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보다 한 발짝 느리다 - 내 딸을 어른으로 떠나보내기 위한 첫 번째 여행
박윤희.박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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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엄마는 끝 없는 애증관계라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시간을 알게 모르게 지났고 지금은 작년에 혼자가 되신 엄마를 여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혼자되신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드리고 싶어 늘 마음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것이 물질적이기기 보다는 마음 뿐이라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 친정엄마는 그리 긴 애증의 관계를 보내지 않았는데 지금 사춘기와 두 딸들과 함께 너무고 긴 애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힘들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나의 옛시절을 이야기 해주면 녀석들은 아직 그릇이 차지 않아서인지 이해를 못한다. 그래도 가끔씩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를 이해해주는 친구같은 딸들이 있어 좋다. 큰딸이 올해 수능이 끝나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못 가더라도 '제주올레' 길은 한코스정도 걷기여행을 떠나보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럴 수 있을까,딸도 나도 정말 누구나 알아주는 저질체력인데 걷기여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안데 40여일 혹은 50여일 동안 걷기만 하는 산티아고 여행은 어떻게 할까? 하지만 떠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여행을 마지막 그 순간까지 누리고 온다,부럽다.

오십을 바라보는 전문직 엄마와 이십대에 들어선 딸,한참 애증이 깊어질 때다. 엄마 또한 한참 힘든 시기일 때지만 딸 또한 자신이 선택한 인생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한 듯 하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 큰 딸 또한 좁은 우물안에 갇혀 있어 생각은 좁고 고집은 세다. 하고 싶은 것은 저 멀리 있다. 노력을 좀더 해야했는데 이제와서 후회를 하기도 하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잡기엔 현실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인 날 또한 힘들게 한다. 녀석에게 지난번에 얼굴을 보고 정말 이 힘든 시간이 끝나면 국내든 해외든 좀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이 필수라고 말해주었는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실감하며 읽었다.'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이 이 '순례자의 길' 이라 하더니 둘은 함께 떠났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듯 둘이 하나이면서 따로 길을 걷는다. 그러다 절실한 순간에 손을 잡듯 하나가 된 엄마와 딸, 그렇게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들은 하나가 되었고 갖가 따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으면서 둘이 하나가 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고 걸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어느 집이나 엄마는 딸이 맘에 들지 않고 딸은 늘 잔소리를 달고 있는 엄마가 눈에 차지 않는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머리가 커진다고 사회에 반항하고 어른에 맞서는 어른이 되려고 하는 아이들, 부모의 눈에는 언제나 어리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은 성숙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부딪히게 된다.늘 철두철미하다고 할 수 있는 엄마에게 느리고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온 딸은 그저 아직 부족한 애로 비춰지는데 그럴 때 손을 잡아주면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만 혼자서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면 스스로 일어난다. 그런 것을 둘의 글에서 깊게 느꼈다. 서로 부딪히려고 하는 순간에는 조금 멀리 떨어져 보는 것이다. 부딪히지 않으면 문제도 생기지 않으니 잠시 떨어져서 서로를 생각해 보면 왜 화를 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그러진다. 처음엔 같이 걸었던 두사람이 점점 혼자 가는 길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좀더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를 볼 때 좀더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각별해지는 산티아고 40일 1000km의 걷기여행의 길은 '애증의 골' 을 자갈길에서 혹은 오르막에서 혹은 비가 내리는 날 판초를 입고 걷던 그 길에 모두 놓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둘이면서 혼자 걷게 되었지만 늘 알베르게에선느 함께 하던 그들이 하루는 정현이 길을 잘못 들면서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녀는 '혼자' 임을 아니 '엄마' 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하여 더욱 각별해진 모녀사이,엄마의 글을 읽다보면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정현을 글을 읽다보면 그녀를 또한 이해하게 되고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도 없는 서로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랑 그것이 엄마와 딸이기에 가능했던 것을 아닐까.