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알라딘에서 책이 도착했습니다.화요일에 올 것 처럼 말하더니 결국 수요일 퇴근 시간 다 돼서 도착했습니다.그나마 퇴근 전에 들어온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겠지요.ㅆㅆ

  빌헬름 라이히의<파시즘의 대중심리>

최장집 편 <위기의 노동>

김향 역 <하이쿠와 우키요에,에도시절>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대충 훑어 보다가 '이거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보다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려져서 벌써 걱정이다.햇살 따뜻한 봄날 ...아무리 관심이 간다고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인가 회의적으로 변한다.

<위기의 노동>을 집어 드니 손에 쏙 들어온다.책은 꽤 두껍지만 책의 제본이나 디자인이 딱 떨어지게 모던하다.안에 내용을 보니 조금 싫어진다.이유는 도표와 수치,그래프 때문이다.대략 논문 비스무리..... 휴...

창원GM대우 노동자들은 아직 철탑 위에 있고 사측은 세제 섞어서 물대포를 시위대에 쏘고.....나는 논문같은 글들을 보며 졸아야 하고....

<하이쿠와 우키요에,에도시절>은 책 진짜 비싸게 만들었다.하이쿠와 일본 그림 책인데...화사하다.일단 눈이 즐거우니 마음도 즐겁긴 하다.최근에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봤는데 이제는 현해탄 건너가나 보다.일본 그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생각 난 김에  일본 문화를 대하는 미디어와 일반의 태도 중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일본 문화를 동시대의 일본 대중 문화에 한정 짓는 분위기다.사실 난 일본 대중 문화에 좀 약하며 별로 관심도 없다.그 흔한 J팝 하나 아는게 없다.현재 우리나라 각종 포털이나 동호회에 일본 마니아들은 수 십 수 백만이다.그들이 대개 좋아하는 일본 문화는 일본 애니메이션,만화,드라마,영화,캐릭터 등 이다.

우리는 매일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선조의 미적 감각을 대한의 자랑으로 여겨왔다.그만큼이나 일본의 옛 문화 역시 상당히 뛰어났을 것임에 틀림없다.<역사스페셜>은 매일 일본 고대 문화가 한반도에서 넘어갔다고 말하고 그 뒤의 일본 문화의 자생적 노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역사스페셜>이 할 일은 아니다.그런데 일반적인 생각도 거기서 머무는 듯 하여 아쉽다.일본은 우리가 문화를 전해 준 나라.끝....그 다음은 쪽발이들 지들이 해봐야.... 그리고 최근의 일본 대중문화는 인기 있으니 인정..... 그 사이의 문화적 역사적 간극이 너무 넓다.지난 번 일본 출장에서 도쿄에 있는 박물관-이름 잘 모르겠다.도쿄 중심부에 있는 무지 큰 공원 안에 있었다.세 개의 박물관이 가까운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을 찾았던 이유도 사실은 그런 궁금증 때문이다.박물관구경은 참혹했다.너무 넓어서...대략 건성 건성..발목 욱신 욱신.....  그리고 뭐 일본 문화에 대해 뭘 좀 알아야지 생각을 하면서 보지 전혀 모르고 가니까 그냥 진짜 구경만 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간다.그러나 일본 대중 문화에만 시선을 맞추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하이쿠,가부키,노...잘 모르겠다.뭐 다 가부키 같지만 뭐 많더라....일본 사미센 음악도 독특한 분위기가 있고... 아이고 세상은 넓고 알고 싶은 건 너무 많다. 졸지나 말아야지.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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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4-0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문화를 보면 거기도 가난이 배어 있습니다. 소박하다 할까요.
그렇지만, 지들은 <전통>이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조선의 문화를 없애버리려 한 그 사악함이 가증스럽죠.

