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몰라

자꾸 마음을 쓰는가 봐

네 마음도

내 마음도

잘 모르겠어

 

이야기한다 해도

마음은 다 모를 거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순 없잖아

 

마음은 마음으로 느끼면 될까

마음 쓰기

마음 기울이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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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5 0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언제나 어렵고 신비한거 같아요. 내마음도 모르고 네마음도 모르고 ^^ 그래서 알려고 노력하나봐요~!!

희선 2021-10-27 00:34   좋아요 1 | URL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더 힘들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인다고 해서 그걸 다 볼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도 하잖아요 그래도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0-25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건(일)을 계기로 자신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자신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희선 2021-10-27 00:35   좋아요 1 | URL
자신도 자신을 다 알지 못하겠지요 자신한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새로 알면 즐거울 듯합니다 그게 좋은 거면 좋을 텐데...


희선
 

 

 

 

사람은 좋은 것뿐 아니라

안 좋은 것에도 물들기 쉽지

무언가에 물든다면,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것에 물드는 게 좋겠지

 

어렵겠지만,

언제나 마음 잘 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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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4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하면서 책에 물든거 같아요 ^^ 이건 좋은것에 물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희선 2021-10-25 00:13   좋아요 1 | URL
책에 물드는 건 좋죠 책 이야기를 많이 하니 그 책이 보고 싶기도 하고 보기도 하겠습니다 새파랑 님 앞으로도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엄마 기억해? 내 빨간 원피스, 명절 전 장터를 돌아다니며 골라준 그 쨍한 옷 말이야 그날 손금 사이로 녹는 아이스크림이 굉장히 거슬렸어 그래서 나는 명절이 지나도 할머니 집에 왜 남아야 하는지 묻지 않았지 엄마 기분을 이해하거든 아이스크림 막대가 아니라 손바닥에 들러붙는 한줌 바람을 버리고 싶었던 가엾은 엄마

 

 난 잘 지내 비어버린 외양간에서 여물 냄새가 좀 난다는 것만 빼고, 이상한 건 옆집마다 집을 허물어 온 가족이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도 내일이면 벽돌을 이만큼씩 올리고 있다는 거야 완성되는 옆집을 볼 때마다 할머니는 물끄러미 나를 쓰다듬었어 왜 저들은 웃고 있을까

 

 그림자가 길어지면 오후가 찢긴 몸을 쉬러 집에 들렀어 그마저도 구석에 있던 들풀거미가 예민한 다리로 햇볕을 살라먹었지 나는 개의치 않았어 빨간 원피스 입고 마을 어귀로 나갔을 뿐이야 태양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중이었어 흔들리는 배경이 온통 붉었어 오도카니 선 내게 마을 사람 몇몇이 망설이는 눈으로 편지를 욱여넣었지

 

 편지봉투에 콩을 넣어 보내는 노인과 손자에게 천 원짜리 몇 장 동봉하는 투박한 발신인이 쌓였어 각자의 감정으로 나는 속이 채워졌지 어떤 날 콩이 그리움 수만큼 터져 내 안에서 튀어오르면 재채기를 참느라 코를 꾹 눌렀어 중요한 건 담뱃가게 주인은 수신 없는 감정을 자주 부치러 왔다는 거야 빨간 원피스를 잡고 엉엉 울기도 하고 그의 알 수 없는 갈망으로 입안을 채운 날이 많아 그러면 나는 편지를 게워내고 그날의 반쯤 녹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어

 

 시골은 저녁이 일러 곧 어둠은 들풀거미처럼 나를 발라먹겠지 그전에 할머니가 이곳으로 와 손을 이끌 거야 깨닫지 못했던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이 있잖아 그건 누군가가 나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썼다는 증거 그렇다면 엄마, 그날 나에게 몇 장의 편지를 쓴 거야? 할머니가 보여 멀리서 가뭇거리는 발짓이 위태로워 어둠은 나보다 먼저 삼킬 것이 많은 듯해 안녕 엄마

 

-<우체통>, 86쪽~87쪽

 

 

 

 

 

 

 김희준 시집에 담긴 <우체통>입니다. 시인이 어릴 때 이야기와 둘레에서 본 이야기 같습니다. 우체통을 빨간 원피스라 한 거겠지요. 편지를 부치러 오는 사람들. 이제는 조금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빨간 우체통은 여전히 있고, 누군가한테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겠지요.

 

 책은 언제나 읽지만, 가을엔 더 만나야 할 것 같고 편지도 가을에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에 편지 별로 못 썼습니다. 구월에 자주 써야지 생각했는데, 생각만 했네요. 아니 처음에는 썼는데, 시간이 흐르고 별로 못 쓰게 됐어요. 이달에는 더 못 썼습니다. 시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시월이 가기 전에 편지 조금 써야겠습니다.

