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청룡사의 여름





큰딸이 시기가 시기이고 청룡사에 가본지도 오래되어 옆지기와 함께 기와불사도 할겸 상사화도 보고 이런저런 일로 가게 되었다. 집에서 있으면 너무 덥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지만 밖은 또 더우니 햇빛알레르기 때문에 가지 말까도 했지만 그가 나가잖다. 집보다 물을 생각하면 시원할 듯 하여...그렇게 나가다보니 좋다. 정말 집을 벗어나 바람을 쐬러 나가본 것이 오래되었다는 느낌..올해는 큰딸이 고3 내년엔 막내가 고3이니 연달아 고3을 치뤄야 하는 스트레스... 어쩌거나 밖에 나오니 좋다.

보온병에 냉커피와 메밀차만 간단하게 준비했는데 햇빛알레르기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하듯 했다. 양산에 모자 팔토시에 자외선차단제 옆지가가 웃는다 그렇게 무서우면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맘 먹을 때 가야지.다녀와야 마음이 편안할 듯 하다. 볼 것을 못 보면 몸살을 앓듯 하니...

청룡사에 가기 전 청룡저수지가 있는데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많으니 나들이객들이 많다. 오릿배도 타고 보트도 타고... 그 여유로운 풍경들을 지나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니 등산객들이 많은가 차들이 즐비하다. 우린 등산을 한지 오래 되었는데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여전한가보다. 그리고 이곳은 시에서도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청룡저수지 입구 길도 좁아서 복잡했는데 2차선으로 넓혀 놓아서 다니기에 편해지고 보도도 있어 걸어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마을주민들이 나와서 직접 농사를 지은 농작물을 파는 곳을 지나 절 입구에 들어서니 주차장이 만원이다. 주차할 곳이 없어 다시 차를 돌려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절로 향했다.그렇게 걸어가다보니 더 좋다. 아기자기하던 담장옆 꽃들도 구경하고 여기저기 삐죽한 곳마다 잠자리가 앉아 있는 풍경이며 계곡물이 콸콸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절로 향하는데 물이 있어서 그러니 무척 시원하다. 절 앞의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 그곳에 잠깐 멈추어 있는데 나무마다 매미가 가득인지 무척이나 시끄럽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매미 매미 매미다. 어떤 녀석들은 무척이나 바쁜지 교미중에 땅에 떨어져서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 지나는 사람들이 밟을까봐 멀리 오던 사람을 기다려 매미가 있다고 알려주고는 피하게 했는데 어떤 아줌마가 녀석들을 집어서 치우려고 살짝 건드렸는데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 녀석들에겐 이 여름이 정말 절실한 것이다.

일주문을 지나 절에 들어서니 좋다. 일주문에서 큰딸과 막내가 잘되길 빌고는 대웅전 마당에 들어섰다. 이곳에 오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늑하다. 무언가인지 모르지만 편안하게 안긴 기분, 나 뿐만이 아닌가 보다. 이곳에 이맘때쯤에 오는 이유는 두가지,상사화와 목백일홍 꽃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웅전 옆에 연보라빛 목백일홍 나무가 베어지고 없다. 그 나무 밑에는 상사화도 많았는데 없다.그런가하면 일주문 옆에 상사화에 꽃대가 몇 개 올라와 있을 뿐,일주문을 들어서기 전에도 있었는데 없어졌다. 이제서 상사화는 꽃을 피우기 시작이다. 요사채 마루에 앉아 한동안 산사의 아늑함을 느껴 보려고 옆지기와 앉아서 냉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데 소나기가 내린다. 비를 피해 절을 찾아 드는 사람들도 있고 대웅전에 와서 무언가 간절한 것을 비는 사람들도 있고.