글을 읽는내내 그저 부럽기만 했다. 언제 나도 그런 여행을 떠나보나? 생각하고 있으니 반은 이루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좀더 '엄마와 딸' 의 소원한 관계를 더 가깝게 하기 위하여 아니,좀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위한 세대차이를 좁혀 보기 위한 여행을 언제 떠나볼까. 그 길이 산티아고가 아니어도 되겠지만 자주보거나 익히 알고 있지 않은 '낯선' 것이었기에 더욱 가능하지 않았을까. 자신안에 있던 소심함을 깨고 좀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변하여 가는 딸을 보며 흐믓해 하는 엄마,그리고 함께 하며 좀더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는 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 길에서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날 수 있다.자신이 속해 있던 과거와 화해를 하고 현실에 감사하며 새로운 미래를 다짐할 수 있는 여행이라면 40일을 걸어도 좋고 50일을 걸어도 좋을 듯 하다. 그 시간으로 하여 미래의 남은 시간들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떠나고 싶다.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이 걸어 온 길을 어느 덧 자식에게 강요하게 된다. 의연중에 자신은 자신의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엄마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자신의 딸에게. 나 또한 그런 것을 현실에서 가끔 부딪히게 된다. 내 엄마가 나에게 강요하던,정말 싫었던 것들을 내 딸들에게 강요하면서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녀석들에게는 최고의 욕이라 할 수 있는 '너도 너랑 똑같은 딸을 나아서 고생해봐라.'라고 한번씩 되받아 주어야 화를 풀릴 때도 있지만 사랑이 없다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들이기도 하다.어쩌면 관심이 지나치고 사랑이 지나쳐서인지도 모른다. 때론 방목을 하듯 내버려 두어도 좋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새벽어둠을 가르며 순레자들이 길을 나선다. 우리도 마치 영화처럼 그들과 함께 길 속으로 사라 진다. 모두들 얼마간 걷다가는 같은 속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거리를 산다. 초보자인 우리도 그들을 따라 한다. 마치 익숙한 습관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모두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서로 배려하고 서로 돕는다. 이 길을 같이 걷는 사람들의 영혼이 느껴진다. 소중하다.' 함께 걸으면서 지금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서로에게서 배우게 되고 그렇게 순례자 아닌 순례자가 되어 인생의 무게를 점점 줄여가는 사람들, 그 길에는 그들이 내려 놓고 간 인생의 무게가 또 다른 순례자들에게 빛이 되고 희망이 되어 자라고 있는 것 같다.그 길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인생의 무게란,아니 인생에 정말 소금처럼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꼭 필요하다도 느꼈던 것들을 점점 버리듯이 자신안에 자리하고 있던 아집을 하나 하나 버리어 가볍게 만드는 마법이 그 길 어딘가에 숨어 있는것 같다. 그리고 현실에 감사하고 모두에 감사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해 주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엄마는 엄마로 딸을 딸로 그렇게 자신들의 자리에 돌아오게 해 준 걷기여행, 나도 떠나고 싶다.'길은 자욱한 안개로 가시거리가 20미터 내외다. 안개가 걷히기를 바라며 바로 앞만 보며 걷는 길이 계속된다. '엄마,길이 보이지 않으니 걷는다는 생각이 안 들어. 그래서인지 힘이 안 드는 것 같아.'...'다행이네. 때로는 멀리 있는 목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그럴 때는 오늘처럼 앞만 바라보며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미스터리한 딸과 엄마의 관계, 그 길에서는 그리고 그 길 끝에서도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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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0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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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웃사이더 같은 녀석들이 모두 모였다.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를 당장 그만두어야 할까,아니다 그럴수록 더 뭉치고 다니면서 잘못된 것을 바꾸고 싶다.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여 뭔가 우리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그런 문제아들이 모인 듯한 남학교,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아이들이 콩나물 시루 같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기도 하고 선생들이 아이들을 거칠게 다루어 못 견디고 나가는 학생들도 있고,하지만 갑자기 왜 단체로 합숙훈련을 간다는 거야.겨우 처벌에서 돌아와 적응하려고 하는데 이 또한 무슨 날벼락 같은 이야기인가.

