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유령 I LOVE 그림책
레모니 스니켓 지음, 리사 브라운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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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그림책을 하나 만났는데 이번에 또 만났어. 이런 그림책에 그림 그리기 쉽지 않겠지.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그림을 못 그려. 글로 그림을 그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그 그림은 사람마다 다를 거야. 책을 보다보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있잖아. 그림을 보고 이렇구나 하는 것도 좋지만 글을 보고 나름대로 상상하는 것도 괜찮아. 상상하려면 본 게 많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어릴 때 이런저런 그림책 많이 보는 게 좋겠어. 그러면 나중에 글만 보고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을 떠올리겠지. 그걸 그림으로 그리는 사람도 있겠어. 난 그렇게 못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금붕어 유령이 부럽더군. 금붕어 유령은 혼자였다가 둘이 됐거든. 같은 금붕어 유령을 만난 건 아니야. 금붕어 유령은 등대지기 유령을 만나고 둘은 친구가 됐어. 금붕어 유령이 등대지기 유령을 만나게 된 건 금붕어 유령이 친구를 찾으려고 해설지도 모르겠어. 친구 찾기는 쉽지 않은데. 금붕어 유령이 본 갈매기나 많은 사람은 금붕어 유령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 바다 물고기 유령하고도 친구가 되지 못했어. 금붕어 유령은 바다가 넓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마음이 맞는 친구 찾기는 힘들어. 자신은 친구라 여겨도 상대는 그런 마음이 아닐 때도 있어. 그런 건 어쩔 수 없겠지. 다른 사람 마음이니. 자신만 친구라 생각하는 것도 아주 안 좋은 건 아니겠지. 너랑 난 친구잖아, 같은 말 안 하면 되잖아. 이런 말하니 내가 좀 바보 같군. 친구는 친구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닌데.

 

 유령은 밤에 돌아다닐 것 같기도 한데 금붕어 유령은 낮에 돌아다니다 밤이 오자 집으로 가려고 했어. 집에 가니 어항 속에 다른 금붕어가 있지 뭐야. 그 금붕어는 유령이 아니었어. 유령이 아니어도 친구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붕어 유령은 달빛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 그때 “나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들려. 그 말은 등대에서 들렸어. 등대지기 유령은 금붕어 유령을 지켜봤대. 등대지기 유령은 등대를 떠나지 않고 줄곧 거기에 혼자 있었나 봐. 이젠 금붕어 유령과 함께야. 둘은 등대에서 조용히 세상을 바라봤어. 그거 조금 괜찮지 않아. 친구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편해야겠지. 모든 친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금붕어 유령이 친구를 찾아서 다행이야. 등대지기 유령도 마찬가지군. 친구는 아주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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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정원 -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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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그림책이 보고 싶다. 이건 마음먹고 봐야 한다. 그냥 보면 될 텐데. 지금은 내가 어릴 때보다 좋은 어린이책이 많다. 그림책과 동화. 내가 어릴 때 그림책을 봤다면 어땠을지. 그림이 좋아서 자꾸 보고 그림 그리기 좋아했을까. 그림 못 그리지만 보는 건 좋아한다. 그렇다고 전시회에 가지는 않고 거의 책 보면서 본다. 그런 것도 가끔 보고 그림을 깊이 못 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그림은 자꾸 본다고 하던데. 그림책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제 난 그림보다 글에 익숙해서. 그림책을 봐도 글을 더 본다. 글은 짧아서 바로 보고 만다. 책을 한번 다 보고 그림을 넘겨 봐도 괜찮겠다. 이걸 쓰고 한번 그렇게 해볼까.

