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IN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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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다 읽고서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했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주 조금이고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했다. 한번 더 읽어보면 뭔가 잡히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다시 보기 전에 잠시 라디오를 들었더니, 누군가가 ‘착한 사람이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 듣고 ‘착한 소설은 아닌’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제목하고 내가 쓴 게 따로따로일 때도 많다. 그럴 때는 바꾸기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아니,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말이 나오다니, 그리고 아직 한번 더 읽지 않았다. 다시 읽기 전에 이 말 쓰고 싶어서 먼저 썼다. 이렇게 하기는 나도 처음이다. 책 앞쪽 날개에 기리노 나쓰오 홈페이지 주소 있어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 읽기 전에 못 찾아봤다. 그게 조금 아쉽다. 두번 읽어도 잘 못 쓰면 어쩌지.

 

 

국가나 공동체에 대해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보잘 것 없는 하루하루 생활속에서 뚜렷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게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계몽 이야기도 싫고, 주인공이 자라가는 이야기도 싫다. 나는 사회파도 아니고 정치적이지도 않다. 그냥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모습을 그릴 뿐이다.  -기리노 나쓰오, 381쪽

 

 

두번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쓰지는 않았지만 전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는 얇은 책이기는 했군요. 이 책도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빨리 읽기는 어렵기도 합니다.(제가 본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닙니다) 두번 읽었다고 잘 아느냐 하면 거의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 볼 때 못 봤던 것을 보기도 하지만, 처음에 봤던 것을 놓치기도 합니다. 앞부분을 볼 때는 조금 집중했는데 뒤로 가면서 흐트러졌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군요. 소설가 스즈키 다마키는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에 나온 ○코를 주인공으로 해서 연애의 말살이라는 주제로 ‘인(淫)’을 쓰려고 합니다. 《무쿠비토》는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아내한테 애인이 있다는 것을 들켜서 가정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인데 미도리카와 미키오와 아내 그리고 아이는 모두 진짜 이름을 썼습니다. 가정을 부순 여자만이 ‘○코’로 나옵니다. 지금도 있지만 예전에 일본에서는 ‘~코(子)’라고 하는 이름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어설프게 숨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대로 ‘○코’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다마키는 이 ‘○코’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연애의 말살은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다마키도 예전에 자신의 담당 편집자 아베 세이지와 사귄 적이 있었습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귀는 것도 연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속에는 불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그것도 연애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사귀다 헤어질 때 좋게 헤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주 안 좋게 헤어지는 사람도 있겠죠. 다마키와 세이지는 아주 안 좋았습니다.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에 나온 사람 또한 그랬습니다. ○코만이 나쁘다는 쪽이 되었거든요. 책을 읽어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헤어졌을 때 마음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이것은 사귈 때도 그렇겠군요. 남자는 헤어지면 예전에 그런 일 있었나 하고(가정으로 돌아가서 그런 것인지도), 여자는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겁니다. 아니, 이것은 상대를 용서했을 때 그럴까요. 남자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사귀어도 그때뿐이고 자기 가정을 버릴 마음은 없더군요. 이런 모습은 다른 데서도 봤는데,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보니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그것을 알아도 좋아해버리는 사람이 있겠지만요.

 

이 책은 이렇게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습만 보여줄까요. 옮긴이 말에도 있듯이 《IN》은 소설에 대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것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입니다. 다마키는 《무쿠비토》가 여러 사람한테 영향을 주었다고 하고, 자신이 쓰는 ‘인’이 여러 사람을 끌어들였다는 말을 했습니다. 소설이 허구의 탈을 쓴 사실일 수도 있고 아주 가짜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소설가는 모두 꾸며낸 이야기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과 관계있는 사람과 그 소설에 빠진 사람은 아무렇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는데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군요. 조금은 소설가의 변명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소설은 소설로만 봐달라는. 이것은 어느 순간 잠깐 느낀 것입니다. 이 말을 끝까지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에서는 세이지가 죽어서 말의 세계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다마키가 말합니다. 소설가는 언제나 말의 세계에 혼자 남는다일 수도 있겠죠. 억지스러운 말인지도.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에서 무쿠비토(無垢人)는 때가 묻지 않고 깨끗한, 꾸밈없이 순박한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무쿠비토’가 대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미우라 유미가 했더군요. 미우라 유미는 ‘무쿠비토’를 죽어가는 사람으로 미도리카와 미키오한테는 죽은 아들 요헤이와 죽어가는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더 보태서, ○코가 지운 아이도 ‘무쿠비토’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아무 말하지 않습니다. 본래 작가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기는 하군요. 판단은 책을 읽는 사람 몫이죠. 하지만 가끔 불륜도 꽤 괜찮게 그리는 사람도 있더군요. 결국에는 깨어져버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여기에 나온 것처럼 아주 안 좋게 끝나버리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것에도 꽤 힘이 필요할 텐데. 앞에 말을 썼는데 쓸데없는 말을 썼습니다. 기리노 나쓰오 소설은 꽤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예전에 다른 책을 보면서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제가 모르는 척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기리노 나쓰오는 사람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면을 잘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점은 여전했습니다.

