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1/26 김보영 기자>

맹목적 감싸기는 황 교수에게 '독'일 뿐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외국 땅에 나와 있는 사람으로서 그 감격은 더했다. 외국으로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복제양 돌리를 처음 만들어 생명공학의 선두주자라고 여겨졌던 영국땅에서 우리나라 황우석 박사의 맞춤형 줄기세포 생산이 당당히 톱뉴스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감격과 자랑스러움은 이제 그만큼 심각한 우려와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있다. 성장제일주의에 젖어있는 우리나라의 국가기관들과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한껏 부추겨 진정한 선정성의 힘을 뽐내는 언론들, 그리고 그에 맞춰 마녀사냥에 휩쓸리는 듯한 네티즌의 모습이 부끄러움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세계적 성과' 자랑하면서 '세계적 기준' 배척하는 모순

우리나라에 있어서 '윤리'란 보통 그저 명목적인 '대외적으로 어떻게 보여지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잘 살아보세'가 정말 절실한 구호였던 시절, '성공'과 '성장'만이 최고의 윤리였고 도덕이었다. 당장 배고픈 상황에서 '윤리'는 배부른 소리였을 뿐이었고 '성공'이 모든 것을 정당화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 최초의, 최고의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했다는 나라에서, 이제 세계 생명공학을 이끌어나가는 주도 국가가 되고자 하는 나라에서, '성공'이 모든 것을 정당화 시킬 수 있었던 배고픈 시절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만한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면 그만한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처음 영국에 나와 공부를 시작했을 때 '사회조사방법론' 수업에서 하루를 꼬박 할애하는 것은 물론이요 조사방법별로 시간마다 꼭 윤리적 논의가 빠지지 않았던 것이 의아했다. 그뿐 아니라 실제 연구에 있어서도 각 학문분야마다 윤리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며 각 윤리위원회가 실질적인 제재 권한을 가지고 연구를 심의하는 체계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차츰 이것들이 그들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수많은 논란과 논쟁 속에서 연구라는 목적 속에서 부당하게 침해될 수 있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축적되어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회조사에서도 이런데 사람의 신체와 직접 관련된 임상실험에서의 엄격한 윤리는 상상하고도 남음이었다.

소위 선진국의 제국주의적 양면성을 비판한다손 치더라도 이들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점들일 것이다. 과학의 발달을 추구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나 이해관계에 의한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축적된 노력들 말이다.

이를 '동양적 문화'를 운운하며 배척하는 것은 세계적 지위를 원하면서 세계적 기준을 배척하는 모순 이상이 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연구원 난자 사용 문제만 하더라도 오히려 상하관계가 더욱 강하다는 소위 동양적 문화에서 더욱이 금지되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호르몬 주사를 15일 동안 맞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에 불임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난자기증을 상하관계에 있는 여성연구자에게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면 어느 심장 강한 여성 연구자가 연구팀 내에서 난자 기증의 압력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 PD수첩 >은 방기했던 책임을 시작한 것일 뿐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나누려 하지 않았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정부도,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언론도, '말로만' 황우석 만세를 외쳐왔을 뿐 문제가 불거진 지금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세계적 성과에 더 이상 손실이 없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세계적 과학자의 연구가 차질이 빚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만큼 죽어있던 연구윤리가 실질적으로 자리잡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한, 한번 상실된 국제과학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네이처>지의 보도에 의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던 시점에서 MBC < PD수첩 >의 보도는 그동안 방기했던 언론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찬양만 하는 가운데 연구자 혼자 스스로 규제할 수는 없다. < PD수첩 >에 대한 네티즌의 '마녀 사냥'은 국제과학계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향후 다른 연구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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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되었다.나는 또 소수자가 되었다.괜찮다.언제나 그랬다.대선때 비판적 지지세력이 파병때 국익우선주의가... 내 주변엔 그들이 늘 다수다.난 늘 이상한 놈이되고 정신못차린 이상주의자가 된다.아직은 철없고 어린.... 이번에도 그랬다.