작가가 제일교포에 아웃사이더 같은 생활을 한 듯 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름은 익히 알고 있던 책이다.그런데 이 책이 시리즈물의 종결편이라니... 그렇담 전 권들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두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깊이가 없는 듯 하면서도 그 속에 무언가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는 것 처럼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사립학교의 비리,자신의 아들까지 같은 학생으로 취급하면서까지 그들이 모든 학생들을 쫒아 내려던 합숙훈련에는 뭔가 학교의 비리가 숨겨져 있었다.그것을 알고 있는 노구치,견뎌야 한다. 나가서는 절대 안된다.

한참 사춘기 아이들은 책 속의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집 딸들도 무척이나 비판적이다. 자신들이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그런 식으로 교육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출렁이게 하지 않을 것처럼 늘 선생과 학교 그리고 교육제도에 대하여 비판적이기고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 자신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자신들에게는 너무 다급하고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자신들이 사회에 나가면 물들지 않고 깨끗한 뭔가를 이룩해 낼 것처럼 비판속에 사회를 아니 그런 현실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게 가끔 출렁여도 늘 문제로 가득한 교육현실,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가 보다.

감금된 상태와 같은 합숙소에서 혹독한 산행및 합숙훈련에서 그들은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죽을 수 있어' 라고 하듯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질 못할것처럼 힘들어한다.왜 학교와 체육샘은 그들을 그렇게 혹독하게 몰아부치는 것일까? 왜? 너는 아니? 노구치는 우연히 들은 부모의 대화에서 그 현실을 읽는다.그리곤 이를 악문다. 절대 학교를 벗어나지 않겠다고.하지만 합숙훈련은 정말 참혹할 정도로 힘들다.무언가 이곳을 벗어날,아니 그들에게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한다.어떻게 할 것인가? 행동에 옮길것인가 아님 그냥 이겨낼 때까지 버틸 것인가?

K조의 친구들은 행동에 들어가기로 한다. 이곳을 탈출하여 멋지게 그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엔 학교를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던 그들은 골 지점을 집으로 정하고 행동개시에 들어간다. 전에 탈출하려다 실패하고 붙잡힌 친구들,하지만 그들은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고는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걸며 늦은 밤 행동에 들어간다. 과연 합숙소 철문을 열고 아니 담장을 넘어 마에바시 역까지 간다로 정했지만 갈 수 있을까.하지만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거둔다. 아니 그들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하려던 여성들을 구해줘 그들의 행동은 대서특필되고 학교는 그들의 탈출을 입막음으로 일단락 지고 말았다. 아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게 소원하여 이루어 낸 결과물이 심심하기만 하다. 무언가 다시 시작할 힘을 발휘하고 싶다. 그들안에는 넘치는 힘이 있는데 학교는 조용하다. 모든 일을 안전하게 벗어나 평화로워졌다. 이 따분함이라니.'0'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온 순간, 뭔가 다시 해야될 것만 같은 힘을 느끼는 이들,사루지마는 '반드시 네놈들을 좆아낼 거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 다니면서 깨달은 게 있어.무슨 잘못이 있는데,그걸 사람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고 해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잘못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거나, 잘못을 인식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인간이 필요해. 나는 그 때문에 지금 학교에 있고 싶어.' 역사나 세상은 아웃사이더와 선구자들에 의해 바뀌고 변화한다. 그런 아웃사이더임을 안 그들,그들의 앞날이 궁금해진다.작가의 작품으로 첫번째였는데 재밌다.아니 뭔가 가슴을 콕 찌르는 것이 있어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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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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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행복하세요?'
누군가 이렇게 묻는 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아니 그냥 그럭저럭이라고 해야하나.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작가의 계산법대로 시간을 '1초' 로 나눈다면 우리 인생에서 소중하고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있을까.큰딸이 엄마가 책과 여행을 좋아히니 생일선물 이라며 사온 책이 <곽재구의 포구기행> 이었다. 그땐 리뷰도 쓰지 않고 그냥 고마움에 얼른 읽어버렸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책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꽃에 반하여 여행을 해보신적 있으세요?'