그와 한참을 앉아 있는데 우리가 앉아 있는 건물의 기와 처마밑에 매미가 달라붙어 시끄럽게 운다. 이곳에 오니 매미들이 정말 많다.여기저기 무척이나 시끄럽다. 그러다 상사화를 보러 갔는데 문화해설사 아저씨인지 절의 역사와 상사화에 대하여 말씀해 주신다. 난 워낙에 관심이 많으니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고, 알지 못하는 것은 귀 기울여 담아 두고.그렇게 절을 한바퀴 다시 도는데 대웅전 뒤에서 귀여운 다람쥐도 만났다. 녀석 돌담을 분주히 오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기와불사를 하러 갔다. 옆지기가 큰딸의 소원을 담아 기와불사를 마치고 난 마루에 앉아 잠시 쉬고. 그렇게 청룡사를 벗어나다가 마을주민분들이 나오셔서 농작물을 파는 곳에서 고구마줄기 호박 찐옥수수 도토리묵가루를 샀다. 그리고 절 입구의 '풍물기행' 에 들러 옛날보리밥을 먹었다.

보리밥을 시키고 앉아 기다리는데 큰딸의 전화,배가 무척이나 아프고 않좋다는 것이다. 전화를 빨리 하던가 해주지 꼭 병원이 문 닫고 나면 전화를 해주니..녀석 그리곤 연락이 없다.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약을 먹으라고 해 주었지만 괜찮은건지 어떤지 연락이 없으니 걱정. 그래도 시켜놓은 옛날보리밥은 그와 맛있게 먹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우리에게 이른 저녁과 같았던 것이다.이곳도 물가가 올라서인지 지난번까지는 옛날보리밥이 육천원이었는데 팔천원으로 올랐다. 요즘 정말 채소도 비싸고 안비싼것이 없으니 당연하다고 봐야 하겠지만 나와서 먹으나 집에서 먹으나 요즘은 비슷한듯.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는 길,X7에 저장된 '윤도현밴드' 의 노래를 들으며 오니 기분이 좋다. 큰딸이 괜찮은지 걱정이라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녀석이 아무소식을 안주니 무소식이 곧 괜찮은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러길 바랬다. 일요일 점심에 녀석들을 보러 간다 했으니 기다려보는 수 밖에. 오늘 한가지 숙제를 끝낸 것처럼 개운하다. 청룡사에서 시원한 바람도 쐬고 기와불사도 하고 상사화도 보아서일까.

2011.8.6









 







청룡사 대웅전..정면3칸 측면4칸






 
기와에 매미.일주문앞의 층층나무엔 관음상 말고도 사자의 얼굴이 있다며 알려주시어 담아 보았다




 
일본목련인가..? 그리고 대웅전 처마밑의 '금강역사'


 







상사화





당간지주와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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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청룡사에 가다





부처님 오신 날, 가랑가랑 가랑비가 내린다. 옆지가가 오전에 한의원에 물리치료를 가면서
'기랑비가 오네..' 해서 혼자서 문자보고 얼만 웃었는지.. '방사능비는 알아도 기랑비는 몰라요~ㅋ'
했더니만 그도 웃었는지.. 혼자서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받침 하나 차이로 문자에서 이런 웃음이..
비가 온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두번 다시 오지 않는 '부처님 오신 날' 인것을 절에 가봐야지..

올해는 큰딸이 고3이라 여기저기 절에 다니면서 기와불사를 하고 있지만 
그보다 오늘 같은 날은 꼭 등을 달거나 초불사를 하고 싶었다. 친정에도 가야해서
다른 절에는 가지 못하니 이곳만 들렸다가 친정도 갈까말까..

올해는 큰딸을 위해서 '소원성취' 등을 하나 달고 지난해 영면하신 아버지를 위해 '영가등' 을 
하나 더 달아야 한다. 옆지기가 물리치료를 마치고 온 시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나가기도 그렇고 참 예매한 날씨이지만 일단 외출을 서둘렀다.
더 늦으면 점심을 못 얻어 먹을 듯 하여.. 가는 길엔 안개와 함께 비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이다.
이곳은 산행객까지 많아 오전에는 붐볐을 듯 한데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약간 한산하다.
들어서자마자 나가는 차들이 있어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는 일주문으로 가는데 
벌써 기분이 좋다. 맑은 공기하며 마음이 편해진다. 