가뜩이나 시청률이 저조한  MBC는 황교수 보도로 쪽박차게 생겼다.인터넷을 한번 봤는데 애국주의자들이 MBC를 곧 폭파시켜버릴 분위기다.대개 논조는 크게 두개다.첫째...어떻게 우리나라 천재과학자가 하는 길에 도움을 주지 못할 망정 발목을 잡냐.둘째...서구 보수언론들이 생명공학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 딴지를 거는데 거기에 동조해주냐. 여기에 한국놈들은 안돼 부터 너는 매국노다...까지 다양한 욕설과 폭력이 등장한다.MBC광고주들도 광고를 막는다는 보도가 있었다.실제 그렇게 집행될지는 모르겠다만.

여론조사의 60% 이상이 연구원 난자사용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글쎄...난 여기서 테러당하고 싶지 않다.테러가 무서운게 아니라...귀찮다.난 테러리스트들이 귀찮다.

이번에도  '국익'이다. 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국악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국익...잘보면 옥의티가 있다.

'국익'앞에 '보편'은 설 곳이 없다.'민족'앞에 '윤리'는 설 곳이 없다.

일본우익을 왜 욕하나? 그냥 서 있는 입장이 달라서 욕할 뿐이다.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왜 욕하나?그냥 우리가 피해자이기 때문일 뿐이다.가해자였으면 또 말이 달랐겠지.우리는 백의민족,단군의 후예이기 때문에 일본처럼 잔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가장 순수한 우익꼴통이다. 

MBC는 매국노가 되었다.시청률은 더 떨어질 것같다.괜찮다.떨어지면 나아지는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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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1-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바닥을 박차고 오를 날도 오겠죠.
정말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들 때문에 무서운 나라입니다.

BRINY 2005-11-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일본 우익이나 우리나라 우익이나...서로 닮아서 싸우는 거 아냐?하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제가 이런 말 하면 '댁은 일본유학파니까 친일파?'하는 식으로밖에 반응 못하는 사람들은 또 뭔지요.

깍두기 2005-11-2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익 싫어하는 사람 여기다 댓글 다는 거 맞지요?
다른 덴 몰라도 알라딘엔 많아요^^

드팀전 2005-11-2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교과서가 무서워요
BRINY>맞습니다.일본우익과 한국우익은 닮아있습니다.그리고 단순하기까지..
깍두기님>그렇습니까.제가 첨이라 잘몰라서..전 국익도 좋아요.단 보편과 상충된 국익,보편보다 앞서는 국익 이런게 너무 만연해서....

하루(春) 2005-11-2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악 ^^

비로그인 2005-11-2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분위기는.. 거의 황 교수가 십자가를 짊어진 듯.. 하지만 머지 않아서 황 교수는 다시 연구를 시작하겠지요. 일종의 부활이라고 해야 되나.. 암튼 그 땐 지금보다도 더, 황 교수는 신이 되어 있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질지도... 하지만 동시에 정말 윤리의 'ㅇ'자도 꺼냈다간 바로 생명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죠... 아, 난자 기증이 하나의 의무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난자를 기증하지 않는 여성은 황 교수의 연구에 반대하는 매국노다 라는 여론이 들끓으면...;;;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겠지요. 다수가 외치기에 정상적인 거 같지만,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폭력.
연구를 위한 난자는 넘쳐날테고,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난다면 절망을 머금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많은 이들의 마음에 희망이 솟구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것도 물어서는 안 되고, 여성들은 자신들의 몸에 대해 그나마 가지고 있는 통제력을 잃을 것이고(지금까지도 많이 잃어왔지요. 가족계획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출산대란 이야기하면서 어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거의 없죠..;; 그냥 돈을 얼마 주고 어쩌고 저쩌고..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 그 원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이기적이네 어쩌네.. 쳇--+)... 전 그 과정이 너무 무섭네요. 이번 일에 열내는 분들 중 평소 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던 사람이 얼마나 될지, 황 교수의 연구가 어떠한 것인지 그 정확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욱- 해서 뭣 모르고 일어나신 분들도 꽤 될 듯 싶어서..;;)

