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케이틀린 - 2010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작 생각하는 책이 좋아 10
캐스린 어스킨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이 책 속에 나온 케이틀린처럼 아스퍼거 증후군인 아이가 나온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프란시스코 X. 스토크) 책을 본 지 오래돼서 다 생각나지는 않습니다. 마르셀로는 케이틀린보다 나이가 좀 많았고, 세상에 나아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법률회사를 하는 아버지 일을 돕던 마르셀로는 아버지가 안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변호사는 일을 부탁하는 사람이 나쁘다 해도 그 사람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잖아요. 물론 그런 일을 아예 맡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보통 사람이라면 안 좋은 일을 보면 바로 말하거나 자기 식구와 관계가 있으니 모르는 척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마르셀로는 증거를 찾아내서 아버지를 고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는데, 마르셀로는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마르셀로는 자신한테 편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마르셀로한테 관심이 간다면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사람이 쓴 책도 있었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저 문 너머로》(후지이에 히로코)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발달장애(자폐증)와 조금 비슷하지만 다른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다른 책 이야기를 먼저 했군요.

 

케이틀린은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오빠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학생이 총격 사건을 일으켰을 때 총에 맞아서 죽었습니다. 그 일은 케이틀린과 아빠뿐 아니라 케이틀린이 사는 지역과 학교 그리고 해를 입은 식구한테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누가 더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속에 나온 그 일은 실제 일어났던 일을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은 한국계 미국 사람 조승희였어요. 그때 그 일로 우리나라도 시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안 좋은 일일 때는 ‘한국계’라는 말을 꼭 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일일 때는 그냥 한국사람이라고 할지도. 작가는 케이틀린으로 하여금 많은 사람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려고 애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케이틀린은 자신을 잘 알아주는 오빠를 잃었습니다. 앞으로는 오빠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했지요.

 

평범한 사람도 식구를 잃으면 슬픔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텐데, 케이틀린은 어 더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케이틀린이 사람 감정을 잘 알기 어렵다고 했는데, 제가 볼 때는 꼭 그렇지도 않더군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을 뿐 케이틀린 마음속에서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을 함께 느끼는 것은 잘 못했지만. 학교에서 케이틀린은 상담 선생님 브룩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를 사귀어가려 합니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보통 사람도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케이틀린은 뉴스에서 ‘종결’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과 아빠도 무엇인가를 끝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오빠를 잃은 것에 대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오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 일은 케이틀린뿐 아니라 아빠 마음도 낫게 해주어야 했습니다. 케이틀린은 아빠와 함께 오빠가 만들다가 만 궤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오빠가 다닌 학교에 기증했습니다.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도 감동을 주었습니다. 총격 사건 때 엄마를 잃은 마이클한테도. 케이틀린은 마이클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이 일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제대로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케이틀린이 오빠가 만들다 만 궤를 다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 궤를 만들게 되면서 케이틀린은 오빠가 더 살지 못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된 것을 슬퍼합니다. 케이틀린은 그것이 공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케이틀린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애쓰지만, 케이틀린 처지에서만 생각해서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이제 케이틀린은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을 조금 알게 된 것이죠. 우리는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을지 적을지. 케이틀린을 대하는 아이들은 케이틀린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면 안 되겠죠. 총격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도 따돌림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따돌림이 꼭 따돌리는 쪽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따돌림 받는 쪽도 생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화만 마음속에 쌓지 않고요. 어쩌면 조승희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만 키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결국 그게 터져버린 거죠.

 

케이틀린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 마음을 잘 보도록 애썼으면 합니다. 사실 케이틀린보다 우리는 좀더 쉽게 알 수 있잖아요.(가끔 저는 어렵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인 사람은 느려도 보통 사람이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알아두는 것도 좋겠죠. 케이틀린은 책을 잘 읽었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지금까지는 흑백으로 두었는데, 이제 색을 칠하려 합니다. 케이틀린은 세상에 한발짝 내딛었습니다. 이야기가 뒤죽박죽이네요.

