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 지능 - 척척박사 오토봇이 들려주는 북극곰 궁금해 21
폴 비르 지음, 해리엇 러셀 그림, 조은영 옮김, 배준범 감수 / 북극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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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지식그림책에 인공지능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세계에 새로 나왔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던 인공지능인데 지금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그것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인공지능이 생활그림책에서 만나게 될만큼 발달하였다. 그렇다면,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는 시간여행이나 초능력자들을 다룬 미디어들의 소재도 곧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과학적 결과물들이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먼저 소개되고 인식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오늘은 어린이책 중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개한 책을 읽었다. 


이 그림책은 로봇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로봇을 만드는 방법, 사고방식, 하는 일을 알려준다. 로봇 대 인간이라는 챕터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관심있었던 주제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불가침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예체능 분야도 무너졌다. 로봇과 함께 지내냐 하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살펴본 다음 책은 이야기를 끝낸다. 


로봇은 무엇일까? 

인간의 상상력은 인간 대신 전투를 하는 전투로봇이나, 인간 사회를 뒤엎고자 하는 로봇군단들을 많이 다루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로봇들을 로좃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 속 로봇은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배달을 대신하기도 하며 우주에서 인간 대신 탐사를 하기도 한다. 요즘 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달 로봇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은 일을 하고, 움직일 수 있으며, 주위 환경을 감지하여 반응을 한다. 아!! 로봇청소기!! 그리고 로봇은 자동이며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결정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로봇이고 무엇이 로봇이 아닌걸까? 


로봇 탐정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한번 찾아보자. 

기계인가요?

해야 할 일을 사람이 프로그래밍하나요?

움직이나요?

주변 환경을 감지하나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나요?

자동으로 작동하나요?


자판기, 주차 차단기, 세탁기, 드론, 자동 잔디깍이,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조종보트, 컴퓨터, 스마트 스피커, 의료기계. 이 중에서 로봇인 것은 무엇일까? 


드론은 로봇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리고 자동 잔디깍이, 자율주행자동차, 의료용 로봇은 로봇이다. 얼만큼 맞췄을까? 이 그림책은 이런 퀴즈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3~4학년 정도라면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글밥으로 설명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림과 설명이 적절해서 딱 고만한 지식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기계 장치로 만들어보는 로봇을 체험할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오토마타를 소개하고 있는데, 가끔 체험관 같은 곳에서 오토마타 전시를 할 때도 있으니 보면 도움이 되겠다. 우리집 아이가 초등학생 때, 지역의 한 대학에서 오토마타 만들기 강의를 한적이 있다. 그때 만들어본 경험은 좋은 체험이 되었다. 


로봇을 만드는 방법에 이어 로봇의 사고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제일 먼저 로봇을 탄생시킨 사람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로봇의 사고방식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든 사람들이다. 로봇 안에 있는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음에 할 일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지시문을 모아놓은 것이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으로 로봇이 어떤 일을 할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그러면 로봇은 어떤 일을 할까? 


사람은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일을 한다면 로봇은 더럽거나 지루하거나 위험한 일을 한다. 사람보다 힘도 세고, 빠르고, 거의 실수도 하지 않는 로봇이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로봇이 하는 일은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많은 부문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 탐사 역시 로봇이 하고 있다. 


​요즘 많은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방식을 뜻한다. 인간과 게임을 하거나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우리가 로봇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인간을 닮은 모양이지만 실제 많은 로봇들이 인간의 모습을 닮지는 않았다. 휴머노이드나 안드로이드 같은 로봇은 아직도 어색함이 많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미래의 로봇은 어떤 로봇들일까? 인간의 활동을 대신하거나 인간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로봇들이 계속 발명될 것이다. 최근에는 인간의 고유영역일거라 생각했던 예체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봇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봇에 의해 우리의 활동 분야가 좁아질지 오히려 인간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로봇을 활용하는 인간과 로봇에 의해 잠식당한 인간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지는 모두 잘 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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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0
맥 바넷 지음, 존 클라센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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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인기 있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는 단연코 앤서니 브라운이 최고였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무래도 그때만큼 어린이책에 관심은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눈에 띄는 작가들이 있는데 맥 바넷이 그 중 한명이다. 


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노르웨이의 옛 이야기인 [세 마리 염소 그러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아주 옛날에 살고 있었다는 거인 트롤이 함께 등장한다. 옛이야기에서는 염소의 이름이 같은데, 그래서인지 세 마리 염소가 사실은 한마리이고 점점 성장하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세 마리 염소는 어떻게 트롤을 피해 풀을 뜯어먹으러 갈까?  


트롤은 다리 아래에 살고 있다. 그림으로 볼 때 트롤의 환경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오염되고 쓰레기가 있는 물이 흐르는 다리 밑에 앉아서 먹잇감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트롤. 코가 툭 튀어나와서 일반적인 트롤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염소들은 트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다리를 지나간다. 