아무튼 국가를 위해서 건배..-_-;

드팀전 2005-11-27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우석 교수 인터뷰 중에서

황교수는 이날 “(연구할) 당시에는 그저 눈앞의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며 “한 템포를 늦추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이 소중한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본인 스스로도 겸허히 인정하는 부분인데도....어제는 방송국 앞에서 촛불시위를 했다나요.그것도 자유니까 할 수는 있지만...황교수말처럼 성찰은 하고 있는건지.
 

어제 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남명 조식과 관련된 책이 며칠전에 도착해서 책장에 쌓여있는데....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시집인데....혹해서 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몇 장 열어봤는데...글쎄....과연.... 이게 지금 내 취향일까?

 

 

이건 내 취향이 확실하다.

생각보다 책이 두껍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한시들을 모아놓았다.

그러고 보니 중국 한시집은 몇권 보았는데 우리 한시는 별로 경험이 없다.

매너님이 올해의 책으로 꼽았던 리히터(리히테르) 책이다.

이 책도 생각보다 두껍다.몽생종의 서문도 무지 길다.책의 절반은 리히터의 음악수첩이다

바로 읽기 시작했다.이런 류의 책이 드물기 때문에 올해의 책으로 뽑힐 만하다.

클래식팬들에게는 가뭄에 콩나는 책이다.

 앞의 세권의 책은 알라딘 님들의 리뷰 및 추천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어떤 분들이었느지는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즐찾하는 분들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순전히 내 개인적 관심에서 샀다.신문 리뷰에 조그맣게 실렸던걸 오려왔다.

사진집이며 책제목은 <또 하나의 한국인>이다. 혼혈문제를 다룬 사진집이다.사진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

이 또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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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1-2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제가 뭐랬어요. 그나저나. 맨 앞장의 편집자 이메일 보셨어요? 그거보고 괜히 기대하고 있답니다.

rserkin@hanmail.net

혹시나 하고 아마존 뒤져보니 루돌프 제르킨 자서전이 있덥디다. 기대를. =)

하이드 2005-11-2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글렌굴드 책도 one of '가뭄의 콩' 이 아닌가 싶습니다. ^^

드팀전 2005-11-2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ㅎㅎ...제가 리히터를 좋아하니까.....그리고 자료자체가 상당히 귀한거라서 더 그런 듯 합니다.음악가의 개인수첩이라.....솔직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적혀있더군요.호로비츠.폴리니.카간...그리고 자신의 녹음에 대한 감상들....
하이드님>그랬군요.살펴봤는데...평전이데요.평전이라...평전....

mannerist 2005-11-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리니에 대한 견해가 대단히 흥미로웠구요. 마빡 찔러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함과 완벽함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던가요. "그시대에는 쇼팽을 혁명아로 생각해야했다. 서글픈 일이다." 의외였던건, 드보르작의 피아노 협주곡 레코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후회스러워했던 것도 그렇고. 혹시 좀 더 지나면 그의 미발굴 골드베르크 변주곡 레코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 했었는데, 굴드의 연주를 들으며, 이 어려운 곡을 내가 죽기 전에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 아쉽게 기대를 접었죠. 좌우간. 올해의 책 서서히 골라봐야겠어요. 전체부분은 이 책으로 확정이고, 소설은 '내 이름은 빨강'과 '위대한 개츠비'사이에서 진동중, 사회과학은 '파시즘'과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드팀전님은?

