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바튀의 그림책에는 붉은색이 많은 듯하다. 이 책 역시 빨간벽돌집만 있는 빨간 별에서 일어난 일이다. 빨간별 사람들은 로봇 토토의 도움을 받아 평화롭게 살아간다.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나 어려운 일에는 모두 로봇 토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은 언제나 토토에게 질문을 하고 토토는 모든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무너가를 결정하거나 창조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요즘의 우리들을 보는듯하다. 예전에는 그 많은 전화번호도 모두 외우고 있던 우리들이지만,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부에 저장을 하면서부터는 간단한 전화번호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그것이 게으름이라는 것조차 잊고 사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토토는 연구실에 있는 것이 싫어 밖으로 나가는데 거기서 잿빛 새끼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새끼고양이는 인간들과는 달리 제발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존재이며, 누군가에게 뭔가를 물어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새끼고양이가 토토를 데리고 간 곳에는 늙은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이었다. 이 사과나무는 토토가 만든 적이 없는 것이다. 옛날옛날의 자연상태인 사과나무를 보고 온 토토는 빨간새과 초록색이 섞인 얼룩같은 자연을 꿈꾼다. (초록 이파리가 붙은 빨간 사과는 잊혀진 자연이다) 빨간벽돌집으로만 가득한 빨간 별에 사람들이 꿈꾸던 자연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나온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빨강초록얼룩별.

 

과학은 점점 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자연으로부터 멀어진다. 유전자변형 재배식물이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요즘, 자연 상태 그대로의 식물이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기우일까? 기계와 문명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인간답지 못한 삶으로 이끄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과학으로 대변되는 그러한 것들이 모두 필요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계적인 삶을 행복한 삶이라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자연과 공존하며 살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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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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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홓도, 이름은 익히 들었고 그의 작품도 자주 보았다. 그러나 그것뿐. 내가 김홍도에 대해서, 혹은 그의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바로 읽어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이나 표지 스타일은 조금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나의 첫느낌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딱 내가 원하던 바로 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내용이 쉽고 재미있어서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듯하다. 김홍도의 그림에 대한 미술학적 관점보다는 그림의 내용, 즉 이야기를 읽어내고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풍속화들이라 그 속에 숨어있는 (아니 드러나 있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는 그림, 그 그림 속에 김홍도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었다.

 

저자가 좋아하는 그림은 [무동]이다. 무동에 대한 애정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나는, 무동이 나오는 그 그림을 자주 보았지만 무동에게 주의를 집중한 적이 없었다. 그저 그림을 훑었을 뿐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무동에 주목하고 있었다. 박물관 안내용 현수막으로, 서울시 휘장으로, 복권과 우표로... 저자는 무동의 뒤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악사들 하나하나를 확대하여 보여준다. 그들의 표정, 그들이 악기를 다루는 솜씨, 그리고 누군가를 닮은 듯한 인물등으로. 그림을 이렇게 해체(?)하여 본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아마도, 이렇게 그림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일 터이다. 이 책을 통해서나마 그림을 구석구석까지 다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좋았다. 게다가 저자의 입담은, 글로 표현되었지만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주는듯한 느낌이다. 재미와 함께 갖가지 정보를 아울러 얻는다.

 

이 책이 재미난 이유 중 하나는 같은 주제로 그려진 또다른 작품을 더불어 볼 수 있으며, 누군가의 그림을 베낀 듯 보이면서도 각자의 그림으로서 인정받는 그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윤복의 그림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김득신이나 조영석 등의 그림을 함께 보는 재미도 있다. 강세황의 글을 통해 김홍도를 유추해보기도 하고, 현대시(詩)와 함께 그림을 볼 수도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김홍도의 그림만큼이나 재미나게 풀어놓는다.

 

김홍도 그림 속의 실수를 찾아보거나, 다시 등장하는 인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나다. 복잡한 배경이 없어서인지 인물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김홍도의 그림은 저자에게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관심을 갖지 않아서 몰랐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든다. 서양화(일명 명화라 하는)에 대해서는 수많은 해설서가 나와있지만 우리의 그림을 이만큼 재미나게 풀어놓은 책이 또 있을까?

 

김홍도가 창조한 '조선의 아담들'(p.142)은 둥그런 얼굴에 뭉툭한 주먹코, 전형적인 조선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낯익은 사람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에게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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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에서 -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새 이야기, 문지아이들 문지아이들
하워드 노먼 지음,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부희령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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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옛 이야기 중에서도 새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최근에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고병원성 가금인플로엔자(고병원성 AI, 조류독감?)때문에 모든 조류에 대한 기피현상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것은 닭과 칠면조 정도라고 한다.

