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밑줄

내가 밑줄 긋는 것도 꿀이지만,

남이 그어놓은 밑줄을 보는 것도 꿀이다.

내가 그은 밑줄을 보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도 물론 꿀이다. 

이래 저래 책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견물생심(見物生心)

견줄생심(見줄生心)

헤헤..

꿀이 뚝뚝?

꿀이 줄줄, 

꿀이 줄줄 줄줄줄줄줄줄줄~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더 저널리스트』

[밑줄]헷갈린다

가드를 올려야 하나
잠을 자야 하나?
헷갈린다.

일기를 쓰자.
가드를 내리고

그림책을 한 권 보았다. 아니 읽었다고 해야 하나? 헷갈린다. - P10

깜짝 놀라서 쓰는 글

2021년 3월 18일 목요일 점심 시간, 

새로나온 책 구경하다가 깜짝 놀라서 쓰는 글.

틈만 나면 북플, 틈만 나면 서재 접속하는 나란 인간, 현실 세계에서는 책 좋아하는 사람 만나기 힘들어 여기로 오는 것인데, 그래서 여기서 보는 책이 사람들이 많이 보는 책이거니 생각했는데, 우와.. 천만의 말씀이었다. (알라딘 주간베스트 목록과 서재-북플 블로거 베스트 목록이 달라도 너어무, 너무 너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 내가 놀란 이유는 이 책 때문이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새로나온 책 목록에서 봤는데, 세일즈포인트가 무려 [90,060]이다. 

띠용~ 90,060!!!

심지어 작가의 첫 책, 

심지어 예약판매, 

심지어 출판사는 미술문화 출판사, 

심지어 예약판매 개시일(어제, 3월 17일) 베스트 종합 1위, 

심지어 하루 만에 이벤트 선착순 노트 증정 마감. 

대체 이거시 머선 일이고???

세일즈포인트 90,060이라는 게 이게 이게.. 무슨 재테크 책도 아닌 이 책이, 미술문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돈 버는 법 책도 아니고, 소설 쓰는 법 책도 아니고, 그 무슨 무슨 문학상이나 뭐 그림책 상 뭐 그런 거 한 번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정말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 시대에 '이미지'는 정말 강력한 언어다. 가치다.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림 자체 보다 그림을 그리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서, '겁내지 않고'를 더 크게 읽게 된다. '그림의 개성을 배우러 왔다가 삶의 개성을 배웠다'는 글이나, '그림 그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기도 하지만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기도 하다는 유튜브 댓글을 보면 이 책이 '에세이/미술/자기계발' 분야에 모두 들어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예약판매 초판 한정 사인본은 이미 판매 종료되었다. 예약 판매 선물 여행 일러스트 커버 드로잉북도 이미 선착순 마감이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만에 삼 천 부가 다 나갔다고? 마케팅이야 뭐야? 삐딱선 탔다가 맘 고쳐 먹고 예약판매 장바구니에 담았다. 우리는 노래만 좋아하는 민족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나 그림을 좋아하는 민족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러면서.. 

뜬금 민족, 뜨끔 민족! 

*

오늘짜 알라딘서재 [블로거베스트] 목록에 올라와있는 책의 세일즈포인트를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블로거베스트2021-03-18]

순위	상품명	출판사/제작사	세일즈포인트
1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낮은산	2090
2	피에 젖은 땅	글항아리	12290
3	클라라와 태양	민음사	2010
4	밤불의 딸들	열린책들	390
5	행동경제학	웅진지식하우스	16130
6	질서 너머	웅진지식하우스	106660
7	유다	현대문학	8520
8	서울리뷰오브북스 1호	서울리뷰오브북스	10350
9	메트로폴리스	매일경제신문사	19855
10	인간에 맞지 않는	arte(아르테)	1040
11	벌의 사생활	에이도스	800
12	우키요에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1460
13	어쩌면 스무 번	문학동네	25140
14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시공사	1720
15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레인보우퍼블릭북스	610
16	글쓰기에 대하여	프시케의숲	27390
17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황금가지	10535
18	인간 욕망의 법칙	웅진지식하우스	3620
19	개를 위한 노래	미디어창비	4130
20	서점 탐정 유동인	몽실북스	5090
21	그날 밤 체르노빌	이후	1040
22	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페이퍼로드	1740
23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4920
24	지브리의 천재들	포레스트북스	7070
25	탤런트 코드 (특별합본판)	웅진지식하우스	2410
26	비행사	은행나무	1530
27	비극의 탄생	왕의서재	36590
28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문학동네	54150
29	낭만주의의 뿌리	필로소픽	7420
30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한빛비즈	3256
31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윌북	7385