음반-_-의 경우는 더 난감합니다. ㅎㅎㅎ

드팀전 2005-11-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권있습니다.리헤테르도 올해 다 읽을지 모르지만 좋은 책이고...팩스턴의 <파시즘>은 뛰어나지요.어차피 올해 최고를 고르는게 룰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꼭 1권 고를 필요는 없잖아요.ㅎㅎㅎ
이 책보다가 보관함에 넣어놨던 리히터/가브릴로프 가 연주한 헨델 키보드곡집을 주문했습니다.오래전에 보관함에 넣어놨었는데 그동안 아무도 그 음반들을 안건드리기에 계속 여유부렸죠.오늘 도착했답니다.리히터의 음악수첩에도 보면 그 음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그 전에 예당에서 나왔던 리히터의 헨델 키보드연주는 녹음상태가 흡족하지 않았는데...이번에는 괜찮겠지요.그리고 매너님이 좋아하신다는 귄터반트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도 함께 도착했습니다.브루크너 9번은 줄리니의 연주가 워낙 뛰어나서 사실 다른 음반에는 관심이 별로 안갔습니다.줄리니의 빈필연주와 시카고오케스트라 연주 둘 다 있는데...빈필이 매끄럽긴 합니다.반트가 이 연주에 대해 무척 만족했다는 음반사 홍보를 보고 샀는데 이제 들어봐야죠.
 

11/22 화.한겨레 문화면

계간지 <창작과비평>과 <황해문화>가 나란히 한국 진보개혁진영의 발본적 각성과 전환을 촉구했다. 두 계간지는 <진보평론> <문화과학> 등과 함께 한국 진보세력의 한 축을 대표하는 잡지다. “더이상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자” 등 도발적 선언과 성찰을 담았다. 이런 상황 자체가 2005년 겨울, 한국 진보세력의 주소를 웅변한다.

<황해문화> 겨울호는 ‘민주화시대에 민주주의가 없다’를 제목으로 뽑아 관련 논문 6편을 특집으로 다뤘다. 현재에 대한 시선은 한결같이 비감에 젖어 있다. “과거 독재세력이 민주주의를 파편화시키고 과거 민주화세력이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참담한 ‘과거주의’ 사회”(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라는 진단이 대표적이다.

그 한복판에 민주주의 문제가 있다. 20여년 이상, 진보개혁진영을 대표했던 ‘민주주의 담론’은 총체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 가운데 어느 것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런데도 “‘민주주의는 실현됐다’는 사고방식이 문민정부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정태석 전북대 교수는 이를 “사회적 적대의 성격이 ‘다원적 적대들이 응축된 민주주의 적대’에서 ’다원적 적대들의 활성화’로 변화했다”고 표현했다. 단순히 민주주의 문제만으로는 한국 사회의 복잡한 갈등과 적대를 다 담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성찰의 목소리도 높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87년 민주화의 환상으로부터 확실히 벗어나, 이제 민주화라는 말은 그만하자”며 “빛바랜 민주화 담론,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잠시 뒤로 밀쳐놓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짚었다.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이제 진보의 이름으로 환원했던 낡은 습관과 구호를 버릴 때가 왔다”고 밝혔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는 1987년의 흥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논의는 결국 민주주의 담론의 근본적 재구성으로 모였다. 기본방향은 분배·평등·생태 등 사회적 정의의 실현으로 모인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이제 새로운 자립·자치·생태적 전환 및 성찰의 민주주의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박승옥) “형평·공생·정의·지속가능성·연대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김동춘) “6월 항쟁에서 분출된 민주주의적 에너지를 불평등과 차별에 저항하는 평등주의적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정태석)

<창작과비평>도 겨울호 머리말에서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적 개혁세력은 이상은 원대하나 책임감이 결여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발본적 반성과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진보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깊은 자성 속에 지혜를 모으고 운동성을 회복할 국민적 통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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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대비평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계간지 겨울호 섹션...

드팀전 2005-11-2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해문화가 있잖아요.힘내세요..근데 우리동네 서점에는 잘 없더만요.