어느 싯귀절에 나오는 '꽃' 에 반하고 그 시를 쓴 시인을 오랜시간 가슴에 담아 두고 있었다면 그 시인을 찾아서 긴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렇게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열정'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인도는 대부분 신들의 나라라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신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 없고 그곳에 다녀 온 사람들은 신비스런 경험들을 가끔 말하곤 한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타고르가 공부했던 곳에 가서 오랜시간동안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여 타고르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싶다는 그의 꿈, 그것은 열정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남보다 더한 열정이 담긴 여행에서 그는 일상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상이 모두가 소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렇다면 '꽃에 반하여 여행을 떠나 본 기억..' 은 나도 물론 가끔은 그런 여행을 한다. 제철에 꼭 보아야 하는 야생화가 보고 싶다면 산행을 가거나 여름엔 꼭 연꽃을 보아야만 설레임을 잠재울 수 있다.꽃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고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시인의 감정적인 눈과 언어로 그러지 않아도 신비스런 인도의 평범함 '산티니케탄' 을 신비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챔파꽃과 달빛향기가 나는 조전건다
시장에서 우연하게 한 소녀가 가지고 나온 '종이배' 를 사게 된 그는 어릴적 추억을 떠올려 보는데 암리타는 타고르의 시 <황금빛 배>에 대하여 말해주면서 '암리타는 우리가 앉아 있는 맞은편 가게의 나무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었습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조전건다,였지요. 이 나무는 오직 산티니케탄에만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나무의 꽃에서는 달빛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지요.Small of moonlight! 세상에 달빛의 향기를 뿌리는 꽃나무가 있다니...... 암리타는 타고르가 이 나무의 향을 몹시 사랑했다고 얘기합니다.' 타고르의 시에 나오는 챔파꽃에 반하여 간 곳에서 흔하게 접하던 챔파꽃보다 더 어쩌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은 '조전건다' 꽃에서 달빛의 향기가 난다니 달빛 향기는 무슨 향일까 그도 궁금했겠지만 나 또한 궁금하다. 이것은 어쩌면 모두가 소녀에게 '종이배'를 샀다고 비웃었지만 '종이배' 가 준 행운인지도 모른다. 무슨 신비한 동화가 시작된 것 같다.
'허름한 영혼이지만 우리들 모두 작은 종이배 하나가 되어 인생의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가겠지요.'

그리곤 그는 그 조전건다에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늦은 시간이면 그 나무가 잘 바라다 보이는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그 나무를 바라보게 된다.그 나무는 꽃을 언제 피울까?  인도인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그는 릭샤를 타고 다니며 그들의 일상 또한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 릭샤꾼이라도 그의 소원을 빌어주는 것을 보고는 그들에게 정을 갖게 되기도 하는가 하면 집안 일을 거들어 주는 마시들에 대한 세세한 마음씀씀이를 일기처럼 기록하여 그 시간이 갈등을 빚기도 하고 혹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 또한 소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릭샤를 타고 가는 중에 릭샤꾼의 등에 새똥이 떨어지는 것을 볼 확률은 얼마일까? 그리고 같은 날에 자신의 옷에 새똥이 떨어질 확률은 얼마일까? 그런 시간은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인도는 빈부의 차가 정말 심한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가난하다고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나름 자신들의 삶이 있고 행복이 있다. 산티니케탄의 노천카페에서는 '500원' 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가난하고 소박하고 평화롭고 따듯하게 인생을 배우고 삶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곳,그곳이 바로 라딴빨리의 노천카페들입니다. 오세요,당신. 500원이면 하루 종일 당신의 인생과 철학,예술과 여행에 대해 세계의 젊은이들과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500원이며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500원으로 과자 한봉지를 사기도 어렵다.자판기의 커피는 마실 수 있지만 '여섯명이 실컷 먹고 이야기를 나눈 호사스러운 식사의 값은 150루피,3750원입니다... 돈이 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많은 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돈이 더 가치 있다는 것,어쩌면 이 사실이야말로 돈의 진정한 의미 아니겠는지요?' 