글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사람, 글도 안 쓰고 그림도 안 그리는 사람, 그 누구도 혼자는 못 산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쨌든 만남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만나겠다는 의지, 만나리라는 희망, 만나자는 약속,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거실에 줌용 컴퓨터 한 대 놔야겠다는 생각인데, 가만.. 요즘은 컴퓨터를 어디서 사는지? 그거야 뭐 여기저기 물어본다 치고, 컴퓨터 살 돈은 있고? ㅋ 

컴퓨터는 비싸지..

우선 책이나 몇 권!

 『질서 너머』, 

『메트로 폴리스』, 

『망나니 공주처럼』

I want nobody

『Words are my matter: Writings on Life and Books』

영어 제목이 더 와닿는다.

Words are my matter.

단어들이 나의(내가 풀어야 할) 문제다?

말이 곧 내 일이다? 숙제다?

아무튼,

2021년 3월 16일 화요일에 내가 안고 있는 문제는 바로 나, 나 자신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알고 전화번호도 알고 일하는 데도 알고 어디 사는 지도 아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바꿔보란다. 누구면 좋겠냐고. 아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바디. 노바디? 그럼 됐네. 이미 노바디, 더 이상 어떻게 노바디겠냐고. 지금 그대로 더할나위없는 노바디라고. 그건 그렇지. BUT, 

I want 

♪노바디 노바디 밧 츄~

♪노바디 노바디 밧 츄~

『그림책이라는 산』을 읽고 좋아서 고정순 작가가 그린 그림책을 찾아서 본다. 미리 보기로 하나씩 보다가 『가드를 올리고』는 책으로 직접 봐야겠길래 냅다 주문했다. 아 이래서 원화 전시회라는 걸 하는구나 싶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000그림책 원화 전시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땐 그림책하고 원화하고 크기도 그렇고 색감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해서 꽤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굳이 원화 전시회 궁금하지 않았는데, 고정순 작가의 그림은 어쩐지 원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크기도 크기지만 무엇보다 질감이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서 그렇다.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 표지디자인, 하드커버, 800쪽이 훌쩍 넘는 두께, 다 마음에 든다. 저 책이 내 방 책꽂이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다. 책 중간에 맨질맨질한 질감 종이에 따로 인쇄해서 끼워 놓은 스냅사진 31장만 먼저 봤다. 글은..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다. 내가 읽기엔 너무 두껍다. 다음 추석이나 그 다음 명절이나 되어야 엄두가 나겠지. 그때까지 저 빨간색 표지와 두께만으로도 존재감을 뿜뿜하면서 나를 흐믓하게 만들어주리라 의심치 않는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서 농구 선수를 하고 싶다. 농구는 진짜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다. 공을 주고 받고, 3점 슛을 날리고, 뛰고 돌고 피하고, 치고 받고 돌파하고, 달리고 날고 뛰어 오르고! 슈웅ㅡㅡ

 『일을 잘한다는 것』, 전자도서관에 입고되었길래 아싸아~ 하면서 빌려 읽었는데 역시나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때 뿐인듯...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자극 받는 부분도 있었는데 며칠 만에 다 잊어버리고 시간은 쏜살같기만 하니 아쉬워서 안되겠다. 줄 치고 메모하면서 다시 읽어 봐야지. 일단은 장바구니로!

좋은 꿈 꾸려고

♬어젯밤 꿈 속에 나는 나는 전화 들고 구름 보다 더 높이 올라 올라 갔지요. 무지개 동산에서 일하고 있을 때 일하고 또 하고 계속 일하고~~~

계속 일하는데 일만 계속 이어져서 같이 일할 사람 찾다가 깼다.

며칠째 반복되니 피곤하다.

습관되면 곤란하다.

오늘 밤엔 좋은 꿈 꿔야지.

좋은 꿈 꾸려고 좋은 책 잔뜩 들여다 본다.

좋은 꿈 꿀 수 있을 것 같은 책,

날개 달고 하늘 훨훨 날아다니는 꿈 꿀 수 있게,

훨훨 나는 그림,

웃는 얼굴,

무지개,

나무,

봄,

훨훨 나는 인간,

훨훨 나는 고양이,

반짝 반짝 빛나는,

달려 달려 달리는,

신나 신나 신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