 

 

 

희선

 

 

 

 

☆―

 

아빠는 나를 안아 주었다. 우리는 소파에 오랫동안 함게 앉아 있었다. 공감은 처음 느꼈던 것만큼 그리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같은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감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따금 우리는 정말로 다른 사람들을 걱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고, 그들이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만큼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5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NE PIECE 69 [コミック] ONE PIECE (コミック) 69
오다에이치로 지음 / 集英社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AD(에스에이디)

 

다른 때는 원피스가 이월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한달 늦은 삼월에 나왔다. 다음은 70권이다. 지금까지 나온 책을 다 갖고 있지는 않다. 원피스를 책으로 본 것도 처음부터는 아니다.(첫번째는 봤다) 정확히 몇 권부터 봤는지 잘 모르겠다. ‘워터세븐’ 다음부터였던 것 같다. 밀짚모자 일당과 메리 호가 헤어지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감동스러워서, 책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보다가 책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빨리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본에서 나온 책을 먼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몇 해 뒤에 신기하게도 일본말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사 봤다. 원피스 53권부터 일본말로 나온 것을 봤다. 일본말을 보며 웃는 내가 신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나아진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냥 거기서 거기다. 어떻게 하면 좀더 잘 볼 수 있을까. 소설 읽고 싶기도 한데 말이다. 생각만 할 게 아니고 천천히라도 읽기 시작하면 좋을 텐데. 69권은 우리 말로 벌써 나왔다. 얼마전에 우연히 69권이 나온 것을 알았다. 지난달에 나한테 책이 있었는데, 다음주에 봐야겠다고 자꾸 미루다가 사월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몰아서 보기도 했다. 한달 조금 지난 것은 그렇게 늦은 것은 아니다.

 

펑크해저드 섬에 있던 루피와 동료들과 해군 G-5는 독가스 시노쿠니를 피해서 모두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다. 원피스에서는 일어나는 일이 거의 같은 때다. 그래서 장면이 자주 바뀌는 게 아닌가 싶다. 볼 때는 재미있지만 그것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편하게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자세히보다 중요한 것을 쓸 수 있다면.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다시 쓰고 있는 것인지도.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구나. 이번 펑크해저드 편을 보니, 예전에 나온 알라바스타 편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스모커 때문일 것이다. 왕하 칠무해가 된 트라팔가 로가 있기는 하지만. 트라팔가 로는 루피한테 해적 동맹을 하자고 했다. 재미있게도 여기에서는 스모커도 같은 편이 되었다. 시저와 해군으로 위장했던 베르고 때문이다. 스모커는 베르고를 잡으려고 했다. 닥터 베가펑크는 원피스에서 뛰어난 과학자인데 아직 실제 모습은 나온 적 없다.(나는 못 봤는데, 나온 적 있으려나) 언젠가 나오려나. 베가펑크가 나쁜 사람인지 어떤지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시저보다는 더 똑똑하고 덜 미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펑크해저드는 베가펑크가 화학실험 때문에 독가스로 뒤덮이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화학 폭발을 일으킨 것은 시저였다. 그리고 시저는 아이들을 속여서 실험을 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 시저 뒤에 있는 사람은 왕하 칠무해 한사람인 돈키호테 도플라밍고였다. 도플라밍고는 어둠의 브로커 조커라는 이름도 있다. 사황 가운데 한사람도 있었다.

 

시저는 연구실 안에까지 독가스가 흘러들어오게 해서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 한곳에 몰아넣어서. 루피와 동료들과 해군은 연구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상디는 베르고가 타시기와 해군들을 쓰러뜨릴 때 나타나서 도와주었다. 그 일로 해군들은 상디를 형님이라고 했다. 조로와 타시기는 새 인간 모네와 싸웠다. 모챠는 약이 든 사탕을 다른 아이들이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모두 먹어버렸다. 그래서 쓰러졌다. 날뛰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데 해군이 도와주었다. 약은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먹고 싶게 하는 것으로 사람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약을 자꾸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지고 결국 죽게 된다. 아이들은 그것을 몰랐다. 모챠만 쵸파한테 그 말을 들었다. 해적과 해군이 힘을 합친 게 재미있게 보였다. 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봤던 것 같다. 도플라밍고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인공 악마의 열매였다. 시저는 그 전 단계인 SAD를 만들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신세계에서 멋대로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 힘센 선원들을 손에 넣어서 원피스를 찾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적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온 까닭은 골드 D 로저가 숨겨두었다는 보물 원피스 때문이니까. 바라는 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려는 것 같구나. 트라팔가 로는 그것을 막으려고 한 것인가. 루피는 시저가 아이들을 실험체로 쓴 것에 화를 냈다.