일주문을 통과하기 전, 큰딸이 잘 되기를..올해 꼭 소원성취 하기를 빌고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고.. 그렇게 일주문을 넘어서니 그래도 사람들이 있다.
비가 오는데도 연등이 달려 있고... 비가 오니 비닐등이고 종이도 비에 젖지 않게 잘 되어 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지기는 먼저 점심공양을 하고 난 후 하자고 한다.
함께 공양하는 곳으로 갔더니만 조금만 늦었어도 먹지 못했을 듯.. 비빔밥과 열무김치 
그리고 절편을 얻어 들고는 마루에 한 자리 차렸다.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정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모두 먹고는 다시 대웅전 마당으로 나가서 연등접수를 했다.
딸을 위한 꼬리표는 옆지기가 쓰고 영면하신 아버지를 위한 꼬리표는 접수처에서 써 주어 달았다.
그렇게 달아 놓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딸아이도 소원을 성취하라고 맘 속으로 빌고
아버지도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빌고... 그렇게 연등을 달고는 잠시 요사채 마루에 앉아 쉬는데
그와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가 억수같이 온다. 정말 한여름 장대비 내리듯 한다.
비가 내리고 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대웅전 마당은 한산해졌다.
비닐우산을 쓴 꼬마가 신이나서 비를 즐기고 있고 우린 한참을 마루에 앉아 
앞 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며 지난 추억에 젖었다. 

비는 잠시도 쉬지 않고 더 이상 지체하다간 시골에도 내려가지 못할 듯 하여
대웅전을 한바퀴 돌고는 얼른 시골에 갈 길을 재촉했다.
청룡사를 벗어나 바로 앞 주차장에서 마을 할머니가 파시는 '다래순' 을 한봉지 하고는
청룡사를 벗어나는데 동네분들이 이것저것 파는 곳에 취나물이 보인다. 차를 주차하고
취나물을 사러 가는데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는 '옻순' 이 있어 옻순도 사고 
고사리와 두릅이 한 줌 있어 그것까지 샀다. 나물만 한가득 하서 시골로 향하는 길,
청룡저수지 근처에 오니 비는 그야말로 앞도 보이지 않게 온다. 무섭다.
그가 시골에 갈 수 있을까..꼭 가야 하나.. 했지만 어쩌겠는게 엄마가 김치를 가져가라는데..
그리고 그는 다음주엔 중국에 가니 시간도 없다. 분명 엄마는 우리가 가지 않으면 더 걱정을 하실 것이다.
날이 그래도 엄마가 김치를 담는 수고로움에 비할까... 비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 못하고 시골로..
그나마 큰딸을 위한 등과 아버지를 위한 등을 달아서 마음이 놓인다..
비가 내리듯 모든 액운이 씻겨 내려가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2011.5.10


 

 

 

 


늦은 점심공양..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일주문 앞 층층나무에 있는 부처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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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교천변 유채물결풍경





오늘은 어버이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우리가 딸들을 보러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전날부터 미리 전화로 무엇을 가져 올 것인지 무엇을 사 올 것인지 오더를 내려주신 딸들,
그래서 바쁜 것은 나, 녀석들이 필요하다는 것 중에서 집에서 챙길 수 있는 것들 챙기고
마트에 들러 사오라는 맛있는 것들을 챙기다보니 한상자, 그리고 학교 앞 베이커리에서
사오라는 번과 산딸기크림.. 까지 녀석들의 입맛을 완성하려면 바쁘다.

어제 산에 갔다 와서는 몸이 아팠는지 씻지도 못하고 그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늦은 시간 큰놈의 전화를 받으며 녀석이 가져다 달라는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적어 놓고
또 그냥 누워 잤다. 자다가 일어나 보니 아침 알람시계가 울고 있다.
내가 거실에서 자니 여시는 좋아서 옆에 딱 붙어 자고...
그런데 산에 갔다 온 것이 무리였는지 무릎이 무척 아프다. 몸도 찌뿌둥..아,왜 이리 아플까..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녀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렇게 마트에 들렀다가 베이커리에도 들려 녀석들이 사오라는 것들 모두 사서 뒷자석에 놓고는
학교 팔각정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큰놈과 작은놈이 차례대로 온다. 
녀석들과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본 다음 
큰 녀석이 '어버이날' 인데 그냥 집에 들어가지 말고 '아빠, 엄마 좋은데 구경시켜드리세요.'
녀석 컸다고 이젠 그런 말도 하고 그래서 학교에서 가까운 곡교천변 유채꽃 구경을 가기로 했다.