부자들은 모르는 가난한 자들이 누리는 행복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기에 그들은 없어도 여행객의 안녕과 행복을 빌고 신을 위하여 꽃을 바치고 오늘도 가족을 위하여 몇 푼 안되는 돈을 벌기 위하여 릭샤를 끌고 거리로 나오는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 배우는 삶의 1초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위를 보지 않고 땅을 딛고 선 마음은 풍요롭고 주머니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더욱 소중한 시간들이 되어 값진 선물이 되어 내게도 돌아온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견딘 자만이 '조전건다'의 달빛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처럼 꽃은 활짝 피어 달빛의 향기를 품어낸다. 중간 중간 그가 품고 있었던 '타고르의 시' 가 있고 그와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했던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자유롭게 풀밭위에서 공부하듯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신을 찾아가는 길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산티니케탄의 모든 이야기는 시인에게 와서 한편의 '시' 가 된 듯 활짝 피어났다.어쩌면 인생이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행복이 더 많은지 모른다. 무욕의 행복에서 피어나는 꽃향기,그리고 바람이 오롯이 담겨 있는 1초 1초는 내 삶의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 지금 행복속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듯 그의 조전건다는 내게 피어 난 것만 같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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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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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탑을 알게 된 것은 여주 신륵사 여행에서 였다. 여주에 가족여행을 갔다가 목아박물관을 들렸다가 신륵사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 마침 문화해설을 하시는 분이 있어 신청을 했다. 딸들이 있었기에.그랬더니 혼쾌히 응해주신 아'줌마,그렇게 여기저기 이야기를 듣다가 탑 앞에 이르렀는데 '이게 무슨 탑인지 아세요,이 탑은 '벽돌 전'자를 쓰는 전탑이랍니다.' 하시며 땅을 고르고 막대기를 찾아 벽돌 전 자를 땅바닥에 쓰시며 전탑에 대하여 설명해 주신 것이 벌써 몇 해 전인지. 하지만 전탑이란 것은 정말 확실하게 내 머리속에 각인이 되었다. 석탑과 그외 탑에 대하여는 많이 듣고 알고 있었지만 '전탑'이란 것을 처음보았기에 딸들과 정말 신기한듯이 보았던 생각이 나는데 이 책에서는 '전탑' 에 대하여 확실하게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반가움에 읽게 되었다. 안동의 동부동 오층전탑,고성 이씨 종택과 법흥동 칠층전탑 사진은 '아, 이 탑' 이라는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스쳐듣 듯 들었던 것들이 이 책에서 이렇게 한개도 아니고 여러 탑을 보게 되다니,사진 뿐이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내가 마치 답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책의 처음 답사지는 '서산' 이다. 서산은 내가 사는 곳과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라 몇 번 갔던 곳이다. 또한 개심사 간월도 해미읍성 천주교박해지 등 다른 곳은 들렀는데 몇 번 가면서 왜 유독 '서산마애삼존불' 에 갈 기회가 없었는지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곳에 한번 이라도 가서 마애삼존불을 보았다면 글과 사진을 읽으면서 이렇게 아쉬움은 없었을텐데 올 봄에도 다녀온 개심사에서 가까운 보원사지와 서산마애삼존불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올봄은 갑자기 날이 흐려지는 황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당일 여행이라 개심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서산마애삼존불은 다음에 봐야 겠다며 발길을 돌렸던 것이 아쉽다. 백제의 미소를 바로 앞에서 놓쳤다는 것이,하지만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 다음엔 꼭 서산에 가서 서산마애삼존불에서 백제의 미소와 성원할아버지의 긴시간을 한번 느끼고 오고 싶다. 서산마애삼존불은 '향하고 있는 방위는 동동남 30도, 동짓날 해뜨는 방향으로 그것은 일년의 시작을 의미하며,일조량을 가장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이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본존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같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소리없는 공력과 드러내지 않는 기교의 미덕을 모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점은 실로 귀한 것이다.' 드러내지 않는 기교의 미덕이 얼마나 과학적이면서 대단한지 정말 언제 한번 느껴봐야 겠는데 올 가을에는 한번 꼭 가서 봐야겠다.'아침에 보이는 미소는 밝은 가운데 평화로운 미소이고 저녁에 보이는 미소는 은은한 가운데 자비로운 미소'라는 표현에 정말 마음을 훔뻑 빼앗겨 버렸다.