kleinsusun 2006-04-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터 드러커는 일본 회화에 미쳐서 평생 모은 작품들로 노년에 전시회도 했어요,그것도 일본에서....글쿠 "일본 회화"를 주제로 클레이몬트에서 5년이나 강의도 했어요.멋있지 않아요? 이렇게 자기랑 관계 없는 분야를 사랑해서, 좋아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어 버리는게...?
아...정말 세상은 넓고 알고 싶은건 너무 많이요.ㅎㅎㅎ

드팀전 2006-04-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그래서 제 보관함에 야나기 무네요시 평전이 들어있답니다.조선 문화를 사악하게 없애 버리려 하지 않은 일본인..미학적 아나키스트...하지만 저거 3권에 당첨품까지 보면 한동안 책 값 안들겠어요.ㅎㅎ
구두님>아따..오랜마이요..쪼까 바쁘신 가뷔....공부는 잘 됩니까?
수선님> (구두 님 다음에 쓰니까 구두 수선 ㅋㅋㅋㅋ) 서양 애덜이 동양문화하면 일본껄 제일 먼저 접하다 보니깐...저렇게 되었겠지요.일본 회화,일본 무술,일본 차,일본 도자기.... 저도 일본 회화는 서양미술사 시간에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일본의 우키요에 몇 점 밖에 본 적이 없어요.그리고 박물관가서 본 파도 그림하구..ㅋㅋ 책 몇 장 펼쳐 봤는데 재미있데요.화투장 그림 같은게...ㅋㅋ 비풍초똥팔삼..
 

어젯밤 술 한 잔 하고 대리운전 타고 집에 들어갔다.

술 기운에 음악이 듣고 싶었다.말러...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들었다.술 기운에 헤롱거리며...

나의 삶이 이 음악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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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3-1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 그랬는데....오늘 아침 대추리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다가 ...씨방새들 다 쥑이뿔까...하는 생각이들어서....아...서울만 살았어도 씨방새들을 만나기 위해 대추리에 원정가 주는 건데....제길...이 먼 동네 사람들은 관심도 없구요..아..씨방새들..아침부터 욕만나오고...즐거운 금요일 화이팅...

보르헤스 2006-03-1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술기운에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들으며 찌질해졌던 때가 있어죠. 카라얀의 말러 5번 아다지에토였나요? 아다지에토만은 카라얀!

드팀전 2006-03-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아닙니다.11분대의 비교적 느린....레너드 번스타인입니다.사실 두번 들었는데 첫번째 9분대 연주를 들었는데 감흥이 안와서...좀 질질 늘려주는 걸로 들었더니 한결 마음에 들더이다.
 

어제 저녁, 회식 자리가 있었습니다.

부서 통폐합으로 자리이동이 있었지요.(조금 있다 출근하면 책상 옮겨야 됩니다.)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또 한직으로 밀려나는 사람들도 있고 ...전반적으로 저희 팀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수고 했다.또 열심히 하자....뭐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자리였습니다.술 들이 조금 들어가고 현재 저와 함께 일하는 차장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에 이동을 보니 전부 후배님들만 보내게 돼서...마음이 좀..."

멀리 있던 부장님은 취했습니다.말을 끊더니

 "그래 내가 다 보냈다.그래도 니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

분위기가 좀 까칠해졌습니다

차장이 한 말은 부장이나 위의 선배들도 마음 한 구석에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어떻게 보면 그 밑바닥의 것들은 건드리지 않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차장은 겸연쩍어하며

"미안하다.보내게 돼서.조금만 참아라....역사는 앞으로 움직인다.조금 만 기다려다오.미안하다"라고

 했습니다

또 IMF때 살생부에 들어서 -그 당시는 그 선배도 연차가 별로 안돼었죠-2년간 쉬었다가 다시 복직한 선배는 바깥에서 커피 한잔 나누며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쯥...미안하다.마치 IMF때  후배들 중심으로 쫓아낸...그 때 생각난다"

부장은 잔뜩 취해서

"단단해지자.반드시 살아남을 거다.진짜 열심히 할꺼다.다 살아남자"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습니다.

