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4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짧은 시간일지라도 써야지

날마다 하기 어려우면,

가끔 하루나 이틀 쉬고

쓸 게 떠오르지 않아도 생각해


언제나 잘 쓰지는 못해

글이 괜찮은 날도 있고,

영 아닌 날도 있어

그래도 쓰는 게 중요해


자꾸 쓰다 보면

쓰고 싶은 걸 쓸 날도 올 거야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23-04-03 0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자꾸 쓰다, 부지런히 쉼없이 쓰다.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는 나날이네요.
희선 님은 참 대단하십니다.
부지런히, 계속 쓰고 계셔서 말이죠.
이렇게 부지런히 생각하고, 쓰는 것 참 쉽지가 않은데 말입니다^^

희선 2023-04-05 23:45   좋아요 1 | URL
쓰기는 하는데 어떤 날은 좀 괜찮게 느끼지만 거의 별로다 생각하고 왜 썼지 할 때가 많아요 이것저것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기도 하네요 책읽는나무 님은 여러 가지 잘 쓰시는군요 저는 제 이야기 쓸 게 하나도 없어요 책읽는나무 님 글은 재미있고 따듯하기도 하네요 그런 거 자주 들려주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4-03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야 하지 생각하는데 시간이 워낙 주중에는 부족하네요ㅠㅠ 그래도 다만 5분이라도 쓰는 걸로! 희선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희선 2023-04-05 23:48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안 쓰시는 건 아니군요 중국어 알려주시면서 쓰시잖아요 거기에 맞는 이야기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쓰시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4-03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씩이라도 쓰는 게 왜이리 어려운건지 모르겠어요~~하루가 금방 후딱 지나가요.
제가 나이 들어서 그런건지 궁금해서 중1 남학생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그렇다네요.
인간은 다 그런가봐요 ㅎㅎ

희선 2023-04-05 23:52   좋아요 0 | URL
중학교 1학년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군요 세상이 빨리 돌아가서 시간도 빨리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할 거예요 좀 한가한 곳에 가면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겠지요 새로운 걸 하면... 뭔가 쓰려고 생각할 때도 시간 빨리 가는 느낌이에요 쓸 건 없는데 시간은 가는... 어떤 때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떠오르지 않기도 해요 그래도 책을 읽은 건 쓰기 시작하면 시간이 걸려도 끝나요


희선
 




39 엄마가 내게 가장 자주 한 말은?




 이 물음을 보고 엄마가 나한테 가장 자주 한 말이 뭘까 생각했을 때는 사실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 하나 생각났어.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라는 말. 그건 자주 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해.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오래돼서 바꾸지 못하기도 해. 아니 그것보다 내가 밤을 좋아해서 밤에 깨어 있고 싶어. 일어나 있는다고 달리 하는 건 없지만. 예전엔 책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쓰고 보낼 때가 더 많아.


 낮에 일어났을 때도 책 보는 거 좋아하기는 해. 어쩌다 한번 아침 공기를 맛보기도 하는데, 어쩌다 한번은 좋은데 죽 그러기는 힘들어. 이러면 안 될 텐데. 조금이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책을 더 볼 수 있을 텐데. 다른 것보다 책을 보려고 하는군. 그러고 보니 엄마가 자주 하는 말 아직 자느냐인 것 같기도 해. 난 안 자고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는데 그런 말 들으면 조금 안 좋기도 해. 어쩐지 잠만 자는 사람 같네.


 이번 거 어쩌면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한 말이 뭘까일지도 모르겠군. 어렸을 때는 더 생각나지 않기도 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한 게 아니어서. 난 말을 잘 안 하는데. 엄마는 한 말 또 하고 또 하기도 해.