서산마애삼존불과 함께 지리산 여행에서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등은 다녀왔는데 지난 봄여행에도 '연곡사' 를 놓쳤다. 그곳을 못 간 대신에 '운조루'를 다녀왔는데 연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이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연곡사로 향하는 길은 지리산 피아골 계단식 논을 만날 수 있다니 좋은 구경을 놓친 것이다. 다랭이 논은 남해에 가서 보고도 싶었는데 이 또한 가지 못했는데 연곡사 가는 길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진작에 알았다면 아마 이곳을 포기하지 않고 들렀을 것이다. 우리나라 절들은 많은 절들이 전쟁의 아픔과 역사를 함께 한 절들이 많은데 이곳은 故 박경리의 '토지' 에서 등장한 곳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사리탑을 보니 꼭 가보고 싶다. 곡성의 태안사에 갔을 때 부도탑들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연곡사의 사리탑 또한 승탑 중의 꽃이라 하니 꼭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대부분 산사에 가면 절만 구경하고 '부도' 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난 일부러 부도탑을 찾아 구경하곤 한다. 내가 잘 가는 안성 청룡사라는 절 또한 부도탑은 절과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 부도탑을 찾는 사람들은 얼만 없다. 아니 내가 부도탑을 보고 있을 때 일부러 와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산사와 산에 오면 산행 아니면 절의 대웅전만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도탑을 보는 재미도 있다는 것을 '연곡사 사리탑' 을 보고 찾고 싶다.


 
이 책은 내가 가 본 곳도 있지만 대부분 가야지 하고 가보지 못한 곳들이 담겨 있어 내겐 정말 좋은 정보가 되었다. 안동도 언제 한번 딸들과 가족여행 계획을 잡아 가보겠다고 하고 가보지 못했는데 정말 볼 것이 많은 곳이기도 하면서 불국사는 가족여행을 했던 곳이고 수학여행 신혼여행등 정말 대부분의 여행이란 여행에서 뻬놓지 않고 다녀온 곳인데 이곳에 설명이 된 것을 보니 다녀오지 않은 것처럼 '이런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에 있는 '불국사 건축의 세부 관찰' 을 옮겨 보면 첫번째는 대웅전 정면으로 오르는 돌계단의 소맷돌 측면의 살짝 공그른 곡선의 아름다움이다.'소맷돌' 이름도 정말 이쁘다. 여인의 한복 저고리의 소맷단의 곡선미를 어떻게 계단의 측면에 이용할 생각을 했을까. 이것은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름도 이쁘고 장인의 숨겨진 미를 볼 수 있는 소맷돌을 불국사를 여러번 갔지만 내 기억엔 없다. 아쉽다. 두번째는 석가탑의 탑날개 직선의 묘이다.석가탑의 아름다움은 바로 우아한 부드러움이 있으면서도 견실한 힘이 느껴지는 디테일의 묘이다. 세번째는 석축에서 그랭이법을 자연석 위에 얹힌 장대석을 자연석 모양에 따라 깎은 것이다. 와 얼마나 장인정신이 느껴지고 과학이 느껴지는 묘미인가. 자연석 위에 인공석을 얹으면서 자연미를 주기 위한 이런 기법은 정말 대단하다. 네번째는 극락전 안양문에서 연화교를 내려다보면서 연꽃무늬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 또한 본 기억이 없다. 다음에 가면 꼭 찾아봐야할 듯 하다. 다섯번째는 관음전에 올라 관음전 남쪽 기와담 너머로 보이는 회랑과 다보탑을 꼭 보여주는 것이다. 여섯번째,불국사 서북쪽의 빈터에는 불국사 복원 때 사용되지 않은 석조 부재들이 있다... 뒷간에 사용되었던 타원형으로 구멍난 돌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자연석과 인공석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한 축대및 경루의 석축 범영루의 기단등 정말 아름다움은 끝이 없다. 그런데 다녀온 것이 너무 오래 된 것인지 내가 볼 것을 못 보고 온 것인지 기억에 없다. 다시금 불국사를 찾아 이런 '숨은그림의 미' 를 찾고 싶다.


