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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Rolling 4
신지상.지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신지상,지오샘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감성짙은 상처] 때문이다. 내 삶의 한부분이 어둡고 상처나고 곪아서 그 부분이 유난히 내게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신지상 샘이 듀엣으로 활동하시기전 만화 [자기만 아는 거인의 뜰]에서 보여줬던 그 곪고 냄새나는 상처들의 흔적들이 가끔씩 명랑 쾌활 학원물에서 드라나곤 한다. 이번 롤링4에서 제 22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월1일 편에서 나는 그 상처를 보았고 하하하하~~ 하며 입크게 벌려 웃다가 찔끔 울어버렸다.
할날, 한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는 치영과 재이, 그러나 매년 1월 1일이면 재이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치영의 집에서는 이런 저런 추측들이 난무한다. 외계인일 것이다, 견우와 직녀처럼 1년에 한번 만나는 숨겨놓은 기집애가 있을 것이다, 가출했다가 나가보니 오갈데 없어 매번 다시 들어오는 것이다 등등...그런데 정작 다음 장면에서 비춰주는 곳은 서점이다.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동화책 <행복한 왕자>를 꺼내 읽는 재이. 그리고 서점 알바생들은 주절거린다. "여기 알바했던 애들은 다 알아 매년 1월1일마다 와서 <행복한 왕자>를 사 가는 애, 듣던것보다 훨 잘 생겼네~, 여기 알바하길 잘 했어"
벌써 11권째 행복한 왕자야..라는 재이의 독백과 함께 재이는 11년전 7살 꼬마아이로 돌아가 있다. 서점 계산대 앞의 엄마와 재이.. "이거 살꺼니?" 엄마가 <행복한 왕자>를 들고 있는 재이를 향해 물었다. 재이는 '응' 이라고 했고 계산을 마친 엄마는 "그거 보면서 잠깐 기다려 금방 요앞에 다녀올께.. " 라면서 어두운 뒷모습을 보이며 서점을 빠져 나간다. 재이의 독백이 이어진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워지는 게 아니라 더... 또렷이 새겨지는 것일까?' 라고.. <행복한 왕자>를 읽고... 또 읽는 내내 손끝...발끝...내...심장이 얼마나...추웠는지 모르지? 라는 독백이 계속 이어진다.
제비가 행복한 왕자의 몸에서 한 꺼플씩 나눠준 것은 황금이 아니라...희망이였다는거. 오늘... 이렇게 또 한 꺼플 내 희망은 벗겨져. 한 꺼플...한 꺼플....마지막 남은 실낱 같은 희망마저 벗겨지고 나면 다시는 여길 찾는 일도 없겠지. 엄마도... 나처럼 차마 잊지 못해서 나처럼... 이 앞을 서성이진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
재이는 참 밝은 아이다. 치영이 같은 친구가 있어 더 행복한 아이다. 밝은 아이 일수록 속으로 곪는 것이 많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이 상처들이 자꾸 아프다. 웃다가 자꾸 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