 좀 듣기 싫었던 말 있기도 해. 다른 집 딸은 엄마하고 말도 잘 하는데 난 안 한다고 한 말.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난 다른 사람은 어떤데 같은 말은 거의 안 해. 남과 견주는 건 그리 좋지 않지. 다른 사람 엄마 아빠는 어떻던데 하고 부러워한 적도 거의 없는 것 같아. 부러워하면 뭐 하겠어.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나도 어렸을 때 조금 부러워했을까. 내가 잊어버린 거고 그런 적 있을지도 모르지.


 엄마가 나한테 자주 한 말은 어쩌면 아프다일지도 몰라. 아프지 않으면 좋을 텐데.


20230327








40 새롭게 해 보고 싶은 취미 생활이 있어?




 새롭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건 없어요. 제가 본래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그렇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는 편이에요. 지금 생각하니 그건 제가 할 수 있을 때예요. 못할 거 같은 건 잘 안 해요. 별로 안 좋은 건지도 모르죠. 자신이 할지 못할지 먼저 생각하다니.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해야 잘될지도 모를 텐데. 그러니 지금처럼 사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것보다는 그저 일을 크게 벌이는 거 안 좋아해요.


 하고 싶은 거 하나 있기는 하네요. 글쓰기. 지금도 쓰기는 하지만, 제대로 못 쓰는 것 같아요. 잘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그냥 씁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텐데, 그러지도 않네요. 쓸 게 없기도 해서. 쓸 게 없어도 쓰는 것도 있기는 하군요. 그건 겨우겨우 씁니다.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이 애쓰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거 생각하면 조금 안 좋기도 해요. 글로 뭐 할 건 아니지만.


 글쓰는 시간 그렇게 길지 않아요. 책을 보고 쓰는 건 얼마나 걸리든 그냥 쓰는데. 다른 건 그러지 못하는군요. 어느 정도 글을 쓰자고 생각하면 뭔가 쓸지. 생각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내겠지요. 쓰는 건 아주 조금일 듯합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것보다 책을 더 보고 싶어합니다. 책도 천천히 보기도 하니. 천천히 본다고 깊이 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뭘 해야 할지 아주 모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못하기도 안 하기도 하는 건가 봅니다.


20230328








41 오늘 가장 걱정한 일을 적어보자




 하루만 걱정하지 않는구나. 조금 쓸데없는 걱정 많이 한다. 어느 날은 비가 많이 오면 어쩌나 한다. 이건 해가 바뀐 다음 바로 하고, 조금 따듯한 봄이 오면 여름에 비 많이 오면 어쩌나 한다. 여름이 오려면 멀었는데 말이다. 그때 생각하기는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왜 걱정하느냐고. 사람이 하는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아도 될 거다 한다. 본래 뇌가 그런 걸 어떡하나. 아니 내가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건지도.


 이걸 쓰기로 하고 쓰기는 하는데, 늘 어떻게 쓰나 걱정한다. 이것도 좀 웃긴 거겠지. 쓰고 싶지 않거나 쓰기 싫으면 안 쓰면 되는데. 시작한 거여서 그만두지 못하는 나. 늘 이런 건 아니다. 쓰기는 그나마 좀 낫지. 다른 건 시작하고 이건 아니야 할 때 많다. 그런 일이 있어서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걱정한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 나도 알지만 잘 안 되는 거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할 텐데. 난 언제쯤 그렇게 하려나. 아니 그런 날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20230329








42 요즘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난 거의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아.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면 마음 편한 사람이 좋겠지. 나한테 그런 사람 있던가. 없어. 조금 슬픈 일인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래도 내가 가장 편하게 여기는 건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어. 나도 나하고 잘 지내지 못하기는 하지만, 헤어지려고 해도 헤어질 수 없기도 하잖아. 나 자신과 잘 사귀고 싶기도 해. 이건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건데 잘 안 되더라고.