 

 

 

희선

 

 

 

 

☆―

 

“진실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소설에 쓰는 바로 그때 그건 픽션이 됩니다. 그걸 알고 있는 작가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로 착각할 픽션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작품은 모두 픽션입니다.”  (313쪽)

 

 

(줄임) 소설이 끌어들이는 이상한 사람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가 소설에 나오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안절부절못하는 형편으로 몰아넣어 남몰래 삶의 시계바늘을 고장 나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것. (줄임)  (326쪽)

 

 

 

 

(나중에 생각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고쳐야 하나 했는데,

그냥 두렵니다 쓰다보니 그렇게 흘러가버린 걸 어떡합니까

생각했던대로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자주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마는군요

소설을 소설로 보라는 것은 작가와 연관해서 보지 마라는 말이 아닐지,

그리고 기리노 나쓰오는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해주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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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한무릎읽기
김애란 지음, 방현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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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사람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책을 읽는 것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다고 하던데) 그래도 가끔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비슷한 사람보다는 많이 다른 사람을 볼 때가 더 많다. 얼마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책을 보고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세상은 뭐랄까 언제나 좋은 것, 예쁜 것, 잘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한쪽만 보고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이런 사람은 장애인이다. 이 세상에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일반 학교에도 장애인이 다닐 수 있어야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익숙해질 텐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여자아이 유쾌한은 일요일이면 엄마가 교회에 갔다올 동안 슈퍼를 봐야 했다. 이름이 유쾌한이어서 처음에는 남자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이른 가진 사람 있을까. 쾌한이는 일요일이면 풍선껌을 사러오는 갈래머리 여자아이 오빠한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아이가 다녀가고 나면 과자 한봉지가 없어졌다. 쾌한이 엄마는 그런 것을 잘 알았다. 그런 것을 다 확인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한번은 쾌한이가 갈래머리 여자아이와 그 아이 오빠 뒤를 쫓아갔다. 교회 안에 있던 남자아이는 점자책을 보고 있었다. 쾌한이는 그 모습에 조금 놀랐다. 다음에 쾌한이는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과자를 훔치려는 모습을 보고 막았다.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울 듯한 얼굴로 뛰어가서 쾌한이는 과자를 가지고 전에 따라갔던 교회에 갔다. 갈래머리 여자아이 이름은 강소리였고, 남자아이는 강미르였다. 미르는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눈을 맞은 뒤부터 점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나온 미르한테 쾌한이는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쾌한이는 하모니카를 잘 불고 그것을 미르가 들은 적이 있다.

 

쓰다보니 앞부분은 조금 길게 썼는데, 남은 것은 짧게 써야겠다. 마음은 늘 그런데 정리를 짧게 못한다. 쾌한이는 미르한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책도 읽어주었다. 미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위해서 쾌한이가 착한 일을 하는구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움을 받는 쪽은 꼭 미르뿐일까. 그렇지 않다. 미르는 할머니와 여동생하고만 살았다. 쾌한이한테는 부모님이 모두 있지만 일하느라고 쾌한이와 함께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런 것 때문에 쾌한이는 쓸쓸해했다. 쾌한이는 혼자 밥 먹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먹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르를 알게 되고, 미르한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고 책을 읽어주다보니 쾌한이 마음에서 외로움이 사라졌다. 미르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장애인도 늘 걱정하는데, 미르는 더할 것이다. 미르가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게 힘을 준 것은 바로 쾌한이다. 서로가 서로한테 도움을 주었다. 세상은 서로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이기는 하다.