저와 함께 가는 후배 녀석은 감정이 좀 북받쳣는지 눈물을 그렁였습니다.원망의 감정도 있었겠지요.또 전체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에 화가 나기도 했을겁니다.

8명이 타 부서로 배치됩니다.그 팀에서도 저희는 직급상 거의 바닥 수준입니다.이래 저래 치일게 불보듯이 뻔합니다.그래서 저도 사실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이제 타 부서로 가면 더 단단하게 스스로를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왜냐구요?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옮겨간 사람들이 제대로 못한다면 미안한 마음으로 보낸 이들에게도 쪽팔린일이고 또 아무런 배려도 기대할 수 없는 눈총들로 부터도 쪽팔린 일입니다.

또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그동안 동일 직종 내에서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유지되온 조직에 있었습니다.어떨때는 선배가 대신 싸워주기도 하고 또 막아주기도 했지요.그러다 보니 선배들의 비합리적 모습과 부조리에 대해서는 나서서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부장이나 팀장들에게도 같은 동류의식에 묶여 있어서 크게 저항하지도 못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습니다.비겁함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여러가지로 반성합니다.책을 보고 글을 쓰고 진보를 자청했지만 제가 가진 공간 안에서 얼마나 그것들을 구체화 했는지 반성합니다.꼴보기 싫어서 문을 닫고 그 놈들은 늘 그러니까 창을 내렸습니다.내 안의 옮은 생각은 나날이 늘어가지만 내 공간-특히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직장과 일-에서 나는 어떤 싸움을 했는가 반성합니다.그냥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진보와 변혁을 이야기한 건 아닌가 반성합니다.

다시 신발끈을 질끈 묶습니다.

이제는 내 안으로만 향했던 투쟁의 날을 바깥으로 돌립니다.또 내 안에 있는 칼 날도 다시금 풀무질을 합니다.

어제는 집에 돌아와서 음주태담을 했습니다.

볼록한 와이프의 배에 손을 대고 말했습니다.

"아가...네게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날을 세우련다.제대로 싸워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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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3-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드르 블로끄였나요. "설사 미래를 보지 못할지라도 / 오늘에 대해선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서" 마지막 시구가 늘 걸려요. 신발끈 서로 엇갈리게 묶으시면 아니 되십니다. 화이팅!^^

파란여우 2006-03-1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투하러 나가는 전사처럼 마지막 말이 비장하구려..
거 인생 뭐 있다고 넘 비장하게 살지 마요.무섭잖우.
아참, 신발끈 매고나면 철없는 강아지도 조심해야 한다오
꼬리를 치며 다가와 신발끈을 물어 흐트려 놓는다니까요..^^

kleinsusun 2006-03-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비장해지네요.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는거....참 쉽지 않은 일이예요. 이 헉헉한 세상에서 말이예요. 하지만....믿어요.드팀전님은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실꺼라고....
힘내세요.홧팅!!!

드팀전 2006-03-1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신발끈 잘 맺습니다.,.짜잔
파란여우>나무는 가만히 있으려는데 바람이 도와주지 않는다네요.제가 하는 일이 조직 내에서 또는 조직 외에서 손을 많이 타는 거라서...시키는데로 하면 그냥 갈 수도 있지만 양심이 좀 상하죠.개들은 조심하겠습니다.개들은 물어줘야돼 아..그
수선님>네...좀 외롭고 피곤한 일일겁니다.하지만 나이들어 돌아봤을 때 옳았다고 믿을 수 있을 겁니다.어차피 다 지나가는 것...

돌바람 2006-03-1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모잠비크 출신 그룹 Eyuphuro의 2001년도 재기작 Yellela에 수록된 Masikini를 듣는데 어젯밤 한 분이 함께 가시겠다고 메모를 남겨주셨어요. 참으로 감사하더군요. 여기에도 걸어놓습니다. 마음이 마음에게 이렇게 와닿습니다. 단 한 분이면 어때요. 기운이 나는 걸요. 혼자 있자니 힘들었던 게지요. 저도 다시 신발끈을 묶습니다. 이런, 십오 년 만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Yellela - (2001, Riverboat)


드팀전 2006-03-1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안나와...
 