 

무사 긴에몬이 찾던 아들 모모노스케는 인공 악마의 열매를 먹고 용이 되었다. 그것은 닥터 베가펑크가 실패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주 실패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책을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쓰면서 한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랑키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펑크해저드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있는 시저와 베르고를 쓰러뜨린다고 해도 시노쿠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잘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 모험은 이제 시작이니까.

 

 

 

희선

 

 

 

 

 

                

 

                쪽수를 보면 하나만 빼고 7이다 책 볼 때는 몰랐다 그때는 제목만 봐서...

 

 

 

 

                                

 

                                   모두가 가려고 하는 곳은 위쪽(안쪽)이다                

                                      섬을 나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시저가 사람들을 몰아넣으려고 하는 곳은 R동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연 2013-04-2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신기하게 일본말을 읽을 수 있게 되셨나요, 하하. 저는 신기하게 일본말을 들을 수 있게 되더군요... 아직 제대로 읽지는 못한답니다, 에효..

개인적으로 원피스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몇 부분 꼽자면 로빈을 구하러 뛰어들어가는 부분, 조로가 미호크에게 대결하다가 베이는 부분, 상디가 자기 키워준 요리사 해적과 이별할 때.. 너무 두서없이 썼지만.. 이 부분들 아시죠?

희선 2013-04-25 00:57   좋아요 0 | URL
네, 다 아는 겁니다
에니에스로비 때 대단했죠 그때 마음 조리며 봤는데, 나미도 한몫하고, 쵸파는 아주 커지기도 하고, 그때하고 지금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나미, 우솝, 쵸파는 가끔 겁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할 때는 해요
사실 동료들 만나고 도와주고 한 부분은 거의 감동스럽습니다
조로하고는 그렇게 큰일은 없었던가요, 버기를 만났을 때였던 것 같은데...
맨 처음에 버기 봤을 때는 좀 무서운 느낌도 들었는데 나중에 봤을 때는 꽤 웃기더군요 임펠다운에서 루피하고 만났을 때
쵸파하고 만나고 동료가 되었을 때도 그렇고, 나중에 벚꽃 핀 것도 멋졌죠 진짜 벚꽃은 아니었지만...
나미 때는 어인들하고 싸우고, 나중에 하치를 다시 만나기도 하고

위에도 썼는데 메리 호하고 헤어질 때는 아주 슬펐습니다
또 슬펐던 때는 에이스가 죽었을 때...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떠오르는군요 제가 원피스 정말 많이 알고 있네요

저도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는 아주 조금 했습니다
그때 다른 나라 말은 많이 듣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거의 안 듣는군요 일본말은 많이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다른 나라 말도 그런지 그것은 잘 모르겠네요
라디오 방송에 일본 사람(음악을 하는)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어서 엄청 신기했습니다 쉬운 말을 하고 천천히 해서 그러기는 했지만...(자랑 같군요^^) 가연 님도 알아들으시겠군요


희선
 

 

 

 

       따듯한 바람

       따듯한 사월눈

       따듯한 마음

 