 

쾌한이는 미르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돕기 위해서 하루 동안 눈을 감고 지내기도 했다. 그때 쾌한이는 미르가 얼마나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 쾌한이를 놀리는 아이도 있었고, 도와주는 아이도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놀리기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장애인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잘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여기에 나온 어른 그러니까 쾌한이 엄마 아빠도 좋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도 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따듯했다. 쾌한이가 미르와 친하게 지내도 막지 않았다. 상처 입을까봐 걱정은 했지만. 아빠도 공부보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쾌한이 엄마 아빠는 미르를 다르게 보고 있지 않지만, 현실에는 그런 부모가 많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이런 말 썼을지도 모르는데, 비장애인은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미르는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그런 학교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르가 앞으로는 쾌한이와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쾌한이가 지원해주는 힘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쾌한이도 눈이 보이지 않는 미르를 알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지금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선

 

 

 

 

☆―

 

“준비하는 시간. 준비를 해야 되잖아. 눈멀어도 꿈꾸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잖아. 눈이 먼다고 사람이 아니야? 강미르가 아니냐고?”  (111쪽)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내가 설령 기대했던 아이가 아니라 해도 태어나길 잘했다. 아니, 이제와서 확신하건데 엄마 아빠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유쾌한을 원했고, 마침내 운 좋게 뜻을 이루었다.  (135쪽)

 

 

‘그래, 미르야.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지원사격해 줄게.’

 

미르가 내 맘을 읽었는지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날 거야. 일어나 달려 나갈 거야.’  (174쪽)

 

 

 

 

*작가 이름은 같지만 소설 쓰는 김애란하고는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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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설가 김애란이랑 다른 사람이군요. 저는 그 김애란이 이런 소설도 썼구나, 하고 신기하게 생각하였는데, 풋. 이건 그냥 여담이지만 동화책 처럼 어린이 관련 서적을 종종 읽으시나봐요. 저는 이제 너무..까지는 아니겠지만 나이를 먹어서 어린이 열람실을 들어갈 수가 없어요, 풋.

희선 2013-04-13 01:04   좋아요 0 | URL
사실 어렸을 때는 동화뿐 아니라 다른 책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책을 잘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본래 동화도 좋아합니다
동화를 보면서 어렸을 때 나는 어땠더라 하는 것을 떠올려 보기도 하죠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어요^^
책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린이 책도 어린이만 보라는 법은 없죠 어른이 더 많이 쓰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못 가는 거군요 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요^^


희선
 
헬프 2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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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을 다 보고 한번에 썼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1권을 보고 먼저 썼으니 말이다. 그것을 쓸 때도 별로 안 좋았는데 지금은 더 안 좋다. 책하고는 상관없다. 여기에 이런 말을 쓰다니. 그냥 책이야기를 써야겠다. 스키터는 백인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유색인 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아이빌린과 미니의 말을 들었다. 이야기를 해줄 가정부가 더 있어야 했는데 선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힐리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율 메이가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율 메이는 쌍둥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기 위해 일해서 번 돈을 모았는데, 돈이 아주 조금 모자랐다. 율 메이는 힐리한테 돈을 빌려주면 일해서 갚겠다고 했다. 하지만 힐리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좋지 않은 말도 했다. 율 메이는 힐리의 반지를 훔쳤다. 그것은 비싼 보석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율 메이는 교도소에 가고 벌금까지 내야 했다. 아이들은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 일 때문에 가정부들은 화를 내고, 스키터한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씁쓸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따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백인이라고 해서 모두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가정부 이야기는 책으로 나왔을까. 책으로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지만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 스키터를 키워준 콘스탄틴 이야기도 들어갔다. 혹시라도 다른 가정부한테 해가 갈까 싶어 미니가 힐리한테 한 일도 넣었다. 힐리가 그 책을 보고 책속에 나오는 곳이 잭슨이 아니다고 말하기를 바란 것이다. 힐리가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그 안에 있는 가정부를 모두 밝혀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을 보고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게 자신이라고 밝히는 꼴이 될 테니까. 그래도 힐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아이빌린과 미니한테 나쁜 일을 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가정부를 해고하라고 하기도 했다. 어디에든 안 좋은 일을 이끄는 사람이 있다. 그게 오래 갈까. 어쩐지 힐리는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일을 이끄는 사람 같다. 힐리 때문에 따돌림 당한 사람은 스키터와 셀리아다.