2005-11-23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했다.몇 종의 연주가 있지만 오이스트라흐의 판을 골라들었다.내게는 오이스트라흐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2종이 있다.하나는 조지셀-클리블랜든 오케스트라의 연주,또 다른 하나는 오토 클렘페르-필하모니아 연주이다.내 눈에 더당긴 것은 뒤의 것이다.아무래도 1장씩 애써 구입하던 대학시절이 생각나서였을 것이다. 싼 가격에 선호했던 도시바 시리즈의 촌스러운 자켓안에 뚱뚱한 오이스트라흐가 열심히 연주하고 있다.

터널을 빠져나온 차안에서 오이스트라흐가 뿜어내는 바이올린소리를 들으며 낙엽이 떨어지는 궤적을 생각했다.중력을 따라가돼 중력을 느끼지않는 추락의 궤적말이다.오이스트라흐의 선율은 브람스의 자기장안에 있으면서도 브람스도 오이스트라흐도 아닌 제 3의 길을 만들어놓았다.고음 패시지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어느 시인을 생각했다.볕좋은 봄날 시인은 어린 딸의 소풍을 따라간다.어느 숲이었는지 놀이동산이었는지에 도착해서 시인은 딸의 눈에서 사라졌다.잠시 후 아이들이 와글와글 한지점을 두고 몰려들었다.딸은 뭔가 궁금해서 그곳을 기웃 거렸다.아버지였다.그는 배 위에 넙대대한 바위를 얹어놓고 누워있더라는 것이다.딸이 왜 그러냐고 묻자.시인은 '''''날아 가버릴 것 같아서'''' 라고 했다는..... 오이스트라흐의 상승음계를 들고 있으면 하늘로 날아가는 것도 별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신호대기로 차들이 많이 밀려있다.

운전을 하며 음반평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신호등이 빨간불이 들어온 사이에.... 대개의 음반평이란 것은 절대적 기준이 없다.기껏 한다는 것이 비교일뿐이다.비교는 결국 기준이 있다는 것인데 기준을 정하는 것이 평자의 맘이다.예를 들어 이렇다. 이번에 나온 퀸터반트의 연주는 독일적 중후함에 적당한 템포를 유지한다.뭐 이런 말이 있다하자.이 모든언사들이 사실은 전부 상대적이다.독일적 중후함은 아마 줄리니나 아바도보다 그렇다는 것일게다.또한 적당한 템포는 가디너나 카라얀에 비해 빠르다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자동차의 속도계가 이제 60km를 넘고 있다.빠른가..아님 느린가....

나는 음악을 듣는데는 중도 우파적이다.정치적 용어를 사용해서 애써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오이스트라흐나 쉐링은 딱 그정도 위치다.나탄 밀스타인도 그정도 위치에 있다. 이착펄만,아이작 스턴,메뉴힌,길 샤함등은 달콤한 우파다.(길샤함은 내가 좋아하는 젊은 바이올린연주자이긴 하지만.) 하이페츠,레너드 코간,정경화은 연주자들은 강철좌파들이다.내가 그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가끔 씩 하이페츠의 차이코프스키를 들으면 코끝이 시끈거리고 등골이 쭈볐선다.하지만 이들은 가끔 먹는 별미이지 늘 즐기지는 않는다.그런면에서 나는 오이스트라흐나 쉐링의 단정한 연주를 주식으로하는 온건한 채식주의자이다.이건 피아니스트에게도 적용되고 기타리스트들에게도 적용된다.길레스의 빵빵함,아르헤리치의 쿵쾅거림,폴리니의 쟁쟁함...가끔 별미로 최고다.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피아니스트들이 좋다.리파티,미켈란젤리,리히터(이 사람은 멀티다),페라이어...등등. 기타리스트는 락쪽에서 골라보는게 좋겠다.나는 3G라고 하는 조새트리아니니 하는 사람들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잉위맘스틴이니 반핼런이니 하는 사람도 잠시 솔깃햇을 뿐이다.나의 기타영웅은 제프벡이었고 아직도 그를 필두로한 에릭 클립튼이나 듀언 올맨이 최고라고 생각한다......앞차가 왜 이리 느리게 가는 건지 아무래도 초보인가...에잇 추월이다.