학교 앞에서 턴하여 현충사 앞 곡교천변으로 향하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현충사에 차들이 빼곡하다. 일요일에 어버이날이라 그런가 정말 붐비는 듯,
우리는 그러면 유채꽃밭으로...고고씽...

이곳도 주말을 맞아 노란 유채물결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주창에 차를 주차하는데 유채꽃 향이 진하게 풍겨 난다. 주차장에서 찰쌀도너츠를 팔고 있어
하나 사 먹을까 했는데 그가 싫단다. 다이어트라나.. 점심도 안먹었는데..
어쩔 수 없지..그냥 구경하는 수 밖에...



유채꽃밭 뒤로 현충사 은행나무길이..








유채꽃이 노랗게 피었다. 벌들이 얼마나 많은지.. 벌통을 놓아도 될 듯 하다.
벌들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곳만은 아닌듯 하다. 여기저기 새카맣게 날아다닌다.
꽃 반 벌 반인듯 하다... 벌의 다리는 알통다리처럼 노랗게 꽃가루를 묻히고 여기저기 날아 다니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녀석들도 지금은 한철이란것을 아는지...








이곳은 현충사 은행나무길과 곡교천이 너무도 멋진 곳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봄엔 유채밭 가을엔 코스모스밭이 더 멋진 풍경을 만든다.
곡교천은 지금 자연생태하천으로 거듭나느라 공사중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유채밭이 멋지게
꾸며져 있으니 주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관광지가 없는 듯...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씨를 심은 듯 하다.
활짝 핀 유채꽃의 다음 쓰임이 궁금해진다. 사료로 쓰일까.. 아님 기름으로..
어떤 용도로 쓰일까..
그래도 이 많은 노란색 물결이 모두에게 주는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그 또한 어머머아하겠지..
암튼 노란 유채물결로 인해 오늘 잠깐이지만 행복~~


2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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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만난 외암리민속마을의 봄정취





봉곡사를 다녀오던 길에 외암리민속마을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잠깐 들렀다.
언제나 시작은 그렇게 한다. 낮엔 무척 덥더니만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해진다.
봉곡사에서 너무 추워 손이 굽고 추위에 몸이 움츠러 있던 것이 이곳에 와서도 여전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여행객들이 많다.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 소리도 크게 동네를 울리고
오느 집에선 저녁을 하는지 하얀 연기가 하늘높이 올라가고 있고
잠깐 들러본다는 것이 어찌하다보니 조금 더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간만에 왔던 것이다. 그리고 봄의 외암리민속마을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어느 집에서 저녁을 나는 것일까 밥 짓는 연기가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어릴때 이런 집에서 이런 동네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땐 가마솥에 밥을 했고 짚을 때야만 했다. 불당번은 꼭 막내인 나였다.
엄마는 내가 불조절도 잘하고 군소리 안하고 잘한다고 늘 내게 시켰다.
난 밥을 할때마다 불을 때고는 아궁이에 남은 불에 튀겨 나오는 튀밥을 주워 먹길 좋아했다.
그런 반면에 친정아버지는 그 불에 내 신발도 말려주고 들에서 놀다 적셔온 양말도 말려 주시고
그리고 고구마도 맛있게 구워서 주셨다. 늘 막내의 신발을 따듯하게 데워 주시곤 하셨는데
이젠 그럴 아버지도 않계시고 그런 시간도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땐 힘들다고 지겹다고 하던 일들이 지금은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외암리에 오니 지난해 연말에 보내드린 아버지 생각이 더 떠오른다.
추억은 그런 것이다.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 오르다 사라져 버리고는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시치미뚝...