 

 난 집이 아닌 다른 데서 살게 되면 무척 싫을 듯한데, 리디아는 외삼촌 집에 가는 걸 받아들였다. 이 책 시대 배경은 미국 경제가 아주 안 좋을 때가 아닌가 싶다. 리디아 엄마 아빠가 할 일이 없다는 걸 보니. 리디아는 시골에 살아서 꽃씨 뿌리고 식물 기르기를 좋아했다. 리디아가 가는 외삼촌 집은 도시에 있었다. 리디아는 자신이 식물 기르기를 좋아하고, 지금은 못하지만 빵 만들기도 잘 배우겠다고 한다. 글은 리디아가 외삼촌과 할머니 엄마 아빠한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외삼촌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잘 웃지 않았다. 리디아는 외삼촌이 웃었으면 해서 외삼촌한테 시를 지어주었다. 외삼촌이 시를 보고 웃지는 않았지만 시를 읽고 그 종이를 잘 두었다. 리디아는 외삼촌 집에 있는 조건으로 일도 해야 했을지. 리디아한테 힘든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니고 잔일을 시키려 했던 건지도. 리디아는 빵집에서 일하는 아저씨와 아줌마와 잘 지내고 빵반죽도 배운다. 할머니는 리디아한테 꽃씨뿐 아니라 흙도 보내주었다. 새싹을 흙과 보낸 거였던가. 리디아가 할머니 엄마 아빠를 떠나 살았지만 편지를 써서 괜찮았겠다. 리디아가 심은 꽃씨는 차례차례 꽃을 피우고 이웃이 리디아한테 꽃씨를 주기도 했다.

 

 리디아는 어떤 일을 꾸몄다. 그게 외삼촌을 기쁘게 하리라고 여겼다. 리디아가 생각한 걸 빵집에서 일하는 엠마 아줌마도 도와주었다. 그건 하루이틀에 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그런 걸 만들어 보여준다면 웃지 않고 못 배길 거다. 리디아가 마음과 시간을 들여 만든 건 옥상 뜰이다. 외삼촌은 그걸 보고 기뻐하고 웃었다. 외삼촌이 드디어 웃었구나. 외삼촌은 리디아한테 꽃이 가득한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다. 리디아도 웃었다. 얼마 뒤 리디아는 집으로 돌아간다. 외삼촌은 아쉬웠겠다. 그래도 리디아가 만든 옥상 뜰이 있으니 괜찮겠지. 그걸 가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 도시에 나무나 꽃을 더 많이 심으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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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06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책도, 동화책도, 자연도 우리를 위로해 줍니다. 어쩌면 사람이 해 줄 수 없는 위로를...

희선 2020-11-07 00:34   좋아요 1 | URL
그림이나 이야기가 사람을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자연이 주는 위로는 더 큰 듯합니다 바로 밖으로 나가면 되지요 나무나 꽃이 많은 곳에 가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게 아니어도 그저 하늘을 보고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괜찮지요


희선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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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잊고 잃어버린 건 뭘까. 지금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별로 없다. 그렇게 좋았던 때는 없어서. 괜찮았던 때가 없었던 건 아니겠지만 다 지나버려 생각나지 않는다. 별거 없어도 무언가를 꿈꾸던 나. 어릴 때는 거의 그러기는 하는구나. 그때도 그렇게 큰걸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내고 싶다.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은 이것저것 바라는 거 많을지도 모를 텐데. 무언가를 바라면 그걸 얻으려고 애써야 한다. 난 그러기 싫어서. 몸을 많이 쓰는 것도 힘들고 마음을 많이 쓰는 것도 힘들어서. 난 좀 답답해서 무언가를 하면 그것만 한다. 일을 해도 조금 놀기도 해야 하는데, 난 그런 거 못한다. 이런 말 언젠가 했는데 또 했다. 이 책하고 상관없는 말을 한 것도 같다.

 

 여기에는 짧은 소설이 열세편 담겼다. 마음산책에서 이런 책 여러 권 나왔다. 내가 본 건 정이현 이기호가 쓴 두권이다. 이번이 세번째구나. 백수린이 쓴 짧은 소설은 쓸쓸하면서도 따스하다. 평범한 사람 이야기다. 이 소설에 나온 사람이 어딘가에 살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멋진 날>에서 여자는 결혼하고 두 아이가 있는데, 바닷가에서 낯선 남자가 자신의 발을 예쁘다고 해서 그날을 멋진 날로 기억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한 것도 괜찮았겠지.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머지 이야기도 그리 다르지 않다.