염소가 사는 곳보다 다리를 건너면 더 크고 맛있는 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염소 형제는 트롤을 속이고 다리를 건넌다. 막내 염소와 둘째 염소는 자기보다 뒤에 오는 형제 염소가 더 크고 맛있다며 위험에서 벗어난다. 혹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첫째에 비해 꾀도 없고, 자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 첫째 염소가 트롤을 물리치기 때문이다. 커진 덩치만큼 염소의 자신감이나 힘도 더 커져 있다. 


나는, 염소들이 자기가 있던 곳에서 벗어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전한다는 점에서 세 마리 모두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언제나 정면돌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롤은 노르웨이의 전설 속 거인이다. 인간에게도 나쁜 짓을 하긴 하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힘만 세고 머리는 약간 모자란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 트롤보다 더 크고 더 힘센 염소가 나타났다는 것은, 실제 외모나 힘이 세졌다기보다 그 염소의 자신감이나 당당함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트롤이 첫째 염소에게 혼쭐이 난 채 강에 빠져 점점 더 큰 강으로 흘러가는 것도 점점 작아지는 트롤의 모습을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을 읽고 굳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즐겨라!! 힘 없고 약한 염소도 커다랗고 힘센 트롤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 말


옛날 옛적에 동화를 무척 좋아하는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이름은 맥 바넷. 네. 그 소년은 바로 저랍니다. 저는 동화책을 무척 좋아했어요. 예전에 좋아했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게 되어 너무나 기쁘답니다. 지금 손ㅇ 든 이 책은 '트롤과 염소 삼 형제'이야기예요. 처음에는 이백 년도 더 전에 느르웨이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였어요. 물론 그전부터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지요. 누군가 얘기를 전할 때마다 살짝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했어요. 어떨땐 아주조금만 바뀌고 또 어떨땐 아주 많이 바뀌기도 했지요. 어떤 이야기는 더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빠지기도 하고요. 그림도 없었어요. 책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림책이 생기기도 전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에는 그림이 있답니다. 바로 존 클라센 작가가 그림을 그려주었어요. 여러분 저와 존이 만들어낸 새로운 트롤과 염소 삼형제 이야기를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맥 바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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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야, 반가워! 북극곰 궁금해 22
필립 번팅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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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주의란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 실망하고, 신뢰가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신해서, 국민을 대표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일을 할 사람을 뽑는다. 모두 하나의 사안을 두고 직접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기 어렵기때문에 나 대신에 그러한 일을 해 줄 사람을 선출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선출한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뜻을 정책에 활용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0.73%의 차이로 당선되었음에도 반대편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그동안 조금씩 발전해온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먹고 살기도 점점 어려워지는데 더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굳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정치지도자들의 광란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가 이 그림책을 보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지금 정치인들의 행태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민주주의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공부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자신이 사는 지역 사회의 운영에 모두가 공평하게 참여한다면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통치자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대신에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시민들이 스스로를 다스린다. 이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중요하며 모두가 발언권을 갖는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돌보며 가꿔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그 민주주의의 꽃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평화, 평등, 권리, 안전, 자유, 목소리. 최근의 현실에서는 평화를 위협하는 외교, 가중된 불평등, 길가다가도 죽을 수 있는 불안, 특정인의 자유와 권리, 사라져버린 목소리를 느낀다. 우리는 진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대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점점 발전을 거듭한다. 남성만의 투표권이 1800년대 말이 되어서야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독재자들이 지배했던 중세를 지나 새로운 형태의 정부가 시작되며 왕의 권력이 약해진 것도 800년쯤 전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대신해서 일을 한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고 의식주를 해결하며 학교에 가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는 선거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한다. 


이 그림책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 뒷부분부터다. 민주주의에 대해 알려준 다음, 마지막 '목소리'를 어떻게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나는 책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아이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목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저자는 5가지를 말한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효과적으로 말하기, 세상과 연결되기, 변화를 일으키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그것이다.


첫번째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는 파격적이다. 질문하기, 평화시위하기 등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갈 것을 주문한다. 언어와 생각은 우리가 가진 강력한 도구이다. 만약 평화시위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이 그림책에선 시위 팻말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효과적으로 말하기와 세상과 연결되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소통'의 중요함과 잘 소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의명분이 필요하다. 그 명분이 명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변화는 어렵다. 변화를 위해서는 청원을 할 수도 있고 일상 속에서도 잘 듣고 약자를 살피는 등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이 있음을 알려준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우리가 눈으로, 귀로,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 이제는 행동하여 바꿔나가야 한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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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별건가? - 이탈리아를 입고 먹고 마시는 남자 오세호의 쉬운 와인 이야기
오세호 지음 / 책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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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먹는다고 자랑하는 것(구체적으로는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은 정말 쓸데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적당하게 마시는 술은 삶에 약간의 즐거움을 보태준다. 술은 분위기를 좋게 하고 약간의 흥을 돋우며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처럼, 와인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실 기회가 없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와인을 볼 수 있을만큼 대중화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도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격식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소주나 맥주처럼 쉽게 마시기보다 고급 와인잔에 비싼 안주와 함께 마시는 술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2~3년전쯤부터 마트에서 행사를 할 때나, 편의점에서 특가행사를 할 때 와인을 사보았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음 시 맛있었던(초보자가 마시기 좋은 와인을 권했을 것이다) 와인을 한 두병씩 사왔다. 어느 온도로 보관을 해야할 지는 잘 몰랐지만(아, 이것도 사실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없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와인셀러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나?) 집에 있는 컵에 따라 한두잔씩 마셔보았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공부 좀 하고 마셔야하나 하는 생각이....