 

‘가정부’라는 책이 나왔을 때, 아이빌린과 미니와 스키터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세사람뿐 아니라 다른 가정부도 그랬다. 다행하게도 아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빌린이 엘리자베스 리폴터 집에서 일을 그만둬야 했지만. 엘리자베스 리폴터는 힐리 말을 그대로 따랐다. 미니는 술을 마시면 자신을 때리는 남편을 떠날 결심을 했다. 책이 모두에게 자존감을 갖게 해준 것은 아닐까. 아이빌린은 힐리와 엘리자베스 리폴터보다 자신이 더 자유롭다고 느꼈다. 파이를 먹은 게 자신이 아니다고 말해야 하는 힐리, 자기 이야기를 읽고도 깨닫지 못하는 리폴터. 힐리처럼 유색인과 자신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색인이나 백인이나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니도 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셀리아가 선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을 때 아주 이상하게 여긴 거였다. 1권 보면서 셀리아가 스키터와 친하게 지내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2권에서 미니는 셀리아한테 힐리보다는 스키터와 잘 지내보라고 했다.

 

정리를 잘 해서 썼다면 좋았을 텐데. 책을 보고, 그것에 대해 쓰고 나면 늘 ‘이렇게밖에 못 쓰다니’ 한다. 미국에만 인종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이나 백인이 많은 곳에 가면 인종차별을 당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동남아시아 사람을 차별한다. 그래도 괜찮은 것인가. 피부색하고 상관없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전쟁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희선

 

 

 

 

☆―

 

“스키터, 루브니아는 누구보다 용감해. 자기 문제도 힘들 텐데 앉아서 내게 말을 걸어주거든. 하루하루 버티게 도와줘. 루브니아가 나에 대해 쓴 것을 읽으면서. 자기 손자를 도와준 부분 말이야, 내 평생에 그렇게 고마운 적이 없었어. 몇 달 동안 그렇게 기분 좋은 적이 없었어.”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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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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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제도가 없어졌다고는 해도 인종차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때는 1960대고,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한 미시시피 주의 잭슨이다. 미시시피 하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허클베리 핀이 살았던 시대가 더 옛날이었겠구나. 1960년에 유색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여기에서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흑인 가정부다. 그 대표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이빌린과 미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백인 여성 스키터다. 아이빌린, 미니 그리고 스키터 세 사람이 번갈아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나한테 안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사람이 많이 나오면 어떤 사람이 중요한지 처음에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세 사람 이름만 기억하기에도 조금 바빠서 말이다. 이 사람 이름 외워야 할까 한 사람은 힐리다. 힐리는 미니가 다른 백인집에서 가정부를 못하게 하고, 처음에 친구들과 리폴트 집에 모였을 때 가정부가 쓸 화장실을 따로 지어야 한다고 했다. 이 잭슨에서 인종차별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힐리다. 이때 백인들은 유색인에서 안 좋은 병이 옮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화장실을 따로 썼다. 잘못해서 유색인이 백인이 쓰는 화장실을 쓰면 죽을 정도로 때렸다. 리폴트 집에는 가정부 화장실이 따로 없었는데, 힐리 때문에 바깥에 만들게 되었다. 아이빌린은 리폴트 집에서 아기(메이 모블리) 돌보기와 요리, 청소를 했다. 화장실을 다 지었을 때 힐리가 생색을 냈다. 혼자 화장실을 써서 좋지 않느냐고.

 

여자들 모임 안에 스키터가 있었다. 스키터는 아이빌린한테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느냐는 말을 했다. 그리고 스키터를 키운 것은 유색인 가정부 콘스탄틴이었다고 말했다. 스키터가 콘스탄틴 주소를 아이빌린한테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아이빌린은 모른다고 했다. 스키터는 콘스탄틴이 자신을 길러준 때를 떠올렸다. 스키터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콘스탄틴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스키터가 졸업하기 얼마전에 콘스탄틴은 일을 그만두었다. 스키터는 콘스탄틴이 스스로 일을 그만두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일에 대해서는 아이빌린이 알고 있었는데 스키터한테 말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니, 어쩌면 다음 권에서 말할지도 모르겠다. 스키터는 지역 신문에 글을 쓰게 되면서 살림에 대한 일을 아이빌린한테 도움받았다. 얼마 뒤 스키터는 백인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유색인 여성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다른 사람은 쓰지 않은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키터는 가장 먼저 아이빌린한테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했다. 처음에 아이빌린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아들 친구가 실수로 백인 화장실을 쓴 일로 눈이 멀게 된 일도 있었다. 얼마 뒤 아이빌린은 말하겠다고 했다. 힐리 때문에. 아이빌린이 쓴 글을 스키터한테 읽어주었는데, 스키터도 유색인에 대해 조금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색인은 글을 잘 쓰지 못할 것이다는. 아이빌린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아이빌린한테 총명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읽고 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이빌린은 기도를 글로 썼다.

