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4 소설 보다
성혜령.이주혜.이희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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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하고 겨울로 끝나.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 건 한해에 두번이나 찾아와서가 아닐까. 이런 생각 이번에 처음 한 것 같아. 새해가 온 겨울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덜 들어. 겨울이 가고 봄이 와야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해. 시작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건데, 그렇게 느끼다니 좀 웃기지. 이건 학교를 다닌 버릇 때문일지도 몰라. 학교는 봄부터 시작하잖아. 어릴 때 새학년 올라가는 게 싫었는데. 왜 그때 잘 지내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 그렇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이번에 만난 《소설 보다 : 겨울 2024》에는 소설 세편이 담겼어. 새학년이나 새로 시작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어. 겨울하고도. 이건 그저 겨울에 나온 거야. 성혜령 소설 <운석>을 보면서 한국에서 ‘운석’ 주운 사람 있으려나 하는 생각했어. 어디선가 보니 운석은 비싸다던데, 진짜 그럴까. 소설에도 그런 말이 잠깐 나오는데, 돈을 바라고 팔지는 않아. 운이 좋을 거다 여기고 가지고 있었어. 백주와 인한이 결혼하고 집을 샀을 때 인한 어머니가 백주한테 운석을 줘. 집 사는 데 돈을 보태주지 못했다면서. 그건 지나간 일이군. 그 인한은 백주와 결혼하고 다섯해쯤 함께 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왜 인한은 그랬을지. 백주가 인한을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면 인한은 살았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아무 까닭이 없어도 사람은 아프기도 하다니. 그럴지도 모르지. 인한 동생 설경은 어릴 때 부모가 자신과 오빠를 차별했다 여겼는데, 인한은 좀 다르게 말했어. 그런 거 신기하기도 해. 차별받지 않는 사람은 다르게 볼지도. 설경과 백주가 운석에서 들은 ‘꺼내줘’ 하는 말은 인한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자기 마음은 자신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힘든 사람도 있겠어. 누군가 그 사람을 이 세상에 붙잡아 두려고 해야 할지도. 백주는 운석을 떨어뜨리고 그제야 슬픔을 느낀 것 같기도 해. 인한이 죽었다는 걸 실감한.


 두번째 소설 <여름 손님입니까>(이주혜)도 좀 쓸쓸한 느낌이 들어. ‘나’는 서른해쯤 전에 일본으로 간 언니가 엄마한테 딸 결혼식에 와달라고 해서 엄마 대신 가. 언니는 엄마 오빠 딸이었어(사촌 언니군). ‘나’가 어릴 때는 자신과 열두살 차이 나는 언니로 여겼는데. 친엄마가 아니었다 해도 엄마와 언니는 가까운 사이였을 텐데, 언니는 스무살이 되고 일본으로 가서 살아. 그때 엄마는 첫째딸을 잃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 ‘나’는 엄마를 잃은 느낌이었어. 아빠는 언니를 손님이다 했어. 그렇게 말하다니. 핏줄이 아니어도 식구로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 언니는 그런 게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어. 싫었다기보다 슬펐다고 해야 할까. 이 이야기는 현실보다 환상 같은 느낌도 들어. 여름 신기루.


 마지막 이희주 소설 <최애의 아이>는 놀라운 이야기야. 앞부분에서는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했는데, 뒤에서 반전이. 그걸 반전이다 하다니.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 아니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 윤리를 생각해야지. 아무리 돈이 좋고 사람을 상품으로 여긴다 해도 좀. 우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박유리 아이를 가지려고 해. 인공수정으로. 그걸 하는 데 드는 돈은 적지 않아. 그걸 할 수 있는 우미군. 이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우미는 돈 많이 버는 일을 하고 집에 차도 있더라고. 그러면 편하게 혼자 살아도 될 텐데. 좋아하는 게 아이돌이라니.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열세살에 사진을 기획사에 보내고 그쪽 일을 할 수도 있으면 해야 한대. 아이는 자기 삶을 못 사는 거네.


 우미가 아이를 낳고 박유리 정자로 알았던 게 다른 사람 거였다는 걸 알게 돼. 우미만 속은 게 아닐 거야. 이 이야기는 비극이기도 해. 우미가 아이를 죽이니 말이야. 박유리 아이가 아니어서. 아이가 무슨 죄인지. 많은 사람을 속인 사람이 나쁘지. 그런 거 기획사도 공범인 건가. 별 생각을 다했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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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다





모든 게 덧없다

──알지


모든 게 부질없다

──알지


모든 게 쓸데없어

──그래


모든 게 덧없고

모든 게 부질없고

모든 게 쓸데없다 해도


살지,

살아야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세상에 해는 덜 끼치고

즐겁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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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4 소설 보다
성혜령.이주혜.이희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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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지만 겨울 이야기만 담긴 건 아니다. 겨울 이야기는 아주 없구나. 그저 겨울에 나왔을 뿐이다. 소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 보는 거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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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시고

제정신으로 지내지 못하고

둘레 사람을 괴롭혔네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없으면서

힘든 척

괴로운 척을 했네


머리는 텅텅 비고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무엇이든 남 탓을 했지


사람 같지도 않고

사람이다 할 수 없는

미친……


세상 어딘가에

아직도 살아 있다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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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9-21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쁜 사람이네요... 그에 걸맞는 결말이 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5-09-27 17:52   좋아요 1 | URL
나쁜 사람은 벌을 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사람이 더 편하게 잘살기도 하죠


희선

2025-09-21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27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26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27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ブスに花束を。 (3) (角川コミックス·エ-ス) (コミック)
作樂 ロク / KADOKAWA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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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에게 꽃다발을 3(사쿠라 로쿠), 시간은 흐르고 여름이 왔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건 당연한가. 여름방학도 시작됐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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