때마침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와인이 별건가? 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와인이 별건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와인 공부하지 말고 마시자!

대부분의 책이 '와인 초보자를 위한'이라고 하고는 와인 전문가나 소믈리에가 하는 절차를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와인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와인 마시기보다 와인병 따기, 와인 잔 잡는 법, 와인 마시는 법 등을 배우는데 저자는 이런 광경을 보고 '소믈리에를 준비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식전주를 마시든, 행사나 모임에서 술을 마실 때 그런 것을 배우지 않고도 잘 마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와인잔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와인의 맛을 어떻게 음미해야하는지 남의 얘기를 한참 듣다보면 정작 나는 와인에게서 멀어진다.

"와인 매너의 시작은 의외로 매우 쉬우며 간단하다. 소믈리에에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추천을 받고 에이스팅 역시 소믈리에에게 부탁할 수 있고(보관 상태가 나쁜 와인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와 맛을 보고 나서 식욕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다음 음식과 와인을 음미하면서 분위기를 즐겨보자.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사 마시는 와인에는 이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당당하게 서비스를 잘 받는 것, 어쩌면 이것이 와인 매너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p.56)

저자는 와인도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클래식 와인하면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적합하며 전통적인 생산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며 일종의 등급은 와인생산방법과 포도품종과 지역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라 와인을 고르는 결정적인 정보가 되어준다. (p.123)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클래식 와인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아마로네, 돌체토가 그것이다.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지만 저자는 "오늘 당신이 마신 와인이 초고였다면 당신에게는 바로 그 와인이 바르바레스코가 아니겠는가! 와인 공부할 시간에(지금 읽고 있는 이 책도 덮어버리고) 지금 당장 나가서 와인 하나라도 더 마셔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보자!"(p.137)라고 말한다.

part3에서는 와인과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와인 페어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와인에는 이런 음식과 먹으면 좋다 해서 준비해봤지만 그 차이를 잘 몰라서 나중에는 그냥 내 맘대로 먹었다. 사실 격식있고 비싼 자리에서가 아니라 집에서 혼자 마셔서 가능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와인 페어링 역시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와인페어링은 와인 마리아주라고도 한다. 음식 궁합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저자의 경험에 의한 와인 궁합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도 그건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말하며 절대 외우지 말 것을 주문한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과 거기에 맞는 음식은 내 입맛에 맞추면 된다.

"와인과 음식 궁합은 극히 주관적이다. 단, 와인과 음식의 캐릭터를 섞는 것이 아닌 조화롭게 하는 것이라는 점만 염두하고 설레는 도전을 계속 이어 나가길 바란다."(p.160)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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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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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장 쓰레기언덕으로 시작한다. 산불이 나서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재가 쏟아지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저자는 세상이 타들어가는 동안에도 태평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회상한다. 그만큼 무뎌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점점 괴리감을 느껴가던 저자는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도파민 시스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성장만이 답이라는 주장 등과 같은 ‘소비문화’가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이클 해리스는 먼저 ‘성장'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날 것을 이야기한다. 1972년 MIT 연구팀이 발간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의 공동저자인 요르겐 랜더스를 찾아간다. 잘사는 국가에서 GDP가 상승하더라도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으며, 부유층에만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오히려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의 격차는 벌어지기만 한다.

그런가하면 우리 뇌의 도파민 시스템도 소비문화를 자꾸 강화하게 하는 요인이다. ‘광고’를 통해 필요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욕망에 의한 소비로 변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솔직히 인플루언서들의 광고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 나의 소비패턴을 읽고 그것을 사라고 부추기는 수많은 광고를 만나다보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음에도 소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리스는 그런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고 생각하는걸까? 2부로 넘어가면 수제, 숭고, 돌봄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를 이야기한다. 소비가 아닌, 소비로 나를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찾아간다.

손으로 자작나무 카누를 만드는 존 가드너.

그를 통해 직접 물건을 만들고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질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소비문화는 우리를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의 지배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저 거대한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깨닫고 보면 물질과 소비에 더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이클 해리스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 세대가 겪어야 할 돌봄에 대해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서로 보살핀다는 특징이 인간 문명을 정의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더 확산될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물질과 소비 문화에 빠져 잊어버린 채 살고 있던 삶의 이야기에 대해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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