 내가 어렸을 때 자주 한 말은 자신 없다는 거야. 그건 지금도 그래. 자신 없는 나. 자신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었을까. 없었던 것 같네. 있는 그대로 좋아해야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일 텐데. 그러기는 하는데, 가끔 난 왜 이럴까 할 때도 있어. 그런 거 다른 사람도 이상하게 여길 거야. 그게 뭔지. 나도 잘 생각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거 많은 것 같아. 나도 그런 내가 한심한데.


 앞에서 안 좋은 말을 조금 했군. 조금이 아닌가. 어쨌든 난 나와 있는 게 가장 편해. 이건 답이 되지 않을까.


20230330








43 자주 꾸는 꿈이 있어?




 언젠가 어떤 꿈을 여러 번 꿔서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그 꿈은 잘 안 꾼다. 아니 언젠가 다시 꾸려나.


 한동안 신발 잃어버리는 꿈을 꾼 듯하다. 어딘가에 들어갈 때 분명히 신발을 벗어두었는데, 나중에 신으려고 하니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 신발은 다 있는데 내 신발만 없어서 안 좋았다. 꿈에선 언제나 그렇지. 그런 꿈을 자주 꿔서,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이 어떤지 찾아보니 별로 안 좋았다. 실제 그때 안 좋은 일이 있기는 했다. 그렇다고 꿈이 다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버스를 탔는데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한 꿈이나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모를 꿈도 여러 번 꿨다. 거의 밤에 버스를 탔다. 난 밤엔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버스는 더 안 타는데. 어딘가에 갔다가 늦게 온 적이 한번도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실제 그런 일은 별로 없다.


 꿈에서 여러 번 동전을 주웠다. 이것도 아주 좋은 건 아닌 듯하다. 이런 꿈은 나만 꾸는 게 아닌 듯하다. 꿈속에서 주운 동전은 오백원짜리였다. 아무리 꿈속에서 오백원짜리 동전 주워봤자 뭐 하나. 그런 꿈 꾸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런 꿈 꾸고 실제 동전이나 돈을 주운 적은 한번도 없다.


 학교에 다니는 꿈도 여러 번 꿨다. 이건 몇해 전에 그랬구나. 시험 보는 날이었다. 다른 사람은 시험 문제를 잘 푸는데 나만 못 푸는 거다. 시간은 흐르고 문제는 많이 남은. 이것도 무슨 걱정 때문에 꾼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도 꿈에서 나만 뭔가를 못했는데, 그게 뭐였는지는 잊어버렸다.


 꿈이 자신의 무의식이겠지만, 그게 다 뭔가를 나타내는 건 아닐 거다. 뭔가를 나타내는 것도 있겠지만. 예지몽 같은 걸 꾼 적도 있는데, 그런 꿈은 그때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서야 그거였나 한다. 난 꿈을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더 마음 편하지 않나.


20230331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왔다. 사월 첫날 둘째날은 그냥 보냈구나. 셋째날부터 잘 지낼지. 그러고 싶은데 잘 될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4-03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5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3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5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낮동안 뜨거웠던 열기는 밤이 오고,

천천히 식는다


밤은 낮에 들떴던 건 가라앉히고,

뜨거웠던 건 식힌다


세상은 밤에 조용하게 가라앉아도,

꿈꾸는 마음은 밤에도 뜨겁다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23-03-31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요즘 너무 일찍 자버리는 바람에 뜨거운 밤을 못 만나요. ㅠ.ㅠ
잘 지내셨죠? 오랫만에 인사드러요. ^^

희선 2023-04-02 23:31   좋아요 1 | URL
삼월이 참 빨리 가고 사월이 왔네요 지난달엔 바쁘신가 보다 했습니다 오랜만에 일을 하시고 거기에 적응하셔야 해서 힘도 드셨겠네요 사월엔 조금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3-03-31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낮에는 기온이 많이 올라가는데, 아직은 아침 저녁은 조금 추울 시기예요.
일교차도 큰 편이고요.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예요.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4-02 23:35   좋아요 1 | URL
사월 이틀째가 가는군요 새로운 달이 왔는데 여전하다니... 새로운 주부터는... 생각만 하지 않아야 할 텐데... 따듯해도 미세먼지가 심하면 하늘이 흐리기도 하네요 늘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걷는 게 좋겠네요 그래야 할 텐데...