봉곡사의 소나무도 멋있었는데 이곳도 멋지다

 
ㅋ~ 임신을 한듯한 배부른 고양이가 제자신을 잊고 개구멍으로 들어가려다 걸렸다 다시 대문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돌담길이 아름답다. 구불구불 사람사는 이야기가 저 구비만 넘어가면
무언가 '툭' 하고 튀어나올것만 같고 그 골목과 닮은 인정 많은 촌로가 나올것만 같고
돌담을 닮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나올것만 같다,그 돌담 골목길에서...
현지인보다 여행객들이 더 많고 돌담은 너무 높아졌다. 무언가 이야기를 숨기려 하는것 같아
조금 낯설다. 예전에 돌담들은 이웃집과 먹을것을 나누고 이웃의 얼굴을 보며 
식구들 흉도 보고 이런저런 가슴속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돌담은 우리 사이에 놓인 벽과 같이 높아만 가는 것 같다.


 




박태기꽃망울...






600여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그렇게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동네사람들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잠잠할 뿐..
그들의 생과 사,그리고 희 노 애 락을 함께 하며 나이테를 한 겹 한 겹 부풀리며 세월의 더깨를 
덧붙였던 나무,이젠 그 그늘이 너무도 크다. 그 나무만 보아도 그저 숙연해진다.
나무 앞에서 사람의 생은 보잘것 없음을 느낀다.
지금도 나무는 이웃 할머니의 나들이 뒷모습을 지키고 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담고 했을 터인데 아쉽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하지만 말이다.
옆지기는 600여년이 넘은 나무 앞에서 그 세월에 감탄하고 있다.
600여년의 세월이란 얼마만큼일까... 그리고 시간을 나무는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을까..


 



지금 우리의 시간을 나무는 기억해 주겠지..
그렇게 뒤돌아 나오는 길,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초가집에서 <아바타>를 보고 있다.
뭔가 극과 극인듯 하면서도 이야기는 통해 있는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잠깐 들러 좀더 둘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과 다른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희망을 남겨 놓고 나왔다. 마을입구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가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나도 또한 맘에 맞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저녁은 집에 가서 먹기로 하고
외암리민속마을을 벗어 났다. 무언가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던 지난 추억을 잠시 만나고 온 듯한
추억속을 잠깐 거닐다 온 듯 하다.


20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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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간직한 소나무와 진한 솔향을 맡으러 봉곡사로






큰딸을 학교에 들여보내놓고 집으로 오려다 딸들이 초등시절 한 번 들렀던 봉곡사,
그곳에 가보자고 했다. 시간이 조금 늦은 감도 있었지만 근처라 잠깐 들러 솔향만 맡고 와도 
좋지 않을까 하여 가는 길은 현충사를 지나 충무교에서 무척 붐볐다. 나들이 차량들이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듯 하여 조금은 짜증도 내고 돌아갈까 했지만 너무 오래간만에 가는 길이고
지난 결혼기념일도 그냥 지나쳤으니 그날 여행을 취소한것을 만회라도 하듯 가자고 했다.

현충사 은행나무길도 이젠 나뭇잎이 나와 색이 달라져 있고 곡교천변엔 유채가 심어져 있어
초록사이로 노란 유채꽃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이곳 또한 유채가 만발하면 한 번 와봐야 
할 곳이지만 지금은 목적지가 ’봉곡사’ 이다.
병목지점을 지나서 시내를 통과하고 외암리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꼬불꼬불 산 길,
산이 빛을 달리했다.분홍빛 진달래도 이젠 활짝 피어 있어 여기저 눈에 들어오고
물오른 나무에도 잎이 돋아 나와 연한 연연두빛 산으로 바뀌었다.
초가집과 한옥이 있는 외암리를 지나 봉곡사로 향하던 중, 송악저수지에서 잠깐 멈추어
봄을 만끽하고는 다시 봉곡사로 향했다.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동네를 지나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주차장에 대형버스들, 산행길이 개발되었나보다. 요즘 올레길이 인기인데
이곳도 올레길과 MTB길이 들어선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적에 왔을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만큼 바뀌지도 않았는데 십여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주말산행을 나오신 분들을 지나 우리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소나무들이 울창한 소나무길에 들어섰다.