       따듯한 너

       와

       따듯한 차

       한 잔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의 모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세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쓰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겠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책도 다 봤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지금까지 겨우 한권 봤습니다. 영국에서 만들었다는 드라마 《셜록》도 못 봤습니다. 그것뿐 아니라 영화도 본 적 없습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 뭔가 봤을지도 모르죠. 이름은 알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셜록 홈즈뿐 아니라 아르센 루팡도 그렇습니다. 이것은 잠깐 꺼낸 말입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꺼냈느냐구요. ‘트위터 탐정 설록수’ 때문입니다. 설록수는 셜록 홈즈를 21세기 우리나라에 맞게 만든 인물이라고 합니다. 셜록 홈즈를 잘 아는 게 아니라서 설록수를 보고 홈즈를 떠올려봤다고나 할까, 그랬습니다. 21세기 하면 인터넷을 뺄 수 없죠. 거기에서 SNS(이렇게 썼는데, 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확실히 모르는군요, 찾아봐야겠군요)의 한 종류 트위터를 끌어다 썼습니다. 저는 컴퓨터로 인터넷은 쓰지만 트위터는 잘 모릅니다. 그것을 잘 몰라도 이 책을 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트위터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셜록 홈즈의 모험을 모두 읽고 잘 아시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셜록 홈즈는 어떨까 하고 보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제가 그랬군요.

 

탐정을 할 수 없다는 법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옛날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탐정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도 탐정 일을 받아들여주면 좋겠군요. 법은 인정해주지 않아도 탐정 일 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설록수처럼 취미라고 하면서 말이죠. 설록수는 족집계 수학 과외 선생을 하면서 취미로 탐정을 한답니다. 셜록 홈즈한테 있는 BSI가 설록수한테도 있습니다. 과외를 받는 아이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왓슨은 라섹 수술을 잘못 받고 눈이 보이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의가사전역한 김영진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공짜라고 다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영진은 양산이 고향인데 이상한 소문(이것은 책을 보세요)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편입합니다. 김영진이 살게 된 삼청동 221번지(B221)에 있는 하숙집에 설록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우연한 만남이 김영진의 삶을 많이 바꾸기도 했습니다. 김영진이 설록수한테 조금 휘둘리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그것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그런 일에 익숙해지고 잘 받아넘깁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설록수가 만든 트위터 DRWATSON을 김영진도 함께 쓰면서 설록수가 탐정으로 하는 일을 쓰고 의뢰도 받습니다.

 

설록수는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는 앉은뱅이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두 손을 펴서 삼각형 모양으로 맞댑니다.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를 잘 연주합니다. 우쿨렐레로 클래식 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군요. 설록수가 우쿨렐레를 아주 잘 다룬다는 거겠죠. 아주 놀라운 일은 김영진을 보고 1초 만에 여러가지를 알아낸 일입니다. 겨우 1초 만에……. 다른 일들도 꽤 빨리 알아냅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훈련하면 조금이라도 설록수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홈즈가 실제 있었다고 생각하고 찾으려고 하기도 하잖아요. 설록수와 김영진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설록수와 김영진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만큼 인물이 살아있다는 것이겠죠. 여자 둘은 친하게 그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남자 둘은 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들까요. 그렇다 해도 두 사람 사이가 부럽기도 하더군요. 《홈즈가 보낸 편지》에 나온 김내성과 카트라이트가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같은 작가의 이야기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다섯 번째 이야기 <@열여덟 번째 암자>에는 눈에 익은 이름이 많이 보여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쓰는 이름만 알고 다른 것은 잘 모릅니다. 진짜 자기 이름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책에 실리는 느낌은 어떨지. 멋진 경험이 아닌가 싶네요. 오래오래 남잖아요. 한국의 셜록 홈즈와 왓슨이 나온다면서 백년 뒤 사람들이 볼 수도 있겠죠. 이것보다는 설록수와 김영진으로 알려진다면 더 좋겠군요. 설록수 이야기는 앞으로도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살인사건이 나옵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이 있지만, 실제 그런 일을 하도록 입김을 불어넣은 사람이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백수당을 운영하는 당주 백백수가 뒤에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이죠. 이런 일은 다른 데서도 가끔 봤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한테 누군가가 방법을 가르쳐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한번 해 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 <지옥소녀>에서는 누군가를 지옥에 보내달라고 하면 그 말을 들어줍니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의뢰인도 죽으면 지옥에 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고서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지옥에 보냅니다. 어쩌면 이것은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사람을 죽였다 해도 사람을 죽인 일은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사람을 죽이도록 꼬드기는 사람은 더 큰 죄를 짓는 게 아닌가 싶네요. 백수당 당주 백백수는 설록수가 앞으로도 싸워야 하는 적입니다. 다른 것도 생각났는데 <지옥소녀>를 쓰다니. 백백수와는 조금 다르군요. <탐정학원 Q>에 나온 나쁜 조직과 비슷합니다. 명왕성이던가.

