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몸에 갇힌 여자, 마음에 갇힌 남자. 달달.
봄이 바로 코 앞... 이 아니라 벌써 왔는지도, 목련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그 모가지를 떨구고.

벚꽃이 깊어지기다가 푸름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밤엔 철쭉이 크게 웃고 있었다.

짙은 봄이다.

누군가는 움직일 수 없는 '몸' 갖혀있고, 다른 누군가는 바꿀 수 없는 '가족'에 갖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데에는 그 어떤 상황도 장애가 되지는 않는가 보다.
그렇다면 일상에 갖혀있는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도 (, 아마).


"창밖에 퍼붓는 비가 내 속내를 닮았다. 갑자기 괴로워 고함치고 싶지만 그런 태도도 이제 물리기 시작했다. 이미 울 만큼 울었다. 결단도 내렸다. 폭우는 밉지만 아까의 그 무지개는 나에게 다시 희망을 일깨우는 것 같다. 폭우도 소용 닿는 데가 있어야 할 텐데." _201쪽


"다 순리일 뿐이라고. 나고, 살고, 죽는다. 다른 이들도 다 그렇게 돌고 돌다가, 결국 사라진다. 시작이 어디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빠져나갈 도리 없이 이 쳇바퀴에 갖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_243쪽


"생생한 추억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아니다. 나는 이미 무지개와 눈송이를 한 눈에 담은 적이 있다. 빙벽 등반할 때의 일이다. 밤새 내린 눈이 투명한 하늘에 해가 뜰 즈음 녹기 시작했다. 얼음 밑으로 눈 녹은 물이 도랑을 이루고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내렸다. 얼음이 갈라진 곳에서 조그만 폭포가 흘렀고, 그 옆에 위치만 잘 잡으면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눈과 무지개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요컨데, 공존은 불가능하지 않다."_171쪽


 

혼수상태- 의학에서 말하는 깊은 의식불명의 상태.

사실 여자는 혼수상태는 아니다,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니.

다만, 아무도 그 '의식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분명 떠나지 않았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의지를 불살라 말하고 싶어지기 전까지 그냥 있었을 뿐이다.

떠나지 않았고, 그것을 찾아 준 남자가 있다.


몸에 갇힌 여자, 마음에 갇힌 남자. 달달.
봄이 바로 코 앞... 이 아니라 벌써 왔는지도, 목련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그 모가지를 떨구고.

벚꽃이 깊어지기다가 푸름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밤엔 철쭉이 크게 웃고 있었다.

짙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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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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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만날 수 있는 사건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
검사이자 인간이라서 한번 더 신경이 쓰이는 일들에 대한 기록.


#안종오 #기록너머에사람이있다 #기록_너머에_사람이_있다 #다산지식하우스

"나는 그 인생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배심원도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도 아니다. 그들의 먼 미래를 바꿀 수는 없어도 눈앞에 닥친 상황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검사다. 삶과 죽음, 피해자와 피의자, 분노와 처절함으로 들끓는 인생의 도가니를 지켜보는 이 순간이 두렵지만, 그들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것 또한 검사라는 직업의 비애다." _49쪽

"무언가로부터 공간적, 시간적 거리를 두게 되면 마음속에 어떤 빈자리가 생기는 것 같다. 그것은 '새로움'일 수도 있고 '여유'일 수도 있고 '너그러움'일 수도 있다. (중략) '공간과 시간'의 거리를 느끼고 오니 세상사 별거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상대편이 나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그냥 '시간과 공간'에서 떠돌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바람처럼 허상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실체 없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지." _175쪽


"뭔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정답이나 결과를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결과를 구하는 여정에서 모든 것을 확신하기에는 우리가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저 완전함에 다가가기 위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할 뿐이다." _131쪽


지난번 남궁인 의사가 쓴 <만약은 없다>도 그렇고, 요새는 글 쓰는 것이 업(job)이 아닌 사람들의 글을 자주 만난다.
자기(직업)소개가 ‘글을 씁니다’가 아니라 검사입니다 혹은 의사입니다,인.


