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종합병원에 갔다 왔다. 눈치 좀 봐가며 오후를 재낀 샘이다.뭐 어디가 고장난 건 아니구 6개월전 종합검진에서 신장쪽이 좀 이상한 듯 하다며 재검을 하라고 했다.
그 당시 초음파 검진 의사말이 이랬다.
"음...이게 뭐...원래 모양이 좀 그런 걸 수 도 있구..아님 암이나 그런 종양일 수 도 있는데... 에...일단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모르니 6개월 뒤에 정밀하게 검사 한 번 받아보세요"
6개월 하고 2개월이 더 지난 오늘 낮에 다시 그 병원을 찾은거다.신장이 비뇨기과 담당인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사실 2주 전에도 병원에 갔었다.아침 부터 서둘러 회사 출근 전에 들렀다.왠걸 금요일은 의사들이 전부 오후 진료라고 안내 아줌마가 이야기했다.나의 밥 먹다 숟가락 떨어뜨린 듯 한 떨떠름한 포즈에 안내 아줌마는 위로랍시고 ..." 에구 어떻게 해요.미리 전화를 좀 주시고 오시지"
사실 전화를 했었다.교환인지 간호사인지 어떤 여자가 방글 방글 웃으며 말했다."예..전화 예약은 안돼구요.그냥 직접 오셔서 접수하시면 돼요." 종합병원과 거리가 먼 나는 그냥 그러면 돼는 구나 알고 아무 생각없이 간거였다.간호사인지 교환인지 하는 여자가 웃는 시간에 "무슨 과 가시려는데요..금요일에요..금요일은 오후만 진료하는데" 라고 이야기만 해주었다면...하는 가당치 않은 상상에 허망함은 더 커졋다.
어쟀거나 절차부심 2주일이 흐르고 다시 오늘 낮에 꼼꼼히 전화까지 하고 간거다.간호사임이 분명한 여자가 친절하게도 "오후 2시부터 진료인데 예약환자가 많으니 4시쯤 오셔서 접수하시는게 좀 덜 기다릴 겁니다."라고 말했다.간호사임이 분명한 여자의 말을 믿는 척하면서 3시 30분에 갔다.접수하고 나서 약 40분 이상을 기다렸다.그래도 기다릴 만 했다.비뇨기과 대기실 앞에 놓은 책들이 아주 재미났기 때문이다.남 '성' 클리닉, 발기부전의 원인과 증상 및 치료....그림만 건성으로 봤다.
40분의 기다림 끝에 간호사가 명백한 여자가 내 이름을 무드 없이 불렀다. 그녀의 주지주의적 호명에 반발이 생겨 나는 목소리에 물기를 묻혀 최대한 낭만적으로 '네에..'하고 대답하곤 의사 앞에 앉았다.의사는 반곱슬머리에 안경을 쓰고 살이 통통이 오른 40대 초반의 '의사'처럼 생긴 사람이었다.사실 이건 좀 과장이다.자동차 판매원이거나 식당 주인이어도 잘 어울렸을 평범한 얼굴이었다.
담당의사는 컴퓨터로 지난 종합검진 때 남긴 자료를 보더니 8개월전 초음파검진의사가 했던 것과 단어 하나 틀리지 않는 똑같은 말을 했다.대신 손이 허전했는지 신장 그림에다가 볼펜으로 그림 하나 그려주었다.하지만 내용은 똑같다.
"음..이게....그러니까....원래 그런 걸 수 도 있고 암이나 종양같은 걸 수도..." (그래 안다니까..뚱띵아..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했다니까.) 그래서 초음파로 검사할 수도 있지만 CT가 좀 더 정확하니까..(그래..뚱띵아 그것도 지난번에 이야기 들었다니까)
진료 시간 총 3분...끝.(잘있어라 뚱띵아...)
간호사가 밖으로 나와서 향후 스케줄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2층가서 뇨검사 접수하시구요 지하 1층가서 CT 촬영 예약하시구요."
"아니 또 오라구요.." " 예...원래 CT는 그날 안돼요.아마 다음주 월요일쯤..그리고 금요일쯤 결과 나올테니까 또 한번 나오시구요."
신장 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혈압쪽이 오르고 있음을 느꼇다.아니 ..회사 다니는 사람이 월요일 아침에 반나절쓰고 또 금요일 오후에 반나절쓰고....이게 간호사맘 처럼 그렇게 쉽냐고.
내가 얼굴빛이 붉으락 해지며 꿍한 표정으로 진료영수증만 처다보고 있자 간호사는 재촉했다."어떻게 그 스케줄대로 예약할까요."
"...." "....."
"어떻게 그렇게 하시겠어요"( 멍멍멍! 왈왈! )
..검사고 뭐고 다 때려쳐...진짜 귀찮아 죽겠네.이거 비싸긴 무지 비싸고 언제 다시 또 오냐구 2번씩이나...안해...니 맘때로 하세요...
.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냥 "하...어떻게 또 와요....에이...할 수 없죠.그냥 그렇게 하세요.에이"
결국 검진 접수하러 갔다.
오..지저스... CT촬영 및 뇨검사 비용 ...28만원.....띠바 뭐가 이렇게 비싸.아....열받아... 수중에 5만원 밖에 없어서 결국 카드로 그었다.
아....진짜 뭐 이래....
의사나 점쟁이나 자동차 정비사나 똑같은것 같다.
뭐 이상하다고 하면 안해 볼 수 없는 거니까...다들 뭐 확실하지도 않다.점쟁이는 말한다.
"올 4월에 삼재가 있네...굿한판 해야돼..." 뭐 어쪄? 모르면 몰랐지 굿해야지.
자동차 정비사도 그런다. "아래에 보니까 차축이 흔들렸는데요.평소엔 문제 없겠지만 고속으로 다닐때 좀 위험하겟는데요.어떻게 하시겠어요?" 뭐 어쪄? ..고쳐야지.
에이....뭐 의사 잘못이겠냐만..
하여간 오늘 이래저래 돈만 나가고 열만 받고 시간만 날렸다....에이 아직도 열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