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강운구 <시간의 빛>중

밤은 고슴도치 모양으로 서슬 푸르게 열매를 지킨다. 그러나 다 여물면 스스로 벌리고 알밤을 내어준다. 다 익을 때까지만 접근금지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한다. '내가 이렇게 속내를 보이는데 너도 적어도 이만큼은 보여줘야지' 하면서. 하지만 끝끝내 쉽게 자신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마도 밤과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다 여물었을때 접근금지를 풀어주는 이들.

그러니 너무 닥달하지 말자. 그들이 스스로 가시를 걷어들일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리고 나도 가끔씩 나를 충실히 여물게 하도록 시간을 갖자. 그리고 다 여물었을땐 활짝 마음을 열어주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지구의 동식물들 중에서 미루는 것을 발명한 것은 인간뿐이다. (P141)

 

아마도 류시화는 미루지 말자는 뜻에서 이 말을 했을 것이다. 책 속의 기억으론 한 마을 사람들이 순례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각자 핑계를 대다 결국 나치들에 의해 가스실로 들어가면서 후회를 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맞다. 인간만이 미룬다. 인간만이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럼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삶을 산다면... 그렇다, 아무것도 미루는 것은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산꼭대기로 바위를 끌고 올라가야만 하는 시지푸스와 같은 인간. 바위를 바다에 던져버려라. 그리고 맨 손으로 산으로 오르라. 거기서 바위가 빠진 바다를 내려다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바위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미룸은 그래서 우리에게 한줌의 휴식을 준다. 결국 바다에 빠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바위를 짊어져야 할 사람들에게 땀을 씻을 한 줌의 휴식이 어찌보면 미룸이다.

난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내일 하리라. 지금 당장은 그저 눕고 싶다. 바위마저 버려버리고 싶지만 그건 아직 내가 이룰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떠밀지만 말아다오. 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니. 지금은 그저 쉬고 싶은뿐이니. 아직 그것은 나에게 절실함이 아니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ㅡㅡ 브레히트

새들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난다. 하지만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선 리빙스턴은 바람을 거슬러보기도 하고 수직낙하를 연습하기도 한다. 또 강산에가 노래하지 않았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을.

순리에 따라 물결을 거스리지 않고 사는 삶이 있다. 그리고 끝내 그 물결을 거슬러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선택의 문제일뿐.

그러나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의미를 찾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물결을 거슬리지 않는 삶은 결코 그 강의 상류를 알지 못할 것이다. 상류를 알지 못한 삶이 꼭 불행한 삶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강의 상류로부터 바다까지 한번은 꼭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물결을 거스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져야 할텐데......

그래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단순하게 사는 것마저도 어려운, 그래서 애착이 가는 나의 삶이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독한女心 2004-05-0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라... 지금 저는 죽은 물고기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이제 거슬러 올라가는 살아있는 물고기가 되고 싶네요 ^^;;

icaru 2004-05-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음...^^ 선택의 문제라...

물결을 거스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곽재구 <곽재구의 포구기행>

조금 외로운 것은 충분히 자유롭기 때문이다.(P38)

존재의 비상. 그것은 쓸쓸함만이 줄 수 있는 큰 선물이 아니겠는지요(P176)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씨는 저녁6시 이후에 약속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오직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그 자신만의 시간이란 대부분 독서와 사색을 의미하는 것일게다.  아마 피해야 했던 약속의 상대로는 TV나 라디오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롯이 혼자만이 대하는 자신과의 대화. 그 속에서 사람은 성장할지도 모른다. 외롭고 쓸쓸함은 나의 영혼이 자랄 수 있는 거름이 되줄 것이다.

날마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즐거운 날들을 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지 모른다.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도 반성하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돌이켜보라. 1년 365일을 그렇게 보낸다면 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쓸쓸하고 외로워야 떠나지 않겠는가? 나의 영혼을 찾아서 말이다. 물론 그 여행은 굉장히 외로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알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때론 둘보다 하나가 되어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희재 <간판스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저 푸른 하늘 말이다.

니 것 내 것이 아닌 우리의 하늘인 기라.

끝도 시작도.

니 것 내 것 구분도 없는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하늘이란 말이다.

 

 

대동강 물도 팔어먹었다던 봉이 김선달. 지금은 그렇게 물을 팔아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생수를 사 먹어야 하는 걸 자연스럽게 느껴버리는 곳.

언젠가는 저 푸른 하늘도 팔어먹지 않을까 싶다. 돈 있는 사람만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가난한 이들은 매연 속에서만 살아가야만 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자연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그 무엇임과 함께 우리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자산임을. 그래서 길에서 자라나는 풀 한포기, 꽃 하나 함부로 꺾어서는 아니됨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