이곳은 유독 소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그 소나무들이 그냥 소나무가 아니라 역사를 간직한 소나무들이다
일제에 의해 이런 자연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정말 맘이 아프다. 소나무들에는 대부분 ’V’ 자 홈이 
파져 있다.송진을 얻기 위하여 저질러진 흔적들이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된 채 
오늘에 이르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픔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로 보듬으며 부대끼며
그렇게 세월을 이겨내고 있는 소나무들이 너무도 멋진 곳이다.
아픔을 상흔을 세월의 훈장처럼 달고 있는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 가는 길은 정말 좋다.
 이 길이 포장이 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터인데..그래도 이 소나무들이 소나무재선충을 이겨내고
견디어 내준 것이 다행이다. 소나무 밑에는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남산제비꽃,제비꽃,털제비꽃,고깔제비꽃..현호색, 쇠별꽃,산괴불주머니...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휘어진 소나무들을 굽어 보노라면 정말 세월이 느껴진다. 
어느 소나무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다. 그것들이 모두 아픔을 이겨내고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서인가...정말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 소나무가 좋아진다더니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인가...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의 겉껍질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소나무를 온 몸으로 느끼듯 걸음도 천천히 호흡도 깊고 천천히 하다보면 
소나무 숲 길 그 끝에 봉곡사가 있다. 공주 마곡사의 말사인 봉곡사, 
봉수산 품에 아늑히 안겨 있는 절은 현재 개보수중이다. 초파일 전까지는 모두 마친다니
그때가면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나무길 끝에는 고목인 산벚나무도 있고 토종 목련 나무도 있다. 
고목에 꽃이 피듯 산벚나무에도 서서히 하얀 벚꽃이 터지기 시작이고 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 
달콤한 목련향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그 사이로 봉곡사를 보니 공사중이지만 
그래도 아늑하니 참 좋다. 옆지기와 둘러 보고 있는데 보살님이 나오셔서 말을 섞으신다.
옆지기는 기와불사를 하고 있고 나는 보살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여기에 왔던 것이
정말 오래전처럼 여겨진다. 보살님은 봉수산에 올레길이 생기고 정말 많은 산행객이며 탐방객들이
늘어나서 봉곡사로 많이 변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하나 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라니 반가운 소리다.
정말 좋은 곳이니 지역에서도 무언가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곳과 연계하여 가 볼만한 아산의 여행지로는 옆에 외암리민속마을도 있고 아산현충사를 비롯하여
도고의 세계 꽃 식물원과 도고온천이 있고 아산 피나클랜드, 아산만과 삽교천 그리고 아산 공세리성당등..
정말 연계할 곳이 많으니 이곳 봉곡사가 새단장을 하고 산행객과 함께 많은 이들을 소화해낼 수 있다면...

산이라 그런지 역시 해가 일찍 넘어간다. 우리가 늦게 온 이유도 있지만 산이라 그런지 손이 다 시렵다.
보살님들은 주말에 있은 객들을 위하여 머위나물도 뜯으시고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고
우린 대웅전등을 둘러 보고는 삼성각에 올라가보니 봉곡사가 다 내려다 보인다.
이곳엔 목단과 함박꽃 자목련이 이쁜데 아직이다. 그대신 매화가 모두 피어 향이 진하다. 
매화에 새와 벌이 날아와 바쁘다. 삼성각 밑에 감로수 주변에는 바위취가 무척 많다. 
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또 하나의 볼거리일 것이다. 지금은 잎만 무성하지만...
낮엔 그렇게 날이 덥더니만 춥다. 바람도 불고..산이라 더 춥다. 
그가 다리가 아프다며 내려가자고 하는데 오던 길에도 소나무길이 멋지더니
내려가는 풍경은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는 앞서서 내려가고 난 다시 만난 소나무숲 길을 가슴에 새기며 천천히 내려갔다.
봉곡사에는 초파일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겨 놓고...


2011.4.16




 

  





  



  

 
봉수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현호색과 남산제비꽃

 
쇠별꽃과 머위꽃

 
꽃마리와 봄마중

 

 




봉곡사

 

  

  

  







  



  

  
아픔을 간직한 나무들 끼리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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