 

 어릴 때는 부모가 멋지게 보이기도 하는데(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부모가 나이 들면 안 좋아질까 걱정하기도 하는구나. 아니 <완벽한 휴가>에서 주희는 공항에서 더위를 피하면서 젊은 시절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때가 그리운 건지도. <그 새벽의 온기>에서 ‘나’는 다음날 일하러 가야 하는데 쉬이 잠들지 못했다. ‘나’는 뒤척이다가 예전에는 누군가 자신과 있었는데 이젠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함을 느낀다. ‘나’가 뒤척이는데 얼마전에 길에서 데리고 온 개가 ‘나’한테 다가온다. ‘나’는 개한테서 따스함을 느꼈다. <봄날 동물원>에서는 사촌누나가 영수를 만나러 동물원에 오는데 얼마 뒤 사촌누나가 죽는다. 췌장암이었다. 사촌누나는 화가가 그린 그림은 영원히 남는다는 말을 했는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한 말이었나 보다. 사촌누나는 어릴 때 외로웠는데. 나중에는 괜찮았을지. 어릴 때 영수가 자신을 잘 따라서 많이 외롭지 않았을 거다.

 

 서로 좋아하고 뭐든 좋아 보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시간이 가면 왜 그런 마음이 덜할까. 사귀는 두 사람 이야기, 사귀다 결혼한 부부 이야기도 나온다. <어떤 끝>은 다시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제목부터 ‘어떤 끝’이구나. 그래도 <누구한테나 필요한 비치 타올>에서 부부는 아직 괜찮을 것 같다. 상준은 효진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엄마와 딸이 프랑스에 떠나기도 한다. 딸은 엄마가 여행을 즐기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않는 걸 보고 조금 화를 낸다. 새벽에 딸은 엄마와 아빠가 만난 이야기를 듣고 젊은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기도 한다. 잠든 엄마 얼굴을 본 딸은 마음이 풀린다. 이런 일 실제 겪은 사람 있을 듯하다. 다른 나라에 가서도 돈을 아끼려는 엄마 때문에 속상한 자식.

 

 여기 담긴 소설을 보면 슬퍼도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슬픔과 따스함이 담겼다고 해야 할까. 사람이 사는 게 그런 듯하다. 슬픈 일이 있다 해도 아주 작은 일에도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나. 그런 일이 있기에 사는 거겠지.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워도.

 

 

 

희선

 

 

 

 

☆―

 

 상준은 생각했다. 이 세계는 사람들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고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들고 남한테 잔인해지도록 종용하지만, 이런 세계에 살더라도 그가 아내한테 주고 싶은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치 타올>에서,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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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21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츠다 타쿠야 / 秋田書店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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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21

미츠다 타쿠야

 

 

 

 

 

 

 내가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뭔가를 열심히 한 적 있던가. 없는 것 같다. 중학교 때던가 학교에서 합창대회를 해서 반 아이들과 연습한 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체육대회 때도 응원연습 했구나. 그래도 그건 잠시만 하면 되는 거여서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 다니는 내내 학교 끝나고도 연습해야 했다면 하기 싫었을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합창부를 했는데, 날마다 늦게까지 연습해서 싫었다. 노래하는 거 좋아해서 합창부에 들어갔는데, 다른 친구는 집에 가는데 나만 남아서 어쩐지 쓸쓸했다. 합창부 아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친한 사람은 없었다. 그것보다 선생님이 무서웠다. 난 어떤 선생님이든 무섭게 여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른 학교로 가서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 뒤로는 합창이나 음악부랑 상관없는 데 들어갔다. 그건 그것대로 재미없었다. 거기에는 문예부도 있었구나. 그때 글 쓰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랬다.