 

가정부는 백인한테 말대답을 해서는 안 되었는데, 미니는 입바른 소리를 잘했다. 그래서 가정부 일을 그만두어야 했을 때가 많았다. 힐리한테는 무엇인가를 넣은 파이를 주었다는데, 이 일도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미니는 다시 가정부로 일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잭슨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으로 힐리가 따돌렸다.(그러고 보니 셀리아는 따돌림 당한 것이구나) 셀리아는 다른 백인 주인하고는 다르게 미니를 대했다. 백인 주인에 대해 그리 좋게 여기지 않던 미니는 셀리아의 태도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셀리아는 무엇인가 숨기는 게 있었다. 한번은 셀리아가 미니를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정말 친구라고 생각했다면 자신에 대한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셀리아는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니가 셀리아 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좀 웃겼다. 하지만 미니한테 안 좋은 일도 있었다. 그것은 셀리아가 남편한테 가정부 쓰는 일을 숨겨서 미니가 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온 것을 셀리아 남편으로 알고 손님 욕실에 숨어야 했던 일이다. 미니는 남편과 다섯아이가 있었다. 남편이 번 돈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웠다.

 

스키터는 인터뷰할 가정부를 아이빌린한테 알아봐달라고 했다. 미니도 하게 되고, 힐리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율 메이도 관심을 가졌다. 백인인 스키터가 아이빌린이나 다른 유색인 가정부를 만나고, 글을 쓰는 일은 꽤 위험했다. 그리고 미국유색인지휘향상협의회에서 지부장으로 일해온 사람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 일은 KKK단이 한 일이라고. 스키터는 한번 잘못해서 가방을 힐리가 열어보게 했다. 그 안에는 아이빌린과 미니를 만나서 쓴 글이 들어있었다. 그래도 힐리가 그 글은 읽지 않았던가보다. 스키터는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아이빌린한테 이제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빌린은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는 다음 권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있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1960년부터 인종차별에 관심을 갖게 된 미국 젊은이가 많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을 볼 때 그랬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봐야겠다.

 

 

 

희선

 

 

 

 

☆―

 

나는 잠시 묵묵히, 힐리가 조잘거린 화장실 계획과 가정부에게 물건을 훔쳤다고 뒤집어씌운 사실과 질병 운운하던 것을 떠올린다. 그 이름이 못쓰게 된 피칸 열매처럼 밍밍하고 씁쓸하다.  (210쪽)

 

 

우리를 갈라놓는 법이 얼마나 많은지 아연해져서 나는 총 스물다섯 쪽 가운데 네 쪽을 내리 읽는다. 흑인과 백인은 분수도, 영화관도 공중 화장실도, 야구장도, 전화박스도, 서커스도 공유할 수 없다. 흑인은 나와 같은 약국에 가지 못하고 같은 창구에서 우표도 사지 못한다. 예전에 우리 식구가 콘스탄틴을 데리고 멤피스로 놀러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거의 빗물에 잠겼는데도 호텔에서 콘스탄틴을 들이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우리는 쉬지 않고 곧장 차를 몰아야 했다.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우리 모두 이런 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이곳에서 살아가지만,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을 활자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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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내주신 편지를 받지 못하다니요 편지는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 걸까요 왜 저를 찾아오지 못한 걸까요 어느 날 저물녘에라도 저한테 오면 좋을 텐데요 다시는 당신 편지가 길을 잃지 않도록 별에게 빌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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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에서 접속해서 읽을때에는 몰랐었지만..ㅎㅎ 죄송합니다, 아하하.. 컴퓨터로 읽으니 완전 다른 느낌이네요. 좋네요.

희선 2013-04-13 00:58   좋아요 0 | URL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좋다고 해주시니 고맙네요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겠죠


희선

2013-04-14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