 

사건은 SNS 그러니까 트위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일어난 일도 있고, 다른 일도 나옵니다.(그러고 보니 백백수가 트위터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는군요) 다른 것보다 그것을 먼저 말한 것은 처음과 마지막이 트위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나온 것처럼 트위터나 인터넷 안에서와 현실에서 아주 다른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저도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군요. 실제는 말을 잘 못하지만 쓰는 말은 조금이라도 하니까요. 저는 인터넷 안이라 할지라도 꽤 진지하게 사람들을 대합니다.(지금 생각하니 그러지 않을 때도 조금 있었네요, 부끄럽군요) 그래서 어떤 말을 쓸 때는 꽤 오래 생각해서 씁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하는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때는 정말 그런 마음이었겠죠. 실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진짜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니, 인터넷 안이라 할지라도 책임을 가지고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가끔 잘못 말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 말 때문에 마음 아파했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있었습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싶네요.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변명하자면 나쁜 말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쪽이 기분 나쁘다면 그것은 좋은 게 아니겠지요. 긴 변명이었습니다. 듣는 말이 아닌 글말이라도 사람들은 상처받습니다. 어쩌면 더할지도 모르겠습니다.(저도 잘 못하면서 잘난 듯이 말했습니다^^;)

 

앞으로 설록수와 김영진이 어떻게 사건을 풀어갈지 기대되는군요.

 

 

 

설명할 수 없어요

록수의 매력, 셀

수 없이 많아서

 

 

설명하지 않아도 알죠

록수가 어떤지, 게다가

수학도 잘한대요

 

 

설피 우는 저 꾀꼬리

록수 그리워

수많은 밤 저리 우는가

 

(왜 꾀꼬리가 떠올랐을까, 꾀꼬리가 밤에 우나

그런 것도 모르고 이렇게 쓰다니...)

 

 

 

희선

 

 

 

 

☆―

 

“지금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도 마음이 시려서, 너무 외로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지는 걸까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또 외로워서 누군가와 저렇게 핸드폰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그렇다면 너무 슬픈 거 같아요. 저렇게 핸드폰을 들고 이야기를 하느라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거, 전 그게 싫어요. 너무 슬퍼요.”  (333쪽)

 

-누군가와 만나고 있을 때는 휴대전화보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한테 마음을 쓰면 좋겠네요

 

 

“나는 자네의 그 표정을 참을 수가 없어. 그러니 나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하게. 내가 자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바로 해줄 테니. 알겠나?”  (33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연 2013-04-2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탐정 대신에 흥신소가.. 한때 저도 탐정이 정말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었지만 푸핫.

설록수 삼행시..ㅎㅎ 되게 귀여운 분위기의 시네요. 설록수하니까 셜록스가 떠오르고, 셜록스 하니깐 천사 소녀 네티가.. ㅎㅎㅎ 시를 보니까 저렇게 연상이 되네요. 사실 쓰신 글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데.