그들의 이야기는 사뭇 다른 세상의 다른 이야기인 듯도 하다가, 결국은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초심자였던 검사는 실수도 당연히 하고, 당혹감도 자주 마주치게 되고.
후련한 승리와 찝찝한 승리들을 거둬가며, 또 불편한 패배와 해소되지 않은 불의를 견디고.
그렇게 다른 보통의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여행도 가족도 업무 그 자체도 사건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인생의 에피소드들로 등장한다.
마치 인생이 이렇게나 당연한 것처럼.


글을 쓰는 게 마음을 자가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
제법 과거의 사건과 심상들도 나오던데, 책을 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쭈욱 기록을 해뒀다는 거겠지.
스스로를 글 안에서 키워내고 지켜봐 왔다는 그런 거겠지.


나는 의사도 검사도 아니지만, 오늘도 일기를 쓴다.


#수필 #에세이 #판사 #기록 #책 #읽기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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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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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고발 #다산책방

 

"전율!... 방송에서 울린 그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금방 한경희의 눈앞에서 이루어진 사변은 경탄을 불러 일으키는 기적이기 전에 전율을 자아내는 무서움이었던 것이다. 죽음의 계단을 넘는 일이라 해도 그렇게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불과 사십오 분 안에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군중이 광장에 모여들다니! 무슨 힘이, 그 무슨 무서운 힘이 이 도시로 하여금 이런 불가사의한 사변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일까?" _73쪽 <유령의 도시>


'경탄을 일으키는 기적'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무슨 무서운 힘'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죽은 눈동자를 한 사람도 빠릿한 척 휘적휘적 걷게 하는 그 힘, **주의(**ism)란 결국은 무엇을 경외하느냐의 문제일지도.

 

 "자자구구 가슴을 허비는 글자가 두 사람의 눈을 찌르고 들었다. '모친 사망' 곡성은 울리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흐르는, 눈물보다 몇 곱절 더 진하고 독한 그 무엇에 전보장을 맞쥔 두 사람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_145쪽 <지척만리>

하고 싶은 것은 할 자유가 없었다고 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고향을 방문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사 고향의 노모老母가 앓아 누웠대도.

지척에 둔 고향까지가 도대체가 만리길이다.


'자유' 대신에 '여유'를 넣어 위의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낯설지만은 않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의 '명령'을 따르는가.

 

"'무슨 놈의 1호 행사가 이리도 길어? 무슨 놈의 1호 행사가 이리도 사람을 죽이냐 말야?' 하나 입밖에 뻥긋도 해볼 수 없는 그 불만이었다. 지금의 '1호 행사'란 김일성이가 이 철길로 지나가게 된다는 신성불가침의 말이다. 그러니 설사 살인강도를 저질러도 살 수 있다 해도 그 말에 불만 비슷한 것만 표현했다가도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고양이'들이 지금 박 안의 박씨처럼 역 구내 외의 그 어디에나 배겨 있을 것이었다." _154쪽 <복마전>

 

무서운 사건- '1호 행사'.

정말로 이해가 안되서, 고개를 갸웃갸웃.

함께 읽은 어떤 이웃분은 '수 세기 전의 이야기보다도 더 이해가 안간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일곱 조각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

‘반디'는 당연히 필명, 사람은 거기에 있되 글은 밖에 나와있다.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이 적어 낸 글들. 주인공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다.


출신성분을 이유로 핍박받을 것이 분명한 아이를 차마 갖을 수 없어 피임을 하고,

아이가 겁이 많아 쳐둔 덧커튼 탓에 먼 길을 떠나게 되기도 하고,

손주를 봐주려다 철길 위에 발을 묶여 몸도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오늘 내일하는 늙은 어머니의 병을 위해 산에서 캔 약초를 결국은 전달도 병간호도 못하고...

...사연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만, '어쩔 수 없음'에 손발이 묶여버린 생활이 쓰다.


#소설 #북한 #북한소설가 #읽기 #책 #책읽기 #독서 #책추천 #서평 #독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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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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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상으로 짧고도 긴 혼자만의 밤을 달래주는 것. 그것이 야식입니다." _5쪽 (시작하기에 앞서)

 

#이시야마아즈사 #이시야마_아즈사 #수고했으니까 #오늘도야식 #오늘도야식 #수고했으니까오늘도야식 #북폴리오

 

작가의 말 중에서 슬픈 부분은 '혼자만의 밤'.... orz

 

나는 먹는 즐거움만을 주로 아는데, 작가는 요리의 즐거움도 안다.