 

 학교 다닐 때 난 왜 즐겁게 한 게 없을까. 어쩌면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그걸 이제 안 듯하다. 그래도 그때는 어떻게든 지냈구나. <메이저 세컨드>가 벌써 21권이다. 16권 나오고 좀 오래 쉬고 17권 나왔지만. 시게노 다이고가 주장인 후린중학교 야구부에는 여자아이가 더 많다. 다이고가 1학년 때 야구부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감독은 그만두고 야구부는 쉬어야 했나 보다. 다이고가 2학년이 되고 야구부 다시 시작했다. 다이고는 야구부를 잘 이끌어가고 여자아이가 많아도 경기 잘했다. 그러다 다이고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히카루를 츠지도 야구부와 한 연습경기에서 다시 만나고, 다이고는 히카루가 다이고한테 편하게 야구했다는 식으로 말해서 충격받았다. 감독도 없는 후린중학교 야구부를 주장인 다이고가 잘 이끌었는데 그런 걸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았겠지. 이제 다이고가 감독 자리까지 채우지 않아도 된다. 후린중학교에 감독이 왔다. 바로 사토 토시야로 프로 야구선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야구를 했다.

 

 처음에 연습 많이 하는 모습이 나오고 토시야가 다이고한테 후린중학교 야구부가 세지려면 다이고가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책날개에도 그게 있어서 맨 처음에 봤는데, 그거 정말인가 했다. 다행하게도 그건 다이고 꿈이었다. 감독이 오는 첫날 그런 꿈을 꾸다니. 다이고도 그랬지만 여자아이들은 더 기대했다. 다른 때보다 멋내고 온 듯했다. 첫날이니 그럴 만했겠다. 토시야는 가장 먼저 아이들과 이야기했다. 한사람 한사람과.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선생님뿐 아니라 어른하고 말하는 거 무척 어려웠다. 지금도 다르지 않고 어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렵다. 별로 상관없는 말을 했다. 토시야는 바로 아이들한테 새로운 연습을 시키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지 알아보려 했구나. 처음 만났으니 그랬겠다. 다이고 아빠인 고로는 그러지 않았겠다. 고문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야구부에 감독이 생겨서 고문 선생님은 이제 편해지겠다 생각했는데 아침 연습 시간뿐 아니라 오후에도 남았다.

 

 야구팀을 처음 만난 감독이라면 다음에 무엇이 알고 싶을까. 아이들 실력이겠지. 토시야와 도우미 두 사람이 아이들과 경기하기로 한다. 도우미는 판다 탈을 쓰고 나타났다. 얼굴이 안 보이게 하려고 했는데 다이고는 그게 누군지 알아봤다. 다이고 아빠였다. 교장한테 들키면 안 된다고 여기고 변장한 거다. 판다 탈 속에 판다 복면을 썼다. 그 모습 좀 웃겼다. 중학생 아이들 실력을 알아보려고 하는 경기였는데 고로는 진심으로 했다. 그건 타자였을 때구나. 공은 오른팔로 던졌다. 고로가 이제는 투수가 아니지만 고로는 어렸을 때 오른쪽 어깨를 다치고 왼팔로 공을 던졌다. 그렇게 하는 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고로는 어렸을 때 엄청나게 애써서 왼팔로 공을 던지게 됐다. 야구를 좋아해서 그랬겠지. 오른쪽 어깨도 야구 때문에 그렇게 됐을 텐데. 고로는 야구를 못하게 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라도 하려고 했구나.