 

 제가 보낸 편지가 길을 잃지 않고 가기를. 거의 잘 가는데 잘 못 가는 것도 있어서.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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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4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체통 📪 그립네요 ㅋ이젠 찾기 어렵네요 ㅜㅜ 편지가 잘 갔으면 좋겠네요~!!

희선 2021-10-25 00:08   좋아요 1 | URL
요새는 거의 잘 가고 오던데... 우체국 앞에는 우체통 있으니 우체국에 가면 볼 수 있어요 이제 길에는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10-24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표값이 얼마인지 모르겠네요
제가 아는 분이 갖고 있던 우표 붙이려고 했더니 편지 봉투를 도배했다고...^^

희선 2021-10-25 00:09   좋아요 2 | URL
보통 우표는 430원이고 규격 아닌 건 520원이에요 기념우표 사는데, 보통 우표도 조금 샀어요 이번에 나온 건 예쁘더군요 전에 두번(330원 380원) 나온 건 태극기 조금 다른 거였는데, 이번에도 태극 문양은 들어가고 훈민정음이 들어가 있어요 520원은 무궁화예요 이것도 예전에 두번 나온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이번 구월부터 오십원 올랐어요 우표 많이 붙이는 건 등기 보낼 땐데... 등기 많이 올라서 얇은 책밖에 못 보내요

https://blog.naver.com/stampmuseum/222487847222
지금 찾아보니 우표박물관 블로그가 있네요 여기에 우표 그림 있으니 한번 보세요 다른 우표도 있군요


희선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문학동네 시인선 146
김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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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을 보기 전에 조금 우울한 일이 있었다.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해야겠지만. 엄마 휴대전화기에 온 게 문자피싱이라는 걸 좀 늦게 깨달았다. 그걸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때 그 생각은 바로 못했다. 엄마 전화기가 스마트폰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폴더폰과 스마트폰 중간이라 해야 할까. 세상에는 왜 남의 돈을 쉽게 가지려는 사람이 있는지. 자기 부모가 그런 일을 당해도 괜찮다 생각할까. 그런 사기 치는 사람은 부모 생각하지 않을지도. 아무 일 없었지만 조금 우울해서 잤다. 잠을 잘 못 자도 잠이 오지만 기분이 안 좋아도 잠이 온다.

 

 요새 자꾸 안 좋은 꿈을 꾼다. 잘 때 안 좋은 꿈 꾸지 않기를 바라고 자기도 했는데. 꿈에서 노래를 들었다. 그게 어디에서 나왔느냐 하면 엄마 휴대전화기에서였다. 그건 내가 듣던 거였는데, 그게 꿈과 섞였던 거였다. 그 꿈은 안 좋은 건 아니었지만, 꿈속에서는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낮에 꾼 개꿈. 다른 꿈도 꾸었을 텐데 잊지 않은 건 그것뿐이었다. 더 자기 그래서 일어나서 이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을 보았다. 어떤 책을 볼까 하다가 시집 보기로 했다. 시집 사두고 몇달 지났으니. 시가 어떨지 몰라서 쉽게 펼치지 못했다. 시를 보기는 하지만 늘 잘 못 본다. 이 말 또 했다.

 

 김희준 시인은 처음 알았는데 벌써 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여름에 내가 그걸 알게 된 게 정확하게 언젠지 모르겠다. 2020년 8월이나 9월초쯤일 거다. 새벽이었다. 그날 김희준 시인뿐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 죽음도 알았다. 그 사람은 음악한 사람이었다. 그때 내 기분이 아주아주 안 좋았다. 그럴 때 그런 걸 알게 되다니.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도 많다. 그게 아니었다면 더 살 사람도 있었겠지. 이런 생각은 쓸데없을지도. 죽음은 누구의 죽음이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다. 그게 아니었다면, 하는 ‘만약에’를 끝없이 생각할 거다. 갑작스러운 죽음일 때는 더하겠지. 산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고.

 

 

 

 며칠 째 태양이 발광을 멈췄다 TV에선 인공태양을 만들자 혹은 전구를 달고 태어날 수 있게 유전자조합을 하자 토론이 진행되었다 공약으로 하나같이 태양을 걸었으니 표백된 정오는 서늘했다 쓸모가 없어진 태양은 뒷골목에서 얼마의 값으로 팔렸다 한편에선 고래가 집단 자살을 했다 단속반이 동네를 헤집자 불법으로 키우던 인어를 하수구에 버렸다 비린내 나는 죽음이었다 해돋이를 편집한 영상이 세계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발광이었다 인류에게 새로운 진화와 종교가 생겨났다 그것은 ‘검은 태양의 아이’로 명명했다 이들은 캄캄한 피부였지만 성기가 야광이었다 집단 난교를 즐기는 이 무리에서 태어난 다음 세대는 온몸이 빛났다 빛을 두른 자는 모이거나 포옹하거나 특별한 특징을 가졌다 수만 명의 세대는 손을 잡고 원을 돌았다 중력을 밟고 하늘로 올라가는 동그라미, 분리되지 못한 내일이 눈을 깜박이자 원은 한꺼번에 사라졌다

 

 다음 날 지구에 존재하는 나머지 생물이 중얼거였다

 

 아침.

 

-<새벽에 관한 몽상>, 18쪽

 

 

 

 어쩐지 앞에서 말을 끝맺지 못하고 시를 옮긴 것 같다. 김희준 시인은 시쓰기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겠지. 재능있고 앞으로 쓸 시도 많았을 텐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구나.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시인 어머니는 무척 마음 아팠겠다. 앞에 옮긴 시 <새벽에 관한 몽상>은 SF 같지 않나. 김희준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별을 보았다고 한다. 별 동화 환상 꿈. 여기 담긴 시는 바로 알기 어렵다. 내가 알아들은 건 별로 없다.

 

 

 

글을 모르는 당신에게서 편지가 왔다

흙이 핥아주는 방향으로 순한 우표가 붙어 있었다

숨소리가 행간을 바꾸어도

정갈한 여백은 맑아서 읽어낼 수 없었다

문장의 쉼표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태양은 완연하게 여름의 것이었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선 계절을 팔았다

설탕 친 옥수수와 사슴이 남긴 산딸기

오디를 바람 개수대로 담았다

간혹 꾸덕하게 말린 구름을 팔기도 했다

속이 덜 찬 그늘이 늙은 호박 곁에 제 몸을 누이면

나만 두고 가버린 당신이 생각났다

 

찐 옥수수 한 봉지 손에 들었다

입 안으로 고이는 단 바람이 평상에 먼저 가 앉았다

늦여름이 혀로 눌어붙고

해바라기와 숨바꼭질을 하던 나는

당신 등에 기대 달콤한 낮잠을 꾸었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보지 않고도 키가 자란다

기다리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빈 종이에 스며든 그날 체온이 기척 없이 접힌다

일도 높은 당신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오후를 펼치는 태양의 책갈피>, 108쪽~109쪽

 

 

 

 시를 보다 <연필>이나 <우체통>도 마음에 들기는 했는데. 뒤에 실린 발문을 보니 두 시는 시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단다. 내가 시를 잘은 모르지만, 그걸 보면서 뭔가를 느꼈나 보다. 내가 ‘연필’과 ‘우체통’으로 글을 쓰면 쉬운 이야기가 될 텐데. 그런 거 쓴 적 있구나. 시 제목에 ‘소행성09A87E’라는 게 들어가는데, 난 그걸 봤을 때 윈도우 업데이트가 떠올랐다. 숫자와 알파벳이 비슷해 보인다. 장옥관 시인은 김희준이 그곳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있어서 좋겠구나. 누군가는 그 소행성을 떠올리고 김희준이 그곳에 있다고 여기겠다. ‘올리브 동산’도 있다. 거기는 김희준이 만나자고 한 곳이다. 언젠가 그 올리브 동산에서 김희준을 만날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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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23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모르는 당신에게서 편지가 왔다
흙이 핥아주는 방향으로 순한 우표가 붙어 있었다
숨소리가 행간을 바꾸어도
정갈한 여백은 맑아서 읽어낼 수 없었다
문장의 쉼표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손글씨에 적혀진 한 편의 시 처럼 읽었습니다

이렇게 좋은시를 남긴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니 너무나도 슬프네요 ㅜ.ㅜ

주말 희선님이 올려주신 시들 천천히 읽으며,,,

주말 햇살 가득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ㅅ^

희선 2021-10-24 00:30   좋아요 1 | URL
지난해 여름이었다고 합니다 시집 한권이라도 남아서 다행일지, 시인을 아는 사람은 더 슬프겠습니다 오래 살고 시를 더 많이 썼다면 좋았을 텐데... 시를 다 알기 어렵지만 느낌이 좋네요


희선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마음은 남아요

 

그건 어디서나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이 살아간다면

 

살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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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3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책에서 사람은 두번 죽는다고 하더라구요. 하나는 육체적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이런 비슷한 내용임..) 희선님 시 보고 비슷한 감정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어요~!

희선 2021-10-24 00:27   좋아요 1 | URL
예전에 어디선가 본 말,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건 제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겁니다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이건 어디에서 봤는지... 어떤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다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은 아주 잊히겠네요 그런 거 생각하면 좀 슬프지만 어쩔 수 없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