전자레인지나 미니오븐 등을 사용해서 쉽고 빠르게 후딱 호로록 해내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어쩐지 식재료를 만지는 사람의 즐거움부터가 느껴지는 그런.

아삭한 양배추를 손으로 톡톡 잘라낸다든가, 계란 한 알을 ‘톡 미끌’하고 깨트려 밥에 얹는다든가...

 

일단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깨가 뻣뻣하게 굳고,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엄청 실패하고 실수한 다음!

피곤에 쩐 얼굴로 결국은(!) 엉망진창이 된 음식물 비스무레한 것을 들고 비적비적 식탁에 앉는 나같은 인간은...

이런 요리인을 이해하기 어렵고... 부럽다.

그게 야식인 경우 더 그렇다.

 

오늘을 잘 견디고, 수고한 나를 위한 그런 요리: 야식.

 

 

최선을 다한 오늘의 야식은 인스턴트 냉모밀.

하필이면, 오늘, 맥주캔이 하나도 단 하나도 없다.

만화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가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오늘 밤도- 야식을 먹어볼까 하고, 일단 야식책을 꺼내봄.

 

 

(아 그나저나 이건 나도 자주 해먹는 간식이다.

냉동실에 또띠아와 모짜렐라 치즈가, 냉장고에는 토마토소스가 항상 있어서- 냉장고에 있는 기타 재료들을 대충 얹어 해먹는 피자또띠아.

아무것도 없을 땐 심지어 모짜렐라 치즈만 올려서 전자렌지에 땡하고 꿀을 찍어먹어도 맛있지:d)

 

#야식 #밤의음식 #야식만화 #혼밥 #먹방 #만화 #읽기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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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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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오늘도비움 #오늘도_비움 #북폴리오


미니멀리즘, 미니멈라이프, 비움...
수많은 책들이 나와있고, 실전편 등의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 그러니까 정말 '라이프 스타일'을 언급한 책이 흔했던가.
물건, 사물, 주변, 관계... 그리고 이 책에서 드디어 짚어내는 포인트 - '나: 몸' 


"혼자 살면 스스로를 더욱 더 잘 챙겨야 한다. 사실 다 큰 성인을 애초에 누군가가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광이 아닐까. 함께 살아도 혼자 살아도 내 몸은 내가 돌보는 게 당연하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내 한 몸보다 중요했던 청춘의 시기는 지났다. 이제 그럴 듯한 겉모습이 아닌 진짜 잘 사는 것에 집중한다." _83쪽


"대체품을 먹지 않은 것도 폭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_112쪽


"그리고 매 끼니를 챙겨 먹으면 폭식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몸이 가장 좋아하는 항상성 때문이다. (중략) 소식의 시작은 제때 끼니를 챙겨 먹는 것에서 출발했고, 느리게 먹은 뒤에 완성되었다." _113쪽

 


미니멀한 생활을 말하는 사람(또는 책)들이 간혹 간과하곤 하는 것이 '미니멀'은 결국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부분이다.

미니멀은 불필요함과 덜필요함에서 자유를 찾는 행동.

라이프는 주변과 주변의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포함하는 '나'자신의 행동양식.

미니멀라이프에 '나 자신'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 아니 나 자신을 중심에 둘 것.


"언제나 그자리에 있어 감흥이 없는 장식물 같은 사진액자보다 여백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더 좋다. 집의 곳곳의 여백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생각이 정지된 기분을 느낀다. 무념무상의 상태가 명상이라면 나는 분명히 예전보다 명상에 자주 잠긴다." _128쪽

"남과 자신으로부터 거절하지 못한 물건들을 끌어안고 지내는 것은 거절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해서고, 내가 떠맡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도 안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면서 언제나 인생은 힘들고 나만 피해자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다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일 뿐." _157쪽

"삶은 유한하니까 미래의 달콤함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 그래서 보관만 하는 식기는 없다." _132쪽

단순하고 심플하게, 공간을 비우고 마음을 밝게.
물건을 늘리는 데서 행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에서, 아니 공간(空間)을 늘리는 데서 진정을 찾을 것.

내 안에도 공간을 둘 것. 심플하게 더 잘 챙길것.

#수필 #에세이 #미니멀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리스트 #우아한탐구생활 #생활 #비우기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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