 

 중학교 야구부는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함께 하는 곳이 있어도 고등학교는 없을 거다. 어떤 운동이든 그럴지도. 중학생 때부터 여자아이 남자아이는 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도 토시야와 고로는 아이들과 경기해 보고 여자아이들이 잘한다고 여겼다. 토시야는 여자아이들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끼리 해도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지만, 어른이 도와줘서 다행이구나. 교장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무슨 계획인가를 그만두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렇다 해도 야구부 그냥 두면 안 될까. 무츠코는 츠지도와 연습경기하고 자신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공 던지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토시야가 알게 해줬구나. 토시야는 아이들 모두한테 공을 던지게 한다. 투수가 더 있으면 경기할 때 좋겠지. 아이들이 다 공을 던졌지만 무츠코나 니시나 말고 투수로 맞는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토시야는 매니저라 한 치요를 보고 치요한테도 공을 던져보라고 한다. 치요는 키가 크고 팔다리도 길다. 그런 사람은 투수에 어울릴까. 치요가 던진 공은 좀 느렸지만 소질은 있어 보였다. 앞으로 훈련하면 공이 빨라지겠다.

 

 치요는 선수 그것도 투수하는 건 부담스럽게 여겼다. 자신은 야구 못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은데. 치요만 자신없는 건 아니다. 다른 아이도 다르지 않았다. 니시나가 치요한테 아침에 함께 달리자고 하니 한다고 했다. 치요는 야구를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들어온 치바는 아직 야구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다. 연습 빼먹고 자신은 열심히 안 해도 봄에는 자신이 주전이 된다고 했다. 토시야는 아이들을 잘 봤다. 치바가 몸이 안 좋아서 한동안 아침 연습이나 오후 연습 못한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토시야는 치바한테 야구 제대로 할 마음이 없으면 그만두라 한다. 아니 바로는 아니고 다시 마음먹고 할 생각이면 다음날 아침 연습에 늦지 마라 했다. 치바는 다른 아이들과 진지하게 야구할까.

 

 봄까지 앞으로 넉달 남았고 그동안 후린중학교 야구부는 달라질 것 같다. 다이고는 히카루가 있는 츠지도한테 이기고 싶어하고 지금 아이들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츠지도와 다시 경기하고 그렇게 되면 재미있을 텐데. 훈련하는 건 힘들지라도 그걸 하고 실력이 늘면 기분 좋겠다. 운동만 그런 건 아니구나. 뭐든 하면 좀 나아진다. 글은 빨리 늘지 않는 것 같지만. 후린중학교 야구부 아이들이 앞으로도 즐겁게 야구하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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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の日にかえりたい (實業之日本社文庫) (文庫)
이누이 루카 / 實業之日本社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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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사람은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을까. 지금 난 없는 것 같아. 돌아간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바꾸지 못한다 해도 그날을 다시 산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날은 아주 중요한 날이어야 할 것 같군. 무언가 결정하거나 무슨 일이 일어나는 날. 그런 걸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난 그런 건 없어. 지금까지 뭐 하고 산 거지.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돌아간다면 나 자신이 없었던 때로 가고 내가 세상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 이런 생각 별로인 것 같기도 해.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니. 앞으로 기억할 만한 일이나, 그런 날이 다가오면 좋겠어. 그러려면 그런 날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 올지 안 올지 모를 날을 생각하고 준비한다니, 다시 생각하니 귀찮군. 그냥 대충 살래.

 

 나한테는 별일 없다 해도 소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는 건 재미있어. 소설은 그냥 지나가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난 이 책을 보고 생각나는 게 없지만, 누군가는 자기 일과 겹쳐볼지도 모르겠어. 현실과 환상이 섞이기는 했지만. <한밤의 동물원>에서 엔도 다다시는 학교에서 친구한테 괴롭힘 당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그런 말 못해. 여름방학 때 다다시는 아빠한테 혼나고 집을 나갈 생각을 하고 나가. 그날 다다시는 동물원에 가게 돼. 거기에서 만난 사육사 아저씨는 다다시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고 동물을 보게 해줘. 다다시는 동물원에 있을 때 마음 편했어. 자신은 사람보다 동물을 상대하고 싶다고 생각해. 사육사 아저씨는 그런 다다시한테 동물원에서 일하려면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좋아해야 한다고 해. 다다시는 나중에 동물원에서 일하게 돼. 하지만 동물원에 오는 사람이 적어서 어떻게 하면 사람이 올까 하다가 자신이 어릴 때 밤에 간 동물원을 떠올리고 자신이 일하는 동물원을 바꾸어. 그 뒤에 다다시가 일하는 동물원 문 닫지 않았기를. 난 다다시가 만난 사육사 아저씨 다다시 자신 같아.

