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아니 두 해 전에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두 해짜리 적금을 들었다. 그냥 저금하는 것보다 적금은 이자가 조금 더 많지 않나. 그때 그렇게 한 건 다른 사람(블로그 친구 아드님)이 한해 동안 그렇게 돈을 모았다는 말을 봐서다. 한해지만 내가 두 해 동안 든 적금보다 많았다. 돈이 많고 적고는 상관없겠지. 그저 하는 게 중요하다.
그때 두 해 동안 돈 모아서 싼 노트북 컴퓨터 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싸다 해도 내가 모은 돈보다 더 들 것 같다. 두 해 동안 모은 돈은 백만원도 안 된다. 이번에도 못 살 것 같다. 여전히 노트북 컴퓨터 욕심을 가지고 있다니. 컴퓨터 고장날까 봐.
한해 길면서도 짧기도 하다. 두 해는 한해보다 더 길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나니 그렇지도 않다. 두 해가 지나고 또 두 해짜리 적금 들었다. 금리랄까 이자가 예전보다 조금 올랐다. 그런 거 계산 잘 못하지만. 그걸 하고 내가 두 해 뒤에도 살아 있을까 했다. 크게 아프지 않고 별 사고 없으면 괜찮겠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여서.
평소에는 그런 거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가끔 생각하고, 정리하지 못한 방을 보고 이러다 죽으면 안 될 텐데 한다. 그런데도 다음 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정리는 하나도 못하고(안 하고구나) 겨우 책만 조금 본다. 한해 마지막 달에도 생각한다. 십이월 마지막 날까지 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 텐데 하는. 잠시 지난 두 해 동안 어떻게 지냈나 생각해 보니, 게으르게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해마다 이런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내가 사는 동안 두 해마다 적금 들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두 해는 잘 살려고 해야겠다.
난 길게 잡은 계획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산다. 하루를 잘 살아야 할 텐데. 그렇다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건 아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 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니 자기한테 맞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금은 두 해 뒤에 내가 나한테 주는 상으로 생각해도 괜찮겠다. ‘두 해 동안 잘 살았어’ 같은. 지금 생각했지만, 그런 거 하나 있으면 기분 좋겠다. 자신이 모은 돈이면 어떤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