아직 해 뜨기 전입니다.

장례식장에 있습니다.

죽음은 살아 있는 육체가 사진으로 만 남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할머니 영정 앞에서 잠깐 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있겠지만 말이죠.

할머니는 거의 한 세기를 사셨습니다.그분이 지나온 우리의 시간을 생각해봅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으실 정도로 건강하셨지요.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다지 고생 많이 하시지 않으셨구요.

그래서 장례식장 분위기가 밝습니다.

거의 한 세기를 사신 분이 원래 온 것으로 가셨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하지만 슬프지는 않습니다.

없는 것에서 온 것은 다시 없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요즘은 장례식장에 인터넷도 있네요..좋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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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2-16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산은 어젯밤 비가 왔어요. 집구석에 우산이 없어서 그냥 비 맞고 출근하고 서점 잠깐 들렸다 퇴근했지요. 거기도 그랬을려나... 여튼간. 성당 안 나니시겠지만 나직이 읆조립니다(매너는 카톨릭 유령 신자).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2006-02-16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낮에 종합병원에 갔다 왔다. 눈치 좀 봐가며 오후를 재낀 샘이다.뭐 어디가 고장난 건 아니구 6개월전 종합검진에서 신장쪽이 좀 이상한 듯 하다며 재검을 하라고 했다.

그 당시 초음파 검진 의사말이 이랬다.

"음...이게 뭐...원래 모양이 좀 그런 걸 수 도 있구..아님 암이나 그런 종양일 수 도 있는데... 에...일단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모르니 6개월 뒤에 정밀하게 검사 한 번 받아보세요"

6개월 하고 2개월이 더 지난 오늘 낮에 다시 그 병원을 찾은거다.신장이 비뇨기과 담당인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사실 2주 전에도 병원에 갔었다.아침 부터 서둘러 회사 출근 전에 들렀다.왠걸 금요일은 의사들이 전부 오후 진료라고 안내 아줌마가 이야기했다.나의 밥 먹다 숟가락 떨어뜨린 듯 한 떨떠름한 포즈에 안내 아줌마는 위로랍시고 ..." 에구 어떻게 해요.미리 전화를 좀 주시고 오시지"

사실 전화를 했었다.교환인지 간호사인지 어떤 여자가  방글 방글 웃으며 말했다."예..전화 예약은 안돼구요.그냥 직접 오셔서 접수하시면 돼요." 종합병원과 거리가 먼 나는 그냥 그러면 돼는 구나 알고 아무 생각없이 간거였다.간호사인지 교환인지 하는 여자가 웃는 시간에 "무슨 과 가시려는데요..금요일에요..금요일은 오후만 진료하는데" 라고 이야기만 해주었다면...하는 가당치 않은 상상에 허망함은 더 커졋다.

어쟀거나 절차부심 2주일이 흐르고 다시 오늘 낮에 꼼꼼히 전화까지 하고 간거다.간호사임이 분명한 여자가 친절하게도 "오후 2시부터 진료인데 예약환자가 많으니 4시쯤 오셔서 접수하시는게 좀 덜 기다릴 겁니다."라고 말했다.간호사임이 분명한 여자의 말을 믿는 척하면서 3시 30분에 갔다.접수하고 나서 약 40분 이상을 기다렸다.그래도 기다릴 만 했다.비뇨기과 대기실 앞에 놓은 책들이 아주 재미났기 때문이다.남 '성' 클리닉, 발기부전의 원인과 증상 및 치료....그림만 건성으로 봤다.

