,
발뒤꿈치가 다 닳은 양말에 남아있는 잔정이 살아있는 듯한.. 그런 느낌..
 



본 아이덴티티 화면 때깔...



본 슈프리머시 화면 떄깔.














시리즈는 역시 연이어서 봐야지 제맛이 나나보다...
시리즈의 변천과정도 '확연히' 보이고, 전편 내용을 까먹는 사태도 없고 하니 이래저래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시리즈에서 일단 눈에 띄는 변화는 '화면 때깔'과 '스케일'이다..
'소박'하게 시작했던 1편으로 돈 많이 벌어 좋은 장비를 갖췃는지, 2편 부터는 '때깔'이 많이 좋아졌다.
조명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돈의 힘?)
부서지는 자동차 대수도 늘었다. (세어 보고 싶었음 ㅡ..ㅡ;)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모니터가 CRT에서 LCD로 바뀌었다는 거. (나도 LCD 쓴다아~ )
2편부터는 핸드헬드를 훨씬 즐겨 사용하고 있다는 거. (눈 돌아가겠음...ㅡ..ㅡ;)
1편이 주로 주인공의 '개인기'에 중심이 맞춰졌다면, 2편 부터는 주변인물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거 등등이 있겠다.
대체로 시리즈 영화는 점점 후져가거나 고만고만한데, 이 시리즈는 점점 나아진다.

좋합적으로 본다면 첩보 액숀 스릴러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 생각된다.
자동차 추격씬의 화끈함은 라면 끓이고도 남을 정도고, 그것을 업해주는 강한 비트의 배경음악도 빠질 수 없는 장점이다. '몸빵 액션'을 뛰어넘는 '명석한' 두뇌 플레이와 심리적 갈등과 외부적 갈등의 조화로운 플롯 또한 매력적이다.

'목꺽기의 달인' 스티붕 씨갈이 출연한 여러 작품들이나, 남성호르몬 쫙쫙 분비하며 첨단 장비에 의존하여 악당들을 골로 보내는 007에 비하면 더욱 '원초적인 힘'과 '세련된 아이디어'로 무장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성과는 (그가 나온 영화 서너 편은 본 듯) 멧 데이먼의 매력이 맷집에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알게 해줬다. ㅎㅎ


영화의 구조도 은근히 매력있다.
거대한 주체가 감시와 통제에 의한 위험한 룰로 권력을 행사한다면,
멧 데이면은 그들의 룰 자체를 벗어나면서 힘을 얻게 된다. 그들의 통제하에서는 '살인 기계'일 뿐이지 않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일하게 위협하는 것은 제어불능이다.
룰을 제어할 수 있는 자가 이기는 게임 내에서 박터지게 '쇼부'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룰을 깨라. 그리고 새로운 룰을 만들어라.
마지막에 누가 '처벌권'을 가지는가 하는 파워 게임은 러시안 룰렛처럼 한방을 필요로 한다.
그 한방을 이 영화는 잘 포장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흐름을 꽉 잡고 있는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정보력에 있다. 
첨단 장비에서 정보를 얻는 기관과 발로 뛰는 정보의 대결에서 후자가 승리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틀 내의 닫힘와 틀 밖의 열림. 기계적 프로세스의 인간적 프로세스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이다.
영화의 시선이 늘 감시자의 위치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유가 그러하다. 버드아이 샷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보는 것에 의존한다면, 볼 수 없는 것에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영화는 권력의 탄생과 성장과 파괴의 과정과 해답을 말해준다.

복수를 동반한 '기억의 복기'는 트라우마의 치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권력과 인간의 은밀한 거래를 통하여 마침내 대면하게 된 것은 거울에 비친 '인간(자신)의 생얼'이었다. 그것은 마치 비극인냥 희극인냥 다가온다.

"네가 선택한 거야" 



단 하나, 이 영화의 단점을 든다면 미녀가 없다는 점이다. (아주 치명적이다!!!)
1956년생 파멜라 랜디 역을 맡은 조안 알렌이 이뻐보였을 정도니....  ㅡ..ㅡ;



ps.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 더그 라이만의 다른 작품, '크라이 울프'도 아주 재밌는 영화다.

 

본 아이덴티티 -  ★★★☆
본 슈프리머시 -  ★★★★
본 얼티메이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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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1-0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3편 나오면 몰아서 본다고 아직 1편도 안 봤어요 ㅎㅎㅎ
이제 슬슬 봐야겠군요 ㅎ
 



















(선글라스가 저렇게 격 뗠어지게 잘 어울리는 사람 드물지.. 대단한 소화력...)

햐~ 진짜 '양아'스러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난리 부르스의 질퍽함이 볼만하다. 게다가 캐릭터마다 진상인데다 저질의 등급은 막하막하 판정불가니 쓰레기통을 뒤지는 느낌마저 든다. '상도덕'을 모르는 뽕쟁이와 뽕쟁이를 등쳐먹는 인간들의 '성장'과 '분배'의 법칙은 어차피 제로섬 아닌가. 악어와 악어새라기 보다, 먹이사슬에 가까운 느슨한 운명공동체의 아슬아슬함은 놓칠 수 없는 이 영화의 묘미다.

"내도 살자~!! 어이~!!"  퍽 퍽...
"내 혼자 죽지 않는다... "

그건 두뇌싸움도, 힘의 대결도 아니다. 오직 본능에 진지할 뿐이다.
그것을 비열하다 부를 수도 없다. 쓸데없는 체면 앞에 개의 모습을 감추는게 진짜 비열함이다.

까놓고 싸기.
사회의 배설물을 시원하게 싸버리면 그나마 후련하겠지.
할퀴고, 물고 늘어지고, 다리 걸고, 뒷통수 치고, 한바탕 벌인 이벤트의 '우승'자에게 두루마리 휴지 한 세트가 어울린다. 
온 몸의 그 흔적을 지울 수 없겠지만 말이다.


황정민, 류승범... 환상적인 양아 콤비임을 인정한다. ㅎㅎㅎ



ps. '사투리' 영화는 뭔 소린지 몇번을 다시 봐도 못알아들을 떄가 많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임. 이 영화 ㅡ..ㅡ^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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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7-10-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완소영화 중 한편인데... 황정민 정말 멋있죠? ^^

라주미힌 2007-10-2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

마늘빵 2007-10-2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황정민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_- 순정남보다 저런게 잘 어울려요.

Arch 2007-10-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순정남이 더 좋던데.

라주미힌 2007-10-31 21:39   좋아요 0 | URL
저 부르셨어요? :-)
 











4탄을 위한 예고편 같은 영화 ㅡ..ㅡ;

게임을 영화한 작품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완성도 높은 시리즈이지만..

이번 편은 너무 '휑했다'...

그냥...
봤음.

(4탄은 약간 기대됨...
밀라요보비치 복제 군단의 활약이 스타워즈의 제다이 군단과 비견 될듯 ㅎㅎㅎ )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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