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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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사람들이 여느 해와 같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던 때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제 1차 세계 대전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접전지에 영국군이 가세하며 많은 군대와 말들이 영국 해협을 건넜고, 그 중에는 <조이>의 조이가 있습니다.

<조이>는 말인 "조이"를 통해 바라본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전쟁을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프랑스의 농부들이나 아이들, 독일군, 영국군과 기마들은 자신들이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작가도 굳이 "왜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어째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전쟁은 몇 년이나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많은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조이는 그의 생을 지탱해주는 마음 따뜻한 여러 사람들과 동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조이가 태어나 자란 영국에서 온 영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인과 독일인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서로 전쟁을 하는 그들 모두 국경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삶도 계속됩니다.

<조이>는 다른 색깔의 군복을 입어도,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해도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이가 직접 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끝까지 살아남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지금도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는 전쟁 속에서 삶을 살아가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므로 더더욱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피부색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다 "지구인"입니다.

함께 지구인으로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할 일도 많습니다.

정치적인 혹은 몇몇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결국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전쟁에 대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조이>를 읽고 세계인으로서 한층 더 성숙해진 아이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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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리 까마귀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
그림 형제 글, 펠릭스 호프만 그림, 김재혁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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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는 오랫동안 이 책이 일본의 전래 동화인 줄 알았다. 그 이유는 표지 때문이었는데, 검은색 까마귀가 날고 있었고, 제목이 빨간색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자세히 보니 저자가 '그림 형제'이다. "어? 세계 전래 동화가 아니라 명작이네?"라고 생각한 나. 그런데 왜 나는 전래동화라고 생각했을까?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니 비룡소의 세계의 옛이야기 시리즈2. 독일편이다. 사람의 편견이란..정말 무섭다.

<일곱 마리 까마귀>는 대체적으로 안데르센의 <백조왕자>와 이야기가 비슷하다. 일곱명의 아들들과 여동생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아들들은 새(까마귀 혹은 백조)로 변했고, 여동생들이 오빠들을 사람으로 되돌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곱 마리 까마귀>가 <백조왕자>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 <백조왕자>의 엘리자 공주가 마녀의 말을 그대로 실행하며 쐐기풀 옷을 뜨는 것에 반해, <일곱 마리 까마귀>의 여자 아이는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집을 나온다.

'아버지와 어미니를 기억할 수 있는 반지 하나와 배고플 때 먹을 빵 한 덩어리와 목마를 때 마실 물 한 단지와 피곤할 때 앉을 조그만 의자 하나'를 가지고 세계 여러 곳을 헤매며 오빠들을 찾아다니는 여자 아이는 약간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 도움받은 물건을 잃어버려 도움은 쓸모없어지게 되고 결국은 그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바로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든다.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여자 아이의 이야기. 세계 전래 동화를 보면 거의 모든 이야기가 공주, 왕자의 이야기이고 그런 이야기들에선 여자들은 모두 수동적이며 '공주' 다워야 한다. 하지만 <일곱 마리 까마귀>에 등장하는 여자 아이는 공주도 아니고 씩씩하게 자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아이인 것이다.

전래 동화를 무지하게 싫어하는 지은양이 이 책은 재미나게 읽었다. 기-승-전-결에 따른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긴장 고조감이 높은 데다가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표지를 보고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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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크래시 2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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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처음 책장을 펼치면 "X파일"에서 자주 봤음직한 배경(어스름한 저녁 혹은 새벽, 까맣게 그늘진 나무들)을 뒤로 하고 닐 스티븐슨이 양 다리를 벌리고 팔은 뒷짐을 진 채 당당하게 서 있다. 수염과 머리를 덥수룩하게 길러 휘날리고 있다. 이 사진을 보면 정말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SF 공상과학 소설을 쓸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의 이력이 특이하다.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물리학과와 지리학과를 모두 전공 이수했다. 그리고선... 소설가가 된다.

이런 특이한 이력 덕분인지 그의 책에선 정말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뒷부분 '감사의 말'에서 그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그 자신의 것이 되지 않으면 소화할 수 없을만큼 많은 양의 지식을 밑바탕으로 씌여진 책이다. 역사, 언어학, 인류학, 고고학, 종교, 컴퓨터과학, 정치, 기호학에다 철학까지 더해진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편의 영화라 할 만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사실, 내게는 조금 벅차다. 난 종교에 대해서도 컴퓨터 과학에 대해서도, 정치나 기호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조금 흥미가 있었던(아마 누구나 그러할 테지만) 신화 이야기도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가 아닌, 수메르와 힌두 신화..등에 대한 것이어서 내가 아는 것은 더더욱 없다. 그러니 내게는 <스노 크래시>가 한장 한장 이해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니 과학이니 컴퓨터 등을 다룬 과학 정보책이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SF 공상과학 소설인 것이다. 그러니 많은 정보와 지식은 그냥 읽고 넘기면 된다. 하나하나 이해하기 보다는 '그런 이야기도 있구나~'하고 넘기면 되는 것이다.