40분의 기다림 끝에 간호사가 명백한 여자가 내 이름을 무드 없이 불렀다. 그녀의 주지주의적 호명에 반발이 생겨 나는 목소리에 물기를 묻혀 최대한 낭만적으로 '네에..'하고 대답하곤 의사 앞에 앉았다.의사는 반곱슬머리에 안경을 쓰고 살이 통통이 오른 40대 초반의 '의사'처럼 생긴 사람이었다.사실 이건 좀 과장이다.자동차 판매원이거나 식당 주인이어도 잘 어울렸을 평범한 얼굴이었다.

담당의사는 컴퓨터로 지난 종합검진 때 남긴 자료를 보더니 8개월전 초음파검진의사가 했던 것과 단어 하나 틀리지 않는 똑같은 말을 했다.대신 손이 허전했는지 신장 그림에다가 볼펜으로 그림 하나 그려주었다.하지만 내용은 똑같다.

"음..이게....그러니까....원래 그런 걸 수 도 있고 암이나 종양같은 걸 수도..."  (그래 안다니까..뚱띵아..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했다니까.) 그래서 초음파로 검사할 수도 있지만 CT가 좀 더 정확하니까..(그래..뚱띵아 그것도 지난번에 이야기 들었다니까)

진료 시간 총 3분...끝.(잘있어라 뚱띵아...)

간호사가 밖으로 나와서 향후 스케줄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2층가서 뇨검사 접수하시구요 지하 1층가서 CT 촬영 예약하시구요."

"아니 또 오라구요.." " 예...원래 CT는 그날 안돼요.아마 다음주 월요일쯤..그리고 금요일쯤 결과 나올테니까 또 한번 나오시구요."

신장 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혈압쪽이 오르고 있음을 느꼇다.아니 ..회사 다니는 사람이 월요일 아침에 반나절쓰고 또 금요일 오후에 반나절쓰고....이게 간호사맘 처럼 그렇게 쉽냐고.

내가 얼굴빛이 붉으락 해지며 꿍한 표정으로 진료영수증만 처다보고 있자 간호사는 재촉했다."어떻게 그 스케줄대로 예약할까요."  

 "...."   "....."  

 "어떻게 그렇게 하시겠어요"( 멍멍멍! 왈왈! )

..검사고 뭐고 다 때려쳐...진짜 귀찮아 죽겠네.이거 비싸긴 무지 비싸고 언제 다시 또 오냐구 2번씩이나...안해...니 맘때로 하세요...

.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냥  "하...어떻게 또 와요....에이...할 수 없죠.그냥 그렇게 하세요.에이"

결국 검진 접수하러 갔다.

오..지저스... CT촬영 및 뇨검사 비용 ...28만원.....띠바 뭐가 이렇게 비싸.아....열받아... 수중에 5만원 밖에 없어서 결국 카드로 그었다.

아....진짜 뭐 이래....

의사나 점쟁이나 자동차 정비사나 똑같은것 같다.

뭐 이상하다고 하면 안해 볼 수 없는 거니까...다들 뭐 확실하지도 않다.점쟁이는 말한다.

"올 4월에 삼재가 있네...굿한판 해야돼..."  뭐 어쪄?  모르면 몰랐지 굿해야지.

자동차 정비사도 그런다. "아래에 보니까 차축이 흔들렸는데요.평소엔 문제 없겠지만 고속으로 다닐때 좀 위험하겟는데요.어떻게 하시겠어요?" 뭐 어쪄? ..고쳐야지.

에이....뭐 의사 잘못이겠냐만..

하여간 오늘 이래저래 돈만 나가고 열만 받고 시간만 날렸다....에이 아직도 열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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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03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그래서, 병원 가면 없던 병도 생긴다고, 들. 일단 혈압이 막 오르잖아요. 정말 사람 돌게 만드는 병원 시스템. 여전히 너무나 주먹구구. 읽다 보니 화나요.

mannerist 2006-02-0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한국에서 아픈 건 '죄'로군요... 몸관리 더 잘 해야지...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