 

새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동물일까? 하늘을 나는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새들은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옛 사람들에게는 더욱 의미있는 존재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 책에는 세계의 여러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새와 관련이 있는 옛이야기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펠리컨의 말썽꾸러기 딸], 노르웨이의 [난쟁이와 까마귀 목도리], 스리랑카의 [어여쁜 메추라기], 아프리카의 [멧돼지처럼 노래하는 새], 중국의 [백조 학자의 비밀]이 그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레오딜런과 다이앤 딜런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그림이 더해져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펠리컨의 말썽꾸러기 딸]에서는 펠리컨만이 알고 있던 그물 짜는 법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경위를 알려준다. 결정적으로 그물 짜는 비밀을 알게 해준 딸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그물 짜는 법을 알고 있던 펠리컨(굴라얄리)은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을 지키는 고통(?)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그물을 짤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펠리컨이라는 새의 큰 부리가 주는 비밀스러움과, 사람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그물을 연결시킨 이야기이다.

 

[난쟁이와 까마귀목도리]는 노르웨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물론 난쟁이가 왜 그렇게 할아버지를 방해하고 괴롭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아버지가 손녀의 스케이트 타는 즐거움을 지켜주기 위해 꾀를 내어 난쟁이의 심술로부터 지켜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는 다섯가지 이야기 중에서 앞의 이야기 둘이 마음에 든다. 사실, 뒤의 이야기 셋을 살펴보면, [어려쁜 메추라기]는 메추라기가 노래하는 시가 인상적이고 [멧돼지처럼 노래하는 새]는 약간 교훈적인 느낌이 강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백조학자의 비밀]은 백조가 된 부모의 이야기이다. 나머지 세 이야기는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의 이야기 둘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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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야!
앨리슨 리치 글, 앨리슨 에지슨 그림, 윤희선 옮김 / 세상모든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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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빠보다는 엄마가 많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아빠의 모습은 직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고, 엄마의 모습은 집에서 일하고 육아를 담당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다는 사회적 현상을 떠나서라도, 육아를 부모가 함께 담당해야한다는 인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권장되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의 선생님들도 여선생님에게만 수업을 받은 아이와 남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적이 있는 아이도 차이는 있다.

 

그런데, 보통의 우리 아빠들은 그들 자신이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서인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많이 서툴다. 그래서일까? 아빠의 육아분담을 독려하는 책들이 점점 눈에 띄는 일이 잦아졌다.

 

며칠전, 이 책 "우리 아빠야"를 본 아이 아빠가 "요즘 이런 책이 많이 나오네"라며 관심을 보였다. 사실, 엄마와의 친밀감을 표현한 책들은 너무도 많다. (때로는 엄마, 아빠를 구분하지 않은 책들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아빠와의 친밀감을 표현한 책은, 아이에게는 아빠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 아빠에게도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이 된다.

 

"우리 아빠는 매일 아침 나를 깨워줘요."

아이 아빠는 아이가 깨기 전에 출근을 해서 아이가 잠든 후에 퇴근하는 일이 잦다. 하는 일의 특성상 그런것이지만 주말이 아니면 아빠얼굴도 보기 힘들다. 물론 아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도록 습관을 잡아준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서로 얼굴을 보고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아빠는 모르는 게 없지요."

"우리 아빠는 아주 커요"

"우리 아빠는 달리기도 아주 잘해요."

"우리 아빠는 수영을 참 잘해요"

"우리 아빠는 힘이 아주 세요"

 

와 같은 내용은, 아빠의 육체적 특성(대부분의 아빠가 아이와의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요)에 맞춘 듯하다. 상대적으로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거나 함께 잠자리에 들거나 하는 일은 적다. 엄마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아빠와의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아빠와의 시간을 통해 아빠와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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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이주향 지음 / 북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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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책읽기라는 제목에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책을 통해 마음 속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이겠지요. 네, 책 제목만큼이나 편안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주향 씨의 개인적인 취향과 개인적인 상처 보듬기였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저자와 같은 마음을 느낄 사람도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저 개인적으로는 코드가 안맞는 책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페이지를 그냥 넘겼습니다. 개인적인 일기같은 느낌도 많이 들고, 저와는 고민의 내용도 많이 달라서였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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