<스노 크래시>는 사실 1992년에 출간되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이고, 가상공간에 대한 정확한 개념도 없던 때이다. 그럴 때, 닐 스티븐슨이 <스노 크래시>를 들고 나왔다. 이 책을 통해 가상공간 안에 돌아다니는 또 다른 나를 '아바타'라는 단어로 이야기했고, 그 '아바타'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소설 속 '아바타'들이 돌아다니는 공간인 '메타버스'도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내게는 "심즈"라는 게임을 떠올렸는데, 닐 스티븐슨은 이미 오래전에 그러한 공간과 인물들을 생각해 낸 것이다. 이것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이겠지. 읽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이나 인물 주변환경에 대한 묘사도 아주 뛰어나서 읽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노 크래시>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은 다국적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주인공인 히로는 미국인 아버지에 한국에서 일본 탄광으로 끌려가 일하고 있던 한국인 어머니를 가진 사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대한 묘사가 중간중간 나와서 흥미롭다. <스노 크래시>의 영화판권도 팔려 <데몰리션맨>을 연출했던 마르코 브람빌라 감독의 주도로 시나리오 초고는 완성되었다고 한다. 얼른 영화로 제작되어서 스크린으로도 보고 싶다.

p.s 스노 크래시 (snow crash) : 컴퓨터 시스템의 이상으로 모니터로 보내는 전자빔을 제어하는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 이때 전자빔이 아무렇게나 화면을 쏴대면서 화소들이 눈보라를 일으키는 것처럼 소용돌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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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침팬지 리키와 복슬 개 헨리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4
제인 구달 지음, 알란 막스 그림, 강현정 옮김 / 한솔수북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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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이야기는 "실화"가 아닌 경우보다 더 많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야말로 "실화"이기 때문이지요.

<아기 침팬지 리키와 복슬개 헨리>는 제가 좋아하는 한 출판사의 마음씨앗 그림책 시리즈의 한 권인 그림책입니다.

다른 그림책들보다 글밥이 제법 많고, 아이들이 상상하지도 못할(아직도 어디에선가는 사냥꾼들이 마구잡이로 사냥을 해서 그 동물을 치료도 안 한 상태로 사고 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바로 그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죠.

이 세상엔 나쁜 사람들이 있지만, 반대로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리키를 구해준 아저씨처럼요.

아저씨와 복슬개 헨리의 사랑을 받는 리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착찹하고 무겁던 마음이 어느새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그들의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죠.

야생 침팬지 리키가 점점 자라남에 따라 가정집에 계속해서 머물 수는 없으니까요.

리키와 헨리의 이별이 조금 슬프기는 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눈물이 날 것처럼 마음이 찡~ 했던 게 오랫만인 것 같습니다.

아이는 아직은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크면서 계속해서 읽어줄 생각입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갖게 되겠죠.

그리고 언젠가는 이 많은 의미를 가진 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생명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말이죠.

 

  

<리키의 너무나 생생한 표정을 담은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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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Che, 회상 -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 회고록
일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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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평전을 싫어한다. 위인전이나 전기도 아니고 평전...이라는 말 자체가 왜인지 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학교를 입학하여 처음 숙제로 읽었던 <전태일 편전>은 참 좋았고 내가 존경하는, 조금 교양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읽었다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체 게바라 평전>이다. 그래서 나도 좀 있어 보이려고 그 책을 읽고 싶었다.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붉은색 표지에 강렬하게 그의 얼굴이 새겨진 예뻐보이는 책을 "아~ 나도 그 책 읽었어!!"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럴 기회는 없었다. 다른, 내가 좋아하는 책들의 순위에 계속 밀려났다.

그러던 중 작년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는데, 바로 그의 청년시절을 그린 영화인 줄도 모르고 그저 여행 영화려니~ 라는 생각으로 보다가... 쿵!!!..... 했다. 그 책이다. 내가 언젠가 보려던 바로 그 책. 그 책의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라틴아메리카를 누비고 있다.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의 고통받는 처절한 삶에 같이 고통을 느끼며 아파한다. 그의 여행 속에서 그는 고뇌하고 번뇌한다. 앞으로 무얼 하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그는 혁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난 또 한 번 <체, 회상>을 만났다. 그가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만난 여인, 그의 마지막 사랑이며 그가 평생을 꿈꿔왔던 가정이라는 둥지를 만들어준 여인, 알레이다 마치를 통해 그가 회상된다. 알레이다 마치는 가능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어떤 전투에서 어떤 준비를 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가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인지, 그녀와 아이들을 얼마만큼 사랑하는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체가 알레이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와 시가 있기 때문이다. 알레이다 마치가 그와 같은 혁명 동지였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알레이다는 더 많은 훈련과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규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체이기 때문에, 예외는 없었고 알레이다도 그것을 인정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했다.

다른 나라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 나라를 위해 그나라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제국주의를 없애고자 맞서 싸웠던 사람. 한 나라가 안정되자 또다른 나라의 배고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떠난 사람, 체. 조국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사람이 그의 곁에 있었던 알레이다 마치일 것이다. 그녀의 회고를 통해 진정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자, 이제야말로 <체 게바라 평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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