 

 두번째 이야기 <시간을 달리는 소년>은 슬프면서도 따듯해.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니시다 하지메는 모르는 마을에서 정신을 차리고 모르는 아줌마한테 도움 받아. 그 아줌마는 하지메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가고 하지메와 여러 가지를 해. 그건 하지메가 새엄마하고 하고 싶었던 거였어. 이건 누구 바람이 컸을까. 하지메일지 하지메 새엄마일지. 하지메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간 아줌마는 나이든 하지메 새엄마였어. 하지메는 지진이 일어난 날 모습 그대로였고. 하지메와 새엄마가 지진이 일어나고도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시간은 없었군. 다음 이야기는 이 책 제목과 같은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야. 이건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우연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그걸 기적이라 여겨야 할까. 요양원에 자원봉사를 간 이시바시 가요는 자신을 보고 놀란 이시바시를 상대해. 성이 같지. 이시바시 아내 이름은 가요코였어. 이시바시는 가요한테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이시바시가 돌아가고 싶은 날은 이시바시 아내가 죽은 날이었어. 그리고 그날은 가요가 태어난 날이기도 했어. 대단한 우연이지.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 이시바시는 아내가 죽은 날로 가서 자신이 아내를 죽게 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말 때문에. 이시바시는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여겼는데, 어쩌면 그때 자신이 그곳에 갔던 걸지도. 그건 나중에 일어나는 일이니 몰랐던 거지.

 

 고바야시 유키에는 이사 준비를 하다 열다섯해 전에 친구와 만나기로 한 걸 기억해내고 얼마 뒤 친구를 만나러 가. 유키에는 소프트볼부 친구 넷과 친하게 지냈어. 유키에는 친구가 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유키에는 뱀불꽃을 태워. 그랬더니 친구들이 나타났어. 유키에는 나이를 먹었지만 친구들은 열다섯해 전 그대로였어. 유키에는 친구들과 불꽃놀이 한 날과 똑같이 행동해. 시간이 늦어서 친구들과 헤어지지만, 아유미가 유키에를 자전거에 태우고 역에 바래다줘. 그것도 그날과 같았어. 그때 아유미는 유키에한테 자신도 나이 먹고 싶었다고 말해. 유키에를 빼고 다른 네 친구는 예전에 죽었어. 유키에는 자신도 그때 죽어야 했는데 하면서 지금까지 산 것 같아.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는 마음이 바뀌어. 사고가 없었다면 유키에와 친구는 지금도 잘 지냈을 텐데. 아니 연락이 끊긴다 해도 살아 있는 게 더 나았을지도. <did not finish>는 돌고도는 이야기 같아. 죽음의 순간 자신을 돌아보고 어린시절 자신한테 가다니. 오구로는 어린 자신을 보면 스키는 하지 마라 하려 했는데, 그 말이 아닌 스키를 하라고 해. 오구로는 어릴 때 나이 든 자기 자신한테 들은 말을 믿고 스키를 했던 거였어. 오구로는 아무도 이르지 못한 곳에 죽을 때쯤에야 가는 것 같아. 그게 괜찮은 건지 별로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오구로는 자신이 스키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

 

 마지막 이야기 <밤 산책>은 밤에 걷는 사람을 하라구치 아키코가 만나는 이야기야. 두 사람한테도 이야기가 있어. 신비한 이야기. 멀리 떨어진 데 있었는데 죽음이 가까웠을 때 두 사람은 같은 곳에서 만나. 멀리 있는 두 곳이 겹친 걸까. 서로 혼자였다면 두 사람은 그대로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겠어. 그때 두 사람이 만나서 내일을 믿기로 한 것일지도. 실제 만난 건 아니고 꿈 같기도 혼이 나온 것 같기도 했어.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다니 신기한 일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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