어쩐지 이 책 제목이 낯설지 않더라구요. 네티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희선 2013-04-25 00:52   좋아요 0 | URL
탐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군요 가끔 이런저런 추리를 하시나요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천사 소녀 네티, 예전에 봤는데 잘 떠오르지는 않는군요
그럴 때 있죠 뭔가를 봤는데 상관없는 것들이 이어서 떠오르는 일

셜록스가 나오는군요, 지금 찾아봤습니다^^


희선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의 시작법詩作法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새 책 읽고 쓰는 것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 ‘나는 왜 이렇게 못 쓰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하면서. 내가 다니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글쓰기’라는 말로 책을 찾아봤어. 글쓰기라는 말만으로도 아주 많은 책이 나왔어. 둘러보다가 이 책 제목을 보게 되었지. 책 읽고 쓰는 글과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내가 시에 조금 관심이 있거든. 예전에는 시를 읽기도 했어. 기형도는 어쩐지 겉멋으로 봤던 것 같기도 해. 그리고 백석은 친구가 책을 나한테 주어서 알게 됐어. 이 책을 쓴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없기도 했대. 예전에 그랬던 때가 있었지. 어떤 사람 책은 마음대로 볼 수 없던 때. 지금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시대고 책도 아주 많은 시대지. 하지만 책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도 하더군. 왜 더 많을 때 그것과 멀어지게 되는 걸까. 생각해보니 지금은 책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많이 있구나. 나는 보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책을 보는 게 더 재미있어. 그래서 조금 활자중독이기도 해. 이런 중독은 괜찮잖아. 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하게 되었군. 그런데 내가 아는 시인이 기형도와 백석밖에 없는 것 같네. 이름이 바로 생각나는 시인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래. 시집을 사서 보게 된 지도 오래 되었군.

 

이 말 좀더 해야겠어. 내가 예전에 시집을 사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책방에서 샀기 때문이야. 책방에서는 어떤 시집이 나와 있는지 바로 볼 수 있잖아. 그때는 책방에 가서 시집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올랐어.(책방에 가지 않게 되고도 시집을 조금 샀더군) 시를 잘 알았던 것도 아닌데.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에서 안도현 시인이 말해준 세가지가 뭔 줄 알아. 술을 많이 마시래, 혼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연애를 하래. 그냥 사람 사귀는 것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이성을 사귀겠어. 세번째에서야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게 나왔어. 시 많이 읽기야. 예전에 책방에서 샀던 시집은 100권이 조금 안 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읽은 시집은 100권이 조금 넘어. 우리나라에 시인이 아주 많다고 하던데.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어. 모르는 게 이것만은 아니구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것저것 많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알고 싶은 것을 조금씩 공부해가다보면 쌓이기는 할 텐데. 아쉽게도 나는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 또 다른 말로 흘러가버렸네. 시를 쓰려면 시를 많이 읽어라, 글을 쓰려면 글을 많이 읽어라. 이 말 아주 틀리지는 않지만, 아주 맞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 시를 많이 읽어본 적 없고 책도 많이 읽지 않은 분이 더 솔직한 시와 글을 쓰는 경우도 있거든. 나는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아.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시와 글을 많이 만나야 해.

 

 

     내가 알고 싶은 건

     읽어내기 어려운

     네 마음

 

 

시를 읽다가 좋으면 공책에 적어두기도 했어. 신기하게도 여기에서 안도현 시인이 이 말 했어. 내가 아주 많이 옮겨 써두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본 거 괜찮았던 거였어. 그렇게 해서 자기만의 시집을 만드는 거래. 예전에 써둔 게 없어져서 아쉽지만 다시 해봐야겠어. 그리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베껴쓰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주 좋아하는 시인도 소설가도 없어. 작가보다는 글만 좋아해.(어떤 작가의 글을 자꾸 보면 그 작가를 좋아하는 것인가) 글을 좋아하다보면 작가도 좋아하잖아. 이상하게 나는 그게 안 되더라고. 그냥 조금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아주 많이 좋아하는 작가는 없어.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이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니, 나는 작가와 내가 아주 먼 사이라고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내 손에는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 지금까지 나는 글을 보면서 그 뒤에 있는 사람은 거의 안 봤어. 아니, 안 봤다기보다 못 봤던 것이겠지. 그래도 이것은 작가만 그래. 작가는 자기 이야기 잘 안 하기도 하잖아.(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 쓰는 글에서는 그 사람도 봐.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작가가 쓰는 글도 더 마음을 써서 볼까봐.(얼마전에도 썼던 말이군) 본래부터 그렇게 해야 했는데, 아직 늦은 것은 아니겠지. 먼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들어야겠어. 혹시 나한테 가르쳐주고 싶은 시인이 있으면 말해줘.