 
어찌 위의 것들만 기억에 남을까 하나하나 모두가 기억에 담고 싶고 가지 못한 곳은 답사를 가고 싶고 갔었던 곳은 다시금 가서 내가 찾지 못했던 것들을 찾고 싶다.우리 전통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더욱 드러낸 것 같다.자연속에 건축이 들어서도 따로 놀지 않고 하나가 되듯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전통건축,그리고 자연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뿐만 아니라 건축에서 바라보면 앞에 펼쳐진 자연 또한 모두 아우를 수 있는,품 안에 모든 자연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함께 한 듯 하여 너무 좋다. 인공미를 가했어도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과 하나가 된 듯 한 전통건축에서 옛그림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 를 전통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통건축에서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방과 방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가 더욱 중요한 공간이었다. 즉 단일 건물보다는 집합으로서의 건축적 조화가 우선이었던 까닭에 그 집합의 중심에 놓이는 비워진 공간이 마당은 우리 건축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며 개념이 된다.' 6권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전통건축의 미는 어느 곳에서 보아도 서로 다른 모습이라고 했듯이 어느 곳으로 들어가고 나와도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작은 공간까지 그대로 놔두지 않고 미를 강조한 우리 전통건축을 다시금 보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문화유산이라도 우리가 제대로 지키고 보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쓸고 닦고 하듯이 훼손시키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거나 보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임을 불국사 복원이나 석가탑 복원을 보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지키는 것 또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우리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기도 하다. '봉정사에 다시 왔을 때 나는 여기도 참나무 숲길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됐으니 사람이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참나무 숲길도 그러한데 우리 문화유산은 어떠할까,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알고 보면 그것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고 소중함과 애착심을 가질 수 있지만 모른다면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내가 불국사에 가서 소맷돌과 자연석과 인공석이 조화를 이룬 축대를 보지 못한 것처럼 그냥 지나친다면 문화재는 그곳에 있어도 그 값어치를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런 '모름과 앎' 의 간극을 줄여주기도 하고 제대로 문화재의 이름을 불러 주듯 제대로 알고 다시 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작가처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해도 한개를 알아도 제대로 알고 다시금 숨겨진 미와 역사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의 트임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으면서 바로 답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많이 있다는 것을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떠나야 할 것만 같다.숲길을 지나쳤다면 숲길을 보고 소맷돌을 놓쳤다면 소맷돌을 찾으러 곧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주저리 주저리 벽돌 한 장 한 장으로 전탑을 쌓듯 모두가 소중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문화유산답사기, 이 또한 소중한 유산이 될 것만 같다.


 
소맷돌과 그랭이법소개.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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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협객 백동수 - 18세기 조선 남아들의 인생 역정, 수정증보판
김영호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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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문인들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에 무인들에 대한 이야기나 무인들이 많이 드러나지 않고 묻힌 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백동수' 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방영중인 드라마에서다. 처음부터 집중하여 본것도 아니고 관심을 가지고 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되면 보고 드라마도 그렇지만 BG가 더 좋아 흥얼흥얼했는데 어찌하다보니 '인물 백동수' 에 끌리게 되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문화부흥을 이룬 정조와 함께 그 시대를 주름잡던 인물이라 할 수 있을까.