결국 우리가 음반으로 듣는 연주들은 이미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연주이다.다른 말로 하면 무림고수들이라는 것이다.왜 무림 고수들도 파가 있지 않던가.소림파,화산파,당랑파...등등. 대개 영화에서는 이 고수들이 마지막에 모여서 대결을 한다.하지만 현실의 아티스트들이 서로 복수관계에 묶여서 한자리에 모여 피튀기는 대결을 할 일은 없다.그러니 평자든 누구든 누구 연주가 낫다 어떻다 하는 것은 무지하게 개인적 가치일 뿐이다.또한 명반의 대열아래 모였다는 것은 그 문파를 따르는 대중들이 조금 많다는 것일뿐 절대무림고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니 이래 저래 같은 레퍼토리라도 음반을 사모을수 밖에 없다....이제 회사에 다와간다.

어머나 회사에 도착하니 이상한 소포가 하나있다.영어로 막써였다.열어보니....

이 CD다.....아...이거야 말로 내가 오래도록 찾던 말러교향곡 3번 CD.현재 전집이아니면 구하기 쉽지않다.일본가서도 이 CD를 찾았더니 전집에만 들어있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러나.잠시후

이 음반 지난번에 아마존에 구매신청했다가 카드가 뭐잘못되었다 그래서 자동취소되었는데.....엥 도대체 어떻게 날아온거지?

아마존에 들어가서 확인해봐도...분명히 취소된 음반으로 나온다.그렇다면 이 음반은 도대체 어떻게 누가 보낸 것인가? 주소에는DR LILAX(날려써서 확실치 않음)가 시카고에서 보낸 것으로 되어있다.아무래도 SELLER인듯한데....도대체 아마존에서 이 SELLER를 찾을 수가 없다.또한 아마존메일도 취소상품에 대한 문의 버튼은 찾을 수가 없다.아마존은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디서 받는지? 자....이 궁금증에 대해 누군가 풀어주시리라? 도대체 이 반가운 CD가 어떻게 해서 날아온걸까? 혹시 이자가 그냥 나에게 주는 것은 아닐까? APEC 2부제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의미에서...혹은 지네 대통령가니까 잘봐달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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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11-1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_-거 '업계'에서도 감당 안되는 동네더이다. 사고잦은지점 개선 제일 많은 데가 경기도 - 일년에 300 ~ 400갬다. 그걸 세명인가 네 명이서... 불쌍한 양반들.- 고 다음이 아마 부산인가 그럴거에요. 물론 서울은 빼고-_- 제 업무는 아니지만 가끔 손 모자랄 때 투입되는데, 양산쪽에서 부산 넘어가는데도 아슬아슬한 데 많더군요. 운전 조심하세요. 아직 노가다판 공무원 세계에 교통 전공자들이 자리잡으려면 아직은 먼 시절이라. 조심하시는 수 밖에 없슴다. ^^;;;;;;

그나저나, 말러 3번, 지갑 주우셨네요. 지갑 흘릴 때 조심하세요. =)

blowup 2005-11-1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실컷 웃고 드팀전 님의 즐찾 멤버임을 신고합니다. 저는 음반평이 와인평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해봤습니다. 기준과 비교, 분야별 최고 찾기... 암튼 그런 것들요. 내 언어가 아니라 남의 언어로 이야기하게 되는. 버벅버벅거리게 되지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음반 리뷰 넘 좋았어요. 요즘 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답니다.

드팀전 2005-11-1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알죠..부산의 도로망은 하..이거 안다녀보면 모릅니다.운전들은 또 얼마나 험하게 하는지 ...저도 험하게 합니다.가끔씩..아닌가 매일인가....아마존에 대한 답은 없습니까?
나무님>방가방가...킹스 음반이 좋으셨다니..ㅎㅎ 요맘때 들으면 진짜 더 어울릴듯해요.그러고보니 그 음반리뷰는 아주 오래전에 썻던 기억이나는뎅...ㅋㅋ 저도 님덕분에 다시 들어야겟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