희선
 
뽀짜툰 9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9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봤는지 잊어버렸는데, 《뽀짜툰》은 8권을 처음으로 봤다. 처음엔 그게 8권인지 몰랐다. 제목 밑 발자국 안에 8자는 나중에 보았다. 그걸 보고 이 책이 꽤 많이 나왔구나 했다. 채유리는 고양이 한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와 살았다. 가장 많을 때는 다섯 마리였다. 그 이야기는 앞에 있을 것 같다. 8권을 가장 먼저 봤으니, 뒤로 돌아가도 괜찮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다. 8권 보고 다음 권이 나올까 했는데 2022년 3월에 9권이 나왔다. ‘뽀짜툰’은 카카오톡 웹툰에 연재하는가 보다. 연재하고 책으로도 나와서 좋겠다. 고양이와 함께 보낸 걸 책으로 간직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지난번 8권에는 고양이 한마리를 떠나 보낸 이야기와 또 한마리와 함께 살게 된 이야기가 있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는 쪼꼬였다. 암으로 죽은 것 같은데. 사람 아픈 것도 힘들지만, 함께 사는 동물이 아픈 것도 힘들겠다. 아파도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채유리는 고양이 여러 마리와 살고 아플 때 돌보기도 해서 이제 고양이 약 먹이기는 잘했다. 그런 게 익숙해져도. 고양이한테도 영양제를 먹이는구나. 그게 고양이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빨도 닦아줘야 하다니. 그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채유리는 고양이 셋 포비 봉구 꽁지 이빨을 닦이고 간식을 주었다. 사람도 이 닦고 바로 뭐 먹으면 안 좋은데. 자기 전에 이 닦으면 아무것도 안 먹어야지. 포비와 봉구는 이빨을 닦은 다음에 주는 간식을 먹으려고 이빨 닦기 참았다. 그런 거 귀엽기도 하구나. 꽁지는 간식이 맛없는지 이빨 닦아도 안 먹었는데, 다른 걸 주니 그건 먹었다. 고양이도 식성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몇해 동안 고양이랑 살면 자신이 지어준 이름이 아니어도 이름 기억할 텐데, 채유리 아버지는 고양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걸까. 채유리 아버지는 이름이 아닌 고양이라 했다. 남 말할 처지가 아니다. 난 알아도 이름 안 부를지도. 내가 이름 지어주면 말하려나. 모르겠다. 아마 난 아예 이름 지어주지 않을지도. 사람한테도 거의 말 안 하는데 동물한테라고 할까. 안 하겠지. 갑자기 무뚝뚝한 나를 생각하다니. 난 실제 고양이와 살기보다 그저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게 낫다. 남이 고양이나 개와 사는 이야기. 고양이 개뿐 아니라 다른 동물과 사는 사람도 있겠다. 전에도 말했는데, 동물과 함께 살면 끝까지 갔으면 한다. 함께 살지 못할 사정이 생긴다면 좋은 사람한테 보내주길.