서얼이 설 곳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니 조선시대 서얼이란 정말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한번 더 느꼈다. 서얼이라는 이유로 그가 문,무를 겸비한 재능있는 사람이라 해도 서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지식인들,어찌보면 소외된 이들을 조명했다고 해도 될 것처럼 그들의 인생이 얽혀 있으니 읽는 동안 마음이 짠하다. 왜 그런 법이 존재해야 했을까? 서자로 태어난것도 서럽고 안타까운데 어떻게 서자라는 이유로 그 앞길마져 캄캄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승과 벗을 잘 만나야 제대로 가르침을 받는다.
하지만 백동수,그는 서자였지만 관직에 오르기도 했고 정조를 호위하기도 하는가 하면 무예책을 <무예도보통지>까지 완성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사람은 문,무를 모두 겸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왜 지금까지 묻혀 있었던 것일까? 서자였기에 무관이었기에. 만약에 그가 지금시대에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그가 문,무를 가리지 않고 재능을 겸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고 벗을 잘 만난 것 같다.그와 함께 어울렸던 벗들인 자형인 이덕무,그리고 박제가 박지원등 시대를 누비고 우리가 역사책 속에서 달달 외우며 만날 수 있었던 인물들은 다 이 속에 녹아나 있다.그리고 그런 인물들과 함께 '망년교'로 지내며 그의 인생은 완성되어 갔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망년교란 열 살 이상 나이가 차이나도 벗으로 사귀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렇게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경우를 가리켜 망년교忘年交라 한단다. 동고동락하듯 했던 스승과 많은 벗들이 그 시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그 속에 그 또한 벗들이 한 획을 긋고 있을 때 그도 한국무 쪽에서 한 획을 긋고 있었던 것이다.그것이 지금 새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자라는데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확인한다. 무관집안에서 서자로 태어났지만 남다른 골격을 가지고 태어나 무에 잘 어울렸던 백동수,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때 그들과 다른 분야인 '무' 라는 것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서자라는 이유로 관직에도 오르지 못하자 아산에서 손수 농사를 짓는가 하면 기린에서는 '목장' 까지 발벗고 나서서 꾸려 나가며 무 뿐만이 아니라 '경세지학'에도 힘을 쓴 그,'이 시대 선비들이 해야 할 일은 백성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네.' 라는 이덕무의 말처럼 직접적으로 백성들이 하는 일을 몸소 겪어 보았기에 누구보다 그 아픔을 제대로 알고 있었기에 좀더 대기만성으로 시대를 기다리며 '야뇌'에서 '인재'가 되기 위하여 도자기처럼 세월을 기다리며 구워지고 있었던 삶은 아니었는지.

작가가 '협객 백동수' 라는 인물을 찾아 내어 완전한 인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책 곳곳에서 보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인물에 투자를 하였고 역사 속에서 그를 온전하게 찾아 내었는지,그렇다고 그의 인생 모든 행간을 그려낼 수는 없었다고 해도 난 이 책을 통하여 한 인물을 오롯이 만난것처럼 그런 인물이 그 시대에 서얼이라는 이유로 그저 눌러 있지만 않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하여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조를 호위할 수도 있었고 사도세자의 뒤를 이어 <무예도보통지>를 만들 수 있었지 않았나 한다. 그릇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지만 어찌보면 역사가 그를 거역했다가 다시 그를 살려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그런 인물을 알아 본 주인 정조 또한 인물은 인물인 듯 하다. 책 속에 있는 인물들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두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덕무' 도 그렇고 그 시대도 그렇고 정말 많은 것을 담아낸 역사서나 마찬가지다. 한 인물을 조명하는데 그 시대를 조명하고 인물을 조명하고 온전한 역사서가 된 듯 하다.그가 협객이나 무사이기 이전에 그 또한 한사람이었고 지아비로 아버지로 한시대를 아우렀다는 것을,좀더 인간적인 백동수를 만난것 같아 넘 흡족하다. 협객이라 하여 그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한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 그가 어울렸던 인물들과 한사람의 인생을 고스란히 역사와 맞추어 본 듯 하여 넘 뿌듯하기도 하다. 묻힌 역사는 밝혀낼 수 있다면 이렇게 빛을 보게 해야 한다는 것을,그것이 모두 우리의 몫이란 것을 한번더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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