 

시뿐 아니라 글을 쓰려면 엉뚱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은 못해. 그리고 읽는 데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고, 쓰는 것조차 할 수 없기도 해. 앞으로도 그럴거야. 무엇이든 쓸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잖아. 그런데 꼭 그래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습기도 해. 결국에는 내 멋대로 할 거면서, 어떤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낯설게 하기와 엉뚱하게 생각하기는 괜찮다고 봐. 세상과 사이가 나빠야 한대.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것은 일기와 편지야. 다음으로 많이 쓴 것은 내가 읽은 책 이야기야.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줄거리 정리이기도 해. 시와 다른 글은 그렇게 많이 안 써 봤어. 지난해부터 책을 읽고 가끔 짧은 글도 함께 썼는데, 그것을 시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해.(마음속으로는 시처럼 여기지만) 그리고 그런 글을 늘 쓰는 것도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를 많이 써 보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아주 가끔 쓰고 싶은 게 떠오르기도 해. 그렇게 시와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찾아나서야 하는 것인데. 내가 게을러서 말이지. 안도현 시인이 말한 것 가운데 마음 놓이게 한 말이 있어. 그것은 타고난 시인은 없다는 거야. 시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시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은 있거든.

 

많이 읽기, 많이 쓰기, 많이 생각하기는 시를 쓰는 데도 해당하는 말이래. 시는 글의 한 갈래이기도 하니 당연한 거군. 무엇이든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야. 마음을 쏟고 애써야 해. 앞으로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를 읽어보도록 해야겠어.

 

 

 

희선

 

 

 

 

☆―

 

시인으로서 타고난 재능에 기대어 시를 기다리지 마라. 그리고 재능이 없다고 펜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지 마라. 그렇게 하면 시는 절대로 운명의 조타수가 되어주지 않는다. 시인 역시 시의 길을 여는 조타수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24쪽)

 

 

좋은 시를 쓰려면 당신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장 젊은 우리나라 시인의 시부터 읽어라. 젊은 시인의 시는 교과서요, 늙은 시인의 시는 참고서다. 우리나라 시인의 시는 한 끼 밥이지만, 외국 시인들의 시는 건강보조식품이다. 제발 릴케와 보들레르와 엘리엇을 읽었다고 거들먹거리지 마라. 두보와 이백을 앞세우지 마라. 볼썽사납다. 그들 대가의 시집은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라.          (55~56쪽)

 

 

 

 

 

 

 

소나기 삼행시모둠

 

 

1

 

녀는 비가 오는 날엔,

비 같은 노란 우산을 쓰고는

다렸다, 일하러 갔다 돌아오는 엄마를

 

 

 

2

 

리가 닿지 않는다 해도

는 슬프지 않아요

억은 할 테니까요

 

 

 

3

 

리는 먼 하늘로 퍼져

무 위에 비로 내리고, 멀리서

적소리 슬프게 들려온다

 

 

 

4

 

년은 바다를 그리워했습니다

비라도 되어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적처럼 소년은 단 한번 나비가 되었습니다

 

 

 

5

 

나무는 늘 푸릅니다

무가 다 그런 건 아니지요

다림은 소나무를 닮았나봅니다

 

 

 

 

 

현은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음악삼아 들었다

 

는 그런 소현이 좋았다

하지만 소현은 나를 볼 수 없다

 

다릴 것이다

소현이 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바람

 

 

높은 건물이 서 있는 곳으로

바람은 지나갈 수 없어요

 

그곳에서는 바람도 길을 잃어버려요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바람은 자유로워요

 

그곳에서 바람은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저기 보세요,

나무들도 바람한테 손 흔들어주며 웃고 있네요

 

 

 

 

 

 

 

너는, 내가

 

 

너는 언제나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너는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

 

 

 

희선

 

 

 

 

(이 책을 보고는 시를 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밖에 못 봤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4-1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4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