 누군가는 개와 더 잘 살려고 시골로 이사하기도 하는데. 채유리는 이사는 못했지만, 단독주택에서 포비 봉구 꽁지와 살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아파트에서 냄새가 난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가 보다. 그건 어느 집에서 간장을 담아서 난 냄새였다. 그 냄새 때문에 포비가 토하기도 했다. 다른 집에서 공사를 하자 그때는 포비뿐 아니라 꽁지도 토했다. 봉구는 화를 냈다. 고양이는 안정된 걸 좋아하는구나. 아니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안 좋고 공사하는 소리도 무척 안 좋다. 단독주택에서 살면 그런 일 덜하겠지. 채유리는 돈이 많이 들 만한 집을 생각했다. 돈을 벌면 그런 집으로 이사할지도. 오래전에 채유리 집은 형편이 아주 안 좋아졌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부모님이 고생했겠다. 고양이도 건강하기를 바라고 채유리 부모님도 건강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 하니 채유리는 자궁에 혹이 다시 생겨서 수술해야 했는데 포비 봉구 꽁지를 두고 어떻게 병원에 가나 하다 수술을 미뤘다. 몇달이 지난 밤 채유리는 배가 아팠는데 가라앉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는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금도 그렇구나. 병원에 가니 맹장이 부었다고 했다. 한번에 두 가지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고 채유리는 포비 봉구 꽁지가 걱정돼서 집에 있는 언니와 화상통화를 하고 고양이한테 말했는데, 고양이는 화면을 못 봤다. 소리가 들리는 것만 이상하게 여겼다. 뭐 그렇겠지. 채유리가 병원에 있다 한주 만에 돌아오니 봉구는 바로 숨고 포비는 누워있고 꽁지만이 반겼다. 본래 꽁지는 아무나 좋아한다. 고양이도 성격이 다 다르구나. 시간이 흐르고 봉구와 포비는 예전처럼 굴었다. 이런 걸 보고 부모 마음을 자식은 모른다고 해도 될까. ‘엄마가 사라졌다’는 제목 보고 나는 채유리 엄마가 어딘가에 갔나 했는데, 이 말은 포비 봉구 꽁지 처지에서 한 거였다.


 하나가 아닌 셋이어서 우당탕탕 시끄러운 날도 있지만, 포비 봉구 꽁지는 귀여웠다. 그런 애들과 사는 것도 즐겁겠지. 언젠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슬프겠지만. 채유리는 다른 고양이와 여러 번 헤어졌구나. 가끔 꿈에 나온단다. 좋은 꿈이기를.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삶에서 겨우 한번뿐인 만남인데,

나비는 꽃을 보자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꽃도 다르지 않았다


꽃과 나비는 한번 만나지만,

그 만남은 오래오래 이어진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나비가 잘 보이지 않는구나. 어딘가에선 여전히 나비와 꽃이 만나겠지.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거리의화가 2023-03-30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요즘 나비를 도심에서 보기는 쉽지 않네요. 공원 같은데 가면 좀 보이려나... 거기서도 잘 못 본 것 같고;;;
꽃이 있으면 나비가 있어야 할텐데 요즘 꽃에도 물기가 없어서 양분이 없을 것 같아요ㅜㅜ

희선 2023-03-31 02:14   좋아요 1 | URL
나비는 좀 더 있어야 나타날지도 모르겠어요 배추흰나비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배추가 나야 할 듯... 몇해 전에 벚꽃을 가까이에서 보니 거기에 벌이 있더군요 그거 보고 벌이 있네 하고 조금 다행스럽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때보다 더 줄었겠습니다 다음주에 비 온다고 하는데, 얼마나 올지 모르겠네요


희선

scott 2023-03-30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은 보여도 나비 구경하기 힘든 서울 도심 속에서 우리 눈에 안보이는 곳 어딘가에서 날아 다니겠죠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는 요즘 피어 있는 꽃 들의 크기가 예년의 봄과 달리 작아진 것 같습니다 ^^

희선 2023-03-31 02:17   좋아요 1 | URL
지금 생각하니 나비는 도시 같은 곳보다 산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흰 나비 본 것 같기는 한데, 호랑나비는 가을쯤에 봤어요 나비 잘 안 보여도 어딘가에서 날아 다니겠죠 그러기를 바랍니다

어디나 건조하네요 이번엔 더한 것 같기도 합니다 비가 왔지만 그렇게 많이 오지 않고... 날씨 들으니 오월 같은 때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더웠나 했습니다 아